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국준비로 너무 바빠 글을 미처 보지 못 했는데,
도착해서 짐을 좀 정리하고 문득 글을 올렸던 것이 생각나서 다시 보니 댓글이 엄청나게 많이 달려 있어서 깜짝 놀랐어요.
많이 관심 가져 주시고 조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하나하나를 읽어보면서 인터넷상에서 만난 익명의 많은 분들이 핏줄로 이어진 가족보다 더 위로를 주시는 것 같아 울컥했어요.
제 얘기에 공감해주시고 또 본인의 이야기도 나누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후기를 이야기하자면....
출국 이틀 전 저녁에 아빠가 통화를 거절한 후,
출국 직전에 엄마가 저희 남편한테 전화하셨어요.
(공항까지 못 가봐서 미안하다고)
그리고 남편이 저를 바꿔주길래 언제 비행기 출발하는지 등 간단히 인사 나누고 이렇게 얘기했어요.
나: 엄마는 앞으로 혹시나 나와 아빠의 관계를 억지로 회복시키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저께 전화할 때 그래도 좀 풀고 가야하지 않을까 해서 아빠를 바꿔달라고 했던 건데, 아빠는 그마저도 거부했고, 이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
엄마: 너나 아빠나 똑같다 (이 부분에서 확 열받음...). 아빠의 속마음은 블라블라 부모의 마음은 블라블라.
나: 속마음이 어땠는지 몰라도 겉으로 드러나는 말과 행동으로 상처를 주고 받는다. 이제 아빠랑 연락하지 않겠다. 엄마마저 그렇게 얘기한다면 엄마랑도 연락이 힘들 것 같다.
댓글에 어떤 분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엄마는 이미 오랜 세월 동안 아빠의 성격을 경험해왔고
잘 받아주시기도 하고 아빠를 떠받드세요ㅋㅋㅋㅋ
제가 아빠 이해 안 된다고 얘기할 때마다 항상 엄마는
아빠가 살아온 환경이나 유년시절이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얘기하심.
처음엔 그냥 아빠 유년시절이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기만 하고 넘어갔다가, 마지막 친정 나오기 전에는 엄마가 또 그 얘기하실 때는 "그럼 유년시절에 불행했던 사람들 모두가 자기 자식한테 정당하게 상처를 줄 수 있는 거냐, 나도 불행하다" 해버렸어요.
그리고..... 엄마가 이야기한 아빠의 그 "속마음"이라는 것은 동생이 얘기해줘서 알게 됐어요.
제가 출국하는 날, 아침식사 자리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동생: 누나랑 저녁에 통화했었나?
아빠: (대답 없이 인상 팍팍 씀)
동생: 왜 나한테 짜증을 내?
아빠: 그 새끼는 어디 지 부모를 가르치려 드냐
라고 했다고 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사건이 일어난 때를 생각하면서요.
동생 말로는 아빠가 살면서 한 번도 깐 적 없는 박사들을 요즘 들어 무척이나 자주 비판한다고 합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많은 분들이 말씀하신 것처럼 저는 착한 딸이 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냥 부모님한테 인정 받는.
이젠 그럴 필요 전혀 없겠어요.
그런 부담 다 던져 버리고 지금의 삶에 집중하면서 살아야겠습니다.
조언 주신 분들 감사드려요!
좋은 날 보내세요.
--------------------------------------
먼저 글이 길어져서 죄송해요.
모바일로 쓰는 거라 오타나 띄어쓰기 잘못된 것이 있어도 양해 부탁드립니다ㅠㅠ
속이 너무 답답해서.... 음슴체로 쓸게요.
우리집은 (친정) 엄청나게 가부장적임.
작은 예지만... 남동생은 어렸을 때 태권도 학원을 다녔으나
나도 태권도 배우고 싶다 하니 부모님이 넌 여자라 안 된다며 끝까지 안 보내주심.
어렸을 때부터 나는 부엌에서 엄마 밥 차리는 것 도와드리고 설거지도 했으나 남동생은 절대 부엌에 못 들어가게 함.
그리고 아빠는 항상 가장의 권위를 강조해왔음.
고등학교 2학년 말에 확실히 진로 정하고
서울에 있는 대학교 들어가려고 기를 쓰고 공부함.
