쳐다보지마 제발

여성2018.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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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대한민국에서 여성으로서 살아가는 26살입니다.
저는 오늘 제가 지금까지 살아오며 참아왔고 인내하고 배려했던 모든 것이 무너지고 부정되었습니다.

2018.08.13 1호선 인천행 일반열차를 타고 오후 05시 49분경 부평역에 하차했습니다. 그 열차에서 내리는 순간 저는 치욕스러움과 무기력함에 제대로 서있지도 못했습니다. 열차가 부평역에 다가갈 즈음 자리에서 일어나 문 앞에 섯습니다. 그때 문 옆 좌석에 앉은 남성이 저를 쳐다보았고 그것이 지속되어 남성을 쳐다보니 저의 가슴을 보고 있었습니다. 그 거리는 체 50cm도 되지 않았고요. 저는 극심한 불쾌함을 느껴 그 남성의 눈을 쳐다보았고 그와 눈이 마주쳤습니다. 이제 그냥 눈 돌리겠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더 뚫어지게 가슴을 쳐다보았습니다. 뭐 어쩌란 식이었죠. 정말 치욕스럽고 화나고 굴욕감을 느끼며 욕하고 화내고 왜 쳐다보냐고 쳐다보지 말라고 부끄러운줄 알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럴 수 없었습니다. 왜냐고요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나에게 오히려 화를 내고 욕하면 어쩌지, 나에게 헤코지 하면 어쩌지, 나를 때리면 어쩌지. 저는 막을 수 힘도 여력도 없기에 참을 수밖에, 인내할 수밖에 배려아닌 배려를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오늘만이 아니라 지금까지 그래왔습니다. 나는 왜 맨날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하는가 그 좌절감에 찌들어 울음을 터트려 버렸습니다. 그렇게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고 있으니 나는 무고한 피해자인데 이렇게 좌절하고 나 이외에도 하루에 수십명의 여자의 몸을 쳐다보고 훑을 그자는 자신이 한 짓이 잘못이라고 생각이나 인지하기나 할까?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터져나오는 눈물을 훔치며 역사무실로 향했습니다. 그곳에 가서 성추행으로 신고를 하러 왔다고 하니 어떤 신체적 접촉이 있었는지 묻습니다. 제 상황을 말하니 당황하더군요. 제가 정말이라고 cctv를 확인해 달라고 하니 지하철 내에는 신상정보 보호를 위해 설치가 되어 있지 않다고 했습니다. 정말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버스에도 택시에도 그냥 지나가던 길에도 어디에도 있는 것이 cctv인데 그렇게 범죄가 많이 일어나고 증거불충분으로 처벌조차 어려운 지하철 내에 cctv 하나가 없다니. 역무원 분은 이런 일은 철도공사로 가야 한다고 해서 철도 공사직원을 만나 얘기했습니다. 대답은 증거는 둘 째치고 처벌자체가 안 된다고 했습니다. 어떠한 상황에도 신체적 접촉이 있어야 처벌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철도공사 사무실에 가서 '추행'의 정의. 처벌범위 등을 듣고 이러한 경우는 희박하지만 처벌이 가능하다 해도 형사처벌이 아닌 민사로 취급되어 자신들이 도움을 줄 수 없다고 합니다. 그럼 민사로 하겠다 하니 변호사를 선임해 대동하고 일일이 다 증거를 구하며 정신적 상해조차 적용되기 어렵다는 말에 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런 뒤 사건 발생 즉시 당사자에게 말하고 증인을 확보하고 신변에 위협이 있을 시 도움을 청해라 특히 군인들이 잘도와준다. 라는 말을 들었고 사무실에서 나올 때는 저는 감사하다는 말을 해야 했습니다.

저는 지금까지 살아오며 하루에도 몇번씩 저의 신체를 쳐다보며 훑는 남자들의 시선에 불쾌하고 수치심을 느끼며 옷을 입을 때도 거리를 거닐 때도 걱정과 스트레스와 두려움을 느꼈습니다. 그럴 때마다 그저 쳐다보는 것으로 내가 고소하고 처벌을 원하는 것을 참고 인내하고 배려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생각은 저만의 착각이었습니다. 처벌? 제가 원한다고 할 수도 없습니다. 여자들을 눈요기거리로 삼는 짓들은 이 사회에서 당연하고 용인되는 것들이었습니다. 그 당연한 것을 저만 잘못되었다 내가 참는다 생각해왔던 것입니다.

나는 제발 단 한 번이라도 아무런 걱정없이 내가 입고싶은 옷을 입고 길을 다니고 지하철을 타고 그저 평범하고 당연한 하루를 살고 싶다.
제발 내 신체가 그 역겨운 시선에서 하루만이라도 벗어나고 싶다.

난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근데 당신들은 그냥 안보면 되잖아. 그게 당연한 거잖아. 너희들은 누가 쳐다보면 왜 쳐다보냐고 싸우잖아. 너희들도 불쾌하잖아. 근데 왜 여자들한테는 아무렇지도 않게 잘못이라 생각하지도 인지하지도 않은체 우리가 받는 상처와 고통은 신경도 안쓰면서 왜 쳐다보냐고

왜 당연한 것을 당연하다고 주장해야 하냐고

왜 부당한 것은 당연시 되냐고

왜 당연한 것인데 우리는 고통받고

왜 부당한 것인데 너희는 아무렇지 않지

제발 쳐다보지좀 마 제발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