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정도 만났습니다저는 31살이고 남자친구는 33살이에요 남자친구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객관적으로도 주관적으로도 이렇게 좋은 사람을 또 만날 수 잇을까 싶어요... 그냥 대놓고 다 말해서외모도 괜찮고 직업, 연봉도 괜찮고무엇보다도 사람 인성도 너무 좋고 저에게도 늘 다정하게 잘 해줘요... 3년동안 한 번도 안 싸웠다는건 거짓말이고싸운 적 있지만 그건 다 제가 화가 나서 싸웠던 거고그마저도 제가 오빠한테 다다다다다 쏘아붙이면오빠는 가만히 듣고 있다가이러이러해서 우리 호이가 화가 났구나, 오빠가 앞으로는 주의할게이런 식으로 돼요... 그럼 저도 괜히 화낸게 미안해서 나도 화내서 미안하다고 하고 그렇게 좋게 끝납니다.오빠도 저한테 화가 날 때가 있긴 있죠..그래도 제가 오빠한테 하는 것처럼 화내지 않고호이가 그때 이러이러했는데 오빠가 보기엔 이러이러했다, 고 좋게 얘기해줘요무엇보다도 다른 사람 앞에서는 한번도 저한테 화를 내거나 기분나쁜 티를 내거나저렇게 좋게 말 하는 것도 다른 사람 앞에서는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진짜 저를 존중하고 배려해주는게 많이 느껴져요... 가끔 좀 열정과다로 느껴지고 그게 좀 피곤하게 느껴질 때도 있는데ㅠ그것도 저는 좋은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이제 둘 다 진지하게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데제가 고민된다고 망설이면 주변에서는 다 배가 불렀다고 미쳤다고 합니다...진작 결혼했어야지 지금도 너무 늦었다고들 해요 ㅋㅋㅋ
그런데 제가 이 훌륭한 사람과의 결혼을 망설이는 이유는그 사람의 과도한 종교에 대한 충성 때문이에요ㅠ 네 짐작하셨겠지만 교회 다니구요...ㅠ저희 부모님도 교회를 다니시고 저도 어렸을땐 교회를 다녔었지만중학교 이후로 지금까지는 교회에 다니지 않아요 교회의 안 좋은 점을 너무 많이 봤어요...그래서 저는 종종 하는 얘기가모태신앙이라 어쩔 수 없이 그 종교적인 신념은 내 뼈 속 깊이 있지만신앙은 신앙이고 나는 그 '종교집단'에는 속할 수 없다고저에게 늘 교회가기를 바라시는 부모님께도 그렇게 말씀드렸어요 교회는 뭐 새벽기도도 있고 수요일에 보는 예배도 있고일요일 예배는 새벽부터 저녁까지 수도없이 많이 있고(유치부, 청소년, 청년부 등등등...) 교회에서 하는 활동도 많아요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곳도 있고 정기적으로 바자회를 열거나노인학교를 운영한다거나....
남자친구는 그 모든 활동에 참여합니다만나는 3년 동안 암묵적으로수요일, 일요일은 오빠랑 만날 수 없는 날이었어요 왜냐면 오빠가 교회에 가야하거든요...수요일 저녁엔 교회가야하고일요일에는 새벽부터 밤까지 하루종일 교회에 붙어있기 때문에오빠를 만나기는 커녕 연락도 잘 안 되는 날이 일요일이에요매일 아침에는 일어났냐 잘 잤냐오전에도 오늘 상사는 안 괴롭히냐 일을 잘 되냐점심 때는 밥 잘 먹어라 뭐 먹었냐이렇게 연락오고 연락 주고받던 사람이일요일에는 밤에 본인 교회에서 집에 가는 길에 전화통화 하는게 다예요...하루종일 진짜 연락도 안 됨 한 번은 심지어토요일에 교회에 볼일이 6시에 있었는데(교회 청년부? 뭐 하는데 도와줄 일 있다고 했음)3시에 만나자길래 아 잠깐보고 교회 갈건가, 아니면 취소됐나, 싶었는데3시에 저 만나서 놀고 5시에 갑자기자기 교회 잠깐 갔다올테니까 교회일 끝나고 8시에 다시 보자고 하더라구요잉............................?그래서 그 날은 그냥 오빠도 바로 집으로 가라고 해서 5시에 데이트 끝났어요