(고3 때까지는 지방에서 살았음)
서울에서 공부하려는 목적은 단 하나, 답답한 집을 벗어나기 위한 것이었음.
결국 서울의 한 대학교에 합격해서 스무 살 때부터 서울에서 생활했음.
방학 때 집에 내려갈 때마다 아빠랑 사이가 삐걱댔고,
항상 아빠랑 싸우고 (싸웠다기보다는 일방적으로 내가 혼난 거) 서울로 돌아왔음.
아빠가 스무 마디 할 때 내가 한 마디 하면
늘 돌아오는 말은 "니가 뭘 안다고 아는 척이냐, 교만하다" 이거였음.
그래도 내가 먼저 죄송하다고 하거나 먼저 연락해서 관계 회복했었음.
자존심 강한 아빠는 자녀가 항상 먼저 굴복(?)하길 원했음.
세월이 흘러 나는 결혼도 하고 30대가 되었음.
"니가 결혼하고 서른이 되면 니가 하는 말 다 들어주고 믿어줄게" 하던 아빠는 여전히 내 앞에서 가장의 권위, 부모의 권위, 어른의 권위를 내세움.
(뭐... 나를 믿어주긴커녕 내 말을 들어주기라도 할 것이라 기대하진 않았음)
사위는 속이 깊다며 칭찬하지만 딸인 나는 교만하다고 늘 손가락질함.
내가 가장 기분이 나쁜 것은 아빠랑 대화하다가 내 의견을 한 마디라도 꺼내면 아빠는 내가 잘난 척하고 자기를 가르치려 든다고 생각함.
그리고 마치 "벌.레.보.듯.이" 나를 쳐다봄.
(특히 내가 나중에 죄송하다고 말하려 아빠 방에 들어가면 내 쪽으로부터 몸을 홱 돌리고 눈 흘기고 위아래로 훑으면서 정말 벌레 보듯이 쳐다봄)
그런데 사위는 장인어른이니까 뭐라 대꾸 못 하고 듣기만 하고 있으니 사위를 더 좋아하는 듯함.
나랑 남편이랑 부부싸움 하면 무조건 사위 편 들 거라 함.
남편 없이 친정 가는 게 진.짜.싫.음.
친정에 갈 때는 무조건 남편 데리고 가야 할 정도로...
(남편한테는 정말 미안하지만... 아빠가 하는 이야기의 90%는 자기 자랑인데, 난 이미 10번 이상 들어왔던 얘기라 듣기 싫어서 TV보거나 방에 들어가 있음. 남편은 그 얘기를 다 듣고 있음...)
결혼 후에 남편과 함께 유학을 갔는데 마음이 너무 편안했음.
공부하느라 하루하루가 바쁘기도 했지만 아빠가 불편하기도 해서 집에 연락을 자주 못/안 함.
자식된 도리를 제대로 못 하는 것 같아 조금 죄송한 마음도 있었음.
석사 졸업 후 박사 입학을 앞두고 몇 달 한국에 들어와 따로 지내고 있는데 엄마가 수술이 잡혀 간호하러 친정에 갔음.
수술퇴원 후 엄마가 조금씩 편하게 거동할 수 있게 되면서 다시 서울 지내던 곳으로 가려는데, 떠나기 전날 아침 또 일이 터짐.
진짜 별것도 아닌 일로....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음.
나: (양치 후에 식탁에 앉아서) 엄마, 생각해보니까 작년에 치과의사 선생님이 나 충치 하나 있다고 했는데 많이 상하지는 않아서 치실 사용하면서 관리하면 괜찮을 것 같다고 하더라. 귀찮아서 매 번 하지는 못 하고 매일 저녁마다 했었어.
엄마: 오 그래? (치실을 사용하면 좋은 점 나열)
아빠: 치실은 일주일에 한 번만 써도 돼.
엄마: 치실은 매일 써야지. (치실 장점 설명)
아빠: (약간 짜증내면서) 치실은 할 일 없는 사람들이나 쓰는 거야.
이 부분에서 순간적으로 아빠가 짜증난 걸 캐치 못 하고
할 일 없는 사람들이나 치실을 사용한다는 말에 내가 발끈함.
