전에 집주인이 허락없이 짐을 버렸습니다라는 글을 쓴 사람입니다

브리즈2018.0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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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글에서 예기치 못한 일을 겪고 감정만 앞서 법적조언에만 치우치다보니 그렇게 되었던 과정을 설명하지 못했습니다 어차피 여기까지 오는데 있어서 저의 어리석음이 가징 큰 이유이기에 변명이 되지는 못한다는거 알지만 넓은 아량으로 들어봐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어릴때 부터 특이체질로 태어나 중증아토피로 고생하며 평범한 삶을 포기하고 제 자신을 비관하며 살았습니다 성장하면서 나아질거라는 바람과 달리 오히려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해져만 갔고 치료조차 중단했습니다 내가 남과다르다는걸 일찍부터 깨달았고 성장과정에 영향을 끼쳤습니다 꿈조차 일찍이 단념한채 나이 들어 갔습니다

오히려 선천적 알레르기 체질로 중이염과 심한 천식으로 몇번이나 응급실에 실려가는 등 고통은 커져가기만 했습니다기 우울증 대인기피증 극심한 컴플렉스 등 정신적 고통과 암담한 현실을 이기지 못하고 몇번의 자살시도 끝에 세상과 단절하며 외톨이로 지내왔습니다

차라리 중병이거나 눈에 보이는 결함을 안고 있는거라면 아픔을 공감하고 이해해줄수도 있을텐데 오히려 주변의 차가은 시선에 상처받으며 혼자 묵묵히 지내온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렇게 외로움의 끝에서 평범한 삶은 꿈도 꾸지 못하고 살아가던 제게 우연히 인터넷 음악방송을 하며 만나 처음으로 절 이해해주고 옆에 있어줬던 소중한 사람들 둘이 차례로 일년 남짓에 스스로 세상을 버리는 거짓말 같은 아픔까지 감당해야했습니다

어쩌면 나도 행복을 꿈꿀수 있지않을까라는 한줄기 희망마져 무참히 꺾이고 말았습니다
어떻게 나한테만 이런 불행이 따라다닐수 있는지 저주 받고 태어난 영혼이라고 밖에 생각할수 없었습니다
누구에게도 말못할 아픔을 그렇게 혼자 가슴에 묻고 삼켜야만 했습니다

그렇게 고통속에 세상과 담을 쌓고 지내면서도 한해한해 나이 들어가는 어머니를 바라보며 언제까지 이런 일상들이 유지될수 있을까 마음 편한날이 없던 와중에 어느날 어머니가 아프시고 두달간의 병원 생활 끝에 누나네 집으로 모시고 간뒤에야 누나와 매형이 오랫동안 저를 못마땅해하고 원망해 왔다는걸 알게됐습니다

퇴원하는날 앞으로 어떻게 생활해야할지 어떤 상의도 없이 집으로 돌아오게 됐고 그게 어머니와의 마지막이 되버렸습니다 특히 매형은 스스로 인정한적도 있지만 공감능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성격의 소유자로 지나치게 냉정한 태도에 서운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고 말다툼 끝에 크게 감정이 상하게 되었습니다

가족한테 버림 받았다는 생각에 슬퍼할 겨를도 없이 제대로 먹지도 못하며 지내다 혼자 살아가야한다는 현실을 직시하고 그나마 아토피가 심하지 않을 때 겨우 일을 시작했지만 매사에 서툴고 자신감도 결여되다보니 며칠도 지나지 않아 잘리는 일이 반복되었습니다

어렵게 구한 숯불 닭갈비집에서도 얼마 못가 쫓겨나면서 그때문에 또 다시 천식이 도져 숨을 헐떡이며 기어가다시피 응급실까지 가게되는 일까지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방으로 이사하는날 남은 생활비 40여만원을밀린 도시가스비로 주고나니 아예 한푼도 남지않는 황당한 상황에 놓이게 된것입니다

돈은 없고 마실물 조차 없는데 가스도 못달고 이삿짐은 집앞에서 혼자 정리하려니 먹을거리 포함해서 도둑맞고 전 주인은 사정을 말했는데도 남은 가구들이나 빨리 빼라고 닥달하고 열악한 골방에서 아토피는 더운 날씨에 심해지고 거짓말 같은 현실이 믿어지지 않았습니다
마치 세상에 혼자 버려진것 같았습니다