교회 다니는 사람들은 일요일을 주일이라고 해요제가 오빠랑 대화하다가 이번 주 일요일에는 친구 만나기로 했다이런 식으로 말을 하면오빠가 응, 이번 주 주일에? 이런 식으로 제 말을 고쳐줘요;;;;그럼 저는 그냥 아, 응.... 이렇게 반응하고 말구요...전 도저히 교회말이 입에 붙지를 않아요... 가끔 교회 전도사님이나 목사님이랑 약속이 생기면 그게 우선이었어요 수요일, 일요일에 저도 오빠따라 교회가서 교회데이트ㅋㅋ를 하면 되기야 했겠지만저는 결혼 후에 진짜 오빠따라 그 교회에 붙잡혀있을 수도 있는데결혼 전부터 그렇게 휘둘리고 싶지는 않아서ㅠ 처음부터 그 부분은 오빠한테 딱 얘기했었어요나는 이런 이유로 교회라는 종교집단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이다다만 그게 종교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라기보다는 그 집단에 대한 거부감이고나중에 정 원한다면 일요일 낮 예배에 같이 출석하는 정도는 할 수 있겠지만일요일 하루종일 교회에 있기 새벽기도 가기 교회 활동 다 참여하기 등등그 이상은 하기 힘들다그 모든걸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을 찾는다면 같은 교회 커뮤니티 안에서 좋은 사람을 찾아보시는게 맞는 것 같다고초반에 글케 얘기했었어요(소개팅으로 만났고 3번째 만나는 즈음에 보니까 자기 일요일엔 교회에 있어서 연락 잘 안 될거라고 하고 실제로 일욜엔 교회에 있으면서 핸폰을 거의 안 보는 것 같길래;; 그때 얘기했음) 그 때 오빠는 알겠다고 하고실제로 그 후로 최근까지 저에게 본인의 종교활동을 같이 하자고 하지도 않았어요
그런데결혼 얘기가 좀 나오다보니오빠가 저한테 자꾸 교회에 같이 가자고 합니다... 처음엔 일요일 낮 예배에 같이 가자고 하길래그건 저도 오빠랑 결혼하면 그렇게 하려고 생각했던거라 흔쾌히 같이 갔었는데그 한 번을 거부감없이 흔쾌히 수용한게 오빠한테는 모든 걸 받아들일 준비가 된 거라고 느껴진건지;; 점점 범위가 넓어지네요...
예를 들면 얼마 전에 일요일에 교회에 무슨 행사가 있는데오빠는 그 행사 준비하러 예배시간보다 몇 시간 일찍 (=새벽 6시까지) 교회에 가야한대요그런데 저도 어차피 낮 예배에 그 교회에 올거니까저 혼자 그 교회까지 혼자 가는게 아직은 좀 불편하고 어색할테니까자기랑 같이 가서 행사 준비도 같이 하고 낮 예배보고 오자고 이건 제가 6시까지 가려면 못해도 5시에 일어나야 하는데 피곤해서 그렇게 못 한다고 하고내가 불편할 거 같으면 내가 그냥 안 갈게 하고 말았어요안 간다고 하니까 아냐 그럼 그냥 낮 시간에 와 내가 교회 앞에서 기다릴게 그러는데그 때 저는 이거 그렇게 넘어가면 또 그럴 거 같아서아냐 안 그래도 볼일 있었다고 하면서 그 날은 교회 안 갔어요 그니까 그 날 교회 행사가 얼마나 좋았는지, 얼마나 '은혜로웠는지'를 그 날 밤에 계속해서 저에게 사진이랑 동영상, 카톡으로 보내면서 같이 있었으면 좋았을건데 아쉽다고 계속 그러더라구요...(일요일이니까 당연히 하루종일 연락없다가 교회에서 집에 가는 길에 연락함) 저는 그냥 응 그래 좋았겠네나도 오늘 일요일에 오랜만에 혼자 볼일봐서 좋았어 이러면서친구가 찍어준 사진 보내고 그랬어요그니까 오빠가 나랑 있는 것보다 친구랑 있는게 더 좋았냐고 그래서웃으면서 장난치고 얘기하다가 그렇게 흐지부지 넘어가고.......
