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노식] 살인의 추억에서 '향숙이~' 하던 배우

디씨뉴스2004.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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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털털한 배우가 되고싶다" 배우 박노식

지난해 봄,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향숙이~’라는 대사로 많은 영화관객들의 뇌리에 깊은 인상을 심어주며 무명의 연극배우에서 영화와 연극계의 조연배우로 떠오른 박노식. 영화든 연극이든 출연한 분량이 짧더라도 관객들이 머릿속에 오래 기억하게 하는 그와 가을햇살이 따가워 조금은 더웠던 오후, 따뜻한 차 한잔을 마시며 솔직하고 담백한 이야기를 나눠봤다.

◐ 俳優(배우)

[배우 박노식] 살인의 추억에서 '향숙이~' 하던 배우

  -어떤 계기로 연기를 시작하게 되셨나요?

박노식 : 어렸을 때부터 연기가 좋았어요. 초등학교때 교회의 ‘문학의 밤’, 크리스마스 이브, 여름성경학교 등의 행사에서 작은 무대였지만 그 곳에서 연극할 때마다 ‘나중에 배우가 되야겠다’는 마음이 생겼거든요.


-결정적인 계기가 있다면?

박노식 : 사회생활을 하기위해 서울에 올라왔는데 사회생활 적응을 잘 못했어요. 정해진 시간에 출근하고 퇴근하는 직장생활이 재미없었거든요. 그래서 머리도 식히고 다른곳에 관심도 가져볼겸 교회와 체육관을 다니게 되었죠. 그러다가 운동(킥복싱) 중 팔을 다쳤어요. 목사님께서 아는 정형외과에 갔는데 의사선생님께서 뜬금없이 “당신은 팔이 문제가 아니라 눈을 고쳐야 되요”라면서 “수술하면 고칠 수 있다”고 말씀하시는 거에요. 원래 제 눈이 사시였거든요. 고등학교 때는 “사시로 방치해둔 시간이 너무 오래되서 수술은 어렵다”고 해서 포기하고 있었는데 그 의사 선생님의 말을 듣고 거의 흥분했죠. 배우에게 있어서 사시는 치명적이거든요. 그래서 가족들 동의 없이 혼자 결정하고 서류에 싸인해서 교정수술을 받았어요. 수술뒤 길거리를 걷는데 전봇대에 연극배우모집 이라는 포스터를 발견하고 즉시 전화해서 극단에 들어갔어요. 수술하고 나니까 자신감도 생기더라고요.


-영화 <살인의 추억>의 대사 ‘향숙이~’가 유행어가 되면서 개그프로그램의 소재가 되기도 했는데요. 어떤 느낌을 받으셨나요?

박노식 : 기분 좋았고, 너무 고마웠어요. 제 연기를 다른사람이 하는 것을 보니까 감회가 새롭더라고요. 당시 출연해 달라고 연락이 많이 왔었는데, 너무 쑥쓰러워서 못나갔어요.


-영화 <살인의 추억> 촬영후 꿈속에서 화성연쇄살인사건 피해자가 등장했다는데 사실인가요? 사실이라면 꿈 꿀 당시 기분은 어떠셨나요?

박노식 : 네, 사실이에요. 촬영후가 아니라 영화 크랭크인 전, 대본을 받고 준비하고 있을 때 그 사건으로 돌아가신여자분들이 꿈에 나타나는 거에요. 그런데 그 꿈을 꾸면서 무섭다기보다 왠지 영화가 대박날 것 같은 느낌이 들었어요.


-무명시절 이야기 좀 해주세요.