그렇게 며칠을 굶고 길거리에 버려진 물이나 음료수를 마시며 버티다 이대로는 어떤 돌파구도 없다라는 사실을 깨닫고 모든걸 끝내려 근처 아파트까지 올라갔다가 그냥 마지막으로 배부르게 밥이나 먹어봤으면 하는 생각에 티비에서 본 무료급식소 같은게 생각나 서을역으로 갔습니다

노숙자한테 물어물어 밥을 먹을수 있었고 역앞에서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나 고민하고 있는데 어떤 남자가 접근 하더니 몇가지 간단한 일을 해주면 돈을 주겠다고 하는것입니다 불순한 의도를 의심할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그상황에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그냥 죽으라는 법은 없구나 부딫쳐보자라는 마음뿐이었습니다

그날 건설업을 한다는 젊은사업가를 만나게 되었는데 제 이름으로 사업자 등록을 하고 필요한 서류를 떼주는 일을 3개월 정도 해주면 월세와 여러가지 경비를 해결해주고 나갈때 천오백만원을 준다는 조건으로 그날 바로 집을떠나 그사람과 일하기 편한 의정부의 한 고시원으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그후부터 매달 20일이 되면 월세납부일이라는 것을 잊지 않게 말해주었고 그래서 돈이 나간걸로 당연히 생각했었으니 얼굴 한번 안비친 주인한테 굳이 연락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겁니다 그리고 옷가지를 챙기거나 하면서 가끔씩 들리곤 했습니다

그런데 그사람이 사업으로 워낙 바쁘다보니 일년 넘게 거기서 그냥 기다리며 지내게 됐는데 어느날 그사람 아내가 힘든일이 생겨 요양한다며 한달간 떠나 있는다더니 시간이 지나도 연락이 안되는겁니다 그래서 또 다시 한푼도 없이 거리로 나앉게 되버렸습니다
일년 남짓 이후에 다시 이전으로 되돌아간 현실에 망연자실했고 마치 운명의 장난같이 느껴졌습니다

배는 고프고 아토피는 심해져 온몸이 움직이지도 못할 정도로 쓰라리고 발은 걷기 힘들만큼 갈라져 퉁퉁붓고 얼굴은 좀비같고 도움 받을 사람은 없고 어쩔수없이 신발이나 옷같은 물건들을 동묘벼룩시장의 자릿세 내고 장사하는 곳에서 슬쩍 물건을 내놓고 팔기도 하다 고시원에서 나갈날이 되었고 미지막으로 매형한테 콜렉트콜로 전화했더니 너는 나한테 아무런 존재도 아니다 처음부터 누나 외에 가족으로 생각해본적도 없다 너는 혼자라서 홀가분하지 않느냐 뮐 바라고 연락했냐는 등 매정한 말들뿐이었습니다

절망스런 마음에 이제 정말 고통에서 벗어나고싶다 몸도 견딜수 없이 아프고 영원히 어머니는 못만나게 할거 같고 더 이상 감당할 여력이 없었습니다 이후에 무엇이 기다리고 있든 지금보다 나쁘지는 않을거라고 스스로를 다독였습니다

그리고 또 다시 배고픔이라도 잊어보고 갔으면 여한이 없겠다 동묘에서 물건이 팔리면 먹고 싶었던것들이나 마지막으로 먹어보고 이후에 마음을 정리하자는 생각에 며칠을 서울역 근처에서 밤을 보내면서 서성이다 노숙자 센터라는곳을 알게되서 무심코 들어가게 되고 어찌어찌 지내다보니 노숙자 신세가 되버리고 말았습니다
순식간에 바뀐 삶에 서럽기도 하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머릿속은 복잡했지만 어떤 결정을 내려야할지 혼란스럽고 불안감만 더해가는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렇게 자포자기 하며 한달 남짓 그 생활을 지속하던 중 문득 극심한 우울증세를 겪게되었습니다 벌여 놓은 일은 많고 어머니도 보고싶고 낯선 환경에서 의미없이 하루하루 지나는 날들에 지쳐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었습니다 예전으로 돌아가야겠다 마음을 먹고 일단 할수있는것부터 차근차근 시작하기로 했습니다