그렇게 계속해서 교회의 다양한 행사와 활동 등의 일정에저를 같이 끼워넣으려고 계속 해요...이게 교회를 잘 모르는 사람이면 그거 좀 하면되지,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저는 엄마가 교회다니면서 어떤 일들을 하는지 평생 옆에서 봤기 때문에이거 받아들이면 나도 엄마처럼 저렇게 다 해야한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못 받아들이겠어요ㅠ 엄마 교회 다니면서 보통 사람들 회사다니는 것처럼 일하는데교회니까 당연히 봉사 개념으로 들어가서 월급이고 뭐고 엄마한테 돌아오는거 하나도 없어요오로지 엄마의 만족감 그 하나입니다...그마저도 엄마는 가끔 너무 부담스러워서 스트레스 받을 때도 있는데어쩔 수 없이 일할 때도 있고......
저희 새언니 조카 낳았을 때어제 출산하고 오늘 새언니 얼굴이며 온 몸 퉁퉁 부어서 병실에 누워있는데엄마 교회에서 병원 병실까지 와서 예배봐주겠다고 하는거엄마가 목사님한테 거절하는 말을 못 해서 어떡하냐고 끙끙거리고 있는거제가 소리지르고 화내서 뜯어말렸어요...엄마 그거 거절 안하면 내가 앞으로 엄마 안 본다고 난리난리쳐서 엄마가 거절했어요. 그 과정에서저는 언니가 다니는 교회도 아니고 언니 입장에서는 처음 보는 모르는 사람들이어제 갓 출산한 임부 병실에 와서 언니는 얼굴도 팅팅 부어서 씻지도 못하고옷도 병원복 말고는 제대로 갖춰입고 있지도 않은데거기 목사며 뭐며 생판 처음보는 아저씨들 아줌마들 들어와서 기도하고그거 결코 좋은거 아니라고 엄마 미친 시어머니 되고 싶으면 그거 하라고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교회에서도 자기 교인도 아닌 사람 병실에 막무가내로 그렇게 오겠다고 하냐고교회 개념없다고 변태냐고 남의 며느리 출산해서 누워있는데 왜 오려고 하냐고막 그래서 엄마는 또 그래도 좋은 뜻으로 그러는건데 왜 그러냐고 엄마랑 싸우고... 아니 저건 진짜 교회랑 목사가 너무 개념이 없는거 아닌가요......?저런거 해주면 엄마가 또 아무튼 감사하다고 식사 대접하고 목사한테 따로 돈봉투 쥐어줘야돼요저게 진짜 축복해주려고 오는거겠냐고요 돈 받으러 오는 거지(참고로 여기서 엄마 욕은 하지 말아주세요...ㅠ;;; 저희 엄마도 거절하고 싶은데 목사 기분 안 상하게 거절할 방법을 몰라서 전전긍긍했던거예요... 애초에 목사 기분을 왜 챙겨야 되고 그거 거절했다고 기분 상하면 그게 목회자인가 싶기도 하지만..... 거절해서 돈 못 받으니까 기분 상하겠죠)
오빠랑 결혼하고 제가 오빠랑 같은 교회 다니면그런 일 없으리란 법이 없잖아요...
일욜에 교회 몇 번 같이 가보니까 (매주 가진 않았음, 매주 가기엔 제가 너무 거북해서...)오빠도 막 울면서 기도하더라구요.........예배 끝나고 주변 사람들이 오빠한테 와서 울면서 기도하는거 봤다고뭐 교회말로 또 뭐 어쩌고 저쩌고 하고 (보기좋았다고;;)목사님이랑 또 뭐 오늘 받은 은혜가 어쩌고저쩌고...(교회는 예수교장로회로 우리나라에서 정상적인 개신교로 인정받는 교회 맞습니다... 지역에서 이름난 큰 교회고... 사이비 아니에요.... 물론 모르는 사람이 볼 땐 교회의 모든 것이 사이비같겠지만요..ㅠ)
그 모습이 너무 낯설고저에게는 거의 이중인격으로 느껴질 정도로 너무.... 너무 낯설고 충격적이었어요...
이 사람이랑 결혼하면 제가 겪어야 할제가 너무 거부하고 싶었던 수많은 종교적인 활동들그거 과연 제가 거부하고 지금처럼 살 수 있을지그렇게 못 할 것 같아서 너무 두렵고 무엇보다도 미래의 제 자식들이아빠 손에 이끌려서 아빠랑 똑같은 믿음 신앙을 가지게 될 게 무서워요그게 본인의 선택이면 모르겠는데 어렸을 때부터 세뇌되다시피해서 그런거라면.. 전 그건 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저희 작은 집이 또 교회를 열심히 다녀서 사촌동생들도 신앙심이 깊은데가끔 그 집 부자와 모자의 대화를 들어보면 너무 낯설어요....;;;;저는 제 남편이랑 제 아이가 집에서 그런 대화를 하고 있는걸 수십년 보고 살 자신이 없어요..ㅠ
글 쓰다보니 이 결혼은 안 하는게 맞는 것 같기도 하네요..근데 또 내가 이거 하나만 감수하면... 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에요ㅠ사람이 너무 좋다보니... 단점없는 사람은 없잖아요..?
