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의: 비교적 수위가 높은 소설입니다. 고어 등을 접하지 않은 분은 읽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참고적으로 예전에 올렸던 글인데, 삭제가 되어 다시 올립니다.)
딸을 위한 선물
시계를 들여다보던 박씨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밤새 비가 심하게 내렸던 탓인지, 질퍽거려 앉아 있을 만한 곳이 없었다. 예전보다 일거리가 많아지고 있다지만 그다지 넉넉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남들보다 부지런해야 그 날의 일감을 얻을 수 있었다.
날이 흐려서인지 허리와 무릎이 시큰거리며 쑤셔왔다. 당장이라도 집에 들어가 두 다리를 뻗고 골아 떨어지고 싶었지만 아비가 되어 가지고 딸아이를 호강은커녕 남들만큼도 잘 키우지 못하는 주제에 그럴 수는 없었다.
언제 왔는지 늙은 사내 둘이서 비닐 쪼가리 위에 앉아 떠들고 있었다.
"덥기도 하고, 비 내리는 날도 많고, 이젠 이 짓도 못해 먹겠구먼..."
"빨리 기술을 익혀야 철근오야지든 목수오야지든 따라다니는데, 하루하루 이렇게 살아야 하니 힘들어서 원..." "'노가다'가 다 그렇지 뭐. 만약 오늘 같은 곳으로 일 나가게되면 저녁에 순댓국에 쐬주나 한 잔 합시다."
"그러고 보니 벌써 칠월이네, 칠팔월이 제일 싫다니까..."
옆에 있던 늙은사내 두 명이 투덜거리며 일어났다. 박씨는 뭔가를 잊은 듯 한참을 생각하더니 잠시 후, '아차'하며 두 손을 '탁'하고 마주쳤다. 일곱 번째 달... 세 번째 날, 그러니까 칠월 삼일이 딸아이의 생일이었던 것이다. 박씨는 곁에 앉아있던 사내를 힐끔거리며 쳐다보았다.
동전 몇 푼과 심하게 구겨진 천 원 짜리 한 장만이 달랑 들어있었다. 작년에도 딸아이의 생일을 잊어버려 한동안 딸에게 무척이나 미안했었다. 딸의 생일날 술이 떡이 되어 마시고는 길바닥에 자빠져 잤다가 그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야 겨우 집에 들어갔던 것이었다. 입이 댓 자는 튀어나와 원망하듯 쳐다보던 딸의 모습이 선하게 스치고 지나갔다.
일당을 받으면 오늘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딸아이에게 근사한 선물을 사다주겠다고 맹세했다. 박씨가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있을 때, 옆에 있던 사내들이 보이지 않았다. 박씨는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은 저만치 걸어가고 있었다.
"무슨 일이요? 왜 다들 돌아가는게유?" 그 중 한 명이 뒤를 돌아보며 대답했다. "못 들으셨어요? 오늘... 일 없다네요. 소낙비가 올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러니 댁도 집에 들어가서 쉬세요. 아니면 저희하고 해장국에 소주 한잔하시든지... 저기 괜찮은 해장국 집이 하나 있던데... " "아... 아니, 나는 괜찮소. 어쨌거나... 재미있게 보내슈. " 박씨는 엉덩이를 털며 옆에 있는 전봇대에 몸을 기댔다. 전봇대 위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져 박씨의 볼에 이슬처럼 흘렀다. 박씨는 가슴이 뭉클했다. 딸의 생일에 단돈 만 원짜리 선물하나 준비하지 못하는 무능력한 가장이라는 제 신세가 너무도 한심스러웠다.
'집에 이대로 들어갈 수도 없고, 어쩐다...'
박씨는 눈을 감고 궁리를 하다가 겨우 마음을 추스리고는 문이 열린 식당이며 빌딩 앞을 전전하며 반나절을 보냈다. 어디를 가나 비슷한 대답뿐이었다.
"아 글쎄, 지금 마땅히 하실 일이 없어요." "부탁입니다. 많은 돈은 받지 않을 게요. 청소도 좋고 아니면 짐 나르기도 할 수 있으니까..." "필요 없어요."
심지어 길거리에 쌓여진 폐지까지도 이미 주인이 다 있었다.
그렇게 일자리를 알아보러 다닌 박씨의 몸이 더 이상 걷기 힘들 정도로 지치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일반 직장인들의 퇴근시간 무렵이었다. 시간도 시간이었지만, 더 이상 돌아다닐 곳도 없었다.
'아 신발, 온다던 비는 왜 안 오는거야? 비라도 오면 덥지는 않을 거 아냐?'
박씨는 허탈한 마음에 이마에 땀을 훔치면서 한숨을 내쉬고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발걸음이 무거웠다.
'올해도 또 그냥 넘어가야 한단 말인가?'
바로 그때, 박씨의 눈에 반짝이는 뭔가가 들어왔다. 박씨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그쪽으로 다가갔다. 길 한쪽 구석에 은색 포장지로 포장된 담뱃갑보다도 작은 상자 하나가 떨어져있었다. 박씨는 주위를 살피며 그것을 집어들었다. 뭔가 묵직한 것이 들어있었다. 박씨는 그것을 흔들어 보았다. '달그닥' 소리가 나는 것이 조그맣고 딱딱한 것이 들어있는 것 같았다. 박씨는 포장지가 찢어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테이프를 뜯어보았다. 그것은 꽤 고급스런 립스틱이었다. 겉에 쓰여 있는 '정소희'라는 이름만 지우면 새 것같이 보일 터였다.
'오호... 이런 것이...'
길에서 주운 것이라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당장에는 너무도 소중하고, 필요한 것을 얻은 듯했다. 딸의 나이가 좀 어리기는 했지만, 선물로는 괜찮을 것 같았다. 박씨는 이름을 지우고는 그것을 깨끗하게 그래도 포장한 다음 호주머니 속에 조심스레 쑤셔 넣었다.
