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아직 아기 엄마가 아니지만
많은 어머니들의 생각이 궁금해 올려요 조언 부탁드려요...
나는 어릴 때부터 참 까탈스러운 아이였습니다
아무거나 안 먹고, 아무거나 안 입고, 잠이 적은 아이
어릴 때 사진을 봐도 활짝 웃고 있는 사진보다는 어딘가 뾰루퉁한 표정의 사진이 더 많아요
순한 것과는 거리가 멀고, 아이에게 쏟아야 하는 돈과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한, 키우기 힘든 아이였던 나
그런 나를 키우며 우리 엄마가 고생을 참 많이 했어요
세상을 잘 모르는 순진한 부자집 아가씨였던 엄마가
스물다섯에 나를 낳고 키우며 눈물이 많고 자주 울컥하고 때때로 욕이 나오는... 그런 자신의 변한 모습에 놀라 또 슬퍼하는... 그런 고달픈 중년 여성이 되었습니다
여기엔 급격히 나빠진 친가와 외가의 경제적 상황도 한 몫 했구요... 원래도 부모님께서 유산 욕심은 크게 없으셨지만
사업이라는 게 뭔지 순식간에 폭삭 망해 이제 할머니, 할아버지의 노후를 부모님이 보살펴 드려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그래도 엄마를 제일 힘들게 하고 가장 많이 변하게 한 건 나예요
엄마가 가장 기대했고, 사랑했고, 공을 들였던 자식인 제가 생각만큼 잘 풀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공부 걱정은 없을 줄 알았던 딸이 고등학교 내신을 완전히 말아먹고
그래도 정시로 서울대를 갈 줄 알았던 딸이 재수해서 겨우 연고대에 들어가고
대학을 보내놓았더니 고시공부를 한다고 이년째 헤매고 있고
어린시절 나의 예쁘장했던 외모도 지금은 온데간데 없습니다
한마디로 금이야 옥이야 날 키운 부모님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자식이 된 거지요
우리 엄마는 본인이 무리를 해서라도 자식들을 챙기시는 분이라
나는 엄마에게 많은 것을 받고도 보답해드리지 못했습니다
김연아나 박지성은 아니더라도
나보다 더 똑똑하고 더 성실해서 대학도 현역으로 가고 고시도 한 번에 붙는 그런 자랑스러운 자식이었다면 좋았을 텐데요
내가 생각해도 우리 엄마는 완벽한 엄마이세요
마땅한 취미생활도 없이 하루 24시간 중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남편과 자식을 위해 끊임없이 요리하고, 청소하고 등등...
덕분에 우리집은 항상 호텔만큼이나 깨끗하고, 우리 가족들은 안 다려진 옷을 입는 일이 없고, 집에는 매 끼니마다 메뉴를 다르게 먹을 수 있을 만큼 넉넉한 종류의 국과 반찬이 있습니다
누가 말하길 가정주부는 그래도 몸이 좀 편안하다는데,
우리 엄마를 보면 퇴근이란 게 없는 가정주부의 삶이 가끔은 가혹하리만치 갑갑하게 느껴집니다
엄마는 밤 열한시에도 가족들을 위해 야식을 요리하십니다
무리해서라도 가족들의 욕구를 들어주고 마지막 힘 한방울마저 바닥날 때까지 가정을 위해 헌신하시는 엄마
그 헌신의 중심에 제가 있었죠
제가 재수하던 해에 엄마가 우울증에 걸리셨습니다
제가 대학을 가고 나아지던 엄마의 우울증 증상이 제가 고시에 두 번 낙방한 후 다시 도지고 있어요
가끔은 제 얼굴만 봐도 눈물을 흘리시는 엄마
이유를 물어보니
물려줄 재산이 없으니 자식의 앞날에 대한 걱정
그리고
남편이 바람을 피운 것과 같은 배신감...