오빠도 원래 교회를 그렇게 다녔던건 아닌데오빠 고등학생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그래서 너무 힘들고 방황하던 중에 지금은 그 교회 목사가 된 전도사를 만나게 되었고거기서 아버지 잃은 슬픔과 고통에 대해 많이 위로받고 하면서좀 맹목적인 신앙심을 가지게 된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오빠에게 오빠의 그 믿음과 신앙은 조금 잘못됐다, 과하다고 하지 못하겠어요교회 열심히 다니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오빠가 모범사례인 경우이고;;;;아버지의 죽음을 위로받았던 그 신앙이 잘못된거라고 하면 뭔가 오빠가 뿌리부터 흔들릴 것 같아서...
오빠도 제가 결혼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고그 이유가 교회 때문이라는건 대충 눈치채고 있는 것 같아요근데 약간...호이 네가 이 부분만 수용해주면 나머지는 내가 진짜 잘 할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그래서 저도 이것만 감수하면 이렇게 좋은 사람이 없는데... 란 생각에 더 망설여지는 것 같고ㅠ 저희 엄마가 교회를 안 다녀서제가 차라리 교회문화에 대해 잘 몰랐으면에잇 그까짓거 감수하지! 라고 생각하고 홀랑 결혼했을지도 모르겠어요ㅠ그런데 너무 잘 알다보니내가 저걸 할 수 있을까..? 난 못 해, 하기싫어란 생각이 먼저 드는 것 같아요.... 정말 어쩌면 좋을까요ㅠㅠㅠㅠㅠㅠㅠ
남자친구의 유일한 단점은 종교...
남자친구는 정말 좋은 사람이에요객관적으로도 주관적으로도 이렇게 좋은 사람을 또 만날 수 잇을까 싶어요...
그냥 대놓고 다 말해서외모도 괜찮고 직업, 연봉도 괜찮고무엇보다도 사람 인성도 너무 좋고 저에게도 늘 다정하게 잘 해줘요...
3년동안 한 번도 안 싸웠다는건 거짓말이고싸운 적 있지만 그건 다 제가 화가 나서 싸웠던 거고그마저도 제가 오빠한테 다다다다다 쏘아붙이면오빠는 가만히 듣고 있다가이러이러해서 우리 호이가 화가 났구나, 오빠가 앞으로는 주의할게이런 식으로 돼요...
그럼 저도 괜히 화낸게 미안해서 나도 화내서 미안하다고 하고 그렇게 좋게 끝납니다.오빠도 저한테 화가 날 때가 있긴 있죠..그래도 제가 오빠한테 하는 것처럼 화내지 않고호이가 그때 이러이러했는데 오빠가 보기엔 이러이러했다, 고 좋게 얘기해줘요무엇보다도 다른 사람 앞에서는 한번도 저한테 화를 내거나 기분나쁜 티를 내거나저렇게 좋게 말 하는 것도 다른 사람 앞에서는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진짜 저를 존중하고 배려해주는게 많이 느껴져요...
가끔 좀 열정과다로 느껴지고 그게 좀 피곤하게 느껴질 때도 있는데ㅠ그것도 저는 좋은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이제 둘 다 진지하게 결혼을 생각하고 있는데제가 고민된다고 망설이면 주변에서는 다 배가 불렀다고 미쳤다고 합니다...진작 결혼했어야지 지금도 너무 늦었다고들 해요 ㅋㅋㅋ
그런데 제가 이 훌륭한 사람과의 결혼을 망설이는 이유는그 사람의 과도한 종교에 대한 충성 때문이에요ㅠ
네 짐작하셨겠지만 교회 다니구요...ㅠ저희 부모님도 교회를 다니시고 저도 어렸을땐 교회를 다녔었지만중학교 이후로 지금까지는 교회에 다니지 않아요
교회의 안 좋은 점을 너무 많이 봤어요...그래서 저는 종종 하는 얘기가모태신앙이라 어쩔 수 없이 그 종교적인 신념은 내 뼈 속 깊이 있지만신앙은 신앙이고 나는 그 '종교집단'에는 속할 수 없다고저에게 늘 교회가기를 바라시는 부모님께도 그렇게 말씀드렸어요
교회는 뭐 새벽기도도 있고 수요일에 보는 예배도 있고일요일 예배는 새벽부터 저녁까지 수도없이 많이 있고(유치부, 청소년, 청년부 등등등...)
