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가 되니 군대 기상나팔처럼 종소리가 절에 울려 퍼졌다. 쌩까고 자려고 했으나, 존나게 두드려 대는 바람에 몸이 완전히 파김치였음에도 불구하고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에이 썅....그냥 일찍 출발해서 일찍 도착해서 쉬자는 생각으로 일어났다. 어메이샨은 산꼭대기에 3성급 호텔이 하나 있다.(金頂大酒店) 거기가서 따뜻한 물에 몸을 푸욱 담그고 맥주한잔 쌔린 후 정상의 정경을 관람하면 천국이 따로 없을 것 같았다. 좋다. 후딱 올라가서 그 천국을 조금 더 빨리 느껴보는거다!!!!! 세수를 하려고 문을 여는 순간, 고삐리들과 눈이 마주쳤다.
"어, 오빠 일어났네여? 계속 자는 줄 알았는데."
"어..어..일어났어.(저 종소리에 자겠냐)" "빨리 준비하세여. 같이 올라가여!!!"
음-_- 당황해서 아무말이나 씨부렸다.
"아,아니..난 화장실만 갔다가 더 자려고...아..피곤해서..화장실이..저깄네..하..하!"
장난하냐. 오늘은 이 녹초의 몸으로 8시간 스트레이트로 올라야 되는데, 미쳤다고 돌봐주면서 같이 올라간단 말이냐. 어제야 덜 피곤했고, 중간까지만 간다고 생각했으니 그렇지, 오늘같은 날 징징거리고 그런다면 토막내서 원숭이에게 뿌려주고 싶어질 것이다. 그러나 어제 많이 고마웠는지 그냥 가려하지 않는다.
"그래여? 얼마나 더잘껀데여?" ".......2시간정도?" "그렇구나~그럼 저희 밑에서 기다릴께여!" "아,아,아냐...저기 나 2시간 넘게 잘지도 몰라." "괜찮아여! 그럼 이따 밑에서 봐여!!"
...............안된다니까!!!!!!-_- 난 설마 기다리겠어 하는 심정으로 그냥 벌러덩 다시 누웠다. 잠깐...뭔가 이상하다. 어제 30元이 모자라 잠도 못잤던 그들이 어떻게 정상까지 올라간단 말인가. 가는길에 음료수고 밥이고...어떻게 먹을 것이며, 정상의 3성급 호텔에는 어떻게 묵는단 말인가. 어쩌면 내가 다 데리고 자야될 수도 있다(키다리 아저씨도 아니고 방을 하나 잡아줄 순 없는 노릇아닌가). 여고생과 5:1 동침!?!............말로 하니 존나 꿈같은 일이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몸서리쳐지는 일이였다. 정말 기다리면 좆되겠군 생각이 들어 문을 열고 말했다.
"그냥~~너희~~먼저가아~~!!!!"
그들은 지네끼리 쑥덕대더니 의외로 알았다고 하고 출발하기 시작했다. 시큰둥한 것 같기도 했으나 내게는 최선의 선택이였다. '인정도 없는 씹새끼..'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으리라 믿는다. 다시 누우니 아침에 멎었던 재채기가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콧물은 계곡물같이 끝없이 흘러나왔다. 씨팔...잠도 안오고....그냥 지금 일어나서 씻고 출발하기로 했다. 그래도 그들과는 1시간 가까운 차이가 있으니 가다가 마주치는 조까튼 상황은 없을 것이다. 느그적 느그적 씻고 준비하고 침대에도 다시 누웠다가 코도 풀다가 나서니 8시가 다되었다. 내 인생에서 이시간에 산에 있었던 건 처음이 아닌가 싶다. 아침의 산은 뭐랄까.....맑다. 말로 하기 힘든 그 신선한 느낌이 산전체를 조용히 감싸고 있었다. 풀잎에는 노래 가사에서만 보던 아침이슬이 맺혀 있었는데, 참이슬밖에 못보던 내게는 그것조차 새로운 광경이였다. 다음 목적지는 '시엔훵스(仙峰寺)'였는데, 사실 어제 홍춘핑에서 잘까 아니면 무리를 해서 여기까지 갈까 하는 고민을 했었다. 거리상으로 한 2시간 걸리는 거린데 빨리 올라갔다면 7시반 쯤 도착했을테니 가볼만도 했다. 그랬다면 딱 반을 올라간 꼴이니, 뭔가 뿌듯할 것이고. 그러나 오늘 올라가보니 어제 더 가기로 했다면 정말 '개피중의 개피'를 볼 뻔했다. 시엔훵스까지의 지도상 거리는 그렇게 먼것은 아니였으나, 그 가파르기가 박지윤 가슴 수준이라 조금만 걸어도 조온나게 힘들었다. 지도를 꼼꼼히 보니, 지금까지 내가 올라온 거리가 해발 1100m어치인데, 홍춘핑에서 시엔훵스까지의 해발이 600m니 그 가파르기가 대충 계산이.......나오냐? (오르던 길..빡셨다↓) 산을 오르다 정말 빡도는 것은 갑자기 내리막길이 나오는 것이다. 존나게 올라가기만 해도 죽을 맛인데, 내리막길. 즉, 내려간만큼 다시 올라와야 된다는 것이다. 무슨 씨팔 오락하다 옆에서 어떤 새끼가 리셋버튼 띡 누르는 기분이다. 이 가파른 길은 지루하지 않게도 내리막길을 두번이나 준비해놓고 있었다. 첫번째껀 그렇다치고 두번째 나왔을때는 "구름다리 놔줘! 씨파아아아알!!!!!!!!!!!!!!!ㅠ.ㅠ"이라는 절규가 절로 나왔다. 어쨌든 그렇게 힘들게 이제는 3분의 2밖에 안남은 대나무 지팡이를 짚으면서 올라가다보니 구름이 나왔다. 구름.....땅에서만 보던 구름이 지금 안개처럼 산을 두르고 있었다. 물론 구름까지 올라와본 적은 많지만, 이렇게 바닥부터 내 발로 구름까지 올라온 감회는 남다른 것이였다. 근두운이라도 탄 기분이다. 작은 물알갱이들이 닿는 미묘한 시원함도 기분 좋았지만, 건너편 산에 걸려있는 구름을 일직선 상에서 본다는 것도 말로 할 수 없이 기분 좋은 일이였다. 드라이 아이스 연기처럼 부드러운 구름이 천천히 산을 휘감으며 움직이는 걸 보고 있자니 '자연과 인간'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난 이 거대한 자연현상 속에 하나의 조용한 관객일 뿐이였다. 인간끼리 높다란 건물 지어놓고 니가 잘났니, 내가 잘났니 하던 것들 다 부질없어 보였다. 구름은 계속 끼여있어서 덥지도 춥지도 않은 상쾌한 날씨속에 산행을 계속 할 수가 있었다. 올라갈수록 더웠다면 아마 중도에 쓰러져서 원숭이에게 강간당했을지 모른다. 뭔가 조화로운 자연의 힘이 느껴졌다. 그래도 역시나 체력적으로 힘들어 나의 훼이버릿! 쵸코렛이 먹고 싶어졌다. 그래서 올라가는 길의 매점에 쵸코렛있냐고 물어보았다. 주인 아줌마가 없다고 했는데, 주인 아저씨가 있을것이여 하며 안쪽에서 뭔가 부스럭부스럭 꺼낸다.
