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님의 자살 그 후,

ㅇㄱ2018.05.30
조회90,975
한편으론 어떤 카테고리와 어떤 채널, 그리고 어떤 제목을 써야 더 많은 사람들이 봐줄까 이런 생각도 했지만 다시 생각해보면 한 분이라도 봐주시고 위로의 댓글 하나만 남겨주셔도 저에겐 큰 힘이 될거 같아서.. 울다가 문득 생각난 네이트판에 몇년만에 들어와봅니다.

저는 30살 여성입니다.
올해 1월 마지막날 엄마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셨고
그 자살 장면의 최초 목격자가 바로 접니다..

엄마와 저 둘이서 지내던 집이었고
엄마는 사실 엄청난 알콜중독자셨습니다
단 하루도 빼지 않고 소주를 하루 기본 3병이상 드셨고
항상 집에서 드시면 티비도 크게 틀고
핸드폰으로 동영상도 크게 틀고 노래도 크게 틀고
온 친구들과 친척들과 통화도 크게 하고
그로 인해 저는 제 방에서 이런 소음들때문에
정말 잠에 드는게 힘들었습니다.
그래서 생각해낸 방안이 이어폰을 꽂고 자는 거였고
핸드폰에 이어폰을 꽂아 조용한 음악을 들으면
금방 잠들 수 있어서 완전한 저의 버릇이 되었어요

그날도 엄마는 집에서 술을 엄청 먹고 있었고
저는 피곤했던 상태로 방에 들어가 이어폰을 꽂고
아주 푹 자고 늦잠을 잔 상태로 일어나서
방문을 열고 나와보니
엄마가 목을 메고 자살하셨더라구요

처음엔 잠에서 막 깬 상태라 꿈인줄 알았습니다
다시 눈 비비고 가까이 가서 보니
이미 .. 사망한 상태였어요

벌벌 떨면서 119에 전화하고
119에 신고하자마자 대성통곡을 하느라
집주소를 말하기가 참 힘들더군요..

삐용삐용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그 소리가 집앞에 들리더니
소방관들 경찰관들 형사들 과학수사팀이
한번에 같이 집으로 들어오시더라구요

벌벌떨고 울고있는 저에게 방에 들어가라 하시고
그 이후부터 경찰관 과학수사팀이 저에게 조사를 하고
어느정도 현장 수습이 된 후에는
형사들이 저를 데리고 경찰서로 가서
한번더 확인차원으로 다시 조사를 하더군요

다른 가족들한테 전화해서 얘기를 하는데
목소리만 들어도 눈물이 터져서 아무 말 못하니
형사들이 도와서 얘기해주고 그랬어요

저는 그 충격에 휩싸여있는데
일단 장례는 치뤄야 했기에
정신 나간 상태로 장례를 어찌저찌 치뤘습니다

가족들 친척들 제 친구들 저의 지인들 등등
많은 분들이 자기일인거처럼 발벗고 도와주셔서
그래서 장례 잘 치룬거 같네요

장례식 내내 정말 정신이 나가 있었습니다
갑자기 엄마를 보낸다는거에도 너무 충격이었지만
저는 그 마지막 장면에 엄청난 트라우마가 생겨서
그래서 아무것도 못하고 멍하니 앉아 울고만 있었어요

근데 다들 아시니까..
제가 최초 목격자이고 제가 신고를 하고
제 마음 상태가 어떤지를 너무나 잘 아시니까
다들 옆에서 아무말 못하고 위로해주고
제가 펑펑 우니까 같이 울고..

벌써 4달이나 되었는데 사실 전 아직 그대로입니다
아직도 그 트라우마에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그나마 다행인건 상담센터랑 정신과를 꾸준히 다니며
상담도 받고 약도 처방받아 먹고 있습니다

지금 갑자기 글을 쓰는 건
사실 전 지금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을 못자는 상태에요
약을 먹으면 그나마 잠에 들고
(하지만 약을 먹어도 중긴에 몇번을 깨네요)
4달내내 꿈에 엄마가 나오고 있으니
자는게 고통스럽고 두렵습니다

시간이 안맞아 며칠 약을 못먹고 잤는데
약을 먹질 않으니 동이 틀때까지 못자고
그나마 동트고 난 이후에 잠에 들면
온갖 악몽과 심하면 가위까지 눌려서
자도 자는게 아닌 상황을 겪었어요

한국이 자살율 1위라고 하죠?
항상 그런걸 기사로만 뉴스로만 접했고
저 멀리 건너건너 아는 사람이 자살했대 이런식의
이야기만 들었지
난생처음 이런걸 겪어보니...

제가 이기적이지만 한마디 하고 싶네요
자살하는 분들도 물론 엄청난 고통에 본인이 직접
본인의 목숨을 끊는 거지만
그것을 보는 남겨진 사람들에 대한 배려는
정말 생각조차 하지 않더군요
가버리면 그만이지만
남겨진 나는 어떻게 살아가라는 건지..

원망의 마음도 참 많고
사실... 내가 그날 밤 이어폰을 꽂지 않았더라면
방에서 문 닫고 잠들지 않았더라면
그러면 혹시라도 내가 막을 수 있던게 아닐까?
라는 엄청난 죄책감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제 주변 사람들 모두는 절대 내 잘못 아니라 말해주고
사실 냉정히 보면 제 잘못이 아닌건 맞아요
근데 마음이 참 그리 안되더라구요
이 죄책감이란 것이....

잠을 계속 못자서 정신과 의사선생님이
약을 아주 조금 올려주셨는데
처음 먹는 약이라 아직 몸에서 안받아서 그런지
속이 엄청 울렁거리고 그래서
오히려 잠못들고 있는 새벽이네요

그러다가 순간 울컥하더니 눈물이 펑펑 나더라구요
내가 왜... 왜 약을 먹지 않으면 잘수없는 사람이 됐나
나는 이런 약 살면서 먹어본 적도 없었는데
왜 이런 일이 나에게 일어난걸까
난 멘탈이 엄청나게 약한 사람인데
이런 생각이 꼬리를 물고 무니
참던 눈물이 터져서 펑펑 울었네요

조리있게 글 쓰는 사람도 아니구
흥미롭게 글 쓰는 사람도 아니지만
그냥... 이렇게라도 얘기하고 싶었어요

한분이라도.. 한분이라도 읽어주신다면
저한테 댓글 하나만 써주실래요?

엄마의 자살은 너의 잘못이 아니라고
죄책감 갖지 말라고
큰 일 겪어내느라 너무 수고했고 고생했다고
다 잘 될 거라고

위로받고 싶습니다 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