교회에서 하는 활동도 많아요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곳도 있고 정기적으로 바자회를 열거나노인학교를 운영한다거나....
남자친구는 그 모든 활동에 참여합니다만나는 3년 동안 암묵적으로수요일, 일요일은 오빠랑 만날 수 없는 날이었어요
왜냐면 오빠가 교회에 가야하거든요...수요일 저녁엔 교회가야하고일요일에는 새벽부터 밤까지 하루종일 교회에 붙어있기 때문에오빠를 만나기는 커녕 연락도 잘 안 되는 날이 일요일이에요매일 아침에는 일어났냐 잘 잤냐오전에도 오늘 상사는 안 괴롭히냐 일을 잘 되냐점심 때는 밥 잘 먹어라 뭐 먹었냐이렇게 연락오고 연락 주고받던 사람이일요일에는 밤에 본인 교회에서 집에 가는 길에 전화통화 하는게 다예요...하루종일 진짜 연락도 안 됨
한 번은 심지어토요일에 교회에 볼일이 6시에 있었는데(교회 청년부? 뭐 하는데 도와줄 일 있다고 했음)3시에 만나자길래 아 잠깐보고 교회 갈건가, 아니면 취소됐나, 싶었는데3시에 저 만나서 놀고 5시에 갑자기자기 교회 잠깐 갔다올테니까 교회일 끝나고 8시에 다시 보자고 하더라구요잉............................?그래서 그 날은 그냥 오빠도 바로 집으로 가라고 해서 5시에 데이트 끝났어요
교회 다니는 사람들은 일요일을 주일이라고 해요제가 오빠랑 대화하다가 이번 주 일요일에는 친구 만나기로 했다이런 식으로 말을 하면오빠가 응, 이번 주 주일에? 이런 식으로 제 말을 고쳐줘요;;;;그럼 저는 그냥 아, 응.... 이렇게 반응하고 말구요...전 도저히 교회말이 입에 붙지를 않아요...
가끔 교회 전도사님이나 목사님이랑 약속이 생기면 그게 우선이었어요
수요일, 일요일에 저도 오빠따라 교회가서 교회데이트ㅋㅋ를 하면 되기야 했겠지만저는 결혼 후에 진짜 오빠따라 그 교회에 붙잡혀있을 수도 있는데결혼 전부터 그렇게 휘둘리고 싶지는 않아서ㅠ
처음부터 그 부분은 오빠한테 딱 얘기했었어요나는 이런 이유로 교회라는 종교집단에 거부감이 있는 사람이다다만 그게 종교 자체에 대한 거부감이라기보다는 그 집단에 대한 거부감이고나중에 정 원한다면 일요일 낮 예배에 같이 출석하는 정도는 할 수 있겠지만일요일 하루종일 교회에 있기 새벽기도 가기 교회 활동 다 참여하기 등등그 이상은 하기 힘들다그 모든걸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을 찾는다면 같은 교회 커뮤니티 안에서 좋은 사람을 찾아보시는게 맞는 것 같다고초반에 글케 얘기했었어요(소개팅으로 만났고 3번째 만나는 즈음에 보니까 자기 일요일엔 교회에 있어서 연락 잘 안 될거라고 하고 실제로 일욜엔 교회에 있으면서 핸폰을 거의 안 보는 것 같길래;; 그때 얘기했음)
그 때 오빠는 알겠다고 하고실제로 그 후로 최근까지 저에게 본인의 종교활동을 같이 하자고 하지도 않았어요
그런데결혼 얘기가 좀 나오다보니오빠가 저한테 자꾸 교회에 같이 가자고 합니다...
처음엔 일요일 낮 예배에 같이 가자고 하길래그건 저도 오빠랑 결혼하면 그렇게 하려고 생각했던거라 흔쾌히 같이 갔었는데그 한 번을 거부감없이 흔쾌히 수용한게 오빠한테는 모든 걸 받아들일 준비가 된 거라고 느껴진건지;;
점점 범위가 넓어지네요...
