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성공한 미래만을 생각하며 살아왔던 삶이기에 일기가 없다. 정확한 날짜를 알려주지 못하지만 억울해서 내 이야기라도 적어 놓으려 한다.
난 동양쪽에서는 기 서양쪽에서는 에너지라는 것을 쌓아서 성공을 하려 했다. 그 어렵다는 대주천 또 에너지를 모아서(축기에 해당) 마법으로 실제적 변화를 만들려고 했다. 물론, 그건 내가 젊은 시절 모든 책이 교과서처럼 사실만을 말했다고 믿었을 때 수행법 책에 빠졌을 때다. 한참 동네 산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들숨, 지식(숨을 잠시 멈추는 것), 날숨을 해보며 기가 이동하는 걸 뚜렷히 떠올려 보았지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난 홍태수의 단의 실상이 책장사에 불과하다는 걸 깨달았다. 나중에 알아보니 많은 사람들이 아날로그식 사진편집으로 친 사기라고 했다. 이름모를 한 사람은 홍태수에게 보증금을 어이없게 줘버렸다고 하소연했다.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해 관심을 뚝 끊고 산지 수년이 흘렀다. 나는 지금 젊은이들이 말하는 흜수저에 해당되었지만 한 가지 꼼수를 썼다. 그건 바로 고급차가 지나갈 때 마다 차번호를 적어 놓았다가 소유자를 알아내어서 계속 쫓는 스토킹이였다. 온갖 공무원도 서류뭉치 사이에 지폐를 끼워서 주면 금방 줘서는 안 될 정보를 주었기에 어렵지 않았다. 난 수년간 공부한 내 사업 계획을 그렇게 실현했고 마침내 은수저가 될 수 있었다.
새벽부터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났다. 예법도 안 지키는 지방에서 자란 노ㅁ인지 한 바탕 욕을 퍼부어 주려고 문을 열어 보았다. 아기중(나이가 어린 중)이 현관문에 있었다. 여기는 고급 아파트 단지이다. 모두가 살고 싶게 해서 계속 가격을 유지해야 하기에 이런 잡인간을 잘 쫓아내야 한다.
‘네가 얼쩡 거리면 내 고급아파트 집값 떨어져서 재산이 공중분해된단 말이다!’
아기중은 내게 예수와 석가모니의 이야기를 하며 시주를 해달라고 했다. 말이 되는 소리인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공짜로 받겠다니 괘씸했다. 나는 사업계획을 잘 세웠어도 자본금이 없어서 고급차를 냅다 쫓아다녔던 그 시절을 떠올렸다. 그랬더니 더욱 괘씸하고 괘씸했다. 너무 분노해서 눈물까지 찔끔났다. 난 아기중의 목탁을 뺏어서 머리를 한 대 쳐줬다. 목탁꿀밤인 것이다. 아기중은 전형적인 내성적 성격을 가졌는지 아무 말 없이 무표정으로 돌아갔다. 그로부터 얼마 후 큰스님이 찾아왔고 내가 후회할만한 일이 시작되었다.
새벽부터 또 다시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났다. 그 있잖아 길거리에서 흰 수염을 휘날리며 기수련에 매달 몇 십만원 단위로 요구하는 사기꾼들. 딱 그 사람들처럼 생겨먹었더라고.
“시주를 부탁합니다.”
흰 수염, 흰 눈썹에 목탁을 들은 늙은 중이 왔다. 요즘 염색약도 안 쓰고 저러고 다니는 사람을 보기가 매우 어렵기에 눈에 확 뛰었다. 나는 어느때나 다름 없이 잡인간을 쫓아내려고 근처 딱딱한 물건을 찾았다.
“사업자금을 그렇게 얻은 당신은 여러 사람에게 빌어야 해.”
땡중이 요상한 소리를 하기에 나는 더욱 괘씸하다 생각하여 저번 아기중한테 한 것처럼 목탁으로 꿀밤을 먹여줄려 했다.
