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결혼예정이였어요.
올초부터 결혼준비를 시작했던거라 준비는 다 했었는데
지난 주말에 결혼 엎었어요.
위약금 내가 다 물어줘도 아깝지 않을거 같더라구요.
내 인생 구한값에 비하면 싸게 인생경험했다 치려구요.
결혼하려던 남자, 검소하다고 생각했어요.
나와는 달리 어렵게 자라 그렇겠거니 했어요.
몇백억 자산가는 아니지만 꾸준히 단단한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아빠 덕분에
어렵지 않게 자랐어요.
하고 싶은거나 배우고 싶었던건 어려움없이 하고, 배울 수 있었구요.
현재 저는 공방이랑 카페 하나 운영중이에요.
그 남잔 그냥 평범한 회사원이구요.
그 남자, 공무원 준비 5년차에 저를 만난후
이제 현실직시가 필요한 시점이라 생각이 든다며
시험 포기후 중소기업 입사 2년차예요.
만나는동안 참 많고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 남잔 제가 입고 들고 신고 바르는 모든 것들에 참견했어요.
비싼 옷을 입으면 낭비한다고 했고,
비싼 가방을 들면, 너는 내 월급보다 비싼 그런 가방 들고 나를 만나러 오고싶냐고 물었어요.
비싼 화장품을 바르면
성분 다 똑같다더라 뭐 발랐는지 사람들은 알지도 못하는데 굳이 비싼 화장품 쓸 이유가 뭐냐며
마치 제가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사치를 부리는것처럼 몰고갔어요.
보세 의류, 보세 악세사리, 로드샵 화장품등. 저도 써요.
예쁘고, 좋다고 소문난 제품들은 저도 씁니다.
비싼 것만 찾아서 쓰고 비싼 것만 입고 신지 않아요.
제가 입고 들고 신고 바르는 모든 것들에 다 참견하며 뭐라고 할때마다
그 사람이 그저 검소해서..
그냥 내가 남들에게 혹여 나쁘게 비춰질까 걱정되어 그러는거라 생각하며 만나왔어요.
순간 순간 머리론, 아 이건 아닌데. 싶기도 했지만
그놈의 정이 무엇이고 애정이 무엇인지 마치 내 시야를 가려놓은듯 했어요.
뻔히 보이는 것들을 보지않았죠.
면허는 따놨는데 제가 겁이 많아 차는 없어요.
운전하는 사람이 겁이 많으면 안된다고 알고있어서요..
순간 순간 움찔하고 놀랄때마다
제가 주변 운전자들에게 피해를 주거나, 사고를 낼까봐 더 겁나서요..
그런 이유로, 부모님이 결혼전 차 선물해주겠다고 연수 한번 더 받으라고 했었는데 거절했어요.
그랬더니 차 받아서 같이 타고다니면 되지. 내가 운전하면 되지 왜 거절했느냐며
생각없는 행동을 했다고 저를 질타했구요.
결혼 준비를 하며 정말 이건 아닌데. 싶은 순간들이 점점 많아지고 쌓여갔어요.
다 나열하기조차 창피하고, 내가 이런 사람과 결혼하려고 했나 싶은 생각에
모든걸 다 적어내려가진 못하겠지만요..
결혼을 엎게된 이유는
우리 부모님, 그 사람과 제가 함께한 식사 자리에서
결혼하면 제 버릇을 고쳐줄거라는 이야기까지 했어요.
아빠 엄마가 당황하며 언짢아하는게 뻔히 보이는데
검소하게 살게 할거다. 아버님이 워낙 부족함없이 키워주셔서
돈의 무서움을 모르는거 같다.
지금 입고다니는 옷이며 가방이며 다 두고 오게 하려고 한다.
연애때는 이래저래 넘어갔지만 결혼해선 절대 지금처럼은 살지않게 하겠다.
그 말이 끝나자마자 아빠가 화를 내려 하시는데
제가 벌떡 일어나 말없이 엄마 아빠 챙기며 일어나시라고 가자고 했어요.
제 행동에 그 남자가 뭐하는거냐며 잡으려하길래
결혼 없던 일로 하자. 위약금이나 돈 문제는 내가 다 알아서 할테니 그렇게 알아라 하고
도망치듯 엄마 아빠 챙겨서 나왔어요.
당연히 전화며 카톡이며 쉴 새 없이 울렸지만 모두 무시하다가
다음날, 장문 카톡을 보냈어요.
어제 말한 그대로 나는 너와 결혼하지 않을 것이고,
식장이나 모든 부분들에서 발생하는 금전적인 부분은 내가 다 부담하겠다.
그냥 너는 나한테서 이대로 사라져 주기만 하면 된다.
니가 자주 하던 말대로
난 세상살이가 얼마나 힘든지 몰라서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도 못했던 것 같다.
등등.
전화, 카톡 쉴 새 없이 울릴걸 알기에 다 차단해버리고
월요일 되자마자 이거 저거 취소하고 취소 안되는건 어떻게 해야할지 부모님과 상의중입니다.
부모님께는 그동안 내가 들어왔던 말들, 결국 다 말했어요.
왜 식사자리에서 내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그렇게 행동했는지에 대해서 말하다보니..
특별히 별 말씀은 없으시고 제 선택을 존중해주시며 같이 상의해주시고 계십니다.
현재 상황은 저 혼자 일방적으로 통보해버린 식이라
앞으로 어떻게든 그 사람과 마주해 확실한 끝맺음을 맺어야할테지만
아무리 곱씹어봐도 잘한 결정이라 생각되네요.
저처럼 똥인지 된장인지 구분못하고 굳이 찍어먹어봐야 아는 분들 분명 계실텐데..
이건 아니지않나? 싶은 생각이 들면
아닌거더라구요...
아닌건 아닌게 맞더군요.
아무튼.. 이혼녀보단 파혼녀가 나을테니 결정에 후회는 없습니다.
그저 누군가에게 위로와 칭찬받고 싶어 올리는 글이니
너무 나쁘게 보진 말아주세요!
쓰다보니 12시네요.
다들 점심 맛있게 드시고, 늘 행복한 일만 가득하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