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아재가 먹은 7월 학교급식

Nitro2018.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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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번 글의 호그와트 학생식당(https://blog.naver.com/40075km/221320768296)이 CIA에서 가장 유명하긴 하지만, 그 외에도 학생 식당은 두 군데가 더 있습니다.

The Egg는 기숙사 옆에 위치한, 좀 일반적인 학교 카페테리아 느낌이 나는 식당이지요. 

피자나 햄버거, 미국식 중국음식 등을 주로 판매합니다. 물론 퀄리티 자체는 패스트푸드라기보다는 정식 레스토랑에 더 가깝습니다.

그닥 크지도 않은 학교 캠퍼스에 학생 식당 세 곳, 학교 부설 레스토랑이 세 곳, 전용 양조장까지 있으니 음식에 대한 공부는 끝이 없구나 싶기도 하네요.


 

랍스터 롤과 뉴 잉글랜드 스타일 클램 차우더.

클램 차우더는 생선 뼈 육수에 조개 관자나 생선 살, 감자 등이 들어가는 크림 수프입니다. 

똑같은 클램 차우더라도 맨하탄 스타일은 전혀 다른 수프가 되지만요.  

조만간 한 번 만들면서 따로 포스팅을 올릴 예정인 메뉴지요.

랍스터 롤은 진짜 랍스터 살이 듬뿍 들어갔습니다. 어떻게 아냐구요? 주방에 산더미처럼 쌓인 랍스터 껍질을 갈고 있는 모습을 봤거든요.


 

메인 메뉴는 치킨 팟 파이. 

오늘 먹은 팟 파이는 국물이 적은 치킨 스튜 위에 버터밀크 비스킷을 얹어서 나왔습니다. 

보통은 고기가 든 파이 형태이거나, 보울 위에 파이 크러스트를 얹어 구운 형태가 일반적인데 이건 좀 특이하네요.

팟 파이라고 할 수 있는 건지 좀 궁금해 집니다.


 

다른 날 먹었던 메릴랜드 스타일 크랩 케이크. 

맛이 없는 건 아닌데, 아무래도 살아있는 게를 직접 잡아 만들었던 크랩 케이크(https://blog.naver.com/40075km/221077957388)에 비하면 좀 질이 떨어지는 느낌입니다.

아무리 검증된 레시피로 숙련된 셰프의 지도아래 열심히 만들어도 상업형 주방의 특성상 아마추어가 만든 요리를 따라올 수 없는 경우가 간혹 있습니다. 

다만, 소스와 코울슬로는 확실히 맛있네요. 다음에 크랩케이크 만들 때 참고해야 할 듯 합니다.


 

디저트로 나온 아이스크림과 초콜렛 브라우니. 

언제나 디저트용 케이크나 과자가 널려있는 곳이다보니 이제는 그럴듯하게 플레이팅 된 디저트만 골라먹고 있습니다.

버터 크림 케이크 같은 걸 나올 때마다 주워먹으면 그 칼로리를 다 소모 할 방법이 없거든요.

중간에 하얀 백설기처럼 생긴 건 약간 몽글몽글한 질감의 무스인데 꽤나 신기한 식감이더군요.

초콜릿 소스가 푹 퍼진 게 살짝 아쉽기는 합니다. 스푼으로 한 번 스윽 그어줬으면 좋았을텐데...


 

검보 수프, 사과 버터를 바른 콘브레드, 그리고 시골 스타일로 만든 햄을 곁들인 비스킷입니다.

사이드 디쉬로 나온 음식들인데 다들 맛있습니다.

특히 검보 수프는 악어 고기가 들어간 것이 특징. 

요리 재료 목록에 앨리게이터라고 되어 있어서 "악어? 진짜 악어? 악어라는 이름의 콩이나 채소가 있는 게 아니라 진짜 악어?"라고 확인을 하기도 했지요.

하긴, 미시시피강 주변에는 악어가 많이 산다고 하니 남부 요리에 악어가 재료로 들어가는 것도 그닥 놀라운 일은 아닌 듯 합니다.


 

메인 메뉴는 텍사스 스타일 쇠고기 바베큐를 넣은 햄버거.

안그래도 미국 남부 요리 스타일이 "고기!"라고 외치는 느낌인데 여기에 바베큐를 해서 넣으니 "고기고기!"의 느낌이 강력하게 듭니다.

그러고 보니 학교 동아리 중에 바베큐 클럽도 있는데, 슬슬 적응 끝나면 한 번 들러봐야겠네요.

곁들이 메뉴로는 코울슬로와 허쉬파피가 나왔습니다. 예전에 직접 만들어 본 적이 있는 메뉴(https://blog.naver.com/40075km/221270448466)라서 반갑기도 하고, 다른 한 편으로는 호승심이 일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워낙 간단한 메뉴라서 크게 차이는 없는데, 소스가 허쉬파피와 굉장히 잘 어울리네요. 

앞으로는 허쉬파피 만들면 바베큐 소스 만들어서 찍어 먹어야 할 듯.


 

전채로 나온 새우 튀김과 콜리플라워 크림 수프.

