펜션

카오산로드2018.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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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다다다…”

 

이른 아침 재훈은 기지개를 한껏 펴고서는 평화로운 미소로 그의 펜션을 바라봤다. 모든 게 완벽했다.

 

“공기 좋다.”

 

재훈이 귀농을 결심하고 이 동네로 이사 온 것은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9월의 어느 날이었다. 대학 졸업 후 서울의 중견기업을 15년간 다니다가 그는 문득 현재의 삶이 과연 행복한가에 대해 고민을 했다.

 

 

해 뜨기 전 출근하여서 한 밤중 퇴근…
잠들기 전 고작 1시간의 자유시간…
업무상이라는 핑계로 수시로 출근하는 주말 특근…
어느 순간 가족이 아닌 타인이 되어 버린 그의 아내와 고등학생이 된 딸…
40세가 넘으면서 부쩍 안 좋아진 건강… 

 

고민을 거듭하다가 급기야 그는 귀농을 결심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는 물론이고 그의 부인도 서울에서 태어나 자란 토박이라 시골 지역에 아무런 연고가 없었다. 그리고 귀농을 한다고 해서 당장 농사 관련 기초 지식이 없는 그가 당장 소득을 벌 수 있는 수단 또한 전혀 없었다. 그렇기에 그는 긴 고심 끝에 위험부담을 갖고 은행 대출을 받아 펜션 사업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어디 보자. 오늘 예약 손님들이…”

 

처음 그의 펜션은 전혀 홍보가 되지 않아 한 달 동안 손님이 전혀 없었다. 정말 미칠 것만 같았다. 급기야 초조해진 재훈은 방송국 PD로 있는 친구에게 부탁을 하여 한 예능프로를 그의 펜션에서 촬영하게 됐다.

 

방송의 힘은 정말 대단했다.
한 달간 공실 없는 예약 완료.    

      

여름 성수기 기간이라는 것도 있었지만 그의 펜션은 연일 호황이었다. 덕분에 그의 수입도 직장을 다닐 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다. 

 

“방송에서 촬영한 펜션이 거기 맞죠? 주말 예약 가능한가요?”

 

“죄송합니다… 다음 달 중순까지 예약이 모두 완료되어서…”

 

“아… 아쉽다. 수고하세요….”

 

조금 전 이른 아침인데 불구하고 벌써 예약 전화가 걸려왔다. 이런 식으로 1년만 영업이 된다면 은행 빚을 모두 청산할 수 있으리라는 계산이 되었다. 다만… 한 가지 문제점을 제외하고...


“이런 육시 할 것들…. 저기가 어떤 곳인 줄 알어? 귀신이 나오는 곳 이여….”

 

“원한을 품은 여자 두 명이나 죽은 곳이란 말이여….”

 

“저 사장 놈… 저게 문제여… 이런 곳에 저런 걸 지었으니… 어이쿠 하늘도 무심하시지…”


그가 운영하는 펜션 아랫마을에 사는 노망 든 노파였다. 노망든 노파는 수시로 그의 펜션을 찾아와 손님들에게 악담을 퍼부었다. 다행히 손님들은 별 불쾌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지만, 혹시라도 재훈은 안 좋은 소문이라도 퍼질까 봐 언제나 노심초사였다. 그래서 그는 마을 이장을 찾아갔다.

 

“이장님 안녕하세요?”

 

“어, 왔어? 그래 요즘도 손님들 항상 많지?”

 

마을 초입에서 슈퍼를 하는 이장은 재훈의 펜션 덕분에 수입이 늘자 그에게 늘 호의적이었다. 물론 마을 행사에 적지 않은 자금 지원을 한 재훈의 덕도 있었지만…  

 

“네 덕분에 잘 되고 있습니다. 근데… 저기 이장님. 죄송한데 파란 기와집 할머니 어떻게 안 될까요?”

 

“파란 기와집 할머니? 아… 만신 할머니? 왜? 무슨 문제 있어?”

 

“만신이면… 그 할머니가 예전에 무당이셨어요?”

 

“그럼! 엄청 용하다고 소문난 만신이었어. 몇 년 전 하나밖에 없는 아들 내외가 사고로 죽고 노망나서 그렇지… 근데 왜?”

 

“아니… 펜션 손님들만 오면 계속 안 좋은 악담을 하거든요… 뭐 손님들이 아직은 크게 불평을 하시지 않으니 다행이지만….” 

