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회-토요일의 만남

마스터2018.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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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랐다.
설렘, 떨림, 횡설수설, 당황 모든 단어들을 내 마음 속 입력장치에 입력하면 컴퓨터처럼 결과가 다 맞아 떨어지던 그날의 시간.
내가 전달하는 표현들은 절대 무거운 짐을 주려는 말이 아니였다.

몇주전 갑작스럽게 나에게 한통의 문자가 왔다. 보고싶다고 볼 수 있냐고. 난 그이가 말한 한번 보자라는 이야기가 자꾸 맴돌고 상처를 받은 지난날들이 기억속에 맴돌아 일이 있다는 핑계를 둘러대며 거절했었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도 마음 한 구석에 이미 자리잡힌 그녀의 모습이 눈에 걸려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안되겠다 싶어서 2~3일에 걸쳐 마음 속에서 하지 못했던 그때의 이야기들을 5통이나 되는 장문의 문자를 보내며 쿨하게 잊혀 보내주고 싶었고, 전송을 한 뒤 잠이 들었다. 그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야 눈이 떠진 뒤 무의식적으로 침대 밑에 있던 나의 핸드폰을 확인하던 그때 어느 구구절절한 장문의 이야기가 새벽녘 시간때쯤에 와있었다. 이야기 한줄 한줄 따라 읽어가던 그때의 난 정신이 점점 맑아지며 침대에서 퉁퉁 부운 두 눈동자에서 눈물이 핑돌기 시작했다. 마지막 3줄 중에 “이미 늦어 버렸지..” 이라는 문장 하나가 눈에 밟혔다. 이미 읽고 있던 중 내 마음은 “나 또한 잘해준게 없어 미안했는데 이제는 괜찮다” 라는 생각이 들어 그녀의 미안함은 나에게 용서가 되었다. 지금껏 마음 속 무겁게 이 악물고 버텨냈던 지난날의 응어리들은 막힌 하수구가 뚫리듯 뻥뚫린 기분이었다.

처음에 보자고 했던 그이의 모습을 거절했기에 이번에 역으로 내가 보자고 제안을 했다. 정말 보고싶었다. 다시 그 사람만의 열렬한 사랑꾼이 되어주고 싶었다. 문자를 주고 받으며 그녀는 흔쾌히 승락을 하였고, 나 또한 만나기전부터 설레임을 느끼기 시작했다.

“보면 무슨 말을 해야하지? 무엇을 입고 나가야 하지? 무슨 향수를 써야하지?”등 쉴 틈없는 달콤한 생각들이 마음 한켠에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며칠 후 만나는 당일 시간이 다가올수록 기대감은 이미 내 마음을 꽉 채울만큼 부풀어 있었다. 버스에 올라탄 나는 이미 커져버린 기대감만큼 불안해지는 초조함과 쿵쾅거리며 요동치는 심장의 박동소리가 주기적이지 않았고 불안정했다. 나의 심장소리는 버스 엔진의 소리보다 더 크게 나를 자극시켰다. 점점 시간과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이마에서 긴장한듯한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버스에는 에어컨이 시원하게 켜져있었던 것 같았다. 시원한 바람에 이끌려 버스에 곤히 잠든 승객들도 있었지만, 나만큼은 시원한 자극으로 다가오지 않았다.

드디어 목적지에 내렸다. 뚜벅 뚜벅 걸어가며 만나기로 한 장소에 도달했다. 주위를 둘러보아도 보이지 않았다. “저 사람인가? 아니구나” 하며 주변을 10분 정도를 기다리던 나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구나. 오히려 망설여서 오늘 보는것이 부담스러웠나보다” 하는 아쉬움이라는 감정이 생길 무렵 감싸 쥐고있던 핸드폰은 내 손바닥으로 진동을 전달했다. 다행스럽게 그녀는 다른 곳에 있었다. 서로 엇갈렸던것이었다. “아 다행이구나”라고 혼잣말을 했다. 발걸음의 방향을 바꿔 그녀쪽을 향하여 점점 걸어가고 있었다. 내가 있던 건물과 이어져있던 건물의 현관문에서 100m 떨어진 거리에서부터 그녀가 보이기 시작했다.
여전했다. 사진 찍는것조차 아까울만큼 내 두눈은 여지없이 거짓을 고하지 못할만큼 여전했다. 너무 예뻣다. 내가 항상 원했던 그녀의 모습이었다. 아니 이렇게 글로 표현할 수가 없을만큼 사랑스러웠다. 떨려서 다습한 여름의 계절인데도 입술이 마른 것 같았다. 내 두 눈과 입꼬리는 제어가 되지 않았다.