크랜베리 소스를 곁들인 새우 튀김도 좋지만, 그보다는 콜리플라워 크림 수프에 더 집중합니다.

화려한 소스를 곁들인 새우 튀김이 겉보기에는 멋있지만, 실제로 만들기 어렵고 제대로 깊은 맛을 내기는 더 어려운 게 콜리플라워 수프라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지요.


 

메인 메뉴인 비프 스튜.

아는 만큼 보인다더니, 예전에는 멋있다고 맛있다고 연신 되뇌이며 아무런 불만 없이 먹었을 메뉴인데 

요즘엔 '당근 토르네 모양이 왜 이래?'라며 굉장히 깐깐하게 훑어보곤 합니다.


 

블랙베리 소스를 곁들인 연어 요리를 메인으로, 칠리 소스를 곁들인 오리고기 햄과 해산물 수프, 사워 크림 소스를 곁들인 훈제 송어가 사이드 디쉬로 나왔습니다.

뭐랄까, 주 재료와 소스를 어떻게 조합하는지 좋은 공부가 된 한 끼였습니다.

기름기 있는 연어나 오리고기에 과일 소스는 꽤나 많이 접해봤지만 칠리 소스는 처음이라 그런지 신선하면서도 왠지 익숙한 느낌이었네요. 고추장 오리 주물럭이 떠오르는 맛이어서였을까요.


 

디저트 플레이팅은 매일 나오는 게 아니라 항상 주의를 기울이게 됩니다.

돌돌 말린 초콜렛 안에 아이스크림을 어떻게 밀어넣었는지 신기하네요.

딸기 콤포트나 무스, 아이스크림, 쿠키를 한 개 한 깨 떼어놓고 보면 그닥 대단할 게 없는 요소인데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다 만들어서 예술적으로 배치하면 시너지 효과가 엄청납니다.


 

잡곡밥을 곁들인 중국식 미트볼. 

고급 중식당에서 이것저것 먹어 본 경험이 있는 입맛에는 그냥저냥 괜찮은 수준의 요리지만,

현재 지리적 특성을 감안하면 보너스 점수를 꽤나 후하게 주게 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놀란 건 사이드 디쉬로 나온 한국식 비빔국수.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비빔국수는 역시 남이 해주는 거라는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닫습니다.


 

요리 학교 특성 상 주방이 엄청나게 많고, 그 중에서도 학생들에게 서빙하는 이른 바 프로덕션 키친의 수도 십여 곳이 넘습니다.

아시아 요리, 지중해 요리, 일품 요리, 대량 생산 요리 등 다양한 주제를 갖고 있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것은 아메리카 주방.

미국 요리만 해도 그 뿌리는 유럽의 다양한 나라들인데다 독자적으로 발전시킨 요리도 많아서 그 범위가 넓은데, 그 뿐 아니라 중남미까지 다 포함하면서 맛 볼 수 있는 요리의 스펙트럼이 정말 다양하기 때문이지요.

거의 매일 한 끼는 아메리카 주방에서 해결하다보니 담당 셰프랑 안면 트고 이야기도 주고 받곤 합니다.

그러다보니 '오늘 물고기가 물이 좋다던데 이걸 먹을까, 안토지토(Antojito: 멕시코식 에피타이저) 샘플러를 먹을까' 고민하고 있으면 셰프가 "뭘 고민하고 그래? 둘 다 가져가!"하고 선심을 쓰기도 하지요.

멕시코 음식을 먹으면서 느끼는 거지만 신선한 아보카도로 만든 과콰몰리는 진짜 어디에도 잘 어울리는 듯 합니다.


 

여러가지 콩 요리를 곁들인 세비체와 샐러드.

세비체는 중남미에서 먹는 일종의 회인데, 생선회를 뜬 다음 레몬이나 라임 소스를 뿌려서 먹습니다.

탱탱한 식감의 활어회나 감칠맛 넘치는 선어회와는 또 다른 느낌의 요리입니다.

날생선 먹기가 쉽지 않은 미국인지라 간혹 세비체 나오면 빛의 속도로 달려가서 먹게 되지요.


 

브라질의 전통음식, 페이조아다(Feijoada).

옛날 흑인 노예들이 주인집에서 먹다 남은 고기를 페이조라고 불리는 검은 콩과 함께 요리한데서 유래한 음식입니다.

그래서 밥과 콩 외에도 소고기와 돼지고기가 다양하게 들어간 것이 특징이지요.

평소에는 먹기 힘든 돼지 혀, 잡고기 소시지, 갈비 끄트머리 등이 종합 선물 세트로 나옵니다.


이렇게 열심히 먹다 보면 이상하게도 더 다양한 음식을 먹고 더 많은 이야기를 알고 싶다는 욕망이 불타오릅니다.

주방 한 곳에서 만드는 요리만 해도 이렇게 다양한데, 다른 주방에서 만드는 요리까지 포함하면 그 범위는 더욱 넓어지고, CIA 뉴욕 뿐만이 아니라 캘리포니아와 텍사스 분교에서 특징적으로 다루는 요리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세계는 넓고 먹을 것은 많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