쵸, 쵸코렛이긴 쵸코렛이다. 그러나...-_- 신문지재질의 포장지로 쌓여진, 발렌타인 데이에 뭉태기로 파는 쓰레기 장식용 쵸코렛보다 맛없는 쵸코렛이였다. 심지어 쵸코렛인지도 의심스러웠다-_- 쵸코렛의 제작과정은 잘모른다만, 유지방같은건 하나도 안들어갔을 것 같은 코코아 덩어리같은 맛이였다. (사진으로 표현하기 힘든 절경↓) 그래도 플라시보 효과처럼 먹었으니 힘내자!!고 생각하고 계속 굳어가는 다리를 움직여 올라갔다. 올라갈수록 밑에서 보기 힘들었던 특이한 식물들과 우거진 산림이 눈을 즐겁게 했다. 그렇게 한참을 올라가는데 구름을 뚫고 중년 커플 몇이 내려오면서 물어본다.
아무래도 이위에는 아래보다 더 험한 환경을 이겨내는 조또 사나운 원숭이 집단이 하나 더 있는 모양이다. 약간 걱정은 됐다만 난 내손의 '여의봉'을 믿었다. 조금 더 가니 비가 부슬부슬 오기 시작했다. 마침 눈앞에 매점이 나와 거기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했다.
"단단면(매콤한 면)하나 주세요!" "예~!....근데 젊은이, 혼자 올라가요?" "예." "아이고..큰일나요. 혼자 가면!!! 여기부터 원숭이 소굴이라구!!!"
난 그냥 여기서 밥 더 먹게 하거나, 지팡이(도 판다)를 팔려는 수작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고개를 들어 올라가는 계단을 보니 그야말로 험악하게 생긴 원숭이 2-3마리가 이쪽을 노려보고 있는게 아닌가. 심지어 그중 한마리는 이쪽을 향해 어슬렁어슬렁 걸어오고 있었다. 가게 아저씨는 '휴우 또야 이새끼들'이라는 익숙할대로 익숙해진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고는 안에서 뭔가 부스럭부스럭 꺼냈다.
새총이였다-_-; 이, 이것이 저 12몽키스와 대항하는 인간군의 병기란 말인가!!!!-_- 원숭이는 이 병기에 익숙해진듯 그걸 꺼내드는 걸 보고 안보이게 수풀속으로 숨어버렸다. 그러자 인간군 레지스탕스 대장인 매점아저씨는 그 원숭이가 숨은 곳을 향해 새ㅊ..아니 버드건 RX-7으로 조준사격을 가했다. 맞았는지는 모르겠으나 원숭이는 "꺅!!"소리를 내면서 완전히 몸을 감췄다.
"휴우..여기 원숭이는 싸나워서 큰일이예요 진짜.."
하면서 아저씨는 존 코너같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번개같은 동작으로 몸을 휙돌려 반대쪽 수풀에 새ㅊ...아니 버드건 RX-7을 발사했다. 그쪽에서 머리를 내민 모양이였다. 원숭이는 또다시 수풀속으로 사라졌다. 매점 아저씨는 한숨을 푸욱 쉬며 어깨를 들썩거려보이고는 새총을 집어넣고 매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비는 점점 심해져서 중년아저씨 두분이 헐레벌떡 비를 피하려고 매점안으로 들어왔다. 바로 그때였다. 원숭이의 대역습이 시작된것은!!!! 갑자기 그 망할놈의 원숭이가 매점 지붕으로 올라가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지붕이래봐야 얇은 철판 하나 올려놓은 것이라 그 소리와 진동이 엄청났다. 빗물과 나뭇잎이 지붕에서 엄청난 소리와 함께 후두둑 떨어지고 있었다. 어찌할 바를 모르는 우리(영문도 모르는 아저씨들 포함)는 마냥 기둥을 하나씩 붙잡고 있는 수 밖에 없었다. 존 코너는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고 마구잡이로 사격을 했으나, 맞을리 만무했다. 원숭이는 신나게 자신의 후손들을 농락하고는 유유히 수풀속으로 사라졌다. 젠장할..-_- 존 코너는 매일 이런다고 짜증나 죽겠다고 한다. 그렇지만 사실 저 원숭이들 때문에 이 매점에서 멈추는 사람들도 많으니 병도 주고 약도 주는 셈이다. 난 아저씨들과 상의해 이 원숭이 소굴을 같이 빠져나가기로 했다. 아무래도 남자 셋이면 낫겠지 싶어서이다. 한 손에는 우산을 한 손에는 작대기를 꼭 쥐고 난 앞장서서 한발 한발 앞으로 향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원숭이들은 한마리도 나타나지 않았다. 거센 빗줄기속에 다른 곳으로 피한 모양이였다. 좀 맥빠지긴 했지만 그래도 긴장을 풀고 그 원숭이산을 지날 수 있었다. 긴장을 푼 아저씨와 나는 간격이 점점 벌어져, 발걸음이 빠른 나는 또 혼자서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올라가다보니 '시샹츠(洗象池)'라는 곳이 나왔는데, 옛날에 보현보살이란 스님이 코끼리를 타고 올라가다가 코끼리를 씻은 연못이라고 한다. 어떻게 이런 곳까지 코끼리를 타고 올라왔을까 미스테리다. 그냥 전설일 수도 있지만, 사실이라면 정말로 멋진 광경이였을 것 같다. 그곳을 보고 올라가다보니 아까 원숭이산에서 올라온 원숭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놈들은 부엉이처럼 나무에 걸터앉아 재수없는 얼굴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난 혹시라도 뛰어서 덤빌까봐 이제는 반밖에 안남은 막대기를 꼭 쥐었으나 다행히 아무일도 없었다. 그 길을 지나니 매점이 하나 또 있었는데 재밌는 광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아까 밑의 매점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여기는 지붕밑에 원숭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비를 피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원숭이들 앞에는 스님 두분이 온화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삼장법사의 얘기를 듣고 있는 손오공같이 보였다. (삼장법사와 손오공↓) 이들은 약간 경계하기는 했으나 피하는 기색이 없어 편하게 사진을 찍고 관찰을 할 수 있었다. 그중에는 아이를 안고 있는 어미 원숭이들도 있었는데, 새끼가 비에 맞지 않게 꼭 안고 있는 모습에서 그들의 모성애를 느낄 수 있었다. 비는 많이 그쳐왔다. 이제 조금만 더 올라가면 '레이똥핑(雷洞坪)'주차장이 보일 것이다. 거기서부터는 포장도로가 나오기 때문에 좀 더 편히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곳은 이미 해발 2000m가 넘었다. 거리상으로도 50km정도 온 것 같다. 티셔츠와 바지는 땀과 비로 흠뻑 젖어 있었고, 다리는 후들거리고 숨이 가빠왔지만, 뭔가 이만큼 올라왔다는 성취감이 내게 에너지가 되고 있었다.
