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엄마는 미친여자가 아닙니다.

qnfgysu2018.06.26
조회71,545

 

 

안녕하세요.

30대 직장인 입니다.

 

 

우선 방탈 죄송합니다. 많은 분들께서 읽어주셨으면 하는데 이 방이 제일 활성화가 되어 있는 것 같아서요.

 

 

제목이 너무 자극적이어서 놀라셨죠?

 

 

지금부터 제가 해드릴 이야기는 사랑하는 저희 어머니에 대한 이야기 입니다.

 

 

저희 엄마는 일명 슈퍼 우먼 이셨습니다.

모든 면에서 인정 받는 유능한 은행원이셨으며, 집에는 먼지 한톨 조차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깨끗하고 정리정돈도 잘 되어 있었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1960년생이세요.

 

 

 

작년,

거의 평생을 당뇨로 고생하시는 외할머니의 수발과 보필을 해주셨던 외할아버지께서 급속도로 건강이 안 좋아 지셔서 돌아가시고 채 3달이 되지 않아 외할머니께서도 그렇게 저희를 떠나셨습니다.

 

 

 

장례식은 금요일부터 였고, 저희 아버지께서는 반차를 내시고 어머니와 함께 먼저 가셨고 저는 일이 끝난 뒤 늦게 출발하여 10시 정도에 도착하였습니다.

 

 

 

늦게 도착한 터라 여기 저기 둘러보며 장례식장을 찾고 있었는데,

저 멀리 상복을 입고 식탁에 앉아 이 것 저 것 허겁지겁 먹기만 바쁜 사람이 보였습니다.

 

 

 

네, 바로 저희 엄마 입니다.

 

 

 

 

그렇게 여기 저기 테이블을 다니며 마구 마구 음식을 집어 드시다가 결국 다 게워내시고,

한 시간도 채 앉아 있지를 못 하시고 화장실에만 몇 번을 들락날락 하셨는 지 셀수가 없을 정도 입니다.

 

 

 

 

외숙모께서 막 도착한 저에게 기다렸다는 듯이 다가와 말씀 하십니다.

"너희 엄마 좀 모시고 먼저 서울로 가면 안되겠니?"

 

 

다른 가족분들의 표정을 보니 이미 다들 지쳐 있더라구요.

 

 

"저희 아빠는요?"

 

"아빠 아까 친구분들이 오셔서 술을 많이 드셔서 저기 방에 누워 계셔."

 

 

 

 

이런 대화가 오가는 와중에도,

저희 엄마는 화장실을 다녀왔다가 또 모르는 테이블에 앉아서 음식을 집어먹기 바쁩니다.

 

 

 

 

 

여기 저기서 저희 엄마를 흘끗 흘끗 보시며 속닥 이시는 분들도 계시고,

가족들의 마음도 저는 다 알 순 없지만, 적어도 저희 엄마를 골칫덩어리처럼 생각하고 계시는 것도 알 것 같습니다.

 

 

 

저기 수근 거리시는 분들께 한 마디 하고 싶지만 오늘도 꾹 참아 냅니다.

 

 

 

'저희 엄마는 미친사람이 아닙니다.'

 

 

 

 

 

 

 

 

 

 

 

 

 

 

 

 

 

 

'픽 병 (Pick's disease)' 이라고 들어보셨나요?

 

 

 

 

 

 

 

 

 

못 들어 보셨죠...?

 

 

 

 

 

그럼 혹시 '치매'라는 병은 들어보셨나요?

 

 

 

 

 

 

흔히들 아시는 알츠하이머 치매 말고도 치매의 종류가 몇 개나 되는 지 알고 계세요?

 

 

크게는 4가지로 나뉘지만, 상세로 분류하게 되면 무려 100개 이상이라고 합니다.

 

 

 

많이들 알고 계시는 알츠하이머는 뇌에서 기억력을 담당하는 해마라는 세포수가 감소 하면서 나타나는 치매로 기억력저하가 대표적인 증상입니다.

 

 

픽병이란 10,000명중에 1명 꼴로 나타나는 희귀 난치병으로 전두측두엽 치매의 일종입니다.

전두엽 치매란, 뇌의 전두엽이 쪼그라들면서 생기는 병인데, 공감 능력이 떨어지며 집중력 저하 및 참을성이 없어지고 감정 조절이 안되며 환청 환각등을 보기도 하며, 같은 말이나 행동을 반복적으로 합니다. 

 

비교적 젊은 나이인 4-50대 뿐 아니라 3-40대에도 발병할 수 있으며 특별한 원인이 밝혀진 바 없고 원인을 밝히지 못하였기 때문에 '치료'라는 개념 자체가 없는 병이라고 보시면 되는거죠.

 

 

저희 엄마의 발병 예정 시기는 약 5-7년전으로 예상 하고 있습니다.

 

 

참 많은 병원을 다녔어요.

 

 

이 전두엽 치매가 굉장히 무서운 것 중 하나가, 확인이 어렵다는 겁니다.