그제야 서서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포장된 립스틱을 조금만 늦게 발견했다면 그 선물가치가 없어졌을 것이라 생각하니 그래도 운이 나쁘지 않은 하루라는 생각이 들었다.
******
집 앞까지 도착한 박씨는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녹슨 자물쇠를 열었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한 철문이 비에 젖어 '삐그덕' 거리는 커다란 소리를 내며 열렸다. 박씨는 씩씩하게 들어서며 다정하게 딸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미선아. 아빠 왔다."
박씨는 미소를 담뿍 지으며 딸이 있는 방문을 열어 보았다. 딸은 다소곳이 자리에 앉아있었다. 박씨는 함박 웃음을 지으며 호주머니에서 립스틱상자가 든 비닐을 꺼냈다.
"네, 선물이야. 젖을까봐 비닐에 넣었단다. 아빠가 비를 홀딱 맞으면서도 네 선물은 안 적시려고..."
그러나 딸은 고맙다는 내색도 없이 박씨의 행동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박씨는 비닐포장을 뜯으면서 흥에 겨운 듯 콧노래까지 불렀다. 그러면서 딸에게 눈짓으로 '미선아, 아빠 노래 잘하지?' 라는 식의 표정을 지어 보였다. 마침내 립스틱 뚜껑을 열고 손잡이를 돌리자 분홍색의 루즈가 뱅그르르 돌며 모습을 나타냈다. 박씨는 그것을 입술에 바를 수 있게 적당하게 올린 후, 딸에게 말했다.
"이 색깔이 괜찮을 것 같아 샀는데, 네가 보기에는 어떠냐? 아빠가 발라주마. 괜찮아... 피하지 말고... 나이가 좀 어리면 어떠냐? 어차피 나중에 다 바르게 될 것인데... "
박씨는 딸의 얼굴을 붙잡고 립스틱을 딸의 입술에 바르기 시작했다. 박씨의 이마에는 땀이 흘러내렸다. 박씨는 딸의 입술에 립스틱을 바르다 말고 그녀의 눈동자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떨리는 손으로 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윗입술에 립스틱의 색이 거의 입혀질 무렵, 박씨는 립스틱을 바닥에 집어던졌다.
"제발 말을 하란 말이야. 왜 한마디도 못해?? 아래 입술도 예쁘게 칠해 달라고 말을 하란 말이야!" "......" "이런... 쌍!"
박씨는 딸의 목을 잡고 흔들었다. 그러나 딸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더욱 힘을 주어 딸을 흔들어 보았다. 그래도 딸은 허공에서 허우적거릴 뿐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박씨가 손을 놓자 딸은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박씨는 그 자리에 주저 않아 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쓰러진 딸은 박씨의 모습을 보며 비웃는 듯했다. 박씨는 그 모습이 보기 싫어 밖으로 뛰쳐나갔다. 밖은 어느덧 해가 지고 어둑어둑했다. 박씨는 터벅터벅 근처 구멍가게 집으로 향했다.
술, 박씨에게는 역시 술이 최고였다. 뭐든지 잊게 해주는 매개체...
주머니에 있는 잔돈푼을 탁탁 털어 소주 두 병을 산 박씨는 인적이 없는 길 한구석에 앉아서 이빨로 뚜껑을 따고는 병 채로 '벌컥, 벌컥' 들이켰다. 딸은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아프면 아프다... 그런 쉬운 말조차 하지 못했다.
불쌍한 딸아이... 박씨는 비가 오듯 떨어지는 눈물을 뒤로하고 소주병을 있는 힘껏 집어던졌다. 빈 병은 벽에 '아작' 소리를 내며 깨져버렸다. 그와 동시에 빗줄기가 '싸악'하고 쏟아지기 시작했다. 박씨는 얼굴 위로 흘러내리는 빗물을 한 손으로 닦으며 킬킬대고 미친 듯이 웃었다. 그 동안 박씨의 옷은 강물에 빠졌다가 금방 나온 사람처럼 젖었다. 이따금씩 그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박씨를 힐끔 쳐다보고 인상을 찌푸리며 멀리 피해갔다.
'이런 개 같은... 나도 사람이란 말이야.. 내가 어때서! 왜 너희들까지 지랄이야? 확인시켜줄까? 나도 사람이란 것을 확인시켜줘야 하냐고!'
박씨는 깨진 병을 멀뚱거리며 쳐다보다가 날카롭게 날이 선 병조각하나를 집어 자신의 손바닥을 긁어보았다. 한 방울의 검붉은 피가 와이셔츠 단추 구멍 크기만 하게 배어 나왔다. 히죽거리며 바라보던 박씨는 그 모습을 즐기는 듯 손바닥 이곳 저곳을 긁어보았다. 더욱 많은 양의 피가 흘러나오자 빗물과 섞여 박씨의 셔츠 소매를 옅은 분홍색으로 물들였다.
"봐, 나도 사람이야. 큭큭 ... 그런데 세상은 진짜 웃겨... 다들.. 흐흑.. "
웃음소리는 어느새 훌쩍거리는 소리로 바뀌었다. 박씨의 눈동자는 점점 어두워져만 갔다. 어두운 밤에 울려 퍼지는 소리만 훌쩍이는 것이지 그의 표정은 아니었다. 박씨는 깨진 병의 주둥이부분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칵~"
마침 그 앞을 지나가던 여자가 우산을 떨어뜨리며 비명을 질렀다. 흠뻑 비에 맞은 상태로 한쪽 팔은 피범벅이 되어 절뚝거리고 어디론가 걸어가는 박씨의 모습은 그 자체가 음산하고 괴기스러웠다. 박씨는 자신의 앞에서 덜덜 떨며 어쩔 줄 몰라하는 그 여자를 '쓰윽' 한번 쳐다보고 킥킥거리며 웃었다.
"그려.. 마음껏 소리를 지르게, 어차피 다들 날보면 그래 왔으니까... 누가 나를 반겨 주겠어? 대체 누가?? 내 딸내미들도 날 업신여겼는데..."