달릴 수만 있다면 달리고 싶었다. (비로부터 애새끼를 보호하는 애미↓) 또 한참을 오르니 드디어 저앞에 뿌연 안개사이로 레이똥핑 주차장이 보였다. '안개비-조명도오-하아아-쓰르르르예아'하는 노래구절이 절로 나왔다. 이게 얼마만에 밟아보는 아스팔트인가. 이제..산에서 조난당해 죽을 염려는 없어진 것이다. 갑자기 고삐리들 생각이 났다. 그래서 혹시나 하고 근처에 있는 가게에 물어봤는데, 아까 약 1시간 전에 이곳을 지났다고 한다. 흠...죽진 않았군...과연 여기까지 와서 어떻게 했을까..정상으로 가고 있을까? 돈도 없으면서 어쩔라고....에이, 모르겠다. 나나 신경쓰자!!! 주차장을 지나니 외투를 빌려주는 곳이 나왔다. 정상부근은 온도가 낮기 때문에 겉옷을 안입으면 얼어뒤진다고 한다. 빌릴까도 하다가, 얇긴 하지만 겉옷도 있고 무엇보다 지금 땀으로 범벅된 상태라 굳이 그걸 들고 올라가고 싶진 않았다....패스! 올라가는 길은 안개가 자욱이 껴서 존나 멋있었다. 특히 '지에인디엔(接引殿)'이라는 정상으로 가는 입구에 해당하는 절은 안개속에 은은하게 모습을 드러낸 것이, 정말 영화속의 비밀 수련원같았다. 붉은 절이 흐르는 흰 안개 사이로 처마끝을 비죽이 내밀고 있고, 안에서는 수도승을 기도를 드리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상상이 안된다고? 그럼 사진을 봐라-_- (존나..신비로울세. ↓) 지에인디엔 앞에는 로프웨이가 있었는데 그곳에 '로프웨이로 5분! 걸어서 1시간!!'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1시간 빡시게 걷느니 로프웨이 타고 5분만에 올라가라는 뜻이지만, 난 거꾸로 '씨발 한시간만 더 걸으면 드디어 정상이란 말야!?! 크아아!! 기운내서 올라가자!!'라고 생각했다. 겨우 한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올라간 길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왜 그런거 있지 않은가. 군대 26개월 주에서 앞의 24개월도 안가지만 마지막 두달은 진짜 씨바 개좆또 안가는거 같은 느낌. 그런 느낌이였다. 마지막 한시간이라고 생각하니 조금 올라가 놓고 '끝이겠지?'하는 생각도 들고, 괜히 길어보이고 그랬다. 근데 그게 비단 내 느낌 탓만은 아니다. 이곳은 해발 2500m가 넘어 있었기 때문에 공기가 존나 희박했다. 그래서 좀만 뛰어올라가도 숨이 차오르고 머리가 멍해지는 것이였다. 게다가 지금 체력은 바닥의 바닥으로 게이지 옆에 빨간 경보가 켜진 상태다. 그나마 반대편 산이 구름위로 솟아난 멋진 광경을 보는 것이 힘이 되고 있었다. (사진으로 느낌표현하기 힘들구만..↓) 조금만 더 올라가면, 멋진 광경이 있고, 따뜻한 이불과 물이 있고, 맛있는 밥이 있다....계속 머리속으로 되뇌이면서 말을 잘듣지 않는 다리를 움직였다. 누가 지금 내 얼굴을 봤으면 누구 연장담그러 가는 줄 알았을 것이다. 체력이 바닥나서 지금 움직이는 것은 거의 정신력이라, 눈을 부릅뜨고 이를 악물고 앞의 계단을 노려보면서 한발 한발 힘줘서 걸어가는 수 밖에 없었다. 정말 1시간쯤 걸으니 수풀 너머로 햇살이 쫙 비쳐오면서 열린 공간이 보였다.
드디어..
정상이다!!!!!!!