박노식 : 작품이 안들어 오는 것은 다반사였고, 이름과 관련된 일로 맘고생 한 적이 있어요. 작고하신 원로 배우 중에 박노식 선생님이 계신데 저하고 한자이름까지 같거든요. 다들 ‘박노식’ 하면 그분을 떠올려서 저만의 이미지를 각인시키는데 애로사항이 많았죠. 한 번은 정일성 촬영감독님, 김수용 감독님과 94년도에 영화하고 있을 때 제가 두분께 이름을 바꾸고 싶다고 했더니 김 감독님이 “안바꿔도 밥먹고 사니까 바꾸지 마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말을 듣고 자신감을 가지고 안바꿨어요.
요즘은 조금 유명해져서 많이 나아졌지만, 예전에는 외모 때문에 지하철역의 “도를 아십니까?” 아줌마들의 집중대상이었고, 늘 모자와 선글라스를 끼고 다녀서 가끔 경찰에게 불심검문을 받기도 했던 적도 많았어요.

[배우 박노식] 살인의 추억에서 '향숙이~' 하던 배우

-생계를 위해 과거 노점을 할 때 무슨 물품을 파셨나요?

박노식 : 대학로에서 선배와 같이 인형이나 지갑, 라이터 등을 팔았어요..


-스타가 되고 노점은 계속 하셨나요?

박노식 :<살인의 추억> 개봉하고 나서도 약 한달 동안 노점을 했어요. 알아보는 분들이 많아서 장사가 좀 잘됐어요. 그런데 알아보시는 분들이 많아서 그만뒀죠. 일도 많아지기도 했고요. 지금도 하고 싶은데 이젠 자리가 없어졌어요. (웃음)


-영화 <살인의 추억>으로 무명의 설움을 씻으셨는데요. 유명인이 되시고 달라진 점을 말씀해주세요.

박노식 : 많이 달라졌죠. 우선 많이 알아봐 주셔서 그동안 거의 들어오지 않았던 섭외가 많이 들어왔어요. 특히 지난해는 제가 정신을 못차릴 정도로 한꺼번에 여러작품이 들어오기도 했어요. 지금도 꾸준히 들어오고 있고요.
또 그동안 저를 몰랐던 연극계 선배님들이 많이 알아보시면서 “같이 공연하자”는 제안도 많이 들어오는 것도 달라진 점 중 하나죠. 잘 모르시겠지만 연극계에는 예전의 저처럼 무명으로 지내는 배우들이 2천명~3천명 정도가 있거든요. 이 말을 들으면 얼마나 기쁘겠어요? 가슴이 뭉클해지는 등 그 감동은 말로 표현할 수가 없답니다.


-유명해지고 수입의 변화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박노식 : 예. 물론 변화가 있죠. 아무래도 이전보다 조금 더 벌어요. 그렇다고 너무 많이 버는 것은 아니구요. 노점을 안해도 먹고사는데 지장없는(쑥쓰럽다는듯) 정도랍니다.


-대본 연습하시는 본인만의 방법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박노식 : 대본 받으면 열번 정도 아무런 생각없이 읽어요. 그러다가 대본보면서 행동 연습하고요. 때로는 노래 부르면서 대사한번 읽어보고 장면을 상상하기도 한답니다.


-가족들의 반대도 심했을 것 같은데요. 누가 가장 심하게 반대하셨나요?

박노식 : 형들이 가장 심했어요. 멀쩡한 직장 때려치고 생계 유지도 어려운 연극한다고 많이 반대했죠. 그런데 지금은 가장 적극적인 저의 팬이자 서포터가 되셨답니다.(웃음)

◐ 我(나)

-현재 자신의 모습, 그리고 생활에 대한 만족도는 어느 정도 인가요?

박노식 : 솔직히 예전의 모습, 유명하지 않았을 때의 모습을 더 좋아해요. 조금 유명해지니까 이것저것 힘든 것도 많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제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어요.


[배우 박노식] 살인의 추억에서 '향숙이~' 하던 배우
-배우를 안했다면 지금쯤 어떤 일을 하고 계셨을까요?