비는 더욱 쏟아져 내려 한치 앞을 바라볼 수가 없었지만, 박씨는 힘을 주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절름발이라는 것 때문에 변변한 직장한번 가지지 못한 박씨는 사람들의 '이목'이란 것을 잊은 지 오래였다.
~ 텅!
박씨는 대문을 열려고 애쓰다가 발길질로 걷어찼다. 대문은 힘없이 떨어져 나갔다. 어차피 박씨 집의 대문은 작은 샷시조각에 유리창이 전부였고 그나마도 덜렁덜렁하던 차였다. 대문이 바닥에 나둥굴자 다시 발길질을 했다. 그러자 위쪽에 달린 유리창까지 덩달아 깨지면서 파편이 박씨의 얼굴을 할퀴듯 스치고 지나갔다. 선혈이 낭자한 박씨의 얼굴이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미선아! 이 녀석아 아... 빠 왔다.. 시펄! 아빠가 왔다니까!! "
혀가 꼬부라진 소리로 딸을 찾았다.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박씨는 방문을 벌컥 열었다. 딸이 조용히 누워있었다. 밖에 나가기 전, 박씨가 쥐고 흔들었던 덕에 머리카락이 심하게 엉켜 보기가 흉했다. 립스틱도 윗입술만 칠한 상태로 그대로 있었다.
"계집애가 꼴이 이게 뭐냐? 아빠가 다듬어줄게."
박씨는 피가 흥건하게 묻어있는 손으로 누워있는 딸의 목을 잡고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박씨의 머리카락에서 흘러내리는 빗물이 얼굴에서 솟아 나오는 핏방울과 섞여 방바닥에 지저분하게 뚝뚝 떨어졌다.
"왜? 너도 이 아빠가 싫으냐? 니 언니들처럼? 아빠가 다듬어 준다고 하지 않았냐? 이리 오련..."
박씨는 딸을 안으며 품속으로 우악스럽게 잡아 당겼다. 딸은 힘없이 박씨의 품으로 안겼다. 박씨는 킥킥대며 고개를 젖히고 웃었다. 아무 말도 없는 딸의 몸이 떨리는 것 같았다. 박씨는 그런 딸의 팔을 부여잡고 움직이지 못하게 한 다음, 가지고 온 깨진 소주병을 딸의 팔뚝에 내리 꽂았다. 그리고 그것을... 그대로 쩍 소리를 내며 긁어 내렸다.
"아빠가 꾸며 준다니까... 흐흐"
딸은 아빠의 품에서 벗어나기 위해 요동을 치는 듯 했다. 박씨는 더욱 힘을 주어 딸을 움켜쥐고 소주병조각을 계속해서 내리 꽂았다. 딸의 몸에서 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소름끼치는 마찰음이 흘렀다. 박씨가 팔뚝에 힘을 주자 그의 찢어진 상처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아올라 딸의 얼굴에 튀겼다. 박씨는 그것을 혀로 핥으면서 실실거리며 웃다가 옆에 있던 노끈으로 딸의 온몸을 꽁꽁 묶었다.
"아빠가 네 꾸며진 모습을 보고 싶어서 그래. 킥킥.. 너도 곧 네 언니들처럼 예뻐질 거야."
박씨는 장롱 위에 놓여있던 공구함에서 펜치를 꺼냈다. 그리고는 노끈에 묶여서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는 딸의 손가락을 덥석 잡았다. 엄지 하나가 허공으로 치켜 올라갔다. 손톱 부분에 검은 색의 뭔가가 묻어있었다. 박씨는 그것을 보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아빠는 이런 손가락이 마음에 들지 않는단다..."
어느 새 박씨 손에 들려있던 펜치는 딸의 엄지를 자르고 있었다. 박씨가 손아귀에 힘을 주자 손가락이 힘없이 방바닥에 떨어졌다. 딸은 그 자리에서 비명도 지르지 못한채 축 늘어져 버렸다. 박씨는 딸을 잡아 흔들었다.
"애야? 왜 그러니? 아빠가 꾸며준다니까..."
그러나 이미 딸은 기절한 듯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박씨는 한참동안 뭔가를 생각하더니만 딸의 옷을 잡고는 미친 듯이 찢어버렸다. 그렇게 속옷까지 남김없이 뜯어버렸다. 잠시 후 조그마한 방안에는 딸에 하얀 나신이 형광등 불빛에 비쳐 슬픈 듯이 번들거렸다.
"역시 아름답구나. 내 딸이야..."
박씨는 킥킥거리며 딸을 끌어안더니 그녀의 몸에 입맞춤을 하기 시작했다.
"역시 부드러워. 넌 내 딸이야. 내 딸이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하는 거야. 큭큭..."
박씨의 입술과 손바닥이 지나간 곳에는 지저분한 핏자국이 남았다. 그러나 박씨는 그런 것에 아랑곳없이 계속해서 주절거리다가 다시 공구함을 뒤졌다. 그리고 공구함 속에서 매직을 찾아 꺼내 딸의 무릎에 '주욱'하고 검은 선을 그었다.
"이러면 되겠구나. 아주 깨끗하게..."
다시 공구함을 뒤적이던 박씨는 녹슨 톱을 꺼내더니 딸의 무릎을 무작정 썰기 시작했다. '사각, 사각'하는 소리가 딸의 몸부림처럼 음침하게 들려왔다.
"아프더라도 참아. 아빠가 멋지게 만들어 줄테니.. 큭큭"
바닥에 박씨 피인지 딸의 피인지 모를 선지피가 젤리처럼 흘러내려 질퍽거리기 시작했다..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그 와중에도 박씨는 계속해서 딸의 몸을 열심히 톱으로 잘랐다. 딸의 몸이 생선토막처럼 꽤 여러 등분이 되었을 때, 박씨는 한숨을 쉬며 하던 동작을 멈추었다.