“공무원에게 뇌물을 줘서 알아낸 고급차 주인의 돈으로 쌓은 재산이지 않나?”
막 목탁으로 냅다 패려 했는데 이 늙은 이 입에서 아주 귀신같은 말이 나왔다. 어떻게 이렇게 정확하지? 내가 그때 큰스님을 돕는 많은 영가들에 대해 알았다면 좋았을 것이었다. 그 늙은이는 승복과 어울리는 가방(회색 가방이란 뜻)을 뒤적거리더니 짚더미를 내게 던졌다. 뭔지 모를 공포감이 순간 들더니 침을 꼴깍 꼴깍 나도 모르게 삼키고 있었다. 짚더미를 자세히 보니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그 짚 더미는 끈으로 양 다리, 팔, 머리 부분이 묶어져 있었는데 관절인형처럼 아름답지는 않았지만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난 짚인형에 이상하리 만큼 관심이 가서 한 참 쳐다보았다. 다시 현관문을 보니 큰스님은 이미 갔는지 없었다.
현관문에서 집으로 들어와서 아내한테 밥이나 차려달라고 했다. 그런데 아내는 놀란 토끼처럼 눈을 크게 뜨고는
“잡상인이. 문도 안 열어줬는데 들어와? 도둑이야-! 도둑이야-!”
다른 아파트 단지 같으면 아무도 도둑이라 왜치는 소리에 반응도 안 했겠지만 이 고급아파트는 집값 유지를 위해 다들 자주 모였기에 혹은 그저 집값 때문에 반응하는 이가 많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곧 경찰이 왔다. 형광색 조끼를 입은 경찰은 내가 비즈니스카드(사업용 명함)을 아무리 보여줘도 내 말을 안 믿고는 마치 사기꾼을 대하듯이 쳐다봤다.
“아무리 힘들어도 이러시면 안 됩니다. 고용센터에서 국비지원 교육이라도 받고 떳떳하게 일해서 사셔야지요.”
이 고급아파트에 사는 고귀한 나를 못 알아보는 것이었다.
뭐 큰 문제도 아니다. 나는 다시 내 집으로 가서 전자키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내는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역시, 더운 여름이라 다들 맛이 좀 간 거라고’
그러고 편하게 안마의자에 앉아 있었다. 거의 소리가 안 나는 안마의자가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 데 마치 마약에 중독된 것처럼 일어나기가 싫은 그 느낌이었다. 뻣뻣한 목도 어깨도 다 안마의자가 어루만져 주고 있었다. 그때 아내는 발소리도 안내고 내게 다가와서는 입을 열었다.
“아까 잡상인이 들어와서 얼마나 무서웠는지. 역시 집에는 남자가 있어야지. 당신, 밖에 너무 나가지 마.”
귀신같은 소리를 아내가 했다. 하도 귀신같은 소리를 들으니 젊은 시절 내가 한 때 기수련을 했을 때 읽었던 것들이 떠올랐다. 산에 가서 숨을 들이쉬고 숨을 멈추고 숨을 내시는 그것. 축기를 하러 가봐야 겠다. 귀신같은 일만 일어나는 데 말 안 되는 일 하나 한다고 무슨 일 나겠나 하는 생각에 산으로 향했다.
‘귀신 같은 일이니까 정말 말 안 되게 영험하다는 산으로 가볼까?’
동네 산 근처로 가서 등산객들에게 물으니 백운산으로 가보라고 했다.
“백운산의 옛 이름은 ‘반재’인데 아무튼 옛날부터 무당들이 점상으로 많이 쓰던 산이야. 영험한 산을 찾으니 거기겠지.”
등산객은 마치 홍태수의 책처럼 환상적인 이야기를 해주었다.