박노식 : 초등학교 때부터 배우가 하고 싶었기 때문에 생각해 본적은 없어요. 굳이 이야기하자면 아마 회사에 입사에서 평범한 셀러리맨이 되었겠죠. 아니면 꽃 화훼관련 일을 하고 있을 수도 있겠구요. 제 고등학교 전공이 화훼(국화 분재) 관련이라 아마도 그쪽 일을 하고 있지 않았나 싶어요.


-좋아하거나 존경하는 배우(국내외)는 누구인가요? 있다면 존경하는 이유도 말씀해 주세요.

박노식 : 최민식, 설경구, 송강호 선배님을 좋아하고 존경해요. 이분들같이 좋은 배우가 되는게 꿈이 거든요. 이분들은 스타라기 보다 배우라는 생각이 들어요.


-나이가 들면서 잃어버린 것 중에 제일 아쉬운 것은?

박노식 : 매사 아쉬운게 많은데 특히 작품을 선정할 때마다 ‘이 작품을 할걸’하는 아쉬움이 제일 많아요. 모든 배우들이 작품을 고를 때 신중하지만 제가 그동안 실수한게 많거든요. <올드보이>, <태극기 휘날리며>도 들어왔었는데 어떻게 하다보니 못하게 됐어요. 감독님들이 <살인의 추억> 보시고 인상이 깊었나봐요. 그런데 제가 놓쳤죠. 지금 생각해도 너무 안타까워요.


[배우 박노식] 살인의 추억에서 '향숙이~' 하던 배우
-박노식씨 인생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박노식 : 무엇보다 연기죠. 요즘은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래서 열두시 넘어서 극장에서 예전에 연습하던 것처럼 혼자서 연기 연습을 조금씩 하고 있어요. 그렇다고 많이 하는 것은 아니구요. 조~금.(웃음) 술마실 시간 조금 줄이면 가능하거든요.


-여가시간에는 무슨 일을 하시는 편이신가요?

박노식 : 영화나 비디오 보고, 극장가서 공연 보는 등 거의 연기와 관련된 것을 해요. 그런데 요즘은 여행이 가고 싶더라고요. 아무런 생각없이 돈 없으면 일해서 벌어 쓰는 무전여행을 하고 싶어요. 그래서 내 자신을 되돌아보고 싶어요.



-친하게 지내는 배우나 연예인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박노식 : 살인의 추억을 찍었을 때 송강호, 김상경씨를 비롯한 출연진들. 그리고 최근 같이 출연하고 있는 윤정수를 포함한 <미라클> 출연진들. 연극무대에서 같이 일하는 선배, 친구들이 있어요.
◐ 念(생각)

-영화 <살인의 추억>에서 인기를 얻은 뒤 많은 섭외가 있었을 것 같은데요. 굳이 연극 <날보러와요>를 선택하신 이유를 말씀해 주신다면?

박노식 : 원래 전 연극을 하던 사람이니까요. 당시 미니시리즈도 들어왔는데 그걸 접고 연극판으로 갔는데 연습을 많이 못했어요. 일주일 연극하는데 다섯시간 밖에 연습을 못했거든요. 관객여러분들께 너무 죄송하다는 생각밖에 없어요. 변명처럼 들리실지 모르겠지만 그때 <살인의 추억>으로 유명해져서 방송인터뷰가 너무 많았어요. 예를들면 분장실에 있는데 인터뷰하다가 바로 무대로 올라가기도 했거든요. 그래서 집중이 안되서 역할에 몰입하기가 어려웠어요.


[배우 박노식] 살인의 추억에서 '향숙이~' 하던 배우
-연극이 더 좋으신가요?

박노식 : 아니요. 영화가 더 좋아요. 영화는 시간이 많아서 연습도 많이 하고 본인이 마음에 들어하는 장면이 나올 때 까지 찍을 수 있어서 보다 몰입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데, 연극은 라이브잖아요. 무대에서 한번에 몰입해서 연기를 해야하니까요. 그래서 연극이 더 어려운 것 같아요.


-배우가 되서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박노식 : 후회없을 정도로 다 좋아요. 그런데 좀 유명해지니까 부담되는 면이 있는 것은 사실이에요.


