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꿀꿀이 바구미 번외 (01)

마쉬맬로우2004.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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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외] 수암의 어느 날



수암은 벌써 5분째 떡볶이를 파는 포장마차앞에서 자리를 떠나지 못하는 중이었다.



‘이천원이면 하루용돈. 저것을 먹으면 최첨단 CDP를 살 수 있는 날이 하루 늦어질 수도 있는 것을. 아하 어이하면 좋단 말인가. 지금 수중에 있는 돈은 십만 오천 구백원, 저것을 취하면 십만 삼천 구백원이 남는군.’



포장마차에서 고민하는 것만 근래에 들어 세 번째 일이었다.



‘이십만원을 모으려면 아직 한달은 있어야 하는데. 참아야 하느니.’



참아야한다면서도 발길을 쉽게 떼지는 못하고 있었다.



‘헌데 씨벌건 쌀떡볶이가 먹어달라 사정을 하고 있군. 저걸 입에 넣으면 매콤하면서도 쫄깃쫄깃 할 터인데.’




한걸음 떡볶이에게로 다가섰다.


수암을 바라보는 아줌마의 기대어린 눈빛은 흔들리고 있었다.



‘아니 되지. 이런 유혹에 흔들리면 아니 되는 거야.’



한걸음 떡볶이에게서 멀어졌다.


아줌마의 눈빛은 곧 실망스런 눈빛으로 변했다.



‘하루쯤 늦어지면 어떠한가? 아직은 젊으니 이렇게 쉬어간들 누가 뭐라 하겠는가? 성장기 고등학생이니만큼 먹어야 키도 클 것이다.’



한걸음 더 가까이.



“학생! 살 거야, 말 거야?”



아줌마는 급기야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예? 뭐라고 하셨습니까?”


“사람 놀리는 것도 아니구 자꾸 들어왔다 나갔다 할래?”


“생각할 시간을 조금만 더 주십시오. 쉬운 결정이 아니군요.”


“떡볶이 사면서 무슨 고민이 그렇게 많아?”



아줌마는 화가 난 듯 떡볶이를 있는 힘껏 휘저었다.


잘 버무려진 떡볶이들은 반지르르 윤이 나는 것이 수암의 마음을 더욱 애타게 만들었다.


‘어머니께 이천원 잃어버렸다고 말하면 주지 않으실까? 아니야. 만약 돈을 주셔도 그 돈도 보태야해.’



아쉬운 발걸음을 돌리려 할 때였다.



“어머, 민국학생 아니야?”



얼마 전 수암에게 점을 보고 치킨 집을 내기로 한 아줌마였다.



“안녕하셨습니까?”


“안 그래도 집에 찾아가려고 하던 참인데 잘됐네.”


“점을 또 보시려구요? 얼마 전에 보지 않으셨습니까?”



점을 봐주어도 돈은 항상 수암 어머니의 주머니로 들어가기에 수암은 늘 가난했다.



“아니. 우리 치킨 집 내는데 전단을 찍어야 하거든. 학생이 모델 좀 해줘.”


“모델이라 하셨습니까?”



‘내가 잘 생기긴 하였지.’



“응. 그냥 닭 먹는 사진 몇장만 찍으면 돼. 어렵지 않아. 아줌마가 용돈도 줄께.”


“돈이라고 하셨습니까? 얼마를 주실 건지.”


“이십만원정도면 될까? 해줄 거지?”



‘이런 횡재수가.’



“도와드려야지요. 어머니 친구 분인데 어찌 마다할 수가 있겠습니까? 대신 어머니께는 비밀로 해주십시요.”


“그건 좀. 나중에 알게 되면 더 곤란한데.”


“어머니가 아시면 못하게 하실 지도 모르기에 드리는 말씀입니다.”



거짓말이었다.



“그래. 좋다. 나도 잘난 아들 뒀다고 유세떠는 거 안 봐도 되니까 그렇게 하지 뭐.”



아줌마는 선금이라며 십만 원짜리 한 장을 건네주었다.


수암은 아줌마가 가고 난 후 당당히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아주머니! 떡볶이 이인분과 오뎅 일인분을 포장하여 주십시요.”




촬영 당일.


수암은 아줌마의 치킨 집으로 가기위해 버스에 올랐다.


타자마자 사람들의 시선은 수암에게 쏟아졌다.


그런 시선을 은근히 즐기는 수암이었다.



‘흠모어린 여인들의 눈길. 나쁘지 않군. 보는 눈들은 있어가지구서는.’



“다슬아! 재봐! 장난 아니다.”



‘저쪽 소녀들은 아주 난리가 났군 그래.’



“진짜 좀 생겼다. 근데 잘 생기면 뭐하냐? 남의 떡인걸. 저런 애가 우리를 쳐다나 보겠냐? 나리정도는 돼야지.”



수암은 다슬이라는 여자애를 뚫어져라 쳐다봐주었다.



‘오호! 나도 쳐다는 볼 줄 아는 사내요.’



“너 쳐다보는데. 니 얘기 들었나봐.”


“그러니?”



다슬은 아까의 퉁퉁거림을 버리고 갑자기 수줍게 돌변했다.


수암은 혹시라도 그 외모에 공주될까 염려되어 다시 창가로 눈을 돌렸다.



“나리말이야. 개 죽었다면서. 얼굴 예쁘고 성격도 좋아 다들 부러워했는데.”



다슬 친구라는 아이가 말을 꺼냈다.



“그러게. 참 안됐단 말이야.”


“한 일주일 지났나. 얘기 첨 들었을 때 소름 돋더라. 넌 안 그랬어? 야! 너 뭐야? 우는 거야?”


“...”



‘눈물은 간데 없고, 억지로 손으로 비벼 만든 빨간 토끼 눈만 보이는 것을.’



“왜 울어?”


“나리라는 애가 불쌍해서.”



수암의 눈치를 슬쩍 보며 말하는 다슬.



‘내 앞이라고 소녀가 약한 척을 하는군. 안될 일이야. 저러면 아니되는데.’



“너 나리 잘 알지도 모르잖아.”



친구도 눈치를 챘는지 기막히다는 표정으로 면박을 준다.



“가녀린 한 청춘이 간 거잖아. 그런 거 보니 인생이 너무 허무해. 너무 슬프지 않니?”


“야! 연기 좀 그만해. 너 안 어울려. 차라리 내가 연락처 물어봐다 줄까?”


“무슨 연락처?”


“저기 재 연락처!”



슬기 친구라는 아이는 자신의 손가락으로 수암을 너무나 명확하게 가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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