점점 거리가 가까울수록 표정관리가 잘 되지 않았다. 정면으로 마주보는게 어려워 그녀의 뒤쪽으로 가서 이름을 불렀다. 서로 눈빛이 마주치면 침묵의 기운이 감돌았다. 나 또한 당황스러워 다른 곳을 자꾸 응시하게 되었다. 무슨 말을 해야하는지 생각이 많아졌다. 하지만 답은 하나였다. 보고싶었다. 너무 보고싶었고, 아직도 여전히 사랑한다. 나를 매정하게 끊어내고 반년동안 카톡의 목록에서조차 나를 지웠던 그녀의 모습들은 어느순간 사라진채 나는 이미 그녀를 원하고 있었다.

그렇게 만나며 아무 말없이 에스컬레이터에 올라섰다. 올라서던 그때 기억은 사진속의 앨범처럼 한 계단에 같이 나란히 서있었던, 내 앞에 서서 나를 쳐다보던 과거의 모습들이 연속적으로 회상되었다. 서로 아무 말없이 올라타서 바로 위 아래 계단에 한칸씩 서있던 우리 둘은 에스컬레이터는 알았나보다. 에스컬레이터가 눈치가 있었는지 느릿느릿하게 올라가는 느낌이었다. 목적지는 4층이었고, 출발하기전 집에서 미리 찾아둔 파스타 집을 찾았다.

미리 봐둔 그 식당은 주말이라 그런지 웨이팅 시간은 15분이나 걸렸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어찌 15분을 기다려야 하나.. 그냥 눈에 보이는 곳에 가자”라는 다급한 마음에 다른 식당을 둘러보았다. 멀리서 한산해보이는 식당이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물어보니 여기 또한 웨이팅 7분이었다. 자꾸 돌아다니면서 찾으면 그 사람이 힘들까봐 “기다리자”고 말을 걸었다. 그 말을 꺼내고 난 뒤 아무 말을 못하겠다. 머릿속은 온통 엉켜버린 실타래처럼 꼬여있었고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지 정신과 이성은 괴리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시원한 건물인데도 땀이 났다. 이상했다. 식당 밖 의자에 앉아있던 나의 눈가에는 이미 송글송글하게 맺힌 땀방울이 묻어있었다. 땀을 손가락으로 닦으며 호흡을 가다듬고 처음으로 말을 걸었다.

“잘 지냈어?”
다행스럽게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잘 지냈다고 대답을 주었다. 갑작스럽게 내뱉고 돌아온 그녀의 대답을 듣자마자 심리적으로 안정감이 들었다. “뭐하면서 지냈어?”, “핸드폰 바꿨네?” “시계 샀어?” “오빠가 선물해준 시계는 망가졌지? 아직 안고쳤어?” 등등 여럿 대화를 걸기 시작했다. 대화가 오고 갈 무렵 식당 종업원 한 분이 내 이름을 호명했다. 그 종업원의 부름에 식당 안쪽의 자리를 찾으러 들어갔다. 아주머니가 갑자기 깨버린 대화의 흐름을 다시 이어야 했던 난 아주머니가 원망스러웠다. 말문이 트일 무렵 불렀기 때문이다.

자리에 착석한 뒤 서로 침묵의 시간을 가진채 얼마나 지났는지 시킨 메뉴가 나왔다. 내 메뉴보다 그 사람의 메뉴가 먼저 나왔다. 국물이 있는 우동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고 당혹스러워하는 얼굴이 내 두눈에 선명히 보였다.
“무슨 문제있어?”라고 물어보니 어제 대학교 동창과 만나 술을 조금 마셨다고 한다. 나는 다른 메뉴를 시켜주려고 생각을 할 무렵 내가 시킨 메뉴가 나왔다. 덮밥을 시켜서 인지 내껀 미소국이 나왔다.
미소국을 바라보니 전구에 불이 켜지듯 생각이 났다 . “미소국을 하나 더 달라고 하자” 라는 생각에 식당의 벨을 눌렀다.
벨소리는 식당 종업자분들의 귓속을 맴돌아 우리쪽을 응시했고, 가까이 다가오셨다. 종업원 한분이 다가올 때쯤 “하나 더 주세요” 라고 이야기했다.
나의 말을 전달받은 종업원 한 분이 쏜살같이 가져다 주셨다.
미소국을 전달받은 나는 그녀의 앞쪽으로 가까이 놓아주었다. 숟가락으로 홀짝 홀짝 마시는 모습이 뿌듯했다. 먹는 모습을 보고있자니 “귀엽다” 라는 생각이 수면 위로 떠오르듯 올라왔다. 그이를 보고있자니 식욕이 줄어들었다. 보고만 있어도 배가 부르는 것 같았다. 이제 좀 말문이 열릴 무렵 식사를 거의 끝마치는 것 같았다. 이번에도 타이밍이 참 뭐같았다. 내가 계산대에 가서 계산을 한 뒤 “조용한 카페로 가자”라고 이야기 했다. 주변의 카페를 찾으러 돌아다녔는데 만석이였다.