시에서 지원해주는 병원에서 아픈 몸부터 치료를 하고 노숙자 지원센터에서 상담을 하다 긴급생활지원비라는 제도를 알게되어 그 돈으로 살던곳 근처 고시원으로 들어왔습니다 무엇보다 새로운 삶의 의미는 예전과 같은 환경으로 돌아가야만 찾을수 있기에 저한테 남은 유일한 것들을 포기할수 없었습니다

그 사람과 연락하기 위해 받았던 선불폰을 새로 개통한뒤 일을 구할수 있으면 집주인한테 사과하고 그때까지 단지 몇개월동안 밀렸다고 믿고 있던 월세를 일을해서 갚을테니 새로운 방을 얻을때까지만 계약을 유지 해달라고 사정할 생각이었는데 세가지 병원치료를 병행하는 와중에 마음처럼 안되고 당장은 주인한테 부탁할 어떠한 명분이 없으니 속만태우다 이모한테 자존심 버리고 중요한 짐들만 맡기고 싶었지만 거절당할까봐 두렵기도 하고 이런 모습으로 나타나 왕래도 별로 없던 사촌동생한테까지 부탁해서 짐을 옮겨야 하는데 주저할수밖에 없었습니다

거기에 얼마전까지 방이 그대로 인걸 보고 계약기간이 끝날때까지 시간은 있다고 생각해 일을 구해보고 그래도 안되면 어차피 돈도 떨어져 고시원에서도 나가야하니 그때 마지막 수단으로 부탁하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그렇게 시간은 촉박해오고 유일하게 조건 상관없이 할만한 물류센터일을 시작했지만 남들이 하는만큼 따라가지 못해 또 다시 한계만 실감한채 모든걸 내려놓고 있는데 며칠 안남기고 운줗게 레스토랑 새벽청소일을 하게되서 시작했고 주인을 만나기 위해 가보니 짐이 전부 치워진걸 보았고 지금까지 월세가 거의 들어오지 않았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순간 눈앞이 깜깜해지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할지 막막했습니다 꿈을 꾸는거라고 믿고싶었습니다
혼자 세상과 등지며 외롭게 살던 저에게 사는 낙이라고는 방에서 할수 있는것들 뿐이었고 유일한 친구이자 저만의 즐거움으로 채워져 있던 컴퓨터나 어릴때부터 모아온 책들 개인적인 추억의 소지품들에 대한 애착이 남다를 수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같은 세입자때문에 물질적인 손해를 입은 주인한테 본의를 떠나서 죄송하고 연락두절 된 사람 입장까지 헤아려 일을 처리할수 없다는건 이해하면서도 한번 살아보겠다고 힘든짐을 짊어지며 버티다 여기까지 왔는데 마지막까지 이런 시련을 겪어야하는지 결국 이렇게 될것을 그 고생을 했구나 허탈한 심정에 주저않고 싶었습니다

그리고 여러분들이 말씀하신대로 그렇게 소중한 물건인데 여의치 않은 사정이라도 소심함을 버리고 좀더 현명하게 대처하지 못한 스스로에 대한 자책감으로 괴로웠습니다

사실 주인에게 책임을 돌리고 싶은 마음 이전에 짐을 다시 찾을 방법이 있지 않을까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었습니다 실날같은 희망의 끈을 놓으면 영원히 제가 붙잡고 싶은 추억들과 작별하게 되는것이니까요
그런데 당장 물어줄 돈이 없으니 속만 태우다 방법을 찾고 싶은 마음이 앞섰습니다

이전으로 돌아가고 싶은 결심을 하는데 동기부여가 되었고 살아가는데 위로가 될 전부 같은 존재나 다름없었기에 놓지 못하고 있던것이므로 그 상실감은 이루어 말할수 없습니다

앞으로 언제까지 혼자 버틸수 있을지 모르지만 후회와 공허함들이 괴롭힐걸 알기에 받아들이고 살 자신이 없습니다 처한 현실때문에 본의 아니게 남에게 피해를 입히게 되고 소중한 것들까지 잃은 제 자신이 너무 싫고 순간순간이 고통스럽습니다

이렇게 용기를 내어 털어놓게 되었지만 결과적으로 월세도 밀리고 연락두절 한채 지내게 된것도 부정할수 없는 사실입니다 다만 부족하고 못난 사람이라 할수 있는게 많이 없었다는것만 헤아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