난 그 빛에 이끌리듯이 마지막 계단을 올라가는데 탄성이 터져나올 것 같았다. 눈앞에는 드디어 보고 싶던 '진딩(金頂)'과 '진딩호텔'의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정말..이 산꼭대기에 3성급 호텔을 지은것은 훌륭한 선택이였다고 해주고 싶다. 난 지금 당장 정상에서 전경을 감상하고 싶었으나, 떡치기 전에도 샤워를 하는 것이 예절이듯이 일단 짐을 풀고 씻고 나가고 싶었다. 최후의 즐거움을 아껴두는 것이기도 했다. 이곳은 3성급답게 시설은 나무랄 데가 없었다. 지금은 7월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해발 3000m가 넘기 때문에 히터를 틀어야만 했다. 방에는 히터시설도 잘되있고, 온수도 잘나왔다. 온몸이 땀으로 쩔은 상태로 이 추위를 맞이 하고, 그위에 따뜻한 물로 쫙 끼얹어 보시라. 정말 아아아아~~온몸이 다녹아내리듯한 쾌감이다. 이불을 덮으니 그냥 그대로 자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떨쳐내고 옷을 입고 진딩(金頂)을 보러 문을 나섰다. 호텔문을 나서서 첫발을 디디는 순간, 아까 방에서 잤다면 평생 후회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눈앞에 펼쳐진 것은 내가 평생 본것 중 가장 장엄한 운해(雲海)였다. 그야말로 끝없는 바다처럼 구름이 부드럽게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난 잠시 동안 입을 벌리고 보다가 더 높은 곳에서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안개를 헤치고 꼭대기에 있는 '화창스(華藏寺)'에 올라갔다. 안개는 워낙 빽빽하여 올라가는 길 조차 보이지 않아 한발한발 더듬듯이 올라가는 수 밖에 없었다. 올라가는 길에 본 운해는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웠다. 그 흰구름 사이로 마치 바위섬처럼 솟은 산의 꼭대기들과 수평선처럼 보이는 지평선...그리고 호텔이 있는 언덕을 바다를 향해서 난 절벽같이 보였다. 저 먼곳의 구름은 어둑어둑해져서 푸르스름한 빛을 내고 있었는데, 정말 그림속에 들어와 있는 것만 같았다. 목숨이 4개쯤있다면 이 바다에 풍덩 뛰어들고 싶을 지경이였다. 심지어 한 청년은 정말 뛰어들지나 않을까하는 생각마저 들게 언덕에 혼자 앉아 그 운해를 소리없이 바라보고 있었다.(사진 참조) 어메이샨 정상에 있는 화창스 역시 이러한 비경에 걸맞는 멋진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 금색의 절이 운해 사이로 불쑥 솟아있는 모습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이나 아름다웠다. 이런 곳에서 수련받는 다면 정말 장풍이라도 나가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근데 산통깨는 건, 호텔 숙박객도 있고 해서 이 절 뒤쪽으로 전파탑이 잔뜩 서있었다는 점이다. 뭐 그런게 있으니까 호텔에서 쾌적하게 묵을 수 있는 거긴 하지만 말이다. 난 어두워질 때까지 이 광경을 감상하다가 추워져서 방으로 들어왔다. 이제 자고 일어나서 내일 아침에 일출...그 유명한 일출을 감상하면 되는 것이다. 방으로 들어오기 전에 쓸데없이 비쌌던 호텔식당밥을 먹고 음료수를 좀 사가지고 들어왔다. 이틀간 정말 고생해서 그런지 이렇게 푹신한 침대에 누워서 티비를 보는게 너무나도 행복했다. 그 나른함에 묻혀서 잠이 들려고 할때쯤 방해하는 소리.
"따르르르르릉!!!!"
"......뭐야 씨팔...-_-" 핸드폰도 아닌 전화가 울린다.
"여보세요?" "예! 안녕하세요! 여기는 안마센터입니다. 혹시 안마 받고싶지 않으세요? 예쁘고 젊은 아가씨가 있는데 방으로 보내드릴께요."
궤이린에서 한번 속은 경험도 있고 돈도 없고 피곤하다.
"됐습니다..죄송합니다." "그러지 마시고..80元인데 특별히 60元에 해드릴꼐요!"
...원래는 50元아냐?-_- 하지만 어쨌거나 비싼 가격은 아니였다. 몸도 뻐근하고 해서 받을까, 아냐 또 씨바 뭔가 있을꺼야 생각이 들어서 고민하고 있는데,
"일단 보내드릴테니까 보고 결정하세요!그럼!"
하더니 툭 끊어버린다-_- 똑..똑.. 문을 빼꼼히 여니 얌시럽게 생긴 놈이 씨익 웃더니 아가씨를 들여보내고는 사라진다. 아가씨는....이쁘다고 하기 그랬다. 아니, 아가씨라고 하기도 좀 그랬다-_- 그렇지만 가슴이 푹 파진 옷을 입고 가슴을 가운데로 한껏 모으고 딱붙는 바지를 입고 있어 섹시해 보이긴 했다. 나와 그녀는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침대에 앉았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가슴이 내게 닿도록 몸을 밀착시켰다. 난 지금 기분이 굉장히 좋은 상태고, 이런 산꼭대기에서 하는것도 좋은 기념이 되지 않을까 싶어 이성이 약간 마비되었다.
"해도 돼?"
그녀는 고개를 끄덕인다. 난 그녀의 가슴에 손을 가져가며 시작하려고 하는데 이성이 갑자기 고개를 쳐들었다......
한번 더 생각해봐아아!! 이건 상술이야아아아!! 씹새꺄아아아!!
생각해보니 그랬다. 그때, 궤이린에서도 이런 가격에 '안마'라고 해놓고 어설픈 룸싸롱이지 않았던가. 그래서 건포도 몇개 먹고 100元을 내지 않았던가. 난 그녀를 잠시 밀쳐내고 물어보았다
"이거..해도 60元이야?" "아니...아가씨 비용 50元에...안마 60元...."
100元?! 그것도 비싼 건 아니였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순 없었다. 다시 몇번을 꼬치꼬치 물어보았다.
"그러니까..너랑..나랑..그걸 하고 내가 너한테 110元을 주면 된다고?"
대답을 안한다. 아예 손은 내 다리사이에 놓고 있다. 몇번을 캐묻자 그제서야 말한다.
".......하는건 500元이야.."
오,500元!?! 난 어이가 없어서 안마센터에 전화를 하고 60元만 지불하고 그녀를 돌려보냈다. 조까튼...이건 일단 남자가 여자와 방에 둘이 있고 여자가 적극적으로 달려들면 거절할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한 사기였다. 난 그냥 싸다면 기념(?)으로 재미로 한번 해볼까 했을 뿐이다. 500元을 내고 발사한번 하고 싶지는 않았다. 기분도 좀 잡친 감이 있어 프론트에 모닝콜을 부탁하고 자기 위해 불을 껐다.
<<중국여행기>>非常시기飛上#14-어메이샨편(下)
땡~!!땡!!땡!!!!!!!!
아침 6시가 되니 군대 기상나팔처럼 종소리가 절에 울려 퍼졌다. 쌩까고 자려고 했으나, 존나게 두드려 대는 바람에 몸이 완전히 파김치였음에도 불구하고 일어날 수 밖에 없었다. 에이 썅....그냥 일찍 출발해서 일찍 도착해서 쉬자는 생각으로 일어났다.