시원하고 조용하게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뿐인데 가는 곳곳 사람들은 테이블마다 가득히 자리를 메웠다. 사람들이 미웠다. “카페인 중독자들..” 라고 속으로 외치며, “건물 밖이 조용한 카페가 많으니 그쪽으로 갈래?”라고 제안을 했다. 나가보니 제안을 한 내가 원망스러웠다. 지하상가를 지나고 카페를 가는 길목들은 습하고 더웠다. 같이 나란히 걸어가는 5분정도의 시간동안조차 고생시켜주기 싫었다. 미안했다. 더 배려있고 센스있게 해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한 느낌이었다. 스스로 자괴감이 들었다.

커피집에 도착했다. 2년전 처음으로 연애 시작전 서로가 호기심을 가진채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았던 그 장소였다. 그때 그이에게 호감이 있다라고 이야기했던 소중한 장소였던 카페였다. 그이가 내가 밥을 샀으니 커피를 사준다고 했다. 고마웠다. 2층에 자리를 잡고 있겠다던 나는 올라가며 그이의 시야에 벗어날때쯤 웃었다. 표정관리가 너무 안되었다.

주문한 커피를 가지고 올라온 나는 이야기를 하기전부터 어떤 이야기부터 꺼내야 할 지 몰랐다. 분명한건 만나기전부터 목표의식은 뚜렷하고 분명했다. “이제 다시 내 옆에 두는 것이다” 라는 아이들을 가르치던 교과서의 학습목표처럼 마음 속에 새기며 이 자리까지 나왔다. 이 날만을 기다렸다.

이야기를 시작하며 내가 느꼈던 지난날의 감정들을 전달했다. 이땐 몰랐다. 내가 했던 말들이 더 죄책감을 들게한것인도 모르고 나는 이야기했다. 그녀는 계속 조용했다. 나는 그녀가 계속적으로 조용히 있자 “반응이 없네.. 왜 없지?” 라는 스쳐 지나가는 생각을 지닌채 말을 계속 이어나갔다. 2시간 정도의 반복적인 침묵과 똑같은 이야기들을 하고 “하고 싶은 말 없어?”라고 몇 번이고 물어봤었다.

자꾸 찜찜한 기색은 내마음을 숨길 수가 없었다. 침묵이 한번 더 올 무렵 그이는 먼저 “갈까?”라는 물음을 던졌다. 난 속으로 “이게 아닌데..”라고 생각했지만 나를 오늘 처음 봤을때부터 나를 만난 뒤 친구를 만난다고 이야기를 했었다. 더 이야기 하고 싶었지만, 괜히 부담 줄까봐 그의 말에 이끌려 조심스러웠던 나는 보내주어야만 했었다. “아쉬웠다. 난 재회하고 싶었다. 너무 아쉽다”라는 생각이 온통 내 머릿속에 가득했다.

1분이라도 더 있고 싶기에 카페 밖을 나오자마자 “이제 갈게”라는 그녀의 말을 듣고 생각의 전환을 바로 해버렸다. 마음속에 나온 결론은 “데려다 주자”라는 생각으로 걸어가게 되었다. 처음에 괜찮다고 거절했다. 나는 데려다 주고 싶다고 밀고 나갔다. 머리는 이럴때 잘 돌아간다.
지하철 개찰구 앞에서 멈춰선 나는 “여전히 예뻐” 라고 이야기했고, 흔쾌히 그녀도 “오빠도 멋있어졌다”라고 맞대응 해주었다.
“잘가”라는 한마디에 꼬옥 안아줄까?, 가지마라고 소리칠까?, 악수라도 할까? 수도 없는 생각을 했지만 나와 그사람의 거리는 점점 멀어지기 시작하여 타이밍을 놓쳐버렸다. 닿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졌다.