아, 근데 백운산이 그 백운산이 아니였다. 환상적인 소리를 했던 등산객이 말했던 산은 안성에 있던 백운산이였다. 난 이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이 백운산 저 백운산 가보면서도 난 귀신같은 일이 일어난 것에 쓸 데 없응 흥미를 느끼며 계속 산 찾기에 몰입했다. 마침내 그 등산객이 말했던 산이 안성의 백운산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안성의 백운산 쪽으로 가는 데 배밭이 매우 많이 펼쳐져 있었다. 다른 산과 마찬가지로 등산하기 좋게 계단처럼 다듬어진 지형과 딱 보기에도 길인 길이 많았다. 그렇지만 귀신같은 일에 혹시해서 젊은 날 했던 기의 세계가 정말 있을까 해서 찾아온 길이기에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가보기로 했다. 산의 등줄기를 따라서 이리 저리 가보았다. 등산에 익숙하지 않은 터라 바닥을 많이 보며 걸었고 많은 나뭇가지에 찔렸다. 내 사업외에 이딴 것에도 나름 실무가 있나보다 하고 느겼다. 난 나뭇가지에 찔리면서도 넘어지는 것보다는 낫다며 스스로 위안을 하고 계속 바닥을 쳐다보며 산을 올랐다. 그런데 바닥에 얼음이 보이기 시작한다. 여름에 왠 일이지? 내가 미쳤나보다. 혹시 이거 과학에 관련된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초등학교(국민-학교)를 나온 뒤 복습을 안 했기 때문에 확신할 수 없었다.
흙을 밟는 느낌이 사라졌다.
‘이런 빨갱*이 같은, 아까 땅에 얼음이 보일 때부터 조심했어야 하는데’
이리 저리 구른 후 나는 괜히 가진 호기심에 화가 났다. 때 마침 등산객으로 보이는 이가 있어서
“119에 신고 좀 해주시겠어요? 길을 잃어서요.”
물론, 내 발로 돌아갈 수는 없고 경찰차를 타고 집까지 갈 생각이다. 고급아파트에 산 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나를 왕을 대접하듯이 한다.
“그거 참 안 됐네요. 그렇지만 제가 영가천도를 위해 산에 온 것이니 기다렸다 같이 하산합시다.”
나는 바닥에 어느새 편히 누운 채로 그 사람의 말을 듣고 있었는데 짜증이 났다.
‘내가 시간당 얼마 버는 지 아나? 몸값이 얼마나 비싼데. 감히 네가 하는 걸 기다리라고?’
난 이 등산객 머리라고 한 대 치려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 회색옷을 입은 것보니 패션에 좀 신경쓰는 가 보다 했다. 옷에 묻은 흙을 털고 화풀이를 하려고 그 사람을 다시 보니 중이었다. 그것도, 저번에 본 그 큰스님.
“이렇게 하고 싶은 것을 못 이루고 간 영가들을 위로하는 겁니다.”
그 스님은 내가 지가 하는 것 따위에 관심이 있다고 생각했는지 뭔가 설명하기 시작한 것 같다. 학위도 없는 게? 건방지다.
“권선징악을 위해 사후세계가 있다고 믿은 영가도 마음을 풀으시고 사후세계가 실제로는 없지만 삶의 과정이 중요한겁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이들을 사후세계에 있는 보상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도울 수 있었지 않나요?”
이런 니**. 다 사기였단 말인가? 홍태수가 쓴 책을 읽어뒀더니 내가 산에서 냅다 구르고 또 이 땡중을 만났네. 그 중은 목탁을 열심히 두들기며 뭔가 평소 불교경전같지 않게 이해되는 말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 자본금의 출처를 어떻게 이런 땡중이 알아낼 수 가 있지? 뇌물 줄 것도 없어 보이는 사람이.
“이봐, 중. 내 자본금 출처는 어떻게 알아낸거야?”
큰스님은 조금도 화내는 기색이 없이 대답했다.
