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사랑에게

나의나2018.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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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너의 글을 봤다. 사실 우연은 아니다. 내가 직접 찾아 들어가 보게 된 글이니까. 단지 너의 글 중 첫 구절을 빌려쓰고 싶어서였다. 이별한지 얼마되지 않은 너가 이런 저런 내용의 글을 적은 것만 같았는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 중에 내 이야기를 하는 것만 같은 글이 있었다. 사실 그 글의 주인공이 내가 아니더라도 꼭 언젠가는 하고 싶었던 말이었고, 너의 글을 본 순간이 기폭제가 된 것 마냥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싶어졌다.

너는 글을 참 잘쓴다. 우리가 처음만난 곳도 그런 곳이었으니까. 너의 글을 정말 오랜만에 보았지만, 몇 년 전에 묻어있던 원고지 냄새가 다시 돌아오는 것만 같았다. 넌 논리적이고 이성적이었지만 사람에게는 그러지 않았다. 아니, 나에게는 그러지 않았다. 그래서 너를 조금씩 좋아하게 됐던 것 같다. 지금도 충분히 어리지만 더 어린 시절이 지나가도 너는 항상 내 마음 한구석을 차지해 나를 툭툭 건드려왔다. 그렇게 풋사랑이 첫사랑이 되어갔었다. 연락이 차차 줄어들고 잊혀져갈때 쯤 다시 너에게 연락이 왔다. 그때의 너는 내가 필요했었던 것 같다. 난 ‘왜 이제와서야’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니가 차지하던 자리는 점점 커져만 갔었다. 내 마음 속 너가 걷잡을 수 없이 커져갈때 쯔음 너는 나에게 차가워졌다. 그 이유는 뭐였는지 아직도 모르겠지만 사랑이든 연애든 문외한이었던 나였음에도 너에게 다가갈 수 없는 거리를, 벽을 알 수 있었다. 내가 바보는 맞지만 그 정도도 눈치채지 못할 바보는 아니었으니까 그래도 난 그 거리를 좁혀보려고, 벽을 허물어뜨리려고도 노력했지만 역시나 되지 않았다. 거리와 벽의 주인은 너였으니까. 그렇게 또 시간이 흘러 우리 둘 다 좋은 사람을 만나게 됐었고, 너에 대한 마음을 조금씩 쓸어내릴 수 있게 됐다. 가끔 한 두번 만나 너와 어울릴 때 좋은 친구처럼 지낼 수 있게 됐던 것 같다. 그렇지만 너의 눈물을 봤던 그날만큼은, 너의 그 사람과의 문제로 인한 눈물은 날 또 건드려왔다. 그래도 난 너의 사람이 아니었기에, 또 그래선 안되기에 많은 도움을 주지 못했다. 만약 그 글의 주인공이 나라면, 혹 아니더라도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너도 나처럼 내가 너의 마음 속에 자리하고 있다면 그 자리를 쉼터로 만들자. 과거를 추억하고 싶을 때, 현재에 지쳤을 때, 미래가 두려울 때 쉴 수 있는 쉼터로 매김하자. 너의 말대로 너의 모든 걸 알려줬음에도 도와주지 못해서 미안해. 그렇지만 그 누구에게도 말하기 어려운, 힘든 이야기라면 나한테 이야기해줘. 누구보다도 잘 들어줄게. 마지막으로 너의 글을 읽고 가벼운 연락조차 하지 못할까 걱정이 앞서. 그렇지만, 욕심인걸 알지만 부탁이 있어. 우연으로 나를 만나 연인이 되지 못한 나를 좋은 인연으로 떠올려주길 바라. 웃으며 인사할 날이 오길 기다릴게.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