-지금의 박노식이 있기까지 도움을 주셨던 분들이 있다면?

박노식 : 누구보다 예전에 같이 장사했던 표철환(연극배우) 형의 도움이 가장 컸죠. 제가 힘들때마다 술을 잘 못하는데도 마시는데 같이 있어주기도 하시고 충고도 많이 해주시고 그랬죠. 지금도 형 장사하는 곳 날마다 간답니다.


-다음 작품은 정해지셨는지요? 정해졌다면 작품에 대한 설명과 앞으로 해보고 싶은 배역, 연기에 대한 계획을 말씀해 주세요.

박노식 : 지금 회사에 소속되어 있는데 어디에 소속되기 보다 그냥 예전처럼 혼자 하고 싶어졌어요. 다음작품 계획은 있는데 아직은 자세하게 설명할 단계는 아닌 것 같네요. 어느 배역에 상관없이 들어오는 작품에 충실하려고 해요. 그런데 전작들의 영향 때문에 현재 제 캐릭터에 한정이 되어 있어서 그게 조금 걱정이에요. 그래도 굳이 이야기하자면 과거 맡아왔던 캐릭터와 정반대의 모습을 연기하고 싶은 바람이 있어요.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으세요?

박노식 : 털털한 배우가 되고 싶어요. 별다른 의미는 없지만 느낌으로 털털한 배우가 좋을 것 같아요.


[배우 박노식] 살인의 추억에서 '향숙이~' 하던 배우
-현재 팬카페가 4천명이 넘었는데요. 특별히 이 카페에 오는 네티즌들에게 하고싶은 말씀이 있다면?

박노식 : 자주 글을 쓰고 있지만, 저 같은 사람을 좋아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있어요.


-팬카페 회원들과 모임도 가지시던데 모임이야기와 팬들에 대해 이야기 해주세요.

박노식 : 개인적으로는 여성팬들이 많았으면 하지만 남성팬들이 많아요. 그런데 팬미팅 할때는 남성팬보다 여성팬이 더 많아요. 연령대는 10대에서 40대까지 다양하고요. 그리고 저희는 한번 만나면 다음날 아침까지 술마시는데 마지막엔 꼭 포장마차를 간답니다. 처음엔 연기이야기로 시작하다가 나중에는 인생상담, 세상사는 이야기까지 해요. 요즘 자주 못만났는데 조만간 모임을 가질 예정이에요.


-기억에 남는 팬이 있다면?

박노식 : 제 카페를 운영하는 회장이요. 저보다 세살 어리신 여성분인데 자기 일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카페관리는 물론 행사도 주관, 연기 모니터링 등 굉장히 열성적으로 저를 서포터 해주고 있어요. 그래서 늘 그 친구한테 감사하고 있어요.


-디시인사이드를 아시나요?

박노식 : 제가 컴퓨터를 잘 못해서 디시인사이드를 잘몰라요. 죄송해요. 그래도 이렇게 관심가져 주시고 인터뷰 요청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마지막으로 디시인사이드 폐인들과 팬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박노식 : 우선 관심가져 주셔서 감사드리고요. 항상 건강하시고, 하시는일 잘되시길 바래요.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여러분이 실망하지 않는 박노식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12월에 개봉 예정인 <역전의 명수>도 많이 사랑해 주세요.(웃음)


인터뷰 내내 겸손하고 소박한 모습으로 배우라기보다 오래된 이웃 같이 편안했던 배우 박노식. 그런데 요즘 그는 갑작스런 유명세가 부담스러웠던 탓인지 조금 방황하고 있다면서 연극을 시작했던 초심(初心)으로 돌아가고자 노력하고 있단다. 그가 바라는 털털한 배우가 되기 위한 노력이 헛되지 않도록 후회없을만큼 좋은 작품을 선택해 백광호같이 인상깊은 캐릭터로 관객들 앞에 등장하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