"됐다. 이제 예쁘게 맞추어 줄게. 큭큭..."
박씨는 딸의 토막, 토막을 연결해 그것이 완전히 마음에 들었을 때, 테이프로 부치고 못으로 박고 나사로 조였다. 박씨가 마지막 작업을 끝냈을 때, 딸의 모습은 너무나도 기형적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오른손은 가슴부위 가운데에 달려있었고, 한쪽 다리는 어깨 위에 걸쳐 있었다. 머리 부분은 몸통의 아랫부분에 올려져 있었다.
"아주 예쁘구나... 바로 이런 거야. 아빠가 원하던 모습이.. 큭큭큭...."
박씨는 양동이에 물을 떠와 딸의 몸에 묻은 피를 말끔하게 닦아냈다. 그리고는 딸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대고 속삭였다.
"이제는 다 되었단다. 큭큭.... 마지막으로 이것으로 더욱 예쁘게..."
박씨는 바닥에 있는 립스틱을 집어 미처 칠하지 않은 딸의 아랫입술에 바르기 시작했다. 조심스러운 손짓이었지만 무척이나 서툴렀다. 삐뚤 빼뚤, 딸의 입술과 볼에 바르던 박씨는 어느 순간부터인가 딸이 두 눈을 크게 뜨고 매서운 눈초리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천천히 고개를 드는 순간 딱 마주친 딸애의 이글거리는 눈빛... 잠시 후 결코 움직일 리가 없는 딸애가 입을 오물, 오물거리며 기형적으로 된 몸을 비틀고 있었다. 술에 담뿍 취해 있던 박씨로서도 절대로 이해가지 않는 상황이었다. 깜짝 놀란 박씨가 아랫도리에 오줌을 지릴 때쯤 딸은 입을 쩍 벌린 채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아, 안 돼... 어떻게 이럴 수가... 으아아악!!!"
*******
경찰들이 '삑삑' 호루라기를 불어대며 사람들을 단속했다. 언제 모여들었는지 동네 사람들이 여러 명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다. 감식반원이 사건의 현장으로 들어가 보았다. 사망자는 50대의 한 남자로 그의 몸은 온통 흉기로 난자된 상태였으며 목덜미는 짐승이 물어 뜯어놓은 듯 알 수 없는 이빨자국이 선명하게 나타나 있었다. 그 앞에서 감식반원과 담당 형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살인이 확실합니다. 몸에 난 상처의 각도를 보면... 뒤에서 공격을 당한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자살은 아닙니다. " "방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는데요?" "그래요? 신기하군요. 자물쇠가 꽤 두꺼운데..." 담당형사는 죽은 사체를 힐끔 보고는 허탈한 듯 혀를 끌끌 차며 중얼거렸다. "일년 전쯤, 이 남자 의붓딸이 토막 살인된 채 산에서 발견됐을 때 만난 적이 있는데..." "예? 그래요? 범인은 잡으셨나요?" "아뇨. 당시 살해된 딸의 여자친구의 말로는... 범인은 바로 아버지인 이 남자라며... 평소 자기 친구가 양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자주 당했다는 말을 했다며... 울고, 불고했는데... 이렇다할 증거를 발견하지 못해서...... 사실 죽은 이 남자... 정신병력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전에 일하던 마네킹 제조 공장에서도 쫓겨났고..." "그렇군요... 헌데 이 남자 의붓딸의 친구는...?" "글쎄요... 요즘은 연락이 안 되는데... 여고생에 어울리지 않는 야한 분홍색 립스틱을 칠한 정소희라는 귀여운 여자애였어요. 아무튼... 이 남자에게 죽은 자기 친구의 복수를 꼭 하겠다며... 경찰서에서 소리 지르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등산복 같은 걸 입고 있었던 거 같은데..." "그렇군요... 아, 참... 이상한 것이 있어요."
담당형사 말에 넋을 잃고 듣고 감식반원이 방 한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곳에는 여기 저기가 괴상하게 잘려지고, 특이하게 붙여놓아 무척이나 끔찍하게 보이는 마네킹이 하나 놓여 있었다.
"참 괴기스런 모습으로 만들어 놓았네." "저거하고 비슷하게 아주 엉망이 된 마네킹이 옆방에 가득 있더라고요. 먼지가 쌓인 것으로 보아 몇 년은 되어 보이고... 얼굴 부분은 마치 비스크 인형을 보는 듯한..."
감식반원과 담당형사가 서로 대화를 나누는 동안 다른 형사 한 명이 죽은 박씨의 옆에 있던 마네킹을 살펴보았다.
마네킹의 위와 아랫입술에는 분홍색의 립스틱이 덕지덕지 칠해져 있었다. 더불어 마네킹의 입가에는 립스틱 색과는 다른 붉은 색의 무언가가 흐르고 있었고, 마치 살아있는 듯 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딸을 위한 선물
* 주의: 비교적 수위가 높은 소설입니다. 고어 등을 접하지 않은 분은 읽지 말아주시길 바랍니다.
(참고적으로 예전에 올렸던 글인데, 삭제가 되어 다시 올립니다.)
딸을 위한 선물
시계를 들여다보던 박씨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밤새 비가 심하게 내렸던 탓인지, 질퍽거려 앉아 있을 만한 곳이 없었다. 예전보다 일거리가 많아지고 있다지만 그다지 넉넉하지는 않았기 때문에 남들보다 부지런해야 그 날의 일감을 얻을 수 있었다.
날이 흐려서인지 허리와 무릎이 시큰거리며 쑤셔왔다. 당장이라도 집에 들어가 두 다리를 뻗고 골아 떨어지고 싶었지만 아비가 되어 가지고 딸아이를 호강은커녕 남들만큼도 잘 키우지 못하는 주제에 그럴 수는 없었다.
언제 왔는지 늙은 사내 둘이서 비닐 쪼가리 위에 앉아 떠들고 있었다.
"덥기도 하고, 비 내리는 날도 많고, 이젠 이 짓도 못해 먹겠구먼..."
