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돈못벌고 자유속박하는 아내입니다.

ㅌㄴ2018.09.14
조회487

저와 남편은 결혼한지 약 3년이 됐고, 아이는 이제 18개월쯤 됐습니다.

최근에 이런저런 다툼이 많아서 현재는 제가 가출한 상태인데요.

이유는 이렇습니다.

 

남편은 현재 대기업을 다니고 있고, 저는 같은 기업을 다니다 퇴사 후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지만 이익은 정말 용돈 수준 정도만 벌고 있습니다.

아기 낳고 1년 후 3월달 쯤 어린이집 갈 시기가 되자 남편과의 불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남편은 이제 돈 벌어야 하지 않느냐면서 알바라도 하라고 했습니다.

저는 그래도 대기업 다닌 이력이 있는지라 영어공부 좀 해서 외국계를 간다고 했죠.

어린이집 보내면 시간이 남을 줄 알고 그랬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더군요.

어린이집을 8시반에 보내고 집안일 잠깐 하고, 개 산책시키고, 밥먹으면 10시11시 되고, 잠깐 회사 갔다와서 일처리 끝내고 집오면 3-4시, 숨좀 돌리면 5시, 그러고 나면 곧 아기 데리러 와야하니깐 아기저녁 준비하고, 아기데리고 오다가 마트나 놀이터 들르면 7-8시, 밥먹이고 목욕시키면 9-10시.거의 공부할 시간이 없더라구요. 그래도 틈틈히 팟캐스트 들으면서 설거지하고, 집안일했는데

영어란게 집중을 해서 공부를 해야 하는거라(제 생각) 실력은 많이 늘지는 않더군요.

그래도 헤드헌터한테 연락이 와서 2군데 면접은 봤는데 역시나 영어때문에 탈락했습니다.

그동안 남편은 제가 못벌어오는 돈을 벌어오면서 자기는 노예처럼 돈벌다 죽을꺼다 라는 말을

항상 했죠. 또 가끔 회식도 하고, 친구들도 만나고, 일상적인 직장인처럼 생활했습니다.

 

근데 남편은 블로거기도 합니다. 집에 오면 블로그 쓰느라 바쁘죠. 제가 남편에게 회사도 다니는데 블로그 그만하면 안되겠냐라고 말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블로그 해서 내가 너 맛있는거도 먹이고, 아기한테도 필요한 것도 많이 받으니깐 블로그는 계속 할꺼다라고 했습니다.

남편이 애는 안봐줬냐구요? 봐줬습니다. 하지만 남편의 신조는 '양보다 질', 제가 개 산책시키거나 저녁 설거지 할 때 밀도 있게 애를 봐줬습니다. 근데 제 눈에는 블로그하다가 자기가 심심할 때 아기를 봐주는 거처럼 보여서 얄미웠어요. 그래도 돈을 벌어오니깐 참았습니다.

 

남편은 직장다니면서 스트레스를 나가서 풀어야 한다면서 주말 중 하루는 꼭 서울에 가서 놀았습니다. 저는 남편에게 막차는 타고 오라고 신신당부를 하였지만, 가끔 친구네서 자고 오거나 첫차타고 왔죠. 그래도 참았습니다. 왜냐면 저는 지금 돈을 벌지 않고 있기 때문이죠.

 

3개월 전 남편은 다쳐서 병가를 냈습니다. 3개월 병가 기간 동안은 기본급만 받기 때문에 살짝 빠듯해졌죠. 하지만 제가 나름 모은 돈도 있었기 때문에 생활고는 없었습니다.

이때부터 불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남편은 병가 후 첫 1달은 많이 움직이지 못했습니다. 저도 그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남편이 직장생활을 했던 때와 다르지 않게 집안일과 육아를 했죠. 근데 1달 후에 움직일 수 있게 되자 저와 아기를 놔두고 해외여행을 가겠답니다. 가라고 했습니다. 해외여행 다녀온 이후에 집안일을 좀 분담할 줄 알았지만 아니었습니다. 뭐 집안일 안하는 건 제가 좀 더 하면 됩니다. 근데 술마시고 집에 늦게오는건 안된다고 제가 했습니다.

 

그래서 저녁에 나가는 날이면 제가 항상 전화를 해서 오는 시간 체크하고, 닦달을 했죠. 그러면 집에와서 자기는 이렇게 못산다. 자유없이 어떻게 사냐. 등등 한풀이하면서 저한테 엄청 화냈습니다.

그래도 저는 술마시고 늦게오는 꼴(첫차나 외박임. 막차타고 오면 크게 뭐라고 안함)은 못본다면서 계속 닦달했습니다.

 

하루는 친구들과 저녁 먹는다면서 나갔는데 전화도 안되고, 집에 오지도 않는겁니다. 그래서 친구들한테 연락했더니 막차 끊기기전에 헤어졌다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위치추적도 해보고 했는데 잘 안되더라구요. 하는수없이 집에서 기다렸습니다. 근데 한 새벽 네시쯤 경찰이랑 같이 집에 오더군요. 택시에다 토해서 돈을 물어줘야 하는데 현금이 없어서 택시기사가 경찰을 불렀더라구요. 알고보니까 친구랑 헤어지고 근처 술집에서 혼자 술마셨다고 하더라구요. 뭐 어찌어찌 해결하고, 통금시간 12시, 어떤 상황에서든 술먹지 않기로 했습니다. 약속은 아니었고, 제가 통보를 한거였어요.

근데도 거짓말을 하면서 술을 마시고 다니고, 심지어 낮에 남자와 단둘이 서울 고기집에서 와인 한잔 하고 왔더라구요. 제가 마지막 통보했습니다. 이렇게 못산다고.

 

이후에 술은 맥주정도 마시고 오지만 별탈 없이 잘 지내는 듯 싶었습니다. 근데 그제 일이 터졌죠.

남편은 서울가서 친구 만나고 온다고 했고, 저는 술마시지 말라고 했어요. 남편은 알았다고 했지만 역시나 술을 마시고 왔죠. 그러면서 다음날은 자기가 하루종일 애 본다고 하더군요. 그말에 저는 어그리하고, 술마시고 온거에 대해서 뭐라고 하지 않았습니다. 애보는게 쉬운게 아니거든요. 그렇게 다음날이 되자 남편은 애를 잘 보더라구요. 근데 저녁에 갑자기 운동을 가겠다는 겁니다. 집근처 짐을 끊어놨었거든요. 제가 왜 아기 어린이집 갔을 때 가지 왜 지금가냐고 했더니 낮에 사람이 많아서 예약이 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왜 그걸 지금 말하냐고 했더니 지금 말하면 되는 줄 알았다고 합니다. 저는 폭발했습니다. 아기한테는 정말 미안하지만 욕도 했습니다. 너무 화가 났습니다. 일단 남편은 운동을 갔고, 아기는 제가 동영상 틀어주고 눕혀놓고, 저는 화를 가라앉혀야만 했습니다. 여러가지 생각이 떠올랐죠. 이래서 사람이 자살을 하는구나..등등..

 

남편이 운동에서 돌아오고, 아기를 재우고, 저는 말했습니다. 나는 이렇게 너랑 못살겠다. 그랬더니 자기도 그러더라구요. 자유를 속박하는 아내. 돈 못벌어오는 아내와 자기도 못살겠다고. 제가 나가라고 했더니 저보고 아기는 두고 나가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나왔습니다.

 

지금은 사무실에 이것저것 챙겨서 3일 정도 자고 먹고 하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