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남자친구, ‘한남’인건가요

59592018.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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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20대 중후반 여자입니다.
우선 방탈 죄송합니다. 많은 분들의 조언을 듣고싶어서요..

평소에 ~충 이라는 단어도 싫어하고, 평화주의 성향이 강한 탓에 누군가를 저렇게 지칭해본 적도, 공격해본 적도 없는 성격입니다. 한남이라는 단어도 싫어했었구요..

그런데, 어제 꽤 오래 만난 남자친구와 대화를 하다가 너무 충격을 받아서, 제가 그냥 예민한건지 아니면 제가 받은 느낌이 맞는건지 커뮤니티에 조언을 구하고 싶어 글올립니다.

어제 이것저것 얘기하다가 “탈코르셋”에 대한 얘기가 나왔습니다.

*저는 주변에서 탈코르셋을 외치고 실천해주는 여성분들에게 매우 고마웠고, 알게모르게 나도 그런 코르셋을 입고 있었단 걸 요즈음 깨닫기도 했어요. 단 이걸 타인에게 “강요”하는 것은 또다른 폭력이라고 생각해서, 즉 취지는 지지하지만 수단이 극단적이면 안된다는 입장이에요.

그러더니 갑자기 남자친구가 “나는 요즘 페미니즘이란 말 자체도 정말 너무 싫어”라고 말하더군요. 평소에 뭐가 싫다고 얘기안하는, 비슷하게 평화주의자였던 남자친구가 그렇게 말해서 먼저 놀랬어요. 또 주변에 이해하고 지지하전 남자사람친구들 반응과 너무 달라서 놀래기도 했구요.
요즘 극단적인 페미니스트들이 많아 공감을 못사기도 하니까 우선 “구체적으로 어떤 점을 보고 싫다고 생각한거야?” 라며 물어봤어요.

그러면서 쭉 했던 대화중 기억나는 말들을 적어보면
-(페미니즘 운동을) 직접적으로 목격하거나 피해받은 건 없지만 요즘 사회분위기가 이상하단게 느껴진다
-모든 것들의 원인을 그쪽으로(아마 남자탓, 남녀차별탓)으로 돌리는 게 싫다. 잘못된 귀인화인데 너무 폭력적으로 표현하고 강요한다
-광적인 기독교인 몇몇을 보고 기독교인을 전부 싫어하게 될 수 있듯이, 나한텐 페미니즘이 그렇다. 극단적인 애들을 보니 그 전부가 싫어진다
-강남역 살인사건은 (제가 페미운동 발단은 이거라고 말했거든요) 여자라서 죽은게 아니다 그럼 수많은 남성피해자들도 남자라서 당한거라고 하면 다 말 되겠네?
-평등까진 좋다. 근데 요즘 여성우월주의를 주장하지 않냐
(제가 구체적으로 어떤부분에서 그렇게 느꼇냐고 물으니 우선 여가부가 제일 그렇고 특히 여자사병제 반대한것을 예로 들었고 다른 예는 못들더라구요)
-(제가 저도 극단적인건 싫고 강요는 싫지만, 미러링과 탈코르셋은 오히려 고맙다고 느꼈다고 말하니, 왜 화장 같은걸 여자들이 하게된거 같냐고 묻더라구요. 그래서 옛날 사회는 경제활동을 남자들만 했기에 여자는 이쁘면 그냥 고시3관왕이라고 할정도로 여자만 외모로 경쟁을 해와서 그렇다. 근데 요즘에 여자들도 다 돈을 벌지 않냐 여자라고 경제활동 안하지 않는다. 경제구조가 이렇게 바뀌었는데도 사회문화적 인식이 못바뀌고 있으니 이런 운동을 하는거다 라고 말했었어요 그러니)
화장같은건 수천년의 역사로 생긴건데 이렇게 운동한다고 안바뀐다. 또 여자들한테 물어보니 자기 만족이라고 말하던데? 남자들도 나갈때 머리 감기 싫어도 머리 감고 나간다 (여기서 제가 저는 애써 꾸미는 것(화장)과 더러운걸 씻는 건(머리감기..) 아예 다른 차원이라 생각하고 당연히 자기만족으로도 꾸밀수 있지만 사회문화적 인식이 심어둔 강박이 없다고 할수 없다. 그걸 개선하자는 거라고 얘기했어요..물론 저렇게 논리정연하겐 말 못했고 횡설수설의미만요)
-나도 중고등학교때 남여평등에 관심많아서 찾아보고 했는데 요즘 이건 아닌거 같다
-요즘 무서워서 밖에서 뭔 말을 못한다
-여자들 자기들 유리할땐 평등 외치는데 불리할땐 여자라고 피하더라 ...

이까지가 기억나는 남친의 말인데,
제가 특별히 더 충격받은 이유는
저희 연애할때 성역할을 강요해본 적 없어요. 데이트비용 선물 코스짜기 등등 오히려 제가 많이할 정도로 오빠에게 “흔히말하는 남자로서의 역할, 흔히말하는 여자가 받는 배려” 같은거 바란적도 서운해한적도 없었구요. 제가 이렇게 연애한 것의 기저에는 “남여평등주의, 페미니즘”이란게 깔려있어서 가능한거였고, 그래서 남자친구도 당연히 암묵적으로 그 사상에 동의한다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표현하긴 이상하지만, 그 사상에서 나오는 남자로서의 혜택은 누리고 있던 거니까요..

그래서 대놓고 페미니즘이 너무 싫다고 한거에서 1차 충격, 침착하고 이유를 들어보고 느낀건 “기득권층이라 역시 차별받던 사람들이 왜 시위를 하고 극단적이어졌는지 깊게 생각을 안해주네, 공감능력이 좀 없네, 역시 이건 남자인 오빠에겐 남의 일인건가”와 요즘 뭔말을 하기 무섭다길래, 한남소리 들을까 무섭다는 말로 들려서 제가 김치녀가 되기 싫어서 말과 행동을 조심하던 5년 전 쯤이 떠오르면서 “미러링은 잘됐네. 근데 억울하단 감정만 느끼고 역지사지는 못했네” 라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러면서 얼마전에 내가 낸 모텔비와 내가 준 선물과 내가 짜온 데이트 등이 생각나며, 남자라고 대놓고 돈 많이 내는거 정말 싫다고 하던 것들이 생각나고...이래서 판 등에서 퍼주지 말고 그냥 받으라고 했나.. 정말 걍 정의감으로서의 남여평등은 관심있지만 남자의 기득권이 침해되는 남여평등은 극혐이 되는건가.. 평소 들으면서 “저건 오버다”라고 넘겼던 조언들이 하루종일 떠올라서.. 지금 너무 혼란스럽고, 그냥 내가 정말 예민하고 극단적인건가 나도 남들이 말하는 페미충인건가 라는 생각도 들구요. 몇년을 다 맞춰주며 만났는데 이제 그냥 헤어지는게 맞나, 이래서 비혼 비출산이 되는건가 라는 생각이 자꾸 들어요.

자꾸 억울하고 밉고 헤어지고 싶어요..만난 내 시간들 아까워서 어떡하냔 생각만 들고 미칠거 같아요ㅠㅠ..제가 예민한 걸까요? 조언 부탁드려요ㅠㅠ
+ 이렇게 혼란스러운 이유는 정말 믿었었어요. 이사람이랑 무조건 결혼해야지 우리 아이 성도 내거랑 오빠거랑 같이 쓰자 등등 정말 미래를 꿈꿨는데, 지금 이 기분 이 감정으로는 다시 연애못할거 같아요. 어떡해야하죠 남자면 저렇게 생각할수도 있는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