"빨리 기술을 익혀야 철근오야지든 목수오야지든 따라다니는데, 하루하루 이렇게 살아야 하니 힘들어서 원..."
"'노가다'가 다 그렇지 뭐. 만약 오늘 같은 곳으로 일 나가게되면 저녁에 순댓국에 쐬주나 한 잔 합시다."
"그러고 보니 벌써 칠월이네, 칠팔월이 제일 싫다니까..."
옆에 있던 늙은사내 두 명이 투덜거리며 일어났다. 박씨는 뭔가를 잊은 듯 한참을 생각하더니 잠시 후, '아차'하며 두 손을 '탁'하고 마주쳤다.
일곱 번째 달... 세 번째 날, 그러니까 칠월 삼일이 딸아이의 생일이었던 것이다. 박씨는 곁에 앉아있던 사내를 힐끔거리며 쳐다보았다.
"오늘이 며칠이우?"
"오늘이요? 칠월 이일 일텐데? 어제가 일요일이었으니까... 맞아요. 칠월 이일... 월요일"
박씨는 서둘러 자신의 주머니를 뒤져보았다.
'이런 젠장...'
동전 몇 푼과 심하게 구겨진 천 원 짜리 한 장만이 달랑 들어있었다. 작년에도 딸아이의 생일을 잊어버려 한동안 딸에게 무척이나 미안했었다. 딸의 생일날 술이 떡이 되어 마시고는 길바닥에 자빠져 잤다가 그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야 겨우 집에 들어갔던 것이었다. 입이 댓 자는 튀어나와 원망하듯 쳐다보던 딸의 모습이 선하게 스치고 지나갔다.
일당을 받으면 오늘은 어떤 일이 있더라도 딸아이에게 근사한 선물을 사다주겠다고 맹세했다. 박씨가 이런 저런 생각에 잠겨있을 때, 옆에 있던 사내들이 보이지 않았다. 박씨는 화들짝 놀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들은 저만치 걸어가고 있었다.
"무슨 일이요? 왜 다들 돌아가는게유?"
그 중 한 명이 뒤를 돌아보며 대답했다.
"못 들으셨어요? 오늘... 일 없다네요. 소낙비가 올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러니 댁도 집에 들어가서 쉬세요. 아니면 저희하고 해장국에 소주 한잔하시든지... 저기 괜찮은 해장국 집이 하나 있던데... "
"아... 아니, 나는 괜찮소. 어쨌거나... 재미있게 보내슈. "
박씨는 엉덩이를 털며 옆에 있는 전봇대에 몸을 기댔다. 전봇대 위에서 물방울이 뚝뚝 떨어져 박씨의 볼에 이슬처럼 흘렀다. 박씨는 가슴이 뭉클했다. 딸의 생일에 단돈 만 원짜리 선물하나 준비하지 못하는 무능력한 가장이라는 제 신세가 너무도 한심스러웠다.
'집에 이대로 들어갈 수도 없고, 어쩐다...'
박씨는 눈을 감고 궁리를 하다가 겨우 마음을 추스리고는 문이 열린 식당이며 빌딩 앞을 전전하며 반나절을 보냈다. 어디를 가나 비슷한 대답뿐이었다.
"아 글쎄, 지금 마땅히 하실 일이 없어요."
"부탁입니다. 많은 돈은 받지 않을 게요. 청소도 좋고 아니면 짐 나르기도 할 수 있으니까..."
"필요 없어요."
심지어 길거리에 쌓여진 폐지까지도 이미 주인이 다 있었다.
그렇게 일자리를 알아보러 다닌 박씨의 몸이 더 이상 걷기 힘들 정도로 지치기 시작했을 때는 이미 일반 직장인들의 퇴근시간 무렵이었다. 시간도 시간이었지만, 더 이상 돌아다닐 곳도 없었다.
'아 신발, 온다던 비는 왜 안 오는거야? 비라도 오면 덥지는 않을 거 아냐?'
박씨는 허탈한 마음에 이마에 땀을 훔치면서 한숨을 내쉬고 집으로 걸음을 옮겼다. 발걸음이 무거웠다.
'올해도 또 그냥 넘어가야 한단 말인가?'
바로 그때, 박씨의 눈에 반짝이는 뭔가가 들어왔다. 박씨는 혹시나 하는 생각에 그쪽으로 다가갔다. 길 한쪽 구석에 은색 포장지로 포장된 담뱃갑보다도 작은 상자 하나가 떨어져있었다. 박씨는 주위를 살피며 그것을 집어들었다. 뭔가 묵직한 것이 들어있었다. 박씨는 그것을 흔들어 보았다. '달그닥' 소리가 나는 것이 조그맣고 딱딱한 것이 들어있는 것 같았다. 박씨는 포장지가 찢어지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테이프를 뜯어보았다. 그것은 꽤 고급스런 립스틱이었다. 겉에 쓰여 있는 '정소희'라는 이름만 지우면 새 것같이 보일 터였다.
'오호... 이런 것이...'
길에서 주운 것이라 마음에 걸리기는 했지만, 당장에는 너무도 소중하고, 필요한 것을 얻은 듯했다. 딸의 나이가 좀 어리기는 했지만, 선물로는 괜찮을 것 같았다. 박씨는 이름을 지우고는 그것을 깨끗하게 그래도 포장한 다음 호주머니 속에 조심스레 쑤셔 넣었다.
그제야 서서히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포장된 립스틱을 조금만 늦게 발견했다면 그 선물가치가 없어졌을 것이라 생각하니 그래도 운이 나쁘지 않은 하루라는 생각이 들었다.
******
집 앞까지 도착한 박씨는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녹슨 자물쇠를 열었다.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한 철문이 비에 젖어 '삐그덕' 거리는 커다란 소리를 내며 열렸다. 박씨는 씩씩하게 들어서며 다정하게 딸아이의 이름을 불렀다.