엄마는 아니라고 하시지만
내 눈에는 암만 봐도
어린 시절만큼 잘나지 못한 나로 인해 불행한 엄마
나의 과오 역시 인정합니다
매 순간 더 절실하게 살지 못했던 것
부모님의 심정을 헤아리지 않고 나 살고픈 대로 살았던 것
고등학교 때 노는 친구들을 사귀어 기어코 재수한 것
재수한 해에도 남자친구를 사귀어 서울대엔 원서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연고대를 간 것
연고대 간판과를 다니면서도 다른 우수한 엘리트 학생들처럼 하루빨리 유명 기업에 취직하거나 일이년만에 고시에 붙지 못한 것
핑계나 변명이 아니라 저도 제 안의 부족함이 보여요
가끔은 내가 어디가 잘못된 게 아닐까 생각하곤 합니다 우리 집에 내가 잘못 태어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난 엄마의 딸이 될 자격이 없거든요
엄마는 부모가 보살피지 않았으나 자식이 매우 잘 풀린 가정에 대해 이따금 말씀하십니다
저는 엄마의 말씀 속에서 질투, 회한을 느끼고
제 자신에게 혐오감을 느낍니다
난 엄마의 자식으로서 낙제했어요
다가오는 세 번째 고시 시험, 이번엔 정말 잘 볼 자신이 있습니다
원래 공부머리는 나쁘지 않았고 엉덩이가 가벼운 것이 탈이었는데 이번엔 진짜 눈물 콧물 다 빼며 열심히 했거든요
지금까지 살면서 시험을 잘 칠 거라는 예감이 들었을 땐 그 예감이 맞았으니 아마 이번에도 시험’은’ 잘 칠 거예요
그런데 우리 엄마에 대한 죄책감, 나 자신에 대한 패배의식, 혐오감, 나보다 더 잘난 사람들에 대한 끝없는 부러움과 열등감...
부모를 실망시킨 모자란 자식
완벽한 가정의 불량품
스스로에 대한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와 평생 싸워 나가야 할텐데, 잘 할 수 있을까요?
이제 완벽한 엄마에게도
완벽하지 못한 나에게도 어느 정도의 거리가 필요하다는 생각
직장을 얻으면 독립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엄마는 엄마의 영혼을 나에게 바쳤는데 엄마로부터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니 난 참 배은망덕한 자식입니다
엄마에게 보통의 엄마들보다 더 큰 사랑과 헌신을 받았는데도
엄마의 기대와, 그걸 실망시키는 나
이걸 극복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이제 널 내려놓아야지”
“이제 너에 대한 기대를 포기해야지”
“기대 안 할 거다 나도 과거에 너의 잘났던 모습을 잊어 버리려고 노력 중이다”
엄마가 저런 말을 하실 때마다
무책임하지만 집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무 곳에도 닿지 않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자식을 위해 뭐든 하시는 완벽한 엄마... 이제 그런 엄마와 멀어지고 싶습니다
많은 어머니들의 생각이 궁금해 올려요 조언 부탁드려요...
나는 어릴 때부터 참 까탈스러운 아이였습니다
아무거나 안 먹고, 아무거나 안 입고, 잠이 적은 아이
어릴 때 사진을 봐도 활짝 웃고 있는 사진보다는 어딘가 뾰루퉁한 표정의 사진이 더 많아요
순한 것과는 거리가 멀고, 아이에게 쏟아야 하는 돈과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한, 키우기 힘든 아이였던 나
그런 나를 키우며 우리 엄마가 고생을 참 많이 했어요
세상을 잘 모르는 순진한 부자집 아가씨였던 엄마가
스물다섯에 나를 낳고 키우며 눈물이 많고 자주 울컥하고 때때로 욕이 나오는... 그런 자신의 변한 모습에 놀라 또 슬퍼하는... 그런 고달픈 중년 여성이 되었습니다
여기엔 급격히 나빠진 친가와 외가의 경제적 상황도 한 몫 했구요... 원래도 부모님께서 유산 욕심은 크게 없으셨지만
사업이라는 게 뭔지 순식간에 폭삭 망해 이제 할머니, 할아버지의 노후를 부모님이 보살펴 드려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그래도 엄마를 제일 힘들게 하고 가장 많이 변하게 한 건 나예요
엄마가 가장 기대했고, 사랑했고, 공을 들였던 자식인 제가 생각만큼 잘 풀리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공부 걱정은 없을 줄 알았던 딸이 고등학교 내신을 완전히 말아먹고
그래도 정시로 서울대를 갈 줄 알았던 딸이 재수해서 겨우 연고대에 들어가고
대학을 보내놓았더니 고시공부를 한다고 이년째 헤매고 있고
어린시절 나의 예쁘장했던 외모도 지금은 온데간데 없습니다
한마디로 금이야 옥이야 날 키운 부모님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자식이 된 거지요
우리 엄마는 본인이 무리를 해서라도 자식들을 챙기시는 분이라
나는 엄마에게 많은 것을 받고도 보답해드리지 못했습니다
김연아나 박지성은 아니더라도
나보다 더 똑똑하고 더 성실해서 대학도 현역으로 가고 고시도 한 번에 붙는 그런 자랑스러운 자식이었다면 좋았을 텐데요
내가 생각해도 우리 엄마는 완벽한 엄마이세요
마땅한 취미생활도 없이 하루 24시간 중 잠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남편과 자식을 위해 끊임없이 요리하고, 청소하고 등등...
