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때려치우니 홀가분하네요

화온2018.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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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집에서 1시간 반 가량 걸리는 웨딩홀에서 약 5개월 간 일하던 18살 청소년입니다.수중에 남아있는 돈이 아예 없어 시작한 웨딩홀 알바가 화근이었습니다.
알바 첫 날 마주한 것은 싸가지 없는 여직원분들의 차가운 눈초리와 띠동갑 이상의 남직원의 희롱과 추행.  제 아빠뻘의 주방장 분들이 자신들을 오빠라고 칭하질 않나, 스킨십을 시도하질 않나, 제게는 실감할 수 없는 충격을 그 일터에서 처음 맞닥뜨렸습니다.그래도 버는 돈이 꽤 쏠쏠하니깐 버텨보자는 생각으로 하루를 버텼습니다. 이 첫 날까지만 해도 제가 그 곳에서 계속 일을 하게 될 줄 몰랐습니다. 하지만  일손이 부족해 고민하던 팀장님에게 저는 좋은 먹잇감이었고, 저는 아주 바보같이 그물에 걸려들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시작된 직영알바의 생활.하루 12시간을 조이는 유니폼을 입고 일하며, 조이는 구두를 신고 쉴 틈 없이 걸어야 합니다. 처음 한달 간은 발에 진물이 나고 멍이 들고 상처도 많이 났습니다. 그런데 다른 알바생들도 똑같아 나만 힘든 것이 아니라고 자기위안을 하며 버텼습니다.무거운 음식을 들고 나르고, 뜨거운 주방에서 기물정리를 하고, 퇴근 길 버스에서 머리를 부딪히며 잠이 들고, 주말이 끝나는 월요일엔 너무 피곤했지만 몇몇 다정한 직원분들 덕에 가끔은 웃으며 생활 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평화로운 알바 생활도 직영이 되던 때에 끝났습니다. 
알바를 한 지 두 달 정도 되었을까, 어느 때와 마찬가지로 일을 하고 있던 제게 팀장님이 말씀하셨습니다. "너 직영 하자." 직영이라는 것이, 주휴수당을 더 주며 일을 잘하는 알바생들에게 주어진 특권인 줄 알았던 저는 , 흔쾌히 오케이하며 신나하였습니다. 정말 어리석었죠..지금 글을 읽으며 예상하는 바와 같이, 직영이 된 후로 제게는 일만 더 주어졌을뿐입니다.직영이 아닌 다른 알바생들과 똑같은 시급을 받으며 하는 일은 두 세배. 생색은 지위높은 직원들이 다 내고 궂은 일은 직영이 하고..하소연을 좀 하자면, 우리 웨딩홀에는 커피기계와, 화장실과, 혼주석이 있습니다. 이정도만 해도 대충 예상하시겠죠.우선 아침에 출근을 하면 커피기계를 작동시키고, 필요한 물품들을 나라야합니다. 워낙 순서랑 하는 일이 복잡하다 보니 팀장님은 어리숙한 저를 혼내기도 많이 혼냈습니다. 홀에서 서빙하는 중간에도 로비로 나와서 종이컵,티슈,원두,이쑤시개등을 채우고,  쓰레기통에 하객분들이 버려 쌓인 종이컵을 꾹꾹 눌러줍니다. 간혹 종이컵 안에 남아있는 커피 때문에, 손에 화상도 많이 입고, 버려진 이쑤시개에 찔려 상처도 입었죠. 뜨거운 기계 뒤 잡일을 다 제쳐두고 가장 절 힘들게 했던 것은 정수기 물통이었습니다. 정수기물이 어디서 나오는지 다들 아시죠? 그 파란색 물통 말입니다.. 그 물통의 무게가 어느정도인지 아세요? 20kg가량이라고 해요. 물론 물이 가득 차있는 상태에서요. 저는 그 물통 대여섯개를 매일같이 나랐습니다. 홀에서 로비 정수기까지 약 100걸음, 온전히 제 힘으로 물통을 안고 걸을 때, 허리와 다리는 물론이고 머리까지 아파 토 할 지경이었습니다. 예식 한 건마다 커피 기계에 들어가는 물통 두개, 정수기에 들어가는 물통 하나. 저는 물과 커피를 먹는 사람들의 모습이 어찌나 밉던지요. 가끔은 수많은 인파 속을 뚫고 정수기에 물을 채우러 갑니다. 어쩌다 한 번은 정수기 작은 구멍에 물통을 끼우다 손이 미끄러져 물을 쏟아 그 많은 인파 속에서 질책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래서 물통 끼우는 것을 도와주려는 하객분들이나, 일 참 잘한다고, 수고한다며 따뜻한 말 한마디 건네주는 하객분들께 너무 고마워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을 숨기려 화장실까지 고개를 숙이고 뛰어가던 제가 참 초라했습니다. 정말 웃긴 건 뭔지 아세요? 그렇게 뛰어가 몰래 울 때 제게 무전이 옵니다. "화장실 체크하자"고. 네, 중간중간 화장실도 계속 가봐야 해요. 혹시 휴지가 부족할까, 바닥이 너무 더러울까, 하며 휴지를 채우고, 바닥에 떨어진 휴지 조가리를 줍고..마감할 때마다 4개의 남자화장실과 여자화장실의 쓰레기봉투에 체중을 실어 압축한 다음, 커피기계 옆 100리터 쓰레기봉투 안에 넣습니다. 그러고 나선, 가늠도 안되는 어마어마한 무게의 쓰레기봉투를 들고 쓰레기장까지 가요.덕분에 매 마감때마다 유니폼이 땀으로 젖어 몸에 달라붙습니다. 퇴근 하기 위해 남아있는 직원분들에게 억지로 밝게 웃으며'수고하셨습니다'라고 말 할 때마다 제 자신이 너무나도 낯설어요.