지난 몇 년간 매일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공부하면서도 치실을 사용했던 기억이 나서 이렇게 말함.
나: 나 맨날 공부하고 알바하면서도 매일매일 치실 썼어. 치실 쓰는 건 그냥 습관이 돼야 하는 것 같애.
엄마: (맞장구치심)
여기에 아빠가 분노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빠: 니는 흑백논리에 빠져 살고 있다. 치실은 할 일 없고 여유롭고 공부하는 사람들이나 쓰는 거지. 니는 흑백논리에 빠져서 잘난 척 하지 마라. 박사 공부하면 뭐하냐. 사람이 겸손해야지. 그럴 거면 공부고 뭐고 다 때려치워라.
라고 소리지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진짜 기가 막혀서 벙쪄 있었음.
그리고 아빤 다 들리게 혼잣말로 계속해서 나를 씹은 뒤 출근했음.
그 날 저녁엔 아빠랑 한 마디도 대화하지 않았고,
다음 날 새벽 차 타고 서울 올라옴.
친정에 너무 오래 있었던 내가 원망스러웠음.
엄마와 동생한테는 지금까지 아빠한테 받은 상처들이 너무 많고 자기 자랑만 늘어놓으면서 나한테 잘난 척하지 말고 교만하지 말라고 하는 아빠랑은 연 끊고 살고 싶다고 하고 나옴.
엄마는 내가 남편한테 친정에서 있었던 일을 말하지 않도록 나한테 신신당부함.
(남편이 이 일을 알면 나와 친정을 무시할 수도 있다는 이유로)
하지만 친정을 다녀온 후 내 표정이나 말투가 이미 티가 나서 남편이 눈치를 채는 바람에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음.
남편은 그래도 이제 가면 몇 년 못 뵐 텐데 내가 후회하지 않게 아빠한테 먼저 연락하면 어떻겠냐고 함.
출국 이틀 앞두고 오늘 저녁에 엄마한테 전화함.
출국하는 날 전화를 또 하겠지만 전날에는 짐 싸느라 너무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 전화했다고 말함.
엄마가 "아빠 바꿔줄까?" 물어봐서 고민하다가 바꿔달라고 함.
그런데 수화기 너머로 아빠가 엄청 짜증내는 목소리와 함께 "됐다"고 하는 말 들림.
그렇게 엄마아빠가 잠깐 실랑이 벌이다가
엄마가 "아빠 지금 드라마 보고 있어서 나중에 끝나고 전화할 거야"라고 이야기함.
내 옆에 있던 남편이 자기 바꿔달라고 해서
우리 남편이랑 엄마랑 통화하고,
엄마가 아빠 바꿔서 아빠랑 남편이랑 통화하고 끊음.
드라마 끝나고 한참이 지나도 전화 안 옴.
결론은 아빠는 나와의 통화 자체를 거부한 것임. ㅡㅡ
내 스스로 생각하기에 내가 도대체 뭘 바라고 연락한 건가 싶고
연을 아예 끊고 살아야 하나 싶을 정도로 수치스러웠음.
남들한테는 딸이 부모한테 손 안 벌리고 자기 힘으로 장학금 받아서 유학 갔다고 자랑하고 다니면서 정작 나한테는 좋게 말한 적이 없음.
나한테 친정 아버지는 늘 권위적이고 자존심 내세우고 자기를 높이고 자랑하면서 나를 깎아내리는 사람이었음.
밤에 남편한테 다시 물어봄.
당신이 이런 상황에 놓여 있다면 어떻게 할 것 같냐고.
남편은 몇 년 후에 뵐지 모르니까 공부하러 가있는 동안 내 마음이라도 편하게 문자나 톡 메시지라도 남기라고 함.
메시지로 할 말도 없고 뭐라 말해야 할지도 도저히 모르겠음.
지금은 아직 화가 가라 앉지 않아서 연 끊고 살고 싶음.
속 터지고 답답해 미칠 것 같고 내일 당장 엄청난 짐을 챙겨야 해서 자야 하는데 잠도 안 옴.
후기추가) 가부장적인 친정 아버지랑 화해를 해야하나요?
