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정신병자인가요?

뚜뚜2018.09.20
조회216
안녕, 요즘 아니 요즘이 아니라 꽤나 예전부터 내가 정신병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
흔히들 내가 어린 나이에 별별 일을 다 겪었다고 하더라
사실 나도 그렇게 생각해
매일 같이 1등만 요구하는 어머니, 차갑고 엄격하신 아버지, 사랑을 독차지해 가는 남동생까지
어릴 때부터 내 일상은 차별과 훈육이었어
어린 동생에게만 돌아가는 사랑
우리 집은 잘 사는 편이 아니야
그래서 난 어릴 때부터 돈, 돈 거리시는 어머니로부터 금전적인 이야기들을 많이 들었어
난 아버지의 월급, 어머니의 월급, 우리 집의 빚, 우리 집의 임대료가 매년 몇 퍼센트 인상되는지... 뭐 그런 얘기들을 매일 들어왔던 것 같아