어메이샨은 산꼭대기에 3성급 호텔이 하나 있다.(金頂大酒店) 거기가서 따뜻한 물에 몸을 푸욱 담그고 맥주한잔 쌔린 후 정상의 정경을 관람하면 천국이 따로 없을 것 같았다. 좋다. 후딱 올라가서 그 천국을 조금 더 빨리 느껴보는거다!!!!!
세수를 하려고 문을 여는 순간, 고삐리들과 눈이 마주쳤다.
"어, 오빠 일어났네여? 계속 자는 줄 알았는데."
"어..어..일어났어.(저 종소리에 자겠냐)"
"빨리 준비하세여. 같이 올라가여!!!"
음-_- 당황해서 아무말이나 씨부렸다.
"아,아니..난 화장실만 갔다가 더 자려고...아..피곤해서..화장실이..저깄네..하..하!"
장난하냐. 오늘은 이 녹초의 몸으로 8시간 스트레이트로 올라야 되는데, 미쳤다고 돌봐주면서 같이 올라간단 말이냐. 어제야 덜 피곤했고, 중간까지만 간다고 생각했으니 그렇지, 오늘같은 날 징징거리고 그런다면 토막내서 원숭이에게 뿌려주고 싶어질 것이다.
그러나 어제 많이 고마웠는지 그냥 가려하지 않는다.
"그래여? 얼마나 더잘껀데여?"
".......2시간정도?"
"그렇구나~그럼 저희 밑에서 기다릴께여!"
"아,아,아냐...저기 나 2시간 넘게 잘지도 몰라."
"괜찮아여! 그럼 이따 밑에서 봐여!!"
...............안된다니까!!!!!!-_-
난 설마 기다리겠어 하는 심정으로 그냥 벌러덩 다시 누웠다. 잠깐...뭔가 이상하다. 어제 30元이 모자라 잠도 못잤던 그들이 어떻게 정상까지 올라간단 말인가. 가는길에 음료수고 밥이고...어떻게 먹을 것이며, 정상의 3성급 호텔에는 어떻게 묵는단 말인가.
어쩌면 내가 다 데리고 자야될 수도 있다(키다리 아저씨도 아니고 방을 하나 잡아줄 순 없는 노릇아닌가). 여고생과 5:1 동침!?!............말로 하니 존나 꿈같은 일이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몸서리쳐지는 일이였다.
정말 기다리면 좆되겠군 생각이 들어 문을 열고 말했다.
"그냥~~너희~~먼저가아~~!!!!"
그들은 지네끼리 쑥덕대더니 의외로 알았다고 하고 출발하기 시작했다. 시큰둥한 것 같기도 했으나 내게는 최선의 선택이였다. '인정도 없는 씹새끼..'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으리라 믿는다.
다시 누우니 아침에 멎었던 재채기가 다시 나오기 시작했다. 콧물은 계곡물같이 끝없이 흘러나왔다. 씨팔...잠도 안오고....그냥 지금 일어나서 씻고 출발하기로 했다. 그래도 그들과는 1시간 가까운 차이가 있으니 가다가 마주치는 조까튼 상황은 없을 것이다.
느그적 느그적 씻고 준비하고 침대에도 다시 누웠다가 코도 풀다가 나서니 8시가 다되었다. 내 인생에서 이시간에 산에 있었던 건 처음이 아닌가 싶다. 아침의 산은 뭐랄까.....맑다. 말로 하기 힘든 그 신선한 느낌이 산전체를 조용히 감싸고 있었다. 풀잎에는 노래 가사에서만 보던 아침이슬이 맺혀 있었는데, 참이슬밖에 못보던 내게는 그것조차 새로운 광경이였다.
다음 목적지는 '시엔훵스(仙峰寺)'였는데, 사실 어제 홍춘핑에서 잘까 아니면 무리를 해서 여기까지 갈까 하는 고민을 했었다. 거리상으로 한 2시간 걸리는 거린데 빨리 올라갔다면 7시반 쯤 도착했을테니 가볼만도 했다. 그랬다면 딱 반을 올라간 꼴이니, 뭔가 뿌듯할 것이고.
그러나 오늘 올라가보니 어제 더 가기로 했다면 정말 '개피중의 개피'를 볼 뻔했다. 시엔훵스까지의 지도상 거리는 그렇게 먼것은 아니였으나, 그 가파르기가 박지윤 가슴 수준이라 조금만 걸어도 조온나게 힘들었다. 지도를 꼼꼼히 보니, 지금까지 내가 올라온 거리가 해발 1100m어치인데, 홍춘핑에서 시엔훵스까지의 해발이 600m니 그 가파르기가 대충 계산이.......나오냐?
산을 오르다 정말 빡도는 것은 갑자기 내리막길이 나오는 것이다. 존나게 올라가기만 해도 죽을 맛인데, 내리막길. 즉, 내려간만큼 다시 올라와야 된다는 것이다. 무슨 씨팔 오락하다 옆에서 어떤 새끼가 리셋버튼 띡 누르는 기분이다.
이 가파른 길은 지루하지 않게도 내리막길을 두번이나 준비해놓고 있었다. 첫번째껀 그렇다치고 두번째 나왔을때는 "구름다리 놔줘! 씨파아아아알!!!!!!!!!!!!!!!ㅠ.ㅠ"이라는 절규가 절로 나왔다.
어쨌든 그렇게 힘들게 이제는 3분의 2밖에 안남은 대나무 지팡이를 짚으면서 올라가다보니 구름이 나왔다. 구름.....땅에서만 보던 구름이 지금 안개처럼 산을 두르고 있었다. 물론 구름까지 올라와본 적은 많지만, 이렇게 바닥부터 내 발로 구름까지 올라온 감회는 남다른 것이였다. 근두운이라도 탄 기분이다.
작은 물알갱이들이 닿는 미묘한 시원함도 기분 좋았지만, 건너편 산에 걸려있는 구름을 일직선 상에서 본다는 것도 말로 할 수 없이 기분 좋은 일이였다. 드라이 아이스 연기처럼 부드러운 구름이 천천히 산을 휘감으며 움직이는 걸 보고 있자니 '자연과 인간'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난 이 거대한 자연현상 속에 하나의 조용한 관객일 뿐이였다. 인간끼리 높다란 건물 지어놓고 니가 잘났니, 내가 잘났니 하던 것들 다 부질없어 보였다.