출국준비로 너무 바빠 글을 미처 보지 못 했는데,
도착해서 짐을 좀 정리하고 문득 글을 올렸던 것이 생각나서 다시 보니 댓글이 엄청나게 많이 달려 있어서 깜짝 놀랐어요.
많이 관심 가져 주시고 조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댓글 하나하나를 읽어보면서 인터넷상에서 만난 익명의 많은 분들이 핏줄로 이어진 가족보다 더 위로를 주시는 것 같아 울컥했어요.
제 얘기에 공감해주시고 또 본인의 이야기도 나누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후기를 이야기하자면....
출국 이틀 전 저녁에 아빠가 통화를 거절한 후,
출국 직전에 엄마가 저희 남편한테 전화하셨어요.
(공항까지 못 가봐서 미안하다고)
그리고 남편이 저를 바꿔주길래 언제 비행기 출발하는지 등 간단히 인사 나누고 이렇게 얘기했어요.
나: 엄마는 앞으로 혹시나 나와 아빠의 관계를 억지로 회복시키려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저께 전화할 때 그래도 좀 풀고 가야하지 않을까 해서 아빠를 바꿔달라고 했던 건데, 아빠는 그마저도 거부했고, 이 때문에 상처를 많이 받았다.
엄마: 너나 아빠나 똑같다 (이 부분에서 확 열받음...). 아빠의 속마음은 블라블라 부모의 마음은 블라블라.
나: 속마음이 어땠는지 몰라도 겉으로 드러나는 말과 행동으로 상처를 주고 받는다. 이제 아빠랑 연락하지 않겠다. 엄마마저 그렇게 얘기한다면 엄마랑도 연락이 힘들 것 같다.
댓글에 어떤 분이 말씀하시는 것처럼,
엄마는 이미 오랜 세월 동안 아빠의 성격을 경험해왔고
잘 받아주시기도 하고 아빠를 떠받드세요ㅋㅋㅋㅋ
제가 아빠 이해 안 된다고 얘기할 때마다 항상 엄마는
아빠가 살아온 환경이나 유년시절이 그럴 수밖에 없었다고 얘기하심.
처음엔 그냥 아빠 유년시절이 힘들었다는 이야기를 듣기만 하고 넘어갔다가, 마지막 친정 나오기 전에는 엄마가 또 그 얘기하실 때는 "그럼 유년시절에 불행했던 사람들 모두가 자기 자식한테 정당하게 상처를 줄 수 있는 거냐, 나도 불행하다" 해버렸어요.
그리고..... 엄마가 이야기한 아빠의 그 "속마음"이라는 것은 동생이 얘기해줘서 알게 됐어요.
제가 출국하는 날, 아침식사 자리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고 합니다.
동생: 누나랑 저녁에 통화했었나?
아빠: (대답 없이 인상 팍팍 씀)
동생: 왜 나한테 짜증을 내?
아빠: 그 새끼는 어디 지 부모를 가르치려 드냐
라고 했다고 하네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사건이 일어난 때를 생각하면서요.
동생 말로는 아빠가 살면서 한 번도 깐 적 없는 박사들을 요즘 들어 무척이나 자주 비판한다고 합니다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많은 분들이 말씀하신 것처럼 저는 착한 딸이 되고 싶었던 것 같아요. 그냥 부모님한테 인정 받는.
이젠 그럴 필요 전혀 없겠어요.
그런 부담 다 던져 버리고 지금의 삶에 집중하면서 살아야겠습니다.
조언 주신 분들 감사드려요!
좋은 날 보내세요.
--------------------------------------
먼저 글이 길어져서 죄송해요.
모바일로 쓰는 거라 오타나 띄어쓰기 잘못된 것이 있어도 양해 부탁드립니다ㅠㅠ
속이 너무 답답해서.... 음슴체로 쓸게요.
우리집은 (친정) 엄청나게 가부장적임.
작은 예지만... 남동생은 어렸을 때 태권도 학원을 다녔으나
나도 태권도 배우고 싶다 하니 부모님이 넌 여자라 안 된다며 끝까지 안 보내주심.
어렸을 때부터 나는 부엌에서 엄마 밥 차리는 것 도와드리고 설거지도 했으나 남동생은 절대 부엌에 못 들어가게 함.
그리고 아빠는 항상 가장의 권위를 강조해왔음.
