털어놓을곳 없어서 쓰고가는 탈덕일기

ㅇㅇ2018.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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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이라는 이름 달고 산지도 세보니까 4년 지났어
입덕 계기는 기억도 안나 그냥 뭔가에 홀린 것처럼 계정 만들고 사진 줍고 그랬나보다
그땐 팬덤 문화도 용어들도 다 신기해서 덕질이 마냥 재밌었어 서툴게 팬아트도 그리고 이벤트도 다 참여해 보고 친목도 정말 좋아했었어 팬아트 그린다고 용돈 모아서 타블렛도 샀었네 데뷔 n주년 스밍이벤트 게시판에 스밍 뭔지 몰라서 핸드폰 음악플레이어 캡쳐해서 올렸던 기억도 난다..ㅋㅋ

난 어떤 앨범의 공백기때 입덕했었고 그해 여름 최애 둘이 유닛으로 데뷔한다는 티저가 나왔어 그때 처음 스밍이라는게 뭔지 알았고 다 처음이라 스밍권 사기에도 조심스러워서 무료스밍 100회 얻어서 세가면서 돌렸어 그때 가족여행중이었는데도 한시간에 한번씩 캡쳐해서 스밍이벤트 참여하고.. 쇼케이스 다시본다고 새벽에 자고 .. 앨범 사달라고 엄마한테 부탁도 해보고 ..

그때부터 돈 모아서 슬로건 사고 야광봉 사고 품절될까봐 주문해달라고 집에 부탁도 하고 아이돌 인형이 막 등장했을 시기라서 돈 생기는대로 인형 지르고 비공굿 막 사고 학원갈때마다 은행 들리고(그러다 돈필요해져서 인형 다 팜)
꼭 여행날짜랑 컴백이랑 겹쳐서 스밍하다 하루만에 데이터 다 쓰고 뮤비 봐야된다 쇼케 본다 이러면서 혼자 숙소에 있거나 차에 남아있고 온갖 밉상짓 다 했어 타이틀은 내취향이랑 정반대였는데도 나중에 보니 제일많이들은 노래가 되어있는 마법 ! 그래도 진짜 행복했던거 같아 그때 봤던 쇼케이스 브이앱 장면 하나하나가 아직도 기억이 나는거 보면

1년차가 되고 2년차가 되면서 점점 돈 쓰는 일이 많아졌고 누가 본진 욕하면 인용해서 토달고 욕하고.. 덕질에 돈 못쓰게 하는 집에 사는 친구 이해 못하고전시회도 가보고 공식도 가입하고 처음하는 티켓팅 성공해서 팬미팅도 가고 그때까진 진짜 좋았는데
아무래도 중소회사인데다가 팬덤도 큰 상승세가 없고 대중성이 떨어진다는 평도 많고 음원순위 때문에 팬덤내에서 싸움이 나기 시작했어 그땐 우리끼리 으쌰으쌰 해서 더 열심히 노래듣고 홍보하면 될줄 알았는데 힘들게 음악방송 1위해도 욕 먹고 그 이전 활동은 빈집털이다 뭐다 이런말까지 듣더라
기분나쁜만큼 더 열심히 했어 그런거 안보고 안들을려고 학교에서 누가 본진 욕하면 싸움도 했고 아무도 안들어주는데 혼자 홍보하고 다녔어

3년 중간쯤 되니까 누가 너 누구 좋아해? 물어보면 나 뫄뫄 좋아해 이러긴 하는데 진짜 좋아하는게 맞나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어 티저를 봐도 예전처럼 설레지도 않고 감탄사도 안나오고 오열하는 사람들은 왜 저러나 싶고 뭘해도 아 했구나 하고 넘기고.. 근데 티내기 싫어서 일부러 좋아하는 티 더 냈어 야 우리 컴백한다 ㅠㅠㅠ 이러면서. 근데 순위도 안오르고 스밍도 점점 의미가 없어지는거 같고. 웃긴건 그 시기에 돈을 제일많이 쓴거 같아 콘서트 간다고 11만원 달라 하고 ...
지금 판에 있는 글들 보면서 생각해보면 탈덕 부정기였던건가 싶기도 해
근데 참았어 다음에 더 좋은 자리 구하면 괜찮아지겠지 하면서 그리고 투자한 돈도 아까웠거든 그 다음에 나온 노래가 거의 내 취향이 아니었는데도 해야 하는 의무니까 또 죽어라 스밍 돌리고.

4년차인 지금 작년에 비해 많은게 바뀌었고 많이 바빠졌어 컴백을 했는데 노래가 별로인 거야(개취니까 넘어가줘) 스밍할 상황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해보겠다고 돌렸는데 음원 성적이 점점 안좋아 지더라고 그러니까 의욕은 떨어지고 나쁜 생각까지 하게 됐어 지금 텍스트로 오열하는 저 사람들은 진짜 다 좋아서 오열하고 있는 건가. 나만 연기인 건가 하는 생각. 그와중에 뭘 못놓았는지 또 공식 가입함
팬이라고 말하기는 하지만 진짜 좋아하는 게 맞는지 싶은 그런 시기야 예전부터 그랬지만 지금은 가끔 현타도 오고. 좋아한다고 말하면 양심에 찔릴 때도 있고.. 굿즈가 나오면 사고싶다는 마음도 있지만 파니까 산다 하는 것도 없는게 아니고..

나랑 비슷한 사람이 있나 싶어 판에 물어봤는데 대부분이 권태기가 온거라고 하더라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진다, 조금 쉬면 된다, 위로가 되는 본진 노래를 들어봐라 등등 조언을 해줬지만 아무것도 도움이 안 됐어 마음 돌릴수 있을까 싶어 방금 전곡을 다 뒤졌는데도 내가 위로받았던 노래는 없었거든
최근 콘서트에 가서 처음으로 오피셜 굿즈를 사 보고 스탠딩도 처음으로 뛰어봤어 실물 보면 다시 좋아질까 하는 마음으로.(티켓팅 성공하면 가자였는데 운좋게 잡음) 근데 힘들기만 했어 밀려서 죽는줄.. 그 공간에 함께 있었다는 자체로는 좋은데 일반인이랑 갭차이가 너무 심한 사람들이라 저게 사람인가 싶고 다른 세계인거 같아서 또 현타 맞고..

봐도 아무 감정 없는데 이게 팬이 맞나 싶어서 진짜 정리해야 할까 싶은 시점에 최애가 솔로 데뷔를 한데 역시 아무 느낌 안들었어 설레지가 않았어 그냥 아 하는구나 하고 말았어 근데 이제 안좋아해 말하면 지금까지 내 덕질 지켜본 주변 사람들이 더 충격받을까봐 일부러 더 신난다고 방방 뛰어다녔어 앨범 샀는데 뜯을 마음이 안들더라 그래서 반품하려고.

관심가는 아이돌이 생기긴 했는데 입덕의 기준이 뭔지도 잘 모르겠고 또 지금처럼 감정 식을까봐 함부로 시작하지도 못하겠어 그냥 감정소비 돈소비 안하고 얕게 응원하는 게 나한테 맞나 봐

잠깐이었지만 내 인생의 일부였던 그 사람들을 이제 놓으려고. 성적에 욕심 없고 병크도 남들보다 적었고 정체성 확실한 분들. 부족한 팬이라 미안했고 행복하세요

쓸데없는 조언 해주자면 너무 돈 많이 쓰지 말고 남들 하는거 못 했다고 조바심 느끼지 마. 그게 나중엔 스스로를 괴롭히게 되니까

긴글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