"미선아. 아빠 왔다."
박씨는 미소를 담뿍 지으며 딸이 있는 방문을 열어 보았다. 딸은 다소곳이 자리에 앉아있었다. 박씨는 함박 웃음을 지으며 호주머니에서 립스틱상자가 든 비닐을 꺼냈다.
"네, 선물이야. 젖을까봐 비닐에 넣었단다. 아빠가 비를 홀딱 맞으면서도 네 선물은 안 적시려고..."
그러나 딸은 고맙다는 내색도 없이 박씨의 행동을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었다. 박씨는 비닐포장을 뜯으면서 흥에 겨운 듯 콧노래까지 불렀다. 그러면서 딸에게 눈짓으로 '미선아, 아빠 노래 잘하지?' 라는 식의 표정을 지어 보였다. 마침내 립스틱 뚜껑을 열고 손잡이를 돌리자 분홍색의 루즈가 뱅그르르 돌며 모습을 나타냈다. 박씨는 그것을 입술에 바를 수 있게 적당하게 올린 후, 딸에게 말했다.
"이 색깔이 괜찮을 것 같아 샀는데, 네가 보기에는 어떠냐? 아빠가 발라주마. 괜찮아... 피하지 말고... 나이가 좀 어리면 어떠냐? 어차피 나중에 다 바르게 될 것인데... "
박씨는 딸의 얼굴을 붙잡고 립스틱을 딸의 입술에 바르기 시작했다. 박씨의 이마에는 땀이 흘러내렸다. 박씨는 딸의 입술에 립스틱을 바르다 말고 그녀의 눈동자를 쳐다보았다. 그리고는 떨리는 손으로 딸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윗입술에 립스틱의 색이 거의 입혀질 무렵, 박씨는 립스틱을 바닥에 집어던졌다.
"제발 말을 하란 말이야. 왜 한마디도 못해?? 아래 입술도 예쁘게 칠해 달라고 말을 하란 말이야!"
"......"
"이런... 쌍!"
박씨는 딸의 목을 잡고 흔들었다. 그러나 딸은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더욱 힘을 주어 딸을 흔들어 보았다. 그래도 딸은 허공에서 허우적거릴 뿐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박씨가 손을 놓자 딸은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
박씨는 그 자리에 주저 않아 딸의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쓰러진 딸은 박씨의 모습을 보며 비웃는 듯했다. 박씨는 그 모습이 보기 싫어 밖으로 뛰쳐나갔다. 밖은 어느덧 해가 지고 어둑어둑했다. 박씨는 터벅터벅 근처 구멍가게 집으로 향했다.
술, 박씨에게는 역시 술이 최고였다. 뭐든지 잊게 해주는 매개체...
주머니에 있는 잔돈푼을 탁탁 털어 소주 두 병을 산 박씨는 인적이 없는 길 한구석에 앉아서 이빨로 뚜껑을 따고는 병 채로 '벌컥, 벌컥' 들이켰다. 딸은 오늘도 마찬가지였다.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 아프면 아프다... 그런 쉬운 말조차 하지 못했다.
불쌍한 딸아이...
박씨는 비가 오듯 떨어지는 눈물을 뒤로하고 소주병을 있는 힘껏 집어던졌다. 빈 병은 벽에 '아작' 소리를 내며 깨져버렸다. 그와 동시에 빗줄기가 '싸악'하고 쏟아지기 시작했다. 박씨는 얼굴 위로 흘러내리는 빗물을 한 손으로 닦으며 킬킬대고 미친 듯이 웃었다. 그 동안 박씨의 옷은 강물에 빠졌다가 금방 나온 사람처럼 젖었다.
이따금씩 그 앞을 지나가는 사람들은 박씨를 힐끔 쳐다보고 인상을 찌푸리며 멀리 피해갔다.
'이런 개 같은... 나도 사람이란 말이야.. 내가 어때서! 왜 너희들까지 지랄이야? 확인시켜줄까? 나도 사람이란 것을 확인시켜줘야 하냐고!'
박씨는 깨진 병을 멀뚱거리며 쳐다보다가 날카롭게 날이 선 병조각하나를 집어 자신의 손바닥을 긁어보았다. 한 방울의 검붉은 피가 와이셔츠 단추 구멍 크기만 하게 배어 나왔다. 히죽거리며 바라보던 박씨는 그 모습을 즐기는 듯 손바닥 이곳 저곳을 긁어보았다. 더욱 많은 양의 피가 흘러나오자 빗물과 섞여 박씨의 셔츠 소매를 옅은 분홍색으로 물들였다.
"봐, 나도 사람이야. 큭큭 ... 그런데 세상은 진짜 웃겨... 다들.. 흐흑.. "
웃음소리는 어느새 훌쩍거리는 소리로 바뀌었다. 박씨의 눈동자는 점점 어두워져만 갔다. 어두운 밤에 울려 퍼지는 소리만 훌쩍이는 것이지 그의 표정은 아니었다. 박씨는 깨진 병의 주둥이부분을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칵~"
마침 그 앞을 지나가던 여자가 우산을 떨어뜨리며 비명을 질렀다. 흠뻑 비에 맞은 상태로 한쪽 팔은 피범벅이 되어 절뚝거리고 어디론가 걸어가는 박씨의 모습은 그 자체가 음산하고 괴기스러웠다. 박씨는 자신의 앞에서 덜덜 떨며 어쩔 줄 몰라하는 그 여자를 '쓰윽' 한번 쳐다보고 킥킥거리며 웃었다.
"그려.. 마음껏 소리를 지르게, 어차피 다들 날보면 그래 왔으니까... 누가 나를 반겨 주겠어? 대체 누가?? 내 딸내미들도 날 업신여겼는데..."
비는 더욱 쏟아져 내려 한치 앞을 바라볼 수가 없었지만, 박씨는 힘을 주어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었다. 절름발이라는 것 때문에 변변한 직장한번 가지지 못한 박씨는 사람들의 '이목'이란 것을 잊은 지 오래였다.