점점 멀어지고 개찰구에 들어가는 그는 처음에 나를 돌아보지 않았다. 난 마지막 가는 그녀의 모습을 끝까지 지켜 보았다. 계속보고 있던 도중 갑자기 그녀는 뒤쪽으로 문득 나를 향해 돌아본 것 같았다. 그녀의 두 눈동자는 사람이 너무 많았는지 나를 찾지 못했다. 난 보고 있었는데 나를 보디 못한 아쉬움이 남아서 일까라고 생각 할 무렵 어느덧 나의 시야에서 조차 사라지는 뒷모습이 아쉬웠다. 난 교통카드를 찍고 들어갔다. 마지막 한 계단까지 올라가던 그이의 모습을 보았다. 뒷모습조차 예뻣다.

아쉬움을 뒤로한 채 지하철을 빠져나오고 버스에 다시 올라탔다. 너무 찜찜한 마음이었기에 버스에서 오늘 만나서 했던 이야기를 되짚어보았다. 아무래도 내가 명분을 가지고 나온 목표와 어긋나게 행동한 것 같았다. 잘못한 것 같았다.

다시는 오지 않을 시간일지도 모르는데 죄책감과 많은 부담감만 더 쥐어서 보내 버린 것 같았다. 다시 옆에 두는게 목적이였는데 정말 미안했다. 말을 못했다. 다시는 후회하기 싫다. 보고싶다. 이젠 끝까지 함께하고 싶다.

내 마음은 이미 나에게 용서를 구한 그이가 고마웠다. 지난 반년전 헤어지던 2018년 1월 28일부터 나는 주변 가족, 친구, 지인에게 내 마음을 부정하며 이 악물고 버텼다. 난 항상 거짓을 고했다. 스스로 버텨내고 싶어 주변 사람들한테 “괜찮아” 라며 쿨한 척 했었다. 그쿨한 척 억누르고 있던 마음이 터져버렸다.

난 잊지 못했다. 정확히 이야기하면 아직도 사랑한다. 아직도 그 사람 생각에 쉽사리 잠을 못이룬다. 아직도 그 사람의 추억, 얼굴, 향기가 고향을 떠나 타향살이하면 걸리던 향수병처럼 나에겐 지금 그 사람을 향한 향수가 아직도 나에겐 남아있다.

나 또한 자기성찰하며 그 사람과 나와의 관계속에서 잘못되었던 여러 가지 요인들을 헤어지기 전부터 이미 깨닫고 고쳐 나아가고 있었다. 깨달았던 것들을 보여주기엔 그때의 시간들이 짧았다. 그 당시의 나는 억울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나에게 뼈저린 중요한 교훈을 준 시간들이었다.
그때 그녀에게 자리잡힌 이미지를 바꾸기 위해 그보다 몇 곱절을 더한 시간을 통해 바꿔야 하는것 또한 알고 있었다. 지금은 많이 스스로도 알고있고, 다짐했다. 하지만 "지나버린 그때의 시간은 돌아올 수가 없다"라는 그때를 생각하며 오늘 만나서 했던 이야기들이 연속선상으로 떠오르자 버스 안에서 내 마음은 울컥 터져버렸다.

그런 말 하지말걸..아팠다. 아파도 쓰라린 상처처럼 잔잔한 아픔의 느낌이 가슴 깊숙하게 스며들어왔다. 버스에서 엉엉 울었다. 나는 소리없이 나의 목젖이 여러번 흔들릴 정도로 흐느끼며 재회 목적을 가지고 왔던 내가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몰랐던 상황들이 거짓이었다고 생각들었고, 오해를 만들어버린 것 같았다.

자존심을 내세운것도 아니였는데.. 정말 무슨 말을 해야할 지 몰랐다. 그 날의 대화를 되짚어보니 카페에서 “재회”라는 단어조차 생각을 하지 못했다. 분명히 나는 재회를 원했는데 그때 왜 그 단어를 생각하지 못했을지 지나간 일인데도 불구하고 후회스럽다. 앞으로 후회 또한 하지않으리라 생각되었지만 그이 앞에서 후회가 된다.

그 사람을 잊고 다른 새로운 사람을 만나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면 그때 내가 과연 잊고 잘 살 수 있을까? 그게 과연 내가 원했던 인생일까? 단 한번뿐인 인생인데 다른건 다 포기해도 과연 이것마저 잊지 못하고 가슴 속에 묻고 촉박한 시간 속에 가끔가다 생각나는것처럼 살아야 할까? 좋은기억만 지닌채 그 좋은기억이 그 사람을 향해 자석처럼 끌리지만 참아야하는건가? 내가 원하는건 이게 아니였다.

보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