 

 

 

그래서 신경 정신과를 3-4번을 옮겨 다니며 들었던 엄마의 병명은 한 번도 같았던 적이 없었습니다.

 

 

처음 정신과를 엄마와 함께 가기로 마음 먹는 것 까지도 너무 힘든 시간 이었지만,

 

첫 방문했던 정신과에서 조우울증 진단을 받아 1달 입원에 약 6개월 정도를 약을 먹고 증상이 전혀 호전 되지 않아,

 

여기 저기 물어 물어 유명하다는 꽤 먼 곳의 정신과를 갔습니다.

 

마찬가지로 1달 입원에 약 7-10개월 정도 약을 먹었고 입원 후 받았던 진단은 조현병,

 

즉 정신분열증이었습니다.

 

조현병 진단을 받았을때도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지만요, 그 병원이 조현병으로 제일 유명하다고 하는 병원이었고 의사 선생님께서 정말 자신 만만하게 이 약은 조현병을 거의 90%이상 호전되게 할 수 있는 약이다, 이 약은 잘못 복용하면 독이 되지만 나는 이 약에 대한 경험이 많기 때문에 걱정 할 것 없다. 라고 호언장담을 하셨어서 저희 가족은 그때까지만 해도 실낱 같은 희망을 갖고 있었어요.

 

선생님 말씀을 빌리자면 조현병의 90% 이상이 호전될 수 밖에 없다는,

일명 조현병 약의 끝판왕이라는 약을 반년 넘게 드셨는데도, 전혀 호전이 되지 않았어요.

 

오히려 전에 없던 증상과, 너무 충격적인 일들도 많았습니다.

 

 

마지막 그 조현병으로 유명한 병원 내원 시에 선생님께서 '이 약이 안 듣는 이유는 조현병이 아니기 때문인 것 같다, 혹시 치매 검사를 해 보았냐?'라는 말씀에,

저희는 '처음 우울증 검사 시 지능발달 검사나 치매 기본 검사는 다 진행했다'라고 말씀 드렸죠.

 

혹시 'CT도 찍어보았느냐 그리고 검사도 다시 해보는 게 좋을 것 같다.

조현병 증상과 비슷한 치매가 있다.'

고 알려주셨어요...

 

 

그래서 옮긴 병원에서 처음으로 '픽병' 이라는 제대로 된 병명을 찾았습니다.

 

 

저희 가족은 약 2년간 호전되지 않고 점점 망가지는 엄마를 보며 바랐단 점은,

제발 엄마의 병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

그래야 치료를 하던 뭘 하던 할 수 있지 않느냐... 였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가장 속상하고 아쉬운 부분은,

 

이 2년을 엉뚱한 약을 먹으며 오히려 엄마 병의 진전을 시킨게 아닌가 싶은 마음이에요.

 

제가 이 글을 쓰는 이유도,

 

혹시 저희와 같은 고민을 하고 계신 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됫으면 하는 바람과 점점 사라져 가는 원래의 엄마 모습을 조금이라도 기억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해져서입니다.

 

 

글이 너무 길어질 것 같네요.

 

이 글은 써머리 정도로 생각해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어지는 판으로,

엄마의 발병 예정 시기 때 엄마의 증상들과 그에 관련된 일화들

그리고 우울증 진단과 조현병 진단을 받았을 때 상황과 변해가던 엄마의 모습들,

 

현재 저희 엄마의 생활과 다니시는 병원 정보나

치료에 도움이 될만한 내용들 (저희도 엄마 아프시며 알게된 내용들이 많아요.)

를 나누고 싶습니다.

 

 

치매는 전세계적으로 많은 인구가 앓고 있는 질병이지만,

뇌에 대한 연구의 제한점 때문에 발병 인구나 관심도에 비해 치료 방법이 아직까지는 없다는 게 가장 힘든 일인데요,

그 중에서도 특히 전두측두엽 치매 같은 경우 정말 많이 정보가 없습니다.

 

 

저희도 그래서 참 많이 헤맸어요.

 

부디 저희가 헤맸던 길을 가지 않으시고 조금이라도 치료를 빨리 하시며 도움 받으실 수 있는 분들이 계시길 바라며 글을 마치겠습니다.

 

앞으로 이어지는 판으로 구체적인 정보와 저희 엄마의 병 진행 과정과 관련된 일화들을 적어볼게요.

 

 

장마가 시작됫다고 하네요,

우울한 날씨에 다소 무거운 글로 읽으시는 많은 분들께 되리어 마음의 짐을 짊어드리게 한 건 아닌가 싶네요. 죄송합니다.

 

한 분이라도 도움 받으실 수 있는 분이 계시길 바라며,

 

이어지는 판으로 계속 글 쓰겠습니다.

 

그러려면 많은 분들의 관심이 필요할 것 같아요. 다른 커뮤니티 어디에도 다 옮기셔도 좋고, 많은 댓글과 추천 해주셔서 톡선 올라가서 많은 분들이 읽어보시고 도움을 받으실 수 있는 일이 생길 수 있게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