~ 텅!
박씨는 대문을 열려고 애쓰다가 발길질로 걷어찼다. 대문은 힘없이 떨어져 나갔다. 어차피 박씨 집의 대문은 작은 샷시조각에 유리창이 전부였고 그나마도 덜렁덜렁하던 차였다. 대문이 바닥에 나둥굴자 다시 발길질을 했다. 그러자 위쪽에 달린 유리창까지 덩달아 깨지면서 파편이 박씨의 얼굴을 할퀴듯 스치고 지나갔다. 선혈이 낭자한 박씨의 얼굴이었지만 그는 아랑곳하지 않고 집안으로 들어갔다.
"미선아! 이 녀석아 아... 빠 왔다.. 시펄! 아빠가 왔다니까!! "
혀가 꼬부라진 소리로 딸을 찾았다. 안에서는 아무런 대답이 없었다. 박씨는 방문을 벌컥 열었다. 딸이 조용히 누워있었다. 밖에 나가기 전, 박씨가 쥐고 흔들었던 덕에 머리카락이 심하게 엉켜 보기가 흉했다. 립스틱도 윗입술만 칠한 상태로 그대로 있었다.
"계집애가 꼴이 이게 뭐냐? 아빠가 다듬어줄게."
박씨는 피가 흥건하게 묻어있는 손으로 누워있는 딸의 목을 잡고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 박씨의 머리카락에서 흘러내리는 빗물이 얼굴에서 솟아 나오는 핏방울과 섞여 방바닥에 지저분하게 뚝뚝 떨어졌다.
"왜? 너도 이 아빠가 싫으냐? 니 언니들처럼? 아빠가 다듬어 준다고 하지 않았냐? 이리 오련..."
박씨는 딸을 안으며 품속으로 우악스럽게 잡아 당겼다. 딸은 힘없이 박씨의 품으로 안겼다. 박씨는 킥킥대며 고개를 젖히고 웃었다. 아무 말도 없는 딸의 몸이 떨리는 것 같았다. 박씨는 그런 딸의 팔을 부여잡고 움직이지 못하게 한 다음, 가지고 온 깨진 소주병을 딸의 팔뚝에 내리 꽂았다. 그리고 그것을... 그대로 쩍 소리를 내며 긁어 내렸다.
"아빠가 꾸며 준다니까... 흐흐"
딸은 아빠의 품에서 벗어나기 위해 요동을 치는 듯 했다. 박씨는 더욱 힘을 주어 딸을 움켜쥐고 소주병조각을 계속해서 내리 꽂았다. 딸의 몸에서 뼈가 으스러지는 듯한 소름끼치는 마찰음이 흘렀다. 박씨가 팔뚝에 힘을 주자 그의 찢어진 상처에서 피가 분수처럼 솟아올라 딸의 얼굴에 튀겼다. 박씨는 그것을 혀로 핥으면서 실실거리며 웃다가 옆에 있던 노끈으로 딸의 온몸을 꽁꽁 묶었다.
"아빠가 네 꾸며진 모습을 보고 싶어서 그래. 킥킥.. 너도 곧 네 언니들처럼 예뻐질 거야."
박씨는 장롱 위에 놓여있던 공구함에서 펜치를 꺼냈다. 그리고는 노끈에 묶여서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는 딸의 손가락을 덥석 잡았다. 엄지 하나가 허공으로 치켜 올라갔다. 손톱 부분에 검은 색의 뭔가가 묻어있었다. 박씨는 그것을 보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아빠는 이런 손가락이 마음에 들지 않는단다..."
어느 새 박씨 손에 들려있던 펜치는 딸의 엄지를 자르고 있었다. 박씨가 손아귀에 힘을 주자 손가락이 힘없이 방바닥에 떨어졌다. 딸은 그 자리에서 비명도 지르지 못한채 축 늘어져 버렸다. 박씨는 딸을 잡아 흔들었다.
"애야? 왜 그러니? 아빠가 꾸며준다니까..."
그러나 이미 딸은 기절한 듯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박씨는 한참동안 뭔가를 생각하더니만 딸의 옷을 잡고는 미친 듯이 찢어버렸다. 그렇게 속옷까지 남김없이 뜯어버렸다. 잠시 후 조그마한 방안에는 딸에 하얀 나신이 형광등 불빛에 비쳐 슬픈 듯이 번들거렸다.
"역시 아름답구나. 내 딸이야..."
박씨는 킥킥거리며 딸을 끌어안더니 그녀의 몸에 입맞춤을 하기 시작했다.
"역시 부드러워. 넌 내 딸이야. 내 딸이기 때문에 내 마음대로 하는 거야. 큭큭..."
박씨의 입술과 손바닥이 지나간 곳에는 지저분한 핏자국이 남았다. 그러나 박씨는 그런 것에 아랑곳없이 계속해서 주절거리다가 다시 공구함을 뒤졌다. 그리고 공구함 속에서 매직을 찾아 꺼내 딸의 무릎에 '주욱'하고 검은 선을 그었다.
"이러면 되겠구나. 아주 깨끗하게..."
다시 공구함을 뒤적이던 박씨는 녹슨 톱을 꺼내더니 딸의 무릎을 무작정 썰기 시작했다. '사각, 사각'하는 소리가 딸의 몸부림처럼 음침하게 들려왔다.
"아프더라도 참아. 아빠가 멋지게 만들어 줄테니.. 큭큭"
바닥에 박씨 피인지 딸의 피인지 모를 선지피가 젤리처럼 흘러내려 질퍽거리기 시작했다.. 피비린내가 진동했다. 그 와중에도 박씨는 계속해서 딸의 몸을 열심히 톱으로 잘랐다. 딸의 몸이 생선토막처럼 꽤 여러 등분이 되었을 때, 박씨는 한숨을 쉬며 하던 동작을 멈추었다.
"됐다. 이제 예쁘게 맞추어 줄게. 큭큭..."