예를 들면 얼마 전에 일요일에 교회에 무슨 행사가 있는데오빠는 그 행사 준비하러 예배시간보다 몇 시간 일찍 (=새벽 6시까지) 교회에 가야한대요그런데 저도 어차피 낮 예배에 그 교회에 올거니까저 혼자 그 교회까지 혼자 가는게 아직은 좀 불편하고 어색할테니까자기랑 같이 가서 행사 준비도 같이 하고 낮 예배보고 오자고
이건 제가 6시까지 가려면 못해도 5시에 일어나야 하는데 피곤해서 그렇게 못 한다고 하고내가 불편할 거 같으면 내가 그냥 안 갈게 하고 말았어요안 간다고 하니까 아냐 그럼 그냥 낮 시간에 와 내가 교회 앞에서 기다릴게 그러는데그 때 저는 이거 그렇게 넘어가면 또 그럴 거 같아서아냐 안 그래도 볼일 있었다고 하면서 그 날은 교회 안 갔어요
그니까 그 날 교회 행사가 얼마나 좋았는지, 얼마나 '은혜로웠는지'를 그 날 밤에 계속해서 저에게 사진이랑 동영상, 카톡으로 보내면서 같이 있었으면 좋았을건데 아쉽다고 계속 그러더라구요...(일요일이니까 당연히 하루종일 연락없다가 교회에서 집에 가는 길에 연락함)
저는 그냥 응 그래 좋았겠네나도 오늘 일요일에 오랜만에 혼자 볼일봐서 좋았어 이러면서친구가 찍어준 사진 보내고 그랬어요그니까 오빠가 나랑 있는 것보다 친구랑 있는게 더 좋았냐고 그래서웃으면서 장난치고 얘기하다가 그렇게 흐지부지 넘어가고.......
그렇게 계속해서 교회의 다양한 행사와 활동 등의 일정에저를 같이 끼워넣으려고 계속 해요...이게 교회를 잘 모르는 사람이면 그거 좀 하면되지, 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저는 엄마가 교회다니면서 어떤 일들을 하는지 평생 옆에서 봤기 때문에이거 받아들이면 나도 엄마처럼 저렇게 다 해야한다... 싶은 생각이 들어서못 받아들이겠어요ㅠ
엄마 교회 다니면서 보통 사람들 회사다니는 것처럼 일하는데교회니까 당연히 봉사 개념으로 들어가서 월급이고 뭐고 엄마한테 돌아오는거 하나도 없어요오로지 엄마의 만족감 그 하나입니다...그마저도 엄마는 가끔 너무 부담스러워서 스트레스 받을 때도 있는데어쩔 수 없이 일할 때도 있고......
저희 새언니 조카 낳았을 때어제 출산하고 오늘 새언니 얼굴이며 온 몸 퉁퉁 부어서 병실에 누워있는데엄마 교회에서 병원 병실까지 와서 예배봐주겠다고 하는거엄마가 목사님한테 거절하는 말을 못 해서 어떡하냐고 끙끙거리고 있는거제가 소리지르고 화내서 뜯어말렸어요...엄마 그거 거절 안하면 내가 앞으로 엄마 안 본다고 난리난리쳐서 엄마가 거절했어요.
그 과정에서저는 언니가 다니는 교회도 아니고 언니 입장에서는 처음 보는 모르는 사람들이어제 갓 출산한 임부 병실에 와서 언니는 얼굴도 팅팅 부어서 씻지도 못하고옷도 병원복 말고는 제대로 갖춰입고 있지도 않은데거기 목사며 뭐며 생판 처음보는 아저씨들 아줌마들 들어와서 기도하고그거 결코 좋은거 아니라고 엄마 미친 시어머니 되고 싶으면 그거 하라고요즘 세상이 어떤 세상인데 교회에서도 자기 교인도 아닌 사람 병실에 막무가내로 그렇게 오겠다고 하냐고교회 개념없다고 변태냐고 남의 며느리 출산해서 누워있는데 왜 오려고 하냐고막 그래서 엄마는 또 그래도 좋은 뜻으로 그러는건데 왜 그러냐고 엄마랑 싸우고...
