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는 그렇게 나가셨다.

익명2018.07.01
조회59

나는 어제 가정폭력을 당했다.
.
.
.
나는 불면증으로 못 잔 잠을 자고 있었는데 누군가 오는 소리가 들려서 일어났다. 동생이 시험을 마치고 집에 온거로 알았는데 아빠셨다.
10년째 지방에서 일을 하고 계시는 아빠께서 오랜만에 집에 오셨다.
안부를 묻기 보다 집이 엉망이라면서 욕을 하셨고
다른사람들이 봐야한다며 동영상을 찍으셨다.
나는 일단 청소를 했다.
“내가 뼈빠지게 일하면 뭐해 이짓거리 하는걸”, “왜 이러고 사는거야” 하셨고 아빠는 화가 나셨다.
그래서 온갖 물건들을 다 던지셨다.
나는 “죄송합니다 지금이라도 청소할게요” 했지만 아빠는 던지는 것을 멈추지 않으셨다.
내가 그정도면 됐다고 했지만 “내 집이야, 내 마음대로 해도 돼”, “평생 이렇게 살아”, “칼로 죽여버리고싶네”, “불 질러버린다” 하시면서 계속 온갖 물건을 다 던지셨다.
전자기기, 옷, 음식, 화장품, 책, 인형 등 아빠 눈에 보이는 건 다 던지셨다. 그래서 현재 거실, 내방, 동생방, 침실,부엌이 엉망이다.
청소를 안한게 아니라 제대로 할 수 있었던 상황이 아니였다.
나는 손목과 발목 부상으로 계속 움직이면 안됐고 동생은 시험기간이라 낮,밤 가리지 않고 주말에도 학원을 갔었다. 엄마는 근무지에서 해결할 일이 갑자기 생기셔서 연락만 하시다가 잠들곤 하셨다.
상황이 겹쳐버린 것을 아빠는 무시하셨고 나의 안부 보다는 청소가 안됐다는 것이 아빠한테는 더 중요하셨다.
.
.
.
어제 이후로 우리 가족에게는 아빠가 없다.
아니,
어쩌면 내가 초등학교 4학년 때부터 우리 가족에게는 아빠가 없던 거였을 수도 있다.
.
.
.
아빠는 “돈 많이 벌어 올게” 라는 말을 남기시고 우리 가족을 떠나 지방으로 가셨다.
나는 아빠가 금방 돌아오실 줄 알았다.
그런데 하루하루, 1년, 2년, 3년, 매 해가 지날 수록 아빠를 만나는게 쉽지 않았다. 어느 순간에는 나의 가족에 아빠가 있었나싶었을 정도로 아빠의 존재감을 잃게 되었다.
365일 중에서 그나마 아빠를 많이 볼 수 있었던 때는 우리 가족이 아빠를 보러 여행 가거나 명절,경조사,겨울 밖에 없었다.
보통은 아빠와 떨어져 지내다가 만나게 되면 기쁜마음으로 반갑게 맞이하는게 맞다.
그러나 나는 아빠를 보는 것이 어색하고 무섭고 두려웠다. ‘가족인데 이러면 안돼’ 라는 다짐을 했었다. 그렇지만 오랫동안 비어있었던 아빠의 자리가 매우 컸기에 소용이 없었다.
아빠께서 집에 오시면 나는 집에서 청소만 하고 있어야 하고 끼니와 간식을 챙겨드려야만 약속에 갈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매번 아빠께서 청소 때문에 화내시는 일이 자주 있어서 무섭고 또 무섭고 무섭기에 이렇게 해야만 내 일을 할 수 있는 줄 알았다.
아빠는 나한테 요리 하는 방법, 청소 하는 방법, 빨래 등 집안일에 대해 가르쳐 주시거나 같이 한 적도 없으면서 “왜 그렇게 못하냐”, “나이 먹으면 뭐하냐”, “언제까지 부모 품속에서만 살거냐” 라는 잔소리를 하신다. 나는 말 없이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 했었다. 울면서 할 건 한다. 아빠 눈에는 나 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이 사는 모습을 보면 다 답답하다고 하신다. 그리곤 집을 나가신다. 그렇게 어제도 나가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