 

“그래? 내가 한번 잘 말씀드려볼 테니... 강 사장도 이해를 좀 해줘. 노년에 찾아오는 자식들도 없고 얼마나 불쌍해…"  

 

“네…”


그날 밤

노망 들었다는 만신 할머니가 노란색 바가지에 무엇인가 가득 담아 펜션 손님들을 향해 뿌렸다.

 

“이 놈들아. 이거나 먹어라... 깔깔깔…”

 

“꺄아악!”

 

“악..  뭐야… 이거 똥이잖아!”

 

“깔깔깔… 이것 들아. 억울하게 죽은 원혼을 대신해 내가 천벌을 내린 거다. 깔깔깔…”

 

재훈은 바비큐장이 소란스러워 나가보니 노망난 할머니가 양손에 똥을 묻히고 펜션 손님들을 따라다니며 좋다고 웃었다.

 

“할머니!! 도대체 왜 이러세요!?”

 

“왜 이러긴… 네놈이 한 짓을 내가 모를 줄 알아? 깔깔깔…”

 

소동은 30분이나 계속되다가 소란을 듣고 온 마을 이장 덕분에 간신히 마무리됐다.

 

“사장님… 이거 어떻게 할 거예요? 이 옷이 얼마인 줄 아세요?!”

 

“죄송합니다. 제가 변상해드리겠습니다.”

 

“이게 정말 뭐야… 놀러 와서 기분 다 잡쳤잖아.”

 

“죄송합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그날 저녁 불평하는 손님들을 재훈은 간신히 달래고 피해를 본 부분을 금전적으로 보상해주는 것으로 힘들게 마무리했다. 그러나 그날 있었던 일을 누군가 블로그에 올리고 말았다.

 


[재미로 찾았다가 똥 벼락 맞을 수 있으니 주의 바람.]

 

[나도 그 펜션 찾았다가 그 할머니한테 저주 섞인 욕만 실컷 얻어먹은 적이 있음. 그날은 어떻게 넘겼지만, 그 이후로 계속 안 좋은 일만 생김.]

 

[펜션 사장 미친 것 아냐? 도대체 관리를 어떻게 하는 거야? 가격도 싼 편도 아니던데…]

 


인터넷의 힘은 정말 대단했다.


기존 예약자들의 예약취소와 일주일 동안 한 통도 없는 예약문의 전화.

이 모든 게 노망난 미친 늙은이 때문이라 생각이 들자 그의 마음속에서는 살의(殺意)가 꿈틀거렸다. 그 날밤 재훈은 한 갑의 담배를 모두 피우며 고민을 한 후 마침내 핸드폰을 꺼냈다.

 

“어… 김 PD 잘 지내?”

 

[어, 재훈아. 오랜만이다. 어때 펜션은 잘 운영되고 있지?]

 

“덕분에… 정말 고마웠다. 내가 서울 가면 크게 한턱 쏠게.”

 

[고맙기는… 쏠 거면 내가 쏴야지. 그때 너희 펜션에서 촬영한 거걸로 우리 프로그램 시청률 최고 찍었다는 거 아니냐...]

 

“김 PD 그래서 말인데… 이번에 또 우리 펜션에서 한 번 더 촬영할 수 없을까?”

 

[어… 또 왜? 나야 좋지만 무슨 일 있어?]   

 

“아니… 저번에 우리 펜션에서 촬영할 때 아줌마랑 여고생 귀신을 목격했었잖아? 그런데 최근에 노망난 할머니 귀신도 나타났거든.”

 

[이야… 대박인데? 우리 프로그램 포맷이 공포니까 심령현상만 찍을 수 있다면 언제든 오케이지만… 정말 괜찮겠어? 그러다 진짜 펜션 영업에 지장 있는 거 아니야?]

 

“그건 내가 걱정할 테니까 촬영 좀 부탁한다…. 응…”

 

재훈은 웃으면서 전화를 끊었다.    

 

 

재훈의 펜션 컨셉은 흉가(凶家)였다.
그렇기에 적잖은 준비를 했다.
우선 가족이 아닌 타인이 되어 버린 그의 아내와 고등학생이 된 딸을 펜션에서 희생시켰다.


그의 손으로 직접…

 

 

재훈은 휘파람을 불며 불이 켜진 파란 기와집 만신 할머니 집으로 향했다.
그의 손에는 날이 퍼렇게 선 손도끼가 달빛에 반사되었다. 

 

며칠 후 재훈이 운영하는 펜션사이트에 새로운 공지 하나가 등록되었다.


[흉가(凶家) 펜션 10월 공지 : 지옥에서 소환 된 미친 할머니 귀신 출현 예정!! ㅋㅋㅋ]

 

출처 : http://novel.naver.com/best/list.nhn?novelId=46468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