구름은 계속 끼여있어서 덥지도 춥지도 않은 상쾌한 날씨속에 산행을 계속 할 수가 있었다. 올라갈수록 더웠다면 아마 중도에 쓰러져서 원숭이에게 강간당했을지 모른다. 뭔가 조화로운 자연의 힘이 느껴졌다. 그래도 역시나 체력적으로 힘들어 나의 훼이버릿! 쵸코렛이 먹고 싶어졌다.
그래서 올라가는 길의 매점에 쵸코렛있냐고 물어보았다. 주인 아줌마가 없다고 했는데, 주인 아저씨가 있을것이여 하며 안쪽에서 뭔가 부스럭부스럭 꺼낸다.
쵸, 쵸코렛이긴 쵸코렛이다. 그러나...-_-
(사진으로 표현하기 힘든 절경↓)
신문지재질의 포장지로 쌓여진, 발렌타인 데이에 뭉태기로 파는 쓰레기 장식용 쵸코렛보다 맛없는 쵸코렛이였다. 심지어 쵸코렛인지도 의심스러웠다-_- 쵸코렛의 제작과정은 잘모른다만, 유지방같은건 하나도 안들어갔을 것 같은 코코아 덩어리같은 맛이였다.
그래도 플라시보 효과처럼 먹었으니 힘내자!!고 생각하고 계속 굳어가는 다리를 움직여 올라갔다. 올라갈수록 밑에서 보기 힘들었던 특이한 식물들과 우거진 산림이 눈을 즐겁게 했다.
그렇게 한참을 올라가는데 구름을 뚫고 중년 커플 몇이 내려오면서 물어본다.
"학생. 그밑에는 원숭이 있슈?"
"아뇨...없는데요?"
"조심혀. 저위에 원숭이들 흉폭한게 말도 못해."
아무래도 이위에는 아래보다 더 험한 환경을 이겨내는 조또 사나운 원숭이 집단이 하나 더 있는 모양이다. 약간 걱정은 됐다만 난 내손의 '여의봉'을 믿었다.
조금 더 가니 비가 부슬부슬 오기 시작했다. 마침 눈앞에 매점이 나와 거기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했다.
"단단면(매콤한 면)하나 주세요!"
"예~!....근데 젊은이, 혼자 올라가요?"
"예."
"아이고..큰일나요. 혼자 가면!!! 여기부터 원숭이 소굴이라구!!!"
난 그냥 여기서 밥 더 먹게 하거나, 지팡이(도 판다)를 팔려는 수작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고개를 들어 올라가는 계단을 보니 그야말로 험악하게 생긴 원숭이 2-3마리가 이쪽을 노려보고 있는게 아닌가. 심지어 그중 한마리는 이쪽을 향해 어슬렁어슬렁 걸어오고 있었다.
가게 아저씨는 '휴우 또야 이새끼들'이라는 익숙할대로 익숙해진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고는 안에서 뭔가 부스럭부스럭 꺼냈다.
새총이였다-_-;
이, 이것이 저 12몽키스와 대항하는 인간군의 병기란 말인가!!!!-_- 원숭이는 이 병기에 익숙해진듯 그걸 꺼내드는 걸 보고 안보이게 수풀속으로 숨어버렸다. 그러자 인간군 레지스탕스 대장인 매점아저씨는 그 원숭이가 숨은 곳을 향해 새ㅊ..아니 버드건 RX-7으로 조준사격을 가했다.
맞았는지는 모르겠으나 원숭이는 "꺅!!"소리를 내면서 완전히 몸을 감췄다.
"휴우..여기 원숭이는 싸나워서 큰일이예요 진짜.."
하면서 아저씨는 존 코너같은 미소를 지었다. 그러더니 갑자기 번개같은 동작으로 몸을 휙돌려 반대쪽 수풀에 새ㅊ...아니 버드건 RX-7을 발사했다. 그쪽에서 머리를 내민 모양이였다. 원숭이는 또다시 수풀속으로 사라졌다.
매점 아저씨는 한숨을 푸욱 쉬며 어깨를 들썩거려보이고는 새총을 집어넣고 매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비는 점점 심해져서 중년아저씨 두분이 헐레벌떡 비를 피하려고 매점안으로 들어왔다. 바로 그때였다.
원숭이의 대역습이 시작된것은!!!!
갑자기 그 망할놈의 원숭이가 매점 지붕으로 올라가 쿵쾅거리기 시작했다. 지붕이래봐야 얇은 철판 하나 올려놓은 것이라 그 소리와 진동이 엄청났다. 빗물과 나뭇잎이 지붕에서 엄청난 소리와 함께 후두둑 떨어지고 있었다. 어찌할 바를 모르는 우리(영문도 모르는 아저씨들 포함)는 마냥 기둥을 하나씩 붙잡고 있는 수 밖에 없었다.
존 코너는 창문으로 고개를 내밀고 마구잡이로 사격을 했으나, 맞을리 만무했다. 원숭이는 신나게 자신의 후손들을 농락하고는 유유히 수풀속으로 사라졌다. 젠장할..-_-
존 코너는 매일 이런다고 짜증나 죽겠다고 한다. 그렇지만 사실 저 원숭이들 때문에 이 매점에서 멈추는 사람들도 많으니 병도 주고 약도 주는 셈이다.
난 아저씨들과 상의해 이 원숭이 소굴을 같이 빠져나가기로 했다. 아무래도 남자 셋이면 낫겠지 싶어서이다. 한 손에는 우산을 한 손에는 작대기를 꼭 쥐고 난 앞장서서 한발 한발 앞으로 향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원숭이들은 한마리도 나타나지 않았다. 거센 빗줄기속에 다른 곳으로 피한 모양이였다. 좀 맥빠지긴 했지만 그래도 긴장을 풀고 그 원숭이산을 지날 수 있었다.
긴장을 푼 아저씨와 나는 간격이 점점 벌어져, 발걸음이 빠른 나는 또 혼자서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올라가다보니 '시샹츠(洗象池)'라는 곳이 나왔는데, 옛날에 보현보살이란 스님이 코끼리를 타고 올라가다가 코끼리를 씻은 연못이라고 한다. 어떻게 이런 곳까지 코끼리를 타고 올라왔을까 미스테리다. 그냥 전설일 수도 있지만, 사실이라면 정말로 멋진 광경이였을 것 같다.