“이 산은 예전부터 천상의 대신할머니께서 점상으로 사용했다는 산입니다. 계속 그런 목적으로 방문하는 사람이 많기에 귀신들 중 선한 자가 도왔고 그 때문에 이 산에서 기도를 하면 좋은 일이 생기고 영험해지게 되었지요. 지금도 많은 이가 그런 목적으로 방문합니다.”
결국, 이 땡중이 내 자본금 출처를 밝힌 것은 내 죽은 아들이 말해서 인가보다. 거래처 두 세 개가 지급기한을 넘겨서 기업의 위기가 왔을 때 난 돈이 필요했고 예전부터 자식농사라는 말이 있듯이 씨앗은 다시 심으면 되기에 해서는 안 될 짓을 했다. 다행히 걸리지 않았고 보험금을 받아서 기업은 위기를 넘겼다. 뭐, 그래도 후회는 없었다. 홍태수의 환상적인 수행법 책도 사기라는 걸 알았고 그저 실체도 없는 죽은 자가 일으키는 거라는 것도 알았고. 내가 죽을 때 까지 귀신이 날 홀릴 수는 없을 것이다. 반야심경이고 뭐고 떙중이 옮는 것은 다 쓸 모가 없다. 다 가지려고 태어났지 다 없으려고 태어났나? 어차피 죽으면 취할 몸도 없는데 말이다.
중년 되니까 기억력이 좀 좋지 않아서 내가 겪은 일 쓰는 데도 정확하게 뭐였는지 기억 하기가 힘들어서 참고문헌이 있어.
큰스님을 무례하게 쫓아냈다가 일이 터졌다.
언제나 성공한 미래만을 생각하며 살아왔던 삶이기에 일기가 없다. 정확한 날짜를 알려주지 못하지만 억울해서 내 이야기라도 적어 놓으려 한다.
난 동양쪽에서는 기 서양쪽에서는 에너지라는 것을 쌓아서 성공을 하려 했다. 그 어렵다는 대주천 또 에너지를 모아서(축기에 해당) 마법으로 실제적 변화를 만들려고 했다. 물론, 그건 내가 젊은 시절 모든 책이 교과서처럼 사실만을 말했다고 믿었을 때 수행법 책에 빠졌을 때다. 한참 동네 산에서 가부좌를 틀고 앉아서 들숨, 지식(숨을 잠시 멈추는 것), 날숨을 해보며 기가 이동하는 걸 뚜렷히 떠올려 보았지만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게 난 홍태수의 단의 실상이 책장사에 불과하다는 걸 깨달았다. 나중에 알아보니 많은 사람들이 아날로그식 사진편집으로 친 사기라고 했다. 이름모를 한 사람은 홍태수에게 보증금을 어이없게 줘버렸다고 하소연했다.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해 관심을 뚝 끊고 산지 수년이 흘렀다. 나는 지금 젊은이들이 말하는 흜수저에 해당되었지만 한 가지 꼼수를 썼다. 그건 바로 고급차가 지나갈 때 마다 차번호를 적어 놓았다가 소유자를 알아내어서 계속 쫓는 스토킹이였다. 온갖 공무원도 서류뭉치 사이에 지폐를 끼워서 주면 금방 줘서는 안 될 정보를 주었기에 어렵지 않았다. 난 수년간 공부한 내 사업 계획을 그렇게 실현했고 마침내 은수저가 될 수 있었다.
새벽부터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났다. 예법도 안 지키는 지방에서 자란 노ㅁ인지 한 바탕 욕을 퍼부어 주려고 문을 열어 보았다. 아기중(나이가 어린 중)이 현관문에 있었다. 여기는 고급 아파트 단지이다. 모두가 살고 싶게 해서 계속 가격을 유지해야 하기에 이런 잡인간을 잘 쫓아내야 한다.
‘네가 얼쩡 거리면 내 고급아파트 집값 떨어져서 재산이 공중분해된단 말이다!’