아니 저건 진짜 교회랑 목사가 너무 개념이 없는거 아닌가요......?저런거 해주면 엄마가 또 아무튼 감사하다고 식사 대접하고 목사한테 따로 돈봉투 쥐어줘야돼요저게 진짜 축복해주려고 오는거겠냐고요 돈 받으러 오는 거지(참고로 여기서 엄마 욕은 하지 말아주세요...ㅠ;;; 저희 엄마도 거절하고 싶은데 목사 기분 안 상하게 거절할 방법을 몰라서 전전긍긍했던거예요... 애초에 목사 기분을 왜 챙겨야 되고 그거 거절했다고 기분 상하면 그게 목회자인가 싶기도 하지만..... 거절해서 돈 못 받으니까 기분 상하겠죠)
오빠랑 결혼하고 제가 오빠랑 같은 교회 다니면그런 일 없으리란 법이 없잖아요...
일욜에 교회 몇 번 같이 가보니까 (매주 가진 않았음, 매주 가기엔 제가 너무 거북해서...)오빠도 막 울면서 기도하더라구요.........예배 끝나고 주변 사람들이 오빠한테 와서 울면서 기도하는거 봤다고뭐 교회말로 또 뭐 어쩌고 저쩌고 하고 (보기좋았다고;;)목사님이랑 또 뭐 오늘 받은 은혜가 어쩌고저쩌고...(교회는 예수교장로회로 우리나라에서 정상적인 개신교로 인정받는 교회 맞습니다... 지역에서 이름난 큰 교회고... 사이비 아니에요.... 물론 모르는 사람이 볼 땐 교회의 모든 것이 사이비같겠지만요..ㅠ)
그 모습이 너무 낯설고저에게는 거의 이중인격으로 느껴질 정도로 너무.... 너무 낯설고 충격적이었어요...
이 사람이랑 결혼하면 제가 겪어야 할제가 너무 거부하고 싶었던 수많은 종교적인 활동들그거 과연 제가 거부하고 지금처럼 살 수 있을지그렇게 못 할 것 같아서 너무 두렵고
무엇보다도 미래의 제 자식들이아빠 손에 이끌려서 아빠랑 똑같은 믿음 신앙을 가지게 될 게 무서워요그게 본인의 선택이면 모르겠는데 어렸을 때부터 세뇌되다시피해서 그런거라면.. 전 그건 좀 아니라고 생각하거든요저희 작은 집이 또 교회를 열심히 다녀서 사촌동생들도 신앙심이 깊은데가끔 그 집 부자와 모자의 대화를 들어보면 너무 낯설어요....;;;;저는 제 남편이랑 제 아이가 집에서 그런 대화를 하고 있는걸 수십년 보고 살 자신이 없어요..ㅠ
글 쓰다보니 이 결혼은 안 하는게 맞는 것 같기도 하네요..근데 또 내가 이거 하나만 감수하면... 이라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에요ㅠ사람이 너무 좋다보니... 단점없는 사람은 없잖아요..?
오빠도 원래 교회를 그렇게 다녔던건 아닌데오빠 고등학생 때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그래서 너무 힘들고 방황하던 중에 지금은 그 교회 목사가 된 전도사를 만나게 되었고거기서 아버지 잃은 슬픔과 고통에 대해 많이 위로받고 하면서좀 맹목적인 신앙심을 가지게 된 것 같더라구요....
그래서 저도 오빠에게 오빠의 그 믿음과 신앙은 조금 잘못됐다, 과하다고 하지 못하겠어요교회 열심히 다니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오히려 오빠가 모범사례인 경우이고;;;;아버지의 죽음을 위로받았던 그 신앙이 잘못된거라고 하면 뭔가 오빠가 뿌리부터 흔들릴 것 같아서...
오빠도 제가 결혼에 그다지 적극적이지 않고그 이유가 교회 때문이라는건 대충 눈치채고 있는 것 같아요근데 약간...호이 네가 이 부분만 수용해주면 나머지는 내가 진짜 잘 할게...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그래서 저도 이것만 감수하면 이렇게 좋은 사람이 없는데... 란 생각에 더 망설여지는 것 같고ㅠ
저희 엄마가 교회를 안 다녀서제가 차라리 교회문화에 대해 잘 몰랐으면에잇 그까짓거 감수하지! 라고 생각하고 홀랑 결혼했을지도 모르겠어요ㅠ그런데 너무 잘 알다보니내가 저걸 할 수 있을까..? 난 못 해, 하기싫어란 생각이 먼저 드는 것 같아요....
정말 어쩌면 좋을까요ㅠㅠㅠ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