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난 알고 있었을 지도 몰라

고마워2018.0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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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알고 있었을 지도 몰라

허물어진 우리 관계는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을

삼 개월이 다 되어가는 시점에서 드디어 현실을 보기 시작해


 

그 현실을 알게 됐을 때 분명 너무도 큰 슬픔에 다시 무너질 것 같았는데

정작 지금의 난 생각보다 강하고 씩씩해

이제 정말 너와 나 각자의 행복을 바랄 수 있게 됐나봐


 

정말 그게 연애냐고, 그냥 만남이라고

사귄 것도 아니라고 할만큼 짧은 연애였지만

직업군인이었던 너였기에 나는 하루 전화 한 통, 스무마디가 채 안 되는 카톡들

모든게 너무나 소중했고 그 존재가 컸어


 

우린 정말 빠르게 가까워졌잖아

빠르게 붙은 불은 빠르게 식는다고, 내가 걱정스럽게 네게 얘기했을 때

넌 그 신경쓰지 말고 우리의 방식대로 사랑하자고 말했어

그 말은 오래 지켜지지 못했지만

그래도 헤어지기 전까지는 정말 너와 나의 방식대로 애틋한 사랑을 했다고 생각해


 

슬프게도 넌 하룻밤만에 내게 전화로 이별을 고했어

솔직히 아직도 너가 뱉었던 그 말들을 잊지 못해

그리고 여전히 궁금해

너의 말을 듣고 너무도 애처롭게 우는 내 목소리를 들으면서

넌 무슨 생각을 했을까

통화 마지막에 네가 터뜨린 구슬픈 울음은 또 대체 뭘까

 

 

결국 나는 가치관의 차이라는 이유로 네게 사랑의 종말을 고함당하고 끝없는 나락에 빠졌어

그렇지만 지금 와서야 의문이 들어

네가 얘기한 그 가치관의 차이가 정말 날 너로부터 떼어내야 할 이유였는지

물론 이제 네게 그걸 재차 물어볼 이유도, 명분도 없지만

한동안 나는 길가의 군인을 마주치면 억지로 자리를 피할 정도로 지독하게 아파했어


 

그런데도 널 놓지 못했어

널 나쁘게 말하지 못했어, 널 미워하지도 못했어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야

어느 드라마에서 그랬지, 사랑이란 미워하고 싶어도 절대 미워할 수 없는 거라고

그렇게 나를 모질게 밀쳐내고 떠났어도 내 마음속에 여전했던 사랑은 어쩔 수 없었나봐

그 사랑의 불씨가 죽을듯 말듯 끊임없이 내 속을 태우는걸 절절히 느끼면서

수도 없이 네게 연락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않았어

마지막으로 남은 자존심과 혹여나 다시 들을 수 있는 너의 모진말이 그렇게 무섭더라구

 

 

고통스러웠던 그 삼 개월 가량을 내가 버틸 수 있었던건

잠시나마 진심이었을 서로에 대한 우리의 열망과 너에게 퍼부었던 내 헌신 덕분이었어

주변 사람들이 네가 원래 그런 애였냐 놀라워할 정도로 널 위했던 내 마음은 엄청났어

만약 너가 날 슬프게 했거나 내가 널 화나게 했다면, 오히려 더 수월하게 널 지워버렸을 지도 몰라

하지만 우린 그러지 않았기에

혹시 네가 행복했던 그 날들을 기억하고 다시 돌아올 수 있을거라고,

그렇게 날 도닥이며 세 달이 됐어


 

하지만 이젠 알겠어

그렇게 그리워했던 과거의 우리 모습을 뒤로하고

그토록 사랑했던 이전의 네 모습은 남겨둔채로

나는 앞으로 나아가야 할 시간이 됐다고


 

네가 나보다 잘 지내고, 날 기억하지 않는다.. 이런 것들은 더 이상 신경쓰이지 않아

너와 나라는 다른 세상들끼리 충돌했다가 다시 스쳐 지나가는 일일뿐

어디에도 얽매여있을 필요는 없으니까


 

너를 보고 있으면 인연이라는 게 정말 신기하다고 느껴

군인이었던 네 영향으로 그쪽 분야의 공부를 하고 또 시험도 준비하고 있어

내가 살아가는 동안 널 잠시라도 만나지 못했다면 이게 가능한 일일까?

인연이라는 건 꼭 누군가의 옆에 존재하고 있어야 하는 게 아닐지도 모르겠다

나처럼 누군가의 삶을 변화시키고,

그 원동력이 돼 준다면 그것또한 더할 나위 없이 소중한 인연일거야

넌 떠났지만 내게 무엇보다 소중한 사람으로 남아있어

이런 내 진심을 너도 알게되면 좋겠지만 전할 방법이 없어 아쉬울 뿐이다

 

 

분명 내 존재도 네 인생에 작게나마 변화를 일으켰을 거라고 믿어

우린 그렇게 서로의 발전을 위한 인연으로 만났나봐

그 역할을 다 했으니 절대 너와의 만남과 이별을 슬퍼하지 않을게

부디 잘 지내, 정말 정말로 아끼고 사랑했어

내게 받았던 상처가 있다면 진심으로 사과할게

난 너에게 고마웠던 마음만 남긴채 너의 행복을 바랄게

 

그 말 기억하지? 미안하다고 하기 보다 고맙다고 해주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