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짜다

지나가는글쟁이2018.09.03
조회358


너와 이별하고 나는 짠내와 사랑에 빠진 것 같아. 

안 그래도 좀 짜게 먹던 나였는데, 

이제 모든 것이 짜게 느껴지니 몸에 이상이 있는 건 아닌가 싶어. 

잘 지내냐는 식상한 안부는 묻지 않을게.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으니 굳이 불필요한 말은 할 필요 없을 것 같아. 

방금 말한 문제를 제외하고는 난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어. 


너와 만나 사랑했던 458일. 

길다면 긴, 짧다면 짧은 그 시간의 후유증이 내 생각보다 훨씬 길게 느껴져. 

그 시간을 함께한 네가 없어도 살아지긴 하더라.

밥도 잘 먹고, 숨도 잘 쉬고, 운동도, 잠도 잘 자면서 지내고 있어. 

잠에 들기 전, 책을 읽다가 

"매일 '좋은 아침'이라고 문자 보내는 게 '잘 자'하고 문자를 보내는 게 행복해서 

그때의 난 그것이 계속 이어질 줄 알았다"라는 구절을 봤어. 

눈물이 많아서 그런 건지, 

그 구절을 보자마자 내 얘기인 것만 같아서 소리 죽여 울 수밖에 없었어.



요즘, 집에 있으면 온통 네 생각들이 흘러들어와. 

밖에 나가 혼자라도 뭔가를 하려고 해. 

친구랑 네가 좋아하던 순댓국집을 다녀왔어. 

새우젓을 듬뿍 넣고 국물 한 방울 남김없이 비우고 왔어. 

못하는 소주를 해서 그런가. 

네가 찾던 그 순댓국보다 더 짜게 느껴지더라. 


너와 함께 가던 떡볶이 집도 갔다 왔어. 

그 앞을 지나치는데, 추억은 추억으로 덮는다는 말이 생각났어. 

결국 난 발걸음을 돌려 혼자 떡볶이랑 어묵을 먹을 수밖에 없었어. 

다음에, 아주 다음에, 이 모든 것이 흘러간 후에, 

이 떡볶이 집을 보면서 ‘그래. 그땐 그랬었지.’라고 할 수 있을 테니까. 

그런데 이상하더라. 

그때 우리가 먹었던 떡볶이랑 어묵이 이렇게 짰었나. 


너랑 가던 고깃집도 다녀왔어. 

그 가게는 변함없더라. 

사장님 입담도 여전하시고, 가게 분위기도 그렇고, 사람도 적당히 있었어. 

변한 게 딱 두 가지였어. 

저쪽에 앉아있는 커플들이 너와 내가 아닌 것과 음식이 좀 짜진 것. 


우리 가던 영화관도 다녀왔어. 

일부러 네가 찾지 않는 코미디, 드라마 영화를 고르고 지정된 좌석에 앉았어. 

항상 둘이 앉았어서 그런가. 

내 양옆으로 빈 두 자리가 더 공허하게 느껴졌어. 

불이 꺼지고 영화가 시작하는데 갑자기 짠 내가 내 코를 확 뚫고 들어와서 나갈 생각을 안 하더라. 

나는 그렇게 마냥 돌아다녔어. 

네가 항상 버스를 타고 내리던 그 정류장에도 들렸어. 

있잖아. 

이상하게 그 정류장에 가면 못 참을 정도로 짠 것이 몰려들어와.



그래도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게 효과가 있었나 봐. 

너와 함께 했을 때, 나는 단내로 꽉 채워져 있었어. 

달콤함으로 하루하루가 충만했고, 그 달콤함을 가득 채워주는 건 바로 너였어. 

이제는 그 자리를 이 짠 것이 대신해주고 있어. 

초반에는 한동안 단내에 익숙해져서 그런가. 

스며드는 짠내에 적응하기 힘들었는데, 지금은 아무렇지 않아. 

익숙해진 걸까. 

나도 모르는 새에 짠내가 흐르고 있어. 

지금도 뭔가에 홀리듯 이끌려 이렇게 자판을 두들기고 있어. 

글을 쓰는 게 도움이 많이 되더라. 

어디에도 털어놓기 힘든 심정을 혼자 차분히 정리하는 과정이니까. 

근데, 이렇게 글을 쓰는데도 좀 짜네.



혹시 너도 나처럼 이렇게 모든 것이 짜니? 

오늘 유독 짠내가 떨어져서 가만있을 수가 없었어. 

어딜 가도, 뭘 해도 너와 함께했던 흔적들을 담아 놓은 내 눈이라. 

그런 내 눈은 너를 담았던 그 달콤함만큼 짠내가 떨어지려나 봐. 

흐르고, 떨어지는 그것들을 잡고 싶은데, 잡아서 밀어 넣고 싶은데, 도저히 막을 수가 없어. 

없어진 너 대신에, 이 녀석이 나를 너무 좋아해 주고 있어. 

하루를 고사하고 안 떨어질 생각을 안 해. 

오늘도 떨어졌고, 어제도 떨어졌고, 그제도, 엊그제도, 매일매일 떨어지는데도 흐르는데도, 

아직인가 봐. 


그동안 너라는 달콤함이 날 꽉 채웠어서 그런지, 그래서 그런지 좀 짜다. 

좀 짜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