그곳을 보고 올라가다보니 아까 원숭이산에서 올라온 원숭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놈들은 부엉이처럼 나무에 걸터앉아 재수없는 얼굴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난 혹시라도 뛰어서 덤빌까봐 이제는 반밖에 안남은 막대기를 꼭 쥐었으나 다행히 아무일도 없었다.
그 길을 지나니 매점이 하나 또 있었는데 재밌는 광경이 연출되고 있었다. 아까 밑의 매점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여기는 지붕밑에 원숭이들이 옹기종기 모여앉아 비를 피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원숭이들 앞에는 스님 두분이 온화한 얼굴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마치 삼장법사의 얘기를 듣고 있는 손오공같이 보였다.
이들은 약간 경계하기는 했으나 피하는 기색이 없어 편하게 사진을 찍고 관찰을 할 수 있었다. 그중에는 아이를 안고 있는 어미 원숭이들도 있었는데, 새끼가 비에 맞지 않게 꼭 안고 있는 모습에서 그들의 모성애를 느낄 수 있었다.
비는 많이 그쳐왔다. 이제 조금만 더 올라가면 '레이똥핑(雷洞坪)'주차장이 보일 것이다. 거기서부터는 포장도로가 나오기 때문에 좀 더 편히 올라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곳은 이미 해발 2000m가 넘었다. 거리상으로도 50km정도 온 것 같다. 티셔츠와 바지는 땀과 비로 흠뻑 젖어 있었고, 다리는 후들거리고 숨이 가빠왔지만, 뭔가 이만큼 올라왔다는 성취감이 내게 에너지가 되고 있었다.
달릴 수만 있다면 달리고 싶었다.
(비로부터 애새끼를 보호하는 애미↓)
(존나..신비로울세. ↓)
(사진으로 느낌표현하기 힘들구만..↓)
또 한참을 오르니 드디어 저앞에 뿌연 안개사이로 레이똥핑 주차장이 보였다. '안개비-조명도오-하아아-쓰르르르예아'하는 노래구절이 절로 나왔다. 이게 얼마만에 밟아보는 아스팔트인가. 이제..산에서 조난당해 죽을 염려는 없어진 것이다.
갑자기 고삐리들 생각이 났다. 그래서 혹시나 하고 근처에 있는 가게에 물어봤는데, 아까 약 1시간 전에 이곳을 지났다고 한다. 흠...죽진 않았군...과연 여기까지 와서 어떻게 했을까..정상으로 가고 있을까?
돈도 없으면서 어쩔라고....에이, 모르겠다. 나나 신경쓰자!!!
주차장을 지나니 외투를 빌려주는 곳이 나왔다. 정상부근은 온도가 낮기 때문에 겉옷을 안입으면 얼어뒤진다고 한다. 빌릴까도 하다가, 얇긴 하지만 겉옷도 있고 무엇보다 지금 땀으로 범벅된 상태라 굳이 그걸 들고 올라가고 싶진 않았다....패스!
올라가는 길은 안개가 자욱이 껴서 존나 멋있었다. 특히 '지에인디엔(接引殿)'이라는 정상으로 가는 입구에 해당하는 절은 안개속에 은은하게 모습을 드러낸 것이, 정말 영화속의 비밀 수련원같았다. 붉은 절이 흐르는 흰 안개 사이로 처마끝을 비죽이 내밀고 있고, 안에서는 수도승을 기도를 드리고 있는 모습을 상상해보라. 상상이 안된다고? 그럼 사진을 봐라-_-
지에인디엔 앞에는 로프웨이가 있었는데 그곳에 '로프웨이로 5분! 걸어서 1시간!!'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었다. 1시간 빡시게 걷느니 로프웨이 타고 5분만에 올라가라는 뜻이지만, 난 거꾸로 '씨발 한시간만 더 걸으면 드디어 정상이란 말야!?! 크아아!! 기운내서 올라가자!!'라고 생각했다.
겨우 한시간이라고 생각하고 올라간 길은 생각보다 힘들었다. 왜 그런거 있지 않은가. 군대 26개월 주에서 앞의 24개월도 안가지만 마지막 두달은 진짜 씨바 개좆또 안가는거 같은 느낌. 그런 느낌이였다. 마지막 한시간이라고 생각하니 조금 올라가 놓고 '끝이겠지?'하는 생각도 들고, 괜히 길어보이고 그랬다.
근데 그게 비단 내 느낌 탓만은 아니다. 이곳은 해발 2500m가 넘어 있었기 때문에 공기가 존나 희박했다. 그래서 좀만 뛰어올라가도 숨이 차오르고 머리가 멍해지는 것이였다. 게다가 지금 체력은 바닥의 바닥으로 게이지 옆에 빨간 경보가 켜진 상태다. 그나마 반대편 산이 구름위로 솟아난 멋진 광경을 보는 것이 힘이 되고 있었다.
조금만 더 올라가면, 멋진 광경이 있고, 따뜻한 이불과 물이 있고, 맛있는 밥이 있다....계속 머리속으로 되뇌이면서 말을 잘듣지 않는 다리를 움직였다. 누가 지금 내 얼굴을 봤으면 누구 연장담그러 가는 줄 알았을 것이다. 체력이 바닥나서 지금 움직이는 것은 거의 정신력이라, 눈을 부릅뜨고 이를 악물고 앞의 계단을 노려보면서 한발 한발 힘줘서 걸어가는 수 밖에 없었다.
정말 1시간쯤 걸으니 수풀 너머로 햇살이 쫙 비쳐오면서 열린 공간이 보였다.
드디어..
정상이다!!!!!!!
난 그 빛에 이끌리듯이 마지막 계단을 올라가는데 탄성이 터져나올 것 같았다. 눈앞에는 드디어 보고 싶던 '진딩(金頂)'과 '진딩호텔'의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정말..이 산꼭대기에 3성급 호텔을 지은것은 훌륭한 선택이였다고 해주고 싶다.

난 지금 당장 정상에서 전경을 감상하고 싶었으나, 떡치기 전에도 샤워를 하는 것이 예절이듯이 일단 짐을 풀고 씻고 나가고 싶었다. 최후의 즐거움을 아껴두는 것이기도 했다.
이곳은 3성급답게 시설은 나무랄 데가 없었다. 지금은 7월임에도 불구하고 이곳은 해발 3000m가 넘기 때문에 히터를 틀어야만 했다. 방에는 히터시설도 잘되있고, 온수도 잘나왔다. 온몸이 땀으로 쩔은 상태로 이 추위를 맞이 하고, 그위에 따뜻한 물로 쫙 끼얹어 보시라. 정말 아아아아~~온몸이 다녹아내리듯한 쾌감이다.