덕분에 우리집은 항상 호텔만큼이나 깨끗하고, 우리 가족들은 안 다려진 옷을 입는 일이 없고, 집에는 매 끼니마다 메뉴를 다르게 먹을 수 있을 만큼 넉넉한 종류의 국과 반찬이 있습니다
누가 말하길 가정주부는 그래도 몸이 좀 편안하다는데,
우리 엄마를 보면 퇴근이란 게 없는 가정주부의 삶이 가끔은 가혹하리만치 갑갑하게 느껴집니다
엄마는 밤 열한시에도 가족들을 위해 야식을 요리하십니다
무리해서라도 가족들의 욕구를 들어주고 마지막 힘 한방울마저 바닥날 때까지 가정을 위해 헌신하시는 엄마
그 헌신의 중심에 제가 있었죠
제가 재수하던 해에 엄마가 우울증에 걸리셨습니다
제가 대학을 가고 나아지던 엄마의 우울증 증상이 제가 고시에 두 번 낙방한 후 다시 도지고 있어요
가끔은 제 얼굴만 봐도 눈물을 흘리시는 엄마
이유를 물어보니
물려줄 재산이 없으니 자식의 앞날에 대한 걱정
그리고
남편이 바람을 피운 것과 같은 배신감...
엄마는 아니라고 하시지만
내 눈에는 암만 봐도
어린 시절만큼 잘나지 못한 나로 인해 불행한 엄마
나의 과오 역시 인정합니다
매 순간 더 절실하게 살지 못했던 것
부모님의 심정을 헤아리지 않고 나 살고픈 대로 살았던 것
고등학교 때 노는 친구들을 사귀어 기어코 재수한 것
재수한 해에도 남자친구를 사귀어 서울대엔 원서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연고대를 간 것
연고대 간판과를 다니면서도 다른 우수한 엘리트 학생들처럼 하루빨리 유명 기업에 취직하거나 일이년만에 고시에 붙지 못한 것
핑계나 변명이 아니라 저도 제 안의 부족함이 보여요
가끔은 내가 어디가 잘못된 게 아닐까 생각하곤 합니다 우리 집에 내가 잘못 태어난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난 엄마의 딸이 될 자격이 없거든요
엄마는 부모가 보살피지 않았으나 자식이 매우 잘 풀린 가정에 대해 이따금 말씀하십니다
저는 엄마의 말씀 속에서 질투, 회한을 느끼고
제 자신에게 혐오감을 느낍니다
난 엄마의 자식으로서 낙제했어요
다가오는 세 번째 고시 시험, 이번엔 정말 잘 볼 자신이 있습니다
원래 공부머리는 나쁘지 않았고 엉덩이가 가벼운 것이 탈이었는데 이번엔 진짜 눈물 콧물 다 빼며 열심히 했거든요
지금까지 살면서 시험을 잘 칠 거라는 예감이 들었을 땐 그 예감이 맞았으니 아마 이번에도 시험’은’ 잘 칠 거예요
그런데 우리 엄마에 대한 죄책감, 나 자신에 대한 패배의식, 혐오감, 나보다 더 잘난 사람들에 대한 끝없는 부러움과 열등감...
부모를 실망시킨 모자란 자식
완벽한 가정의 불량품
스스로에 대한 이런 부정적인 이미지와 평생 싸워 나가야 할텐데, 잘 할 수 있을까요?
이제 완벽한 엄마에게도
완벽하지 못한 나에게도 어느 정도의 거리가 필요하다는 생각
직장을 얻으면 독립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엄마는 엄마의 영혼을 나에게 바쳤는데 엄마로부터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들다니 난 참 배은망덕한 자식입니다
엄마에게 보통의 엄마들보다 더 큰 사랑과 헌신을 받았는데도
엄마의 기대와, 그걸 실망시키는 나
이걸 극복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됩니다
“이제 널 내려놓아야지”
“이제 너에 대한 기대를 포기해야지”
“기대 안 할 거다 나도 과거에 너의 잘났던 모습을 잊어 버리려고 노력 중이다”
엄마가 저런 말을 하실 때마다
무책임하지만 집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습니다 그리고 아무 곳에도 닿지 않고 새롭게 시작하고 싶다는 생각이 듭니다
부모를 실망시키지 않는 자식으로서의 새출발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