아기중은 내게 예수와 석가모니의 이야기를 하며 시주를 해달라고 했다. 말이 되는 소리인가? 아무것도 하지 않고 공짜로 받겠다니 괘씸했다. 나는 사업계획을 잘 세웠어도 자본금이 없어서 고급차를 냅다 쫓아다녔던 그 시절을 떠올렸다. 그랬더니 더욱 괘씸하고 괘씸했다. 너무 분노해서 눈물까지 찔끔났다. 난 아기중의 목탁을 뺏어서 머리를 한 대 쳐줬다. 목탁꿀밤인 것이다. 아기중은 전형적인 내성적 성격을 가졌는지 아무 말 없이 무표정으로 돌아갔다. 그로부터 얼마 후 큰스님이 찾아왔고 내가 후회할만한 일이 시작되었다.
새벽부터 또 다시 문을 두들기는 소리가 났다. 그 있잖아 길거리에서 흰 수염을 휘날리며 기수련에 매달 몇 십만원 단위로 요구하는 사기꾼들. 딱 그 사람들처럼 생겨먹었더라고.
“시주를 부탁합니다.”
흰 수염, 흰 눈썹에 목탁을 들은 늙은 중이 왔다. 요즘 염색약도 안 쓰고 저러고 다니는 사람을 보기가 매우 어렵기에 눈에 확 뛰었다. 나는 어느때나 다름 없이 잡인간을 쫓아내려고 근처 딱딱한 물건을 찾았다.
“사업자금을 그렇게 얻은 당신은 여러 사람에게 빌어야 해.”
땡중이 요상한 소리를 하기에 나는 더욱 괘씸하다 생각하여 저번 아기중한테 한 것처럼 목탁으로 꿀밤을 먹여줄려 했다.
“공무원에게 뇌물을 줘서 알아낸 고급차 주인의 돈으로 쌓은 재산이지 않나?”
막 목탁으로 냅다 패려 했는데 이 늙은 이 입에서 아주 귀신같은 말이 나왔다. 어떻게 이렇게 정확하지? 내가 그때 큰스님을 돕는 많은 영가들에 대해 알았다면 좋았을 것이었다. 그 늙은이는 승복과 어울리는 가방(회색 가방이란 뜻)을 뒤적거리더니 짚더미를 내게 던졌다. 뭔지 모를 공포감이 순간 들더니 침을 꼴깍 꼴깍 나도 모르게 삼키고 있었다. 짚더미를 자세히 보니 사람의 형태를 하고 있었다. 그 짚 더미는 끈으로 양 다리, 팔, 머리 부분이 묶어져 있었는데 관절인형처럼 아름답지는 않았지만 사람의 형상을 하고 있었다. 난 짚인형에 이상하리 만큼 관심이 가서 한 참 쳐다보았다. 다시 현관문을 보니 큰스님은 이미 갔는지 없었다.
현관문에서 집으로 들어와서 아내한테 밥이나 차려달라고 했다. 그런데 아내는 놀란 토끼처럼 눈을 크게 뜨고는
“잡상인이. 문도 안 열어줬는데 들어와? 도둑이야-! 도둑이야-!”
다른 아파트 단지 같으면 아무도 도둑이라 왜치는 소리에 반응도 안 했겠지만 이 고급아파트는 집값 유지를 위해 다들 자주 모였기에 혹은 그저 집값 때문에 반응하는 이가 많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곧 경찰이 왔다. 형광색 조끼를 입은 경찰은 내가 비즈니스카드(사업용 명함)을 아무리 보여줘도 내 말을 안 믿고는 마치 사기꾼을 대하듯이 쳐다봤다.
“아무리 힘들어도 이러시면 안 됩니다. 고용센터에서 국비지원 교육이라도 받고 떳떳하게 일해서 사셔야지요.”
이 고급아파트에 사는 고귀한 나를 못 알아보는 것이었다.