이불을 덮으니 그냥 그대로 자버리고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떨쳐내고 옷을 입고 진딩(金頂)을 보러 문을 나섰다. 호텔문을 나서서 첫발을 디디는 순간, 아까 방에서 잤다면 평생 후회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눈앞에 펼쳐진 것은 내가 평생 본것 중 가장 장엄한 운해(雲海)였다.
그야말로 끝없는 바다처럼 구름이 부드럽게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난 잠시 동안 입을 벌리고 보다가 더 높은 곳에서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안개를 헤치고 꼭대기에 있는 '화창스(華藏寺)'에 올라갔다. 안개는 워낙 빽빽하여 올라가는 길 조차 보이지 않아 한발한발 더듬듯이 올라가는 수 밖에 없었다.
올라가는 길에 본 운해는 눈이 부시도록 아름다웠다. 그 흰구름 사이로 마치 바위섬처럼 솟은 산의 꼭대기들과 수평선처럼 보이는 지평선...그리고 호텔이 있는 언덕을 바다를 향해서 난 절벽같이 보였다. 저 먼곳의 구름은 어둑어둑해져서 푸르스름한 빛을 내고 있었는데, 정말 그림속에 들어와 있는 것만 같았다. 목숨이 4개쯤있다면 이 바다에 풍덩 뛰어들고 싶을 지경이였다. 심지어 한 청년은 정말 뛰어들지나 않을까하는 생각마저 들게 언덕에 혼자 앉아 그 운해를 소리없이 바라보고 있었다.(사진 참조)
어메이샨 정상에 있는 화창스 역시 이러한 비경에 걸맞는 멋진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 금색의 절이 운해 사이로 불쑥 솟아있는 모습은 말로 설명할 수 없을 만큼이나 아름다웠다. 이런 곳에서 수련받는 다면 정말 장풍이라도 나가지 않을까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근데 산통깨는 건, 호텔 숙박객도 있고 해서 이 절 뒤쪽으로 전파탑이 잔뜩 서있었다는 점이다. 뭐 그런게 있으니까 호텔에서 쾌적하게 묵을 수 있는 거긴 하지만 말이다.
난 어두워질 때까지 이 광경을 감상하다가 추워져서 방으로 들어왔다. 이제 자고 일어나서 내일 아침에 일출...그 유명한 일출을 감상하면 되는 것이다.
방으로 들어오기 전에 쓸데없이 비쌌던 호텔식당밥을 먹고 음료수를 좀 사가지고 들어왔다. 이틀간 정말 고생해서 그런지 이렇게 푹신한 침대에 누워서 티비를 보는게 너무나도 행복했다. 그 나른함에 묻혀서 잠이 들려고 할때쯤 방해하는 소리.
"따르르르르릉!!!!"
"......뭐야 씨팔...-_-"
핸드폰도 아닌 전화가 울린다.
"여보세요?"
"예! 안녕하세요! 여기는 안마센터입니다. 혹시 안마 받고싶지 않으세요? 예쁘고 젊은 아가씨가 있는데 방으로 보내드릴께요."
궤이린에서 한번 속은 경험도 있고 돈도 없고 피곤하다.
"됐습니다..죄송합니다."
"그러지 마시고..80元인데 특별히 60元에 해드릴꼐요!"
...원래는 50元아냐?-_-
하지만 어쨌거나 비싼 가격은 아니였다. 몸도 뻐근하고 해서 받을까, 아냐 또 씨바 뭔가 있을꺼야 생각이 들어서 고민하고 있는데,
"일단 보내드릴테니까 보고 결정하세요!그럼!"
하더니 툭 끊어버린다-_-
똑..똑..
문을 빼꼼히 여니 얌시럽게 생긴 놈이 씨익 웃더니 아가씨를 들여보내고는 사라진다. 아가씨는....이쁘다고 하기 그랬다. 아니, 아가씨라고 하기도 좀 그랬다-_-
그렇지만 가슴이 푹 파진 옷을 입고 가슴을 가운데로 한껏 모으고 딱붙는 바지를 입고 있어 섹시해 보이긴 했다. 나와 그녀는 어색한 인사를 나누고 침대에 앉았다.
그녀는 아무 말 없이 가슴이 내게 닿도록 몸을 밀착시켰다. 난 지금 기분이 굉장히 좋은 상태고, 이런 산꼭대기에서 하는것도 좋은 기념이 되지 않을까 싶어 이성이 약간 마비되었다.
"해도 돼?"
그녀는 고개를 끄덕인다. 난 그녀의 가슴에 손을 가져가며 시작하려고 하는데 이성이 갑자기 고개를 쳐들었다......
한번 더 생각해봐아아!! 이건 상술이야아아아!! 씹새꺄아아아!!
생각해보니 그랬다. 그때, 궤이린에서도 이런 가격에 '안마'라고 해놓고 어설픈 룸싸롱이지 않았던가. 그래서 건포도 몇개 먹고 100元을 내지 않았던가. 난 그녀를 잠시 밀쳐내고 물어보았다
"이거..해도 60元이야?"
"아니...아가씨 비용 50元에...안마 60元...."
100元?! 그것도 비싼 건 아니였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안심할 순 없었다. 다시 몇번을 꼬치꼬치 물어보았다.
"그러니까..너랑..나랑..그걸 하고 내가 너한테 110元을 주면 된다고?"
대답을 안한다. 아예 손은 내 다리사이에 놓고 있다. 몇번을 캐묻자 그제서야 말한다.
".......하는건 500元이야.."
오,500元!?!
난 어이가 없어서 안마센터에 전화를 하고 60元만 지불하고 그녀를 돌려보냈다. 조까튼...이건 일단 남자가 여자와 방에 둘이 있고 여자가 적극적으로 달려들면 거절할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한 사기였다. 난 그냥 싸다면 기념(?)으로 재미로 한번 해볼까 했을 뿐이다. 500元을 내고 발사한번 하고 싶지는 않았다.
기분도 좀 잡친 감이 있어 프론트에 모닝콜을 부탁하고 자기 위해 불을 껐다.
내일 늦잠자면 좆된다.
난 약간 흥분됐던 기분을 가라앉히고 잠을 제촉했다.
(14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