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에게 (1/2)

S2018.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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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항상 편지의 시작을 쓰기는 어색한 것 같다. 갑자기 왠 편지냐고 묻는다면, 너는 기억할 지 모르겠지만 L과 셋이 만난 그 날, 지난 얘기들 하다가 글씨가 어떻네 편지가 어떻네 했던게 떠올라서... 손으로 글적어 본지도 오래됐고, 카톡으로 하자니 길기도 하고, 또 2주라는 시간 - 다소간의 여유가 있으니까 겸사겸사해서 오랫만에 연필을 들어본다. 뭐랄까...나다운(?) 행동이구나. 마침, 최근 서랍을 정리하면서 발견한, 언제적 것인지도 모를 원고지가 있으니 초등학생때 독후감 써보는 느낌으로 한 자, 한 자 적어보자. 아니면 밀린 일기를 몰아쓴다고 생각해도 좋으리라. 바쁘게만 지내왔던 생활 속에서 쓰는 이도, 읽는 이도 아날로그적 향수를 느낄 수 있도록...

5년만에 다시 만난 너는 뭔가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모습은 그때 그대로인데 마주하기가 다소 어색했었다. 정말이지, L이 그 자리에 함께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그다지 바뀐것 없는 익숙한 모습에 반가운 동시에, 예전과는 너무나도 달라진 대화주제만큼이나 어색했던건 아마, 그간의 5년이란 시간때문일까, 그간에 각자 달리 살아온 생활때문일까, 전-여*남자친구라는 관계때문일까? 아마 그 모두이겠지.

가뜩이나 요새 학교 안을 지나는 길로 출퇴근 하다보니 대학때 생각이 이래저래 많이 났었는데, 그 대학시절의 주요 인물(?) 둘을 만나 술도 한 잔 기울이니, 이래저래 옛 생각이 참 많이 났다. 네가 했던 말처럼 “그때가 좋았지”, ‘그때’가 정확히 무얼 의미하는진 모르겠지만, 학교를 다녔던 20대 초반의 젊은 시절을 따지자면 확실히 ‘그때’는 좋은 때였다. 너와 내가 만나 웃고, 울고, 함께했던 ‘그때’를 따지자면 ‘그때’도 좋은 때였지만, 청자의 입장에서 확대해석을 할 필요까진 없었으니까 난 단지 맞장구나 쳤었다. “맞아, 그때가 좋았지”라고, 어쨋든 좋은 ‘그때’ 였다.

딱히 여가나 문화생활이랄 것도 없이, 팍팍하게 그저 월급날이나 기다리며 하루하루 일하며 살다보니 다른걸 돌아볼 겨를도 잘 없었는데... 어색했던 그 날 그 자리도, 취해서 들어가는 널 바래다주며 들었던 잘 기억나지 않는 대화도, 날이 지나 마신 커피나 영화도, 딱히 막, 엄청 재밋다는 아니었지만 아주 새롭고 신선한, 즐거운 시간이었다. 매일같은 흰색, 회색, 검은색 무채색 도화지에 갑자기 형광색 작은 점이 하나씩 찍혀가는듯한 그런...적절한 비유이려나?

그러다 마지막에 간단히 끼니나 때우러 들린 가게. 거기서 네가 했던 말들. 뭐라고 써야할지를 모르겠다. 당황스러우면서, 고마우면서, 정말로 미안하면서, 기분도 좋으면서, 걱정도 되고, 아닌가싶기도 하고....
뭐라고 해야될까? 어떻게 써야할까? ‘그래. 잘 모르겠지만, 나쁘지 않구나.’

어쩌라는 건지, 어쩌자는 건지는 나도, 너도, 너도, 나도 모를 것같다. 아니, 모른다.

해외여행도 다녀온다 하고, 나도 근무스케쥴이 있으니, 서로 다시 찬찬히, 차근차근히 생각해보자. 달라진 것 없이 그대로이어 보임이 좋아도, 이것이 또다르게 서로에게, 네게 누가 되진 않을까? 모습이야 익숙한 그때 그 모습이지만, 지난 5년이란 시간동안 각자 어떻게 살아오고, 어떤걸 겪어왔고, 어떻게 생각이 바뀐지는 아직 서로 모르는거니까. 그리고 가끔 만나서 바쁘다는 핑계로 못해온, 서로의 여가나 문화생활을 같이 다녀보자. 그러면서 더 생각하고 다시 얘기를 나눠보자. 설령 그 얘기가 좋은쪽이든 나쁜쪽이든...

‘그래도 나쁘진 않겠다.....나쁘지 않겠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