고등학교 2학년 말에 확실히 진로 정하고
서울에 있는 대학교 들어가려고 기를 쓰고 공부함.
(고3 때까지는 지방에서 살았음)
서울에서 공부하려는 목적은 단 하나, 답답한 집을 벗어나기 위한 것이었음.
결국 서울의 한 대학교에 합격해서 스무 살 때부터 서울에서 생활했음.
방학 때 집에 내려갈 때마다 아빠랑 사이가 삐걱댔고,
항상 아빠랑 싸우고 (싸웠다기보다는 일방적으로 내가 혼난 거) 서울로 돌아왔음.
아빠가 스무 마디 할 때 내가 한 마디 하면
늘 돌아오는 말은 "니가 뭘 안다고 아는 척이냐, 교만하다" 이거였음.
그래도 내가 먼저 죄송하다고 하거나 먼저 연락해서 관계 회복했었음.
자존심 강한 아빠는 자녀가 항상 먼저 굴복(?)하길 원했음.
세월이 흘러 나는 결혼도 하고 30대가 되었음.
"니가 결혼하고 서른이 되면 니가 하는 말 다 들어주고 믿어줄게" 하던 아빠는 여전히 내 앞에서 가장의 권위, 부모의 권위, 어른의 권위를 내세움.
(뭐... 나를 믿어주긴커녕 내 말을 들어주기라도 할 것이라 기대하진 않았음)
사위는 속이 깊다며 칭찬하지만 딸인 나는 교만하다고 늘 손가락질함.
내가 가장 기분이 나쁜 것은 아빠랑 대화하다가 내 의견을 한 마디라도 꺼내면 아빠는 내가 잘난 척하고 자기를 가르치려 든다고 생각함.
그리고 마치 "벌.레.보.듯.이" 나를 쳐다봄.
(특히 내가 나중에 죄송하다고 말하려 아빠 방에 들어가면 내 쪽으로부터 몸을 홱 돌리고 눈 흘기고 위아래로 훑으면서 정말 벌레 보듯이 쳐다봄)
그런데 사위는 장인어른이니까 뭐라 대꾸 못 하고 듣기만 하고 있으니 사위를 더 좋아하는 듯함.
나랑 남편이랑 부부싸움 하면 무조건 사위 편 들 거라 함.
남편 없이 친정 가는 게 진.짜.싫.음.
친정에 갈 때는 무조건 남편 데리고 가야 할 정도로...
(남편한테는 정말 미안하지만... 아빠가 하는 이야기의 90%는 자기 자랑인데, 난 이미 10번 이상 들어왔던 얘기라 듣기 싫어서 TV보거나 방에 들어가 있음. 남편은 그 얘기를 다 듣고 있음...)
결혼 후에 남편과 함께 유학을 갔는데 마음이 너무 편안했음.
공부하느라 하루하루가 바쁘기도 했지만 아빠가 불편하기도 해서 집에 연락을 자주 못/안 함.
자식된 도리를 제대로 못 하는 것 같아 조금 죄송한 마음도 있었음.
석사 졸업 후 박사 입학을 앞두고 몇 달 한국에 들어와 따로 지내고 있는데 엄마가 수술이 잡혀 간호하러 친정에 갔음.
수술퇴원 후 엄마가 조금씩 편하게 거동할 수 있게 되면서 다시 서울 지내던 곳으로 가려는데, 떠나기 전날 아침 또 일이 터짐.
진짜 별것도 아닌 일로....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음.
나: (양치 후에 식탁에 앉아서) 엄마, 생각해보니까 작년에 치과의사 선생님이 나 충치 하나 있다고 했는데 많이 상하지는 않아서 치실 사용하면서 관리하면 괜찮을 것 같다고 하더라. 귀찮아서 매 번 하지는 못 하고 매일 저녁마다 했었어.
엄마: 오 그래? (치실을 사용하면 좋은 점 나열)
아빠: 치실은 일주일에 한 번만 써도 돼.
엄마: 치실은 매일 써야지. (치실 장점 설명)
아빠: (약간 짜증내면서) 치실은 할 일 없는 사람들이나 쓰는 거야.
이 부분에서 순간적으로 아빠가 짜증난 걸 캐치 못 하고
할 일 없는 사람들이나 치실을 사용한다는 말에 내가 발끈함.