제가 혼주석 차리는 일을 맡게 됐을 때, 사람들이 어찌 이렇게 이기적일 수가 있는 지, 직원과 알바생들에게 환멸이 났습니다.혼주석을 차리기 위해서, 테이블 기본 세팅은 물론이고 홀서빙 하는 중간중간에 음식을 세팅해야 합니다. 초밥, 12개의 반찬, 국수, 소스, 핫음식 등 처음 한달동안 순서가 너무 헷갈려 서빙하는 동안 찌푸린 인상을 피기가 참 힘들었습니다. 유리잔 16개를 트레이에 놓고 옮길 때는 긴장으로 온 몸이 굳었고, 테이블 좁은 공간을 비집고 그릇을 놓을 때마다 그릇이 부딪히는 소리에 식은 땀을 흘렸고, 혼주 분들이 오시는 타이밍에 맞춰 핫음식을 세팅할 때 그릇이 너무 무겁고 뜨거워 화상을 입어야 했고, 국수에 육수를 부어 드리기 위해 앉아 계신 혼주 분들의 사이로 들어가 주전자를 기울일 때 손이 떨려 숨조차 제대로 쉴 수가 없었습니다. 제가 사람들이 이기적이라고 말한 이유가 이것입니다. 혼주석이란, 우리 웨딩홀에서 결혼 하시는 손님인데, 왜 우리 웨딩홀의 직원들이 아닌, 단 한 명의 알바생이 맡아서 다 해야 하는 것인가 하는 말입니다. 우리 웨딩홀에는 직원들 식사하는 공간과 혼주석은 문 하나로 분리되어 있습니다. 우리 웨딩홀은 항상 혼주분들의 식사시간과 직원식사시간이 겹칩니다. 그 지겨운 시간 7시에 혼주석을 세팅하며 문 뒤로 들려오는 직원들과 알바생들의 밥 먹는 소리를 들을 때면, 난 없는 사람인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혼주석을 세팅하고 촉박한 시간에 부랴부랴 밥을 챙겨 먹기 위해 아픈 다리를 끌고 테이블에 앉을 때에도, 직원들의 눈치와 부담스러운 대화만이 돌아와 저는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하고 일 하기 위해 일어납니다. 그저 알바생이라 찍소리도 못하는 제가 만만해 보였나 봅니다.
지난 5개월동안 제게는 주말이 없었습니다. 주말에 내 또래 친구들이 놀고 나서 SNS에 올린 사진을 볼 때도 저는 웨딩홀 테이블에서 냅킨을 접고 있었습니다. 주말에 같이 사는 언니가 자고 있는 모습을 보던 그 때는 아침 5시였습니다. 주말에 엄마의 급한 통화로 핸드폰에 남겨진 부재중을 보기까지 10시간이 지나야 했습니다. 매번 맞던 주말의 늦은 오전 햇살 대신, 주방의 뜨거운 열기를 맞이해야 했습니다. 
마지막이었던 어제의 웨딩홀 알바에서, 항상 오던 직영 알바들의 부재로 신참 알바생들과 함께 해야 했는데, 직원들의 눈을 피해 폰을 하고 농땡이 부리는 알바생들을 땀을 흘리며 바라볼 때, 손에 들고 있는 트레이를 던지고 소리를 지를 뻔 했습니다. 하지만 간이 작은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은 오늘 벌어졌고, 저는 지금 홀가분한 마음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껏  알바를 그만두지 못 했던 이유는, 오늘의 홀가분한 마음의 불신이었으나, 이렇듯 벌어지고 나니 뿌듯하기만 합니다. 직원분들의 카톡이든 전화든 모두 차단 하고 아무런 말도 없이 그만 둔 저의 태도를 사람들은 나무랄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나무람을 견뎌낼 용기가 없었다면 아마 저는 지금 웨딩홀에서 부정적인 마음만을 가지고 일 하고 있을겁니다. 저와 같은, 아마 저보다 더 힘들 지도 모르는 알바생들에게 말하고, 용기를 주고 싶습니다. 저처럼 부당한 조건을 갖고 일하고 있다면, 또 그것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몸과 마음이 병들고 있다면, 당장 그만 두세요. 그 누구라도 타인을 괴롭힐 자격이 없으며, 여러분은 스스로 고통으로부터 벗어날 자유가 있습니다. 
참 긴 글 여기까지 읽어주셔서 너무 감사드리고, 세상 모든 알바생들과 직원들에게 건투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