박씨는 딸의 토막, 토막을 연결해 그것이 완전히 마음에 들었을 때, 테이프로 부치고 못으로 박고 나사로 조였다. 박씨가 마지막 작업을 끝냈을 때, 딸의 모습은 너무나도 기형적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오른손은 가슴부위 가운데에 달려있었고, 한쪽 다리는 어깨 위에 걸쳐 있었다. 머리 부분은 몸통의 아랫부분에 올려져 있었다.
"아주 예쁘구나... 바로 이런 거야. 아빠가 원하던 모습이.. 큭큭큭...."
박씨는 양동이에 물을 떠와 딸의 몸에 묻은 피를 말끔하게 닦아냈다. 그리고는 딸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들이대고 속삭였다.
"이제는 다 되었단다. 큭큭.... 마지막으로 이것으로 더욱 예쁘게..."
박씨는 바닥에 있는 립스틱을 집어 미처 칠하지 않은 딸의 아랫입술에 바르기 시작했다. 조심스러운 손짓이었지만 무척이나 서툴렀다. 삐뚤 빼뚤, 딸의 입술과 볼에 바르던 박씨는 어느 순간부터인가 딸이 두 눈을 크게 뜨고 매서운 눈초리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천천히 고개를 드는 순간 딱 마주친 딸애의 이글거리는 눈빛... 잠시 후 결코 움직일 리가 없는 딸애가 입을 오물, 오물거리며 기형적으로 된 몸을 비틀고 있었다. 술에 담뿍 취해 있던 박씨로서도 절대로 이해가지 않는 상황이었다. 깜짝 놀란 박씨가 아랫도리에 오줌을 지릴 때쯤 딸은 입을 쩍 벌린 채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아, 안 돼... 어떻게 이럴 수가... 으아아악!!!"
*******
경찰들이 '삑삑' 호루라기를 불어대며 사람들을 단속했다. 언제 모여들었는지 동네 사람들이 여러 명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다. 감식반원이 사건의 현장으로 들어가 보았다. 사망자는 50대의 한 남자로 그의 몸은 온통 흉기로 난자된 상태였으며 목덜미는 짐승이 물어 뜯어놓은 듯 알 수 없는 이빨자국이 선명하게 나타나 있었다. 그 앞에서 감식반원과 담당 형사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살인이 확실합니다. 몸에 난 상처의 각도를 보면... 뒤에서 공격을 당한 것 같기도 하고... 어쨌든, 자살은 아닙니다. "
"방문은 안에서 잠겨 있었는데요?"
"그래요? 신기하군요. 자물쇠가 꽤 두꺼운데..."
담당형사는 죽은 사체를 힐끔 보고는 허탈한 듯 혀를 끌끌 차며 중얼거렸다.
"일년 전쯤, 이 남자 의붓딸이 토막 살인된 채 산에서 발견됐을 때 만난 적이 있는데..."
"예? 그래요? 범인은 잡으셨나요?"
"아뇨. 당시 살해된 딸의 여자친구의 말로는... 범인은 바로 아버지인 이 남자라며... 평소 자기 친구가 양아버지로부터 성폭행을 자주 당했다는 말을 했다며... 울고, 불고했는데... 이렇다할 증거를 발견하지 못해서...... 사실 죽은 이 남자... 정신병력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전에 일하던 마네킹 제조 공장에서도 쫓겨났고..."
"그렇군요... 헌데 이 남자 의붓딸의 친구는...?"
"글쎄요... 요즘은 연락이 안 되는데... 여고생에 어울리지 않는 야한 분홍색 립스틱을 칠한 정소희라는 귀여운 여자애였어요. 아무튼... 이 남자에게 죽은 자기 친구의 복수를 꼭 하겠다며... 경찰서에서 소리 지르던 기억이 생생하네요... 등산복 같은 걸 입고 있었던 거 같은데..."
"그렇군요... 아, 참... 이상한 것이 있어요."
담당형사 말에 넋을 잃고 듣고 감식반원이 방 한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곳에는 여기 저기가 괴상하게 잘려지고, 특이하게 붙여놓아 무척이나 끔찍하게 보이는 마네킹이 하나 놓여 있었다.
"참 괴기스런 모습으로 만들어 놓았네."
"저거하고 비슷하게 아주 엉망이 된 마네킹이 옆방에 가득 있더라고요. 먼지가 쌓인 것으로 보아 몇 년은 되어 보이고... 얼굴 부분은 마치 비스크 인형을 보는 듯한..."
감식반원과 담당형사가 서로 대화를 나누는 동안 다른 형사 한 명이 죽은 박씨의 옆에 있던 마네킹을 살펴보았다.
마네킹의 위와 아랫입술에는 분홍색의 립스틱이 덕지덕지 칠해져 있었다. 더불어 마네킹의 입가에는 립스틱 색과는 다른 붉은 색의 무언가가 흐르고 있었고, 마치 살아있는 듯 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 THE END -
1화: 말하는 거울
2화: 포스터를 그리면서
3화: 하얀 원피스
4화: 딸을 위한 선물 (19)
5화: 천재 작가 (19)
6화: 소름끼치는 목소리
7화: 뫼비우스의 운명
8화: 온 세상이 하얗게 변해가고 있을 때...
9화: 최고의 상품
10화: 과거로 돌아간 남자 (운명의 새해)
11화: 사이버 세계로 떠난 웹툰작가 上
12화: 사이버 세계로 떠난 웹툰작가 下
13화: 그것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14화: 내 잘못이 아니야
15화: 파우스트의 진실
16화: 그의 노래가 들리는 곳에는...
17화: 상류층의 놀잇거리
18화: 피 흘리는 산행
19화: 누군가의 화분에 옮겨져 죽어가는 그것이 그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은 것
20화: 눈 물
Yuri 알림
여기 올라가는 모든 글들은 제가 창작한 작품임으로
절대로 표절, 도용, 불펌 금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