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 동안 너는 내 사진을 찍어준 적 없다.

1672018.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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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로 헤어진지 딱 한달이 됐다.

그동안 그립다가 화나다가 슬프다가 우울하다가 또 그립다가 했구나 나는

헤어지고 나서 한달에서야 난 오늘 예전에 쓰던 아이폰,이전에 쓰던 갤럭시 그리고 노트북 사진첩 정리를 했어.

니 사진이 참 많더라. 콘서트장에서, 아이스링크에서, 술집에서, 밥집에서... 정말 애뜻하리만큼 많더라 니 사진.

그런데.. 정작 내 사진이 없더라. 아 아니.... 있긴 있더라. 모두 내가 셀카로 찍은 사진.

근데 상대방이 찍어준 사진이 없더라. 가끔 친구들 만났을때 친구들이 찍어준 사진은 있는데, 5년동안 주말마다 빠짐 없이 만났던 남자친구인 니가 찍어준 사진은 열장도 안되더라.

그런데..그 사진들을 보며 문득 어떤 기억이 떠오르는거야. 예전에 대학 다닐때 수업중에 한 교수님이 그런 말씀을 하셨었어.

"남자친구가 너네를 진짜 사랑하는지 아닌지 알수있는 방법 알려줄까?"

우린 난리가 났지. 네~ 알려주세요~

교수님께서 웃으면서 말씀하셨어.

"남자친구가 찍어준 니네 사진을 봐봐. 거기 담긴 니 모습이 남친이 너를 보는 그대로야. 니네들 얼굴이 얼마나 예쁘고 못생겼는지는 상관없어. 그 사진에 담긴 니 모습이 얼마나 행복해보이는지, 사진이 얼마나 성의 있게 찍혔는지를 봐봐. 거기서 느껴지는 행복이 남친이 느끼는 행복이고, 거기서 느껴지는 성의가 남친이 너를 대하는 마음이야"

느껴지는 성의? 날 대하는 마음. 그게 떠올랐지만 5년을 만났지만 몇 안되서 열 손가락으로 다 꼽을 수 있는 니가 찍어준 내 사진들 있잖아?

정말 엉망이더라. 죄다 흔들리고, 성의 없고, 나 정말 바보같더라.

근데 너 만난 날 내가 찍은 셀카 있잖아. 나 너무 행복해 보이더라. 같은 날인데도 니가 찍어준 모습이랑 내가 찍은 모습이 너무 다르더라구.

나는 너 사진 예쁘게 찍겠다고, 몇번이나 포즈 취해보라 그러고, 웃자 그러고, 웃겨주고, 별별짓 다했는데 너는 내가 용기내서 사진 한번 찍어달라 그러면 쓱 가져가서 촬영 버튼 한번 눌러주고는 핸드폰 돌려주곤 했잖아.

나는 그거 보고서는 사진이 이상하네 어쩌네 하기도 민망해서 그냥 고마워.. 하고 말았고. 니 핸드폰에는 내 사진이 하나도 없어서 아마 모를거야.

내가 가끔 카톡으로 사진 찍어 보내줘도 응~ 하고 넘기고, 다른 여자들 사진은 저장해도 내 사진은 저장 안했으니까. 둘이서 사진 찍자고 하는 것도 항상 내가 먼저, 사진도 항상 내 카메라, 내 핸드폰으로만 찍었으니까.

그래서 아마 너는 모르겠지. 니가 나를 제대로 담아준 적이 없다는걸. 왜냐하면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까.

근데.. 나는 알겠더라.

오늘 정리하면서 보니까 내가 5년동안 연애를 한게 아니고 짝사랑을 했다는거.. 알겠더라구. 그냥 나 혼자 즐거워서 너 만났다는거.. 알겠더라.

그래서 이제 많이 슬퍼하지 않으려구. 너랑 헤어진건 진작 인정했는데, 그래도 서로 사랑했다고 생각해서 많이 슬펐거든.

사랑하는 사이였는데 왜 이렇게 됐을까 싶어서.. 근데 이제 그러지 않으려구. 사랑이 아니었으니까 이렇게 된거였어.

나 다음번에 연애할때도 남자친구 사진 많이 찍어줄거야. 내 눈에도, 내 카메라에도 많이 담고, 그 사진들 시시때때로 보면서 행복해 하려구. 그리고.. 다음번에 만날 내 사람도 나를 그렇게 많이 담아줬으면 좋겠다.

둘이서도 사진 많이 찍고 추억 많이 남겨야지.

괜찮아. 이제 미워하지 않을게.

나한테 거짓말했던거, 몰래 여자 만나러 다녔던거, 나한테 쓰는 만원은 아까워서 어쩔줄 모르면서 술마시는 30만원은 안 아까워 하는거. 원망하지 않을게.

그냥.. 내가 너 혼자 좋아했던거니까.. 이제서야 알아서 오히려 미안해. 더 일찍 서로 편해질 수 있었는데.

열심히 찍었던 니 사진들, 이 글 다 쓰고나면 이제 지우려고. 사진 속 너는 개구진 표정으로 웃고 있는데, 내 눈 속에 너는 그렇게 예뻤는데, 지울게.

이제 내 핸드폰에 내가 사랑하고,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 사진을 담아야겠다.

안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