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 한켠에 아직 살아있는 너

아련2018.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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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25살 어쩌면 어린 나이에 이미 평생 사랑할 사람을 잃은 여자입니다. 

고2 때 만나 대학 생활을 함께 한 남자와 얼마 전에 사별하고 말았습니다. 

저는 고1 때부터 왕따를 당했습니다. 외모도 여신급은 아닌데 그래도 어디 가서 밉다는 얘기는 듣지 않습니다. 부모님이 엄격하셔서 공부도 꾸준히 해와서 못하지 않았습니다. 어머니가 사업하셔서 넉넉한 집안에서 자랐으며 이 모든 것들이 제 주변 친구들 마음의 들지 못 해, 저는 왕따를 당했습니다. 
그런데 그때 저에게 다가와 준 남자친구입니다. 그 어린 나이에 자상하고 젠틀한 남자친구에게 저는 푹 빠져 친구는 없지만, 남자친구 덕분에 행복한 고등학생으로 지냈습니다. 
고등학교 졸업하고 남자친구는 카이스트 저는 고려대를 다니면서 롱디를 하게 되었습니다.같이 휴학도 내고 호주도 워킹홀리데이로 다녀왔습니다. 대학 졸업하자마자 결혼하자고 하였습니다.
정말 저는 동화책에 나오는 것처럼 완벽한 삶을 살았습니다. 인정합니다, 태어나서부터 부족한 게 단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졸업 반에 있던 제 남자친구가 암 말기 진단을 받고 얼마 후 이 세상을 떠났습니다.
진단받고 병실로 옮겨진 후 얼마 사이에 삐쩍 마른 손을 내밀며 마지막 가는 길 자신이 너무 추하다며 자기를 초라한 모습보다 그 전에 행복했던 모습들만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이제는 찾아오지 말라고, 마지막 부탁을 했습니다. 
그리고 멍청한 저는 그 부탁을 들어줬습니다. 가는 남자친구의 마지막 소원이라며 들어주어야 한다며 핑계를 댔지만, 사실은 그런 남자친구를 보며 마음이 아파서 견디지 못했습니다.하루하루가 사는 게 아니었고 숨이 셔지지 않았습니다. 이런 저를 보며 남자친구가 더 힘들어할까 봐 더 두려워할까 봐 부탁을 들어준 것도 있습니다.그래도 저를 제일 먼저 생각한 건 맞습니다. 저는 이렇게 하면 덜 힘들 거라 믿었습니다. 그렇게 남자친구와 이별한 뒤 지옥 같은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일주일 보내다 보니 이게 더 힘들다는 걸 느꼈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남은 시간 같이 하는 게 맞는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마음 다스리고 저녁에 찾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했는데 정말 거짓말처럼 남자친구 어머니께서 울며 연락이 왔습니다. 남자친구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알려주셨습니다.
그 후로 저는 그저 영화같이 혹은 남의 인생인 것처럼 장례식이 지나가고, 하루가 지나가고, 일주일이 지나가고,한 달이 지났습니다. 먹지도 마시시도 못 해 쓰러져 병원도 실려 갔었고 너무 많이 울어 이제는 눈물도 나오지 않습니다.
속이 텅 비었습니다.

...라고 4년 전에 글을 작성했었습니다. 그때는 올리지 못해 컴퓨터 메모지에 저장해두었습니다. 문뜩 생각나 다시 끄집어내었습니다..
윗글을 작성한 뒤 삼 개월을 그렇게 지내다가 부모님이 정신과 치료를 받게 했습니다. 의사 선생님과 함께 한걸음 한걸음 삶을 나아갔습니다. 빵빵한 스펙 덕분에 취직도 대기업으로 하고, 3년 지나 지금에 약혼남을 만났습니다. 저를 반년 동안 따라다니고 매달린 약혼남, 저만 바라봐주는 약혼남... 1주년 때 프로포즈 받아 약혼하게 되었습니다....그런데 솔직히 저는 약혼남을 온전히 사랑하지 못합니다. 마음 한켠에는 사별한 남자친구가 아직 살아있기에, 약혼남이 사귀기 시작했을 때도 프러포즈 했을 때도 이 사람이다 해서가 아니라 그냥 그때 그 남자친구 아니면 아무나 좋다는 마음으로 받아들였습니다.
그때 그 사람 때문에 아직도 너무 힘듭니다. 아마 마지막까지 함께 하지 않은 죄책감에 평생 힘들어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지금 약혼남을 위해서 약혼 깰 생각인데요. 이 사람이 저를 너무 사랑해서 받을 상처를 생각하면 제가 너무 밉습니다. 
여러분 약혼 깨는 게 맞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