뭐 큰 문제도 아니다. 나는 다시 내 집으로 가서 전자키로 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내는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역시, 더운 여름이라 다들 맛이 좀 간 거라고’
그러고 편하게 안마의자에 앉아 있었다. 거의 소리가 안 나는 안마의자가 뭉친 근육을 풀어주는 데 마치 마약에 중독된 것처럼 일어나기가 싫은 그 느낌이었다. 뻣뻣한 목도 어깨도 다 안마의자가 어루만져 주고 있었다. 그때 아내는 발소리도 안내고 내게 다가와서는 입을 열었다.
“아까 잡상인이 들어와서 얼마나 무서웠는지. 역시 집에는 남자가 있어야지. 당신, 밖에 너무 나가지 마.”
귀신같은 소리를 아내가 했다. 하도 귀신같은 소리를 들으니 젊은 시절 내가 한 때 기수련을 했을 때 읽었던 것들이 떠올랐다. 산에 가서 숨을 들이쉬고 숨을 멈추고 숨을 내시는 그것. 축기를 하러 가봐야 겠다. 귀신같은 일만 일어나는 데 말 안 되는 일 하나 한다고 무슨 일 나겠나 하는 생각에 산으로 향했다.
‘귀신 같은 일이니까 정말 말 안 되게 영험하다는 산으로 가볼까?’
동네 산 근처로 가서 등산객들에게 물으니 백운산으로 가보라고 했다.
“백운산의 옛 이름은 ‘반재’인데 아무튼 옛날부터 무당들이 점상으로 많이 쓰던 산이야. 영험한 산을 찾으니 거기겠지.”
등산객은 마치 홍태수의 책처럼 환상적인 이야기를 해주었다.
아, 근데 백운산이 그 백운산이 아니였다. 환상적인 소리를 했던 등산객이 말했던 산은 안성에 있던 백운산이였다. 난 이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이 백운산 저 백운산 가보면서도 난 귀신같은 일이 일어난 것에 쓸 데 없응 흥미를 느끼며 계속 산 찾기에 몰입했다. 마침내 그 등산객이 말했던 산이 안성의 백운산이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안성의 백운산 쪽으로 가는 데 배밭이 매우 많이 펼쳐져 있었다. 다른 산과 마찬가지로 등산하기 좋게 계단처럼 다듬어진 지형과 딱 보기에도 길인 길이 많았다. 그렇지만 귀신같은 일에 혹시해서 젊은 날 했던 기의 세계가 정말 있을까 해서 찾아온 길이기에 인적이 드문 곳으로 가보기로 했다. 산의 등줄기를 따라서 이리 저리 가보았다. 등산에 익숙하지 않은 터라 바닥을 많이 보며 걸었고 많은 나뭇가지에 찔렸다. 내 사업외에 이딴 것에도 나름 실무가 있나보다 하고 느겼다. 난 나뭇가지에 찔리면서도 넘어지는 것보다는 낫다며 스스로 위안을 하고 계속 바닥을 쳐다보며 산을 올랐다. 그런데 바닥에 얼음이 보이기 시작한다. 여름에 왠 일이지? 내가 미쳤나보다. 혹시 이거 과학에 관련된 건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초등학교(국민-학교)를 나온 뒤 복습을 안 했기 때문에 확신할 수 없었다.
흙을 밟는 느낌이 사라졌다.
‘이런 빨갱*이 같은, 아까 땅에 얼음이 보일 때부터 조심했어야 하는데’
이리 저리 구른 후 나는 괜히 가진 호기심에 화가 났다. 때 마침 등산객으로 보이는 이가 있어서
“119에 신고 좀 해주시겠어요? 길을 잃어서요.”
물론, 내 발로 돌아갈 수는 없고 경찰차를 타고 집까지 갈 생각이다. 고급아파트에 산 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나를 왕을 대접하듯이 한다.
“그거 참 안 됐네요. 그렇지만 제가 영가천도를 위해 산에 온 것이니 기다렸다 같이 하산합시다.”
