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전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추가)

ㅇㅇ2018.06.02
조회23,926
작년 7월에 (엄마 이혼 전) 쓴 글 이후로 처음 쓴 글이었는데 꽤 많은 분들이 봐주셨네요. 작년에 쓴 글 링크 남기고 갑니다.
참고로 엄마는 암과 뇌종양을 같이 선고받으셨습니다.

http://m.pann.nate.com/talk/337945874


<본문>

엄마가 올해 초 이혼을 하셨다.

엄마의 전 남편분은 연세가 많으셨다. 몸도 편찮으시고 엄마보다 열살 이상 많으셨지만 엄마가 옆에서 지극 정성으로 간호와 케어를 해주셔서 두분은 십년 가까이 결혼생활을 유지하시던 중이었다.

그런 어느날 엄마가 뇌종양 선고를 받으시고 병원으로 들어가셨고 아직도 기억에 남는건 엄마의 전 남편분이 엄마 자신보다 더 슬퍼하셨다는 점이다. 나도 물론 충격을 받았지만 엄마 곁을 지키며 간호를 하느라 지금 생각해 보면 시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겠다.

엄마가 퇴원하시고는 말씀하셨다. 더이상 그분을 돌봐드릴수가 없을것 같다고. 엄마도 항암으로 약해지실대로 약해져 계셨던 상태라 내가 보기에도 그건 역부족이었다.

그분에게는 딸이 셋이나 있다.
그 사람들은 이런 일들이 벌어지는걸 알면서도 병원에 얼굴을 한번 비추지 않았고 자기들의 아버지마저 방치했다. 나는 정말 이해가 안가고 화가 났지만 엄마도 그분도 그 애들은 원래 그렇다며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렸다.

엄마는 혼자가 되고싶어 하셨다. 남은 생은 혼자 보내고 싶다고. 엄마가 그분을 돌봐드릴수 없고, 그렇다고 그분이 엄마를 돌봐드릴수도 없는 상황이었기에 그게 최선인것 같았다. 그분의 딸들도 엄마를 달가워하지 않았기에 나는 엄마를 적극 지지해드렸다.

그렇게 두분은 몇개월 뒤 이혼을 하셨고 그분은 혼자 거처를 마련하셨고, 엄마는 내가 모시기로 했다. 이혼 조정기간 뒤에 법원에서 뵌걸 마지막으로 나는 그분을 뵌적이 없다. 혼자 계신게 마음이 쓰여 전화를 해보니 없는 번호... 자식들이 모시고 갔다는 얘기를 건너 들었기에 잘 지내고 계실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늘, 그분에게 전화가 왔다.
모르는 번호가 부재중 전화 목록에 찍혀 있었는데, 순간 느낌이 그분일 것만 같았다. 설마 했는데 역시나. 그분이었다.

딸 집을 전전하며 지내고 계신것 같았다. 하지만 뭔가 잘 지내고 계신것 같은 느낌은 아니었다. 예전에 쓰던 핸드폰을 뒤져서 내 번호를 찾으셨다고 했다.

편찮으시다고 하신게 마음에 걸려서 오늘 밤에 전화를 하니 여자가 받았다. 딸인것 같았다. 하지만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끊어버렸다. 내가 전화를 한게 그분 입장을 곤란하게 할지 몰라 그랬던것 같다.

생각해보면 엄마도 그분도 참 불쌍하다.
두 분은 지난 여생을 돌아보시며 어떤 생각을 하실까.
두 분을 보며 인생의 부질없음과 노년의 외로움을 체감한다.

두 분 모두 남아있는 생은 고생 없이 평안하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