지난 몇 년간 매일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공부하면서도 치실을 사용했던 기억이 나서 이렇게 말함.
나: 나 맨날 공부하고 알바하면서도 매일매일 치실 썼어. 치실 쓰는 건 그냥 습관이 돼야 하는 것 같애.
엄마: (맞장구치심)
여기에 아빠가 분노함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빠: 니는 흑백논리에 빠져 살고 있다. 치실은 할 일 없고 여유롭고 공부하는 사람들이나 쓰는 거지. 니는 흑백논리에 빠져서 잘난 척 하지 마라. 박사 공부하면 뭐하냐. 사람이 겸손해야지. 그럴 거면 공부고 뭐고 다 때려치워라.
라고 소리지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 진짜 기가 막혀서 벙쪄 있었음.
그리고 아빤 다 들리게 혼잣말로 계속해서 나를 씹은 뒤 출근했음.
그 날 저녁엔 아빠랑 한 마디도 대화하지 않았고,
다음 날 새벽 차 타고 서울 올라옴.
친정에 너무 오래 있었던 내가 원망스러웠음.
엄마와 동생한테는 지금까지 아빠한테 받은 상처들이 너무 많고 자기 자랑만 늘어놓으면서 나한테 잘난 척하지 말고 교만하지 말라고 하는 아빠랑은 연 끊고 살고 싶다고 하고 나옴.
엄마는 내가 남편한테 친정에서 있었던 일을 말하지 않도록 나한테 신신당부함.
(남편이 이 일을 알면 나와 친정을 무시할 수도 있다는 이유로)
하지만 친정을 다녀온 후 내 표정이나 말투가 이미 티가 나서 남편이 눈치를 채는 바람에 말을 하지 않을 수 없었음.
남편은 그래도 이제 가면 몇 년 못 뵐 텐데 내가 후회하지 않게 아빠한테 먼저 연락하면 어떻겠냐고 함.
출국 이틀 앞두고 오늘 저녁에 엄마한테 전화함.
출국하는 날 전화를 또 하겠지만 전날에는 짐 싸느라 너무 시간이 없을 것 같아서 전화했다고 말함.
엄마가 "아빠 바꿔줄까?" 물어봐서 고민하다가 바꿔달라고 함.
그런데 수화기 너머로 아빠가 엄청 짜증내는 목소리와 함께 "됐다"고 하는 말 들림.
그렇게 엄마아빠가 잠깐 실랑이 벌이다가
엄마가 "아빠 지금 드라마 보고 있어서 나중에 끝나고 전화할 거야"라고 이야기함.
내 옆에 있던 남편이 자기 바꿔달라고 해서
우리 남편이랑 엄마랑 통화하고,
엄마가 아빠 바꿔서 아빠랑 남편이랑 통화하고 끊음.
드라마 끝나고 한참이 지나도 전화 안 옴.
결론은 아빠는 나와의 통화 자체를 거부한 것임. ㅡㅡ
내 스스로 생각하기에 내가 도대체 뭘 바라고 연락한 건가 싶고
연을 아예 끊고 살아야 하나 싶을 정도로 수치스러웠음.
남들한테는 딸이 부모한테 손 안 벌리고 자기 힘으로 장학금 받아서 유학 갔다고 자랑하고 다니면서 정작 나한테는 좋게 말한 적이 없음.
나한테 친정 아버지는 늘 권위적이고 자존심 내세우고 자기를 높이고 자랑하면서 나를 깎아내리는 사람이었음.
밤에 남편한테 다시 물어봄.
당신이 이런 상황에 놓여 있다면 어떻게 할 것 같냐고.
남편은 몇 년 후에 뵐지 모르니까 공부하러 가있는 동안 내 마음이라도 편하게 문자나 톡 메시지라도 남기라고 함.
메시지로 할 말도 없고 뭐라 말해야 할지도 도저히 모르겠음.
지금은 아직 화가 가라 앉지 않아서 연 끊고 살고 싶음.
속 터지고 답답해 미칠 것 같고 내일 당장 엄청난 짐을 챙겨야 해서 자야 하는데 잠도 안 옴.
여러분이라면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하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