나는 바닥에 어느새 편히 누운 채로 그 사람의 말을 듣고 있었는데 짜증이 났다.
‘내가 시간당 얼마 버는 지 아나? 몸값이 얼마나 비싼데. 감히 네가 하는 걸 기다리라고?’
난 이 등산객 머리라고 한 대 치려고 몸을 일으켜 세웠다. 회색옷을 입은 것보니 패션에 좀 신경쓰는 가 보다 했다. 옷에 묻은 흙을 털고 화풀이를 하려고 그 사람을 다시 보니 중이었다. 그것도, 저번에 본 그 큰스님.
“이렇게 하고 싶은 것을 못 이루고 간 영가들을 위로하는 겁니다.”
그 스님은 내가 지가 하는 것 따위에 관심이 있다고 생각했는지 뭔가 설명하기 시작한 것 같다. 학위도 없는 게? 건방지다.
“권선징악을 위해 사후세계가 있다고 믿은 영가도 마음을 풀으시고 사후세계가 실제로는 없지만 삶의 과정이 중요한겁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이들을 사후세계에 있는 보상에 대한 믿음이 있기에 도울 수 있었지 않나요?”
이런 니**. 다 사기였단 말인가? 홍태수가 쓴 책을 읽어뒀더니 내가 산에서 냅다 구르고 또 이 땡중을 만났네. 그 중은 목탁을 열심히 두들기며 뭔가 평소 불교경전같지 않게 이해되는 말을 하고 있었다. 그런데 내 자본금의 출처를 어떻게 이런 땡중이 알아낼 수 가 있지? 뇌물 줄 것도 없어 보이는 사람이.
“이봐, 중. 내 자본금 출처는 어떻게 알아낸거야?”
큰스님은 조금도 화내는 기색이 없이 대답했다.
“이 산은 예전부터 천상의 대신할머니께서 점상으로 사용했다는 산입니다. 계속 그런 목적으로 방문하는 사람이 많기에 귀신들 중 선한 자가 도왔고 그 때문에 이 산에서 기도를 하면 좋은 일이 생기고 영험해지게 되었지요. 지금도 많은 이가 그런 목적으로 방문합니다.”
결국, 이 땡중이 내 자본금 출처를 밝힌 것은 내 죽은 아들이 말해서 인가보다. 거래처 두 세 개가 지급기한을 넘겨서 기업의 위기가 왔을 때 난 돈이 필요했고 예전부터 자식농사라는 말이 있듯이 씨앗은 다시 심으면 되기에 해서는 안 될 짓을 했다. 다행히 걸리지 않았고 보험금을 받아서 기업은 위기를 넘겼다. 뭐, 그래도 후회는 없었다. 홍태수의 환상적인 수행법 책도 사기라는 걸 알았고 그저 실체도 없는 죽은 자가 일으키는 거라는 것도 알았고. 내가 죽을 때 까지 귀신이 날 홀릴 수는 없을 것이다. 반야심경이고 뭐고 떙중이 옮는 것은 다 쓸 모가 없다. 다 가지려고 태어났지 다 없으려고 태어났나? 어차피 죽으면 취할 몸도 없는데 말이다.
중년 되니까 기억력이 좀 좋지 않아서 내가 겪은 일 쓰는 데도 정확하게 뭐였는지 기억 하기가 힘들어서 참고문헌이 있어.
참고문헌:
조상제의 무속이야기와 칼럼(삼신할매)
http://blog.daum.net/muam777
아, 그런데 일이란 것도 아니네. 죽은 자야 무시하고 살면 되는 거라고 실체가 없으니까.
내 아내랑 경찰한테 한 것처럼 항시 환영을 일으킬 수는 없겠지.
몸도 없어서 취할 수도 없는데 언제까지 권선징악 운운하면서 내 몸에 붙어 있겠어?
그 후로 이상하게 타로카드를 들면 기분이 좋아져서
필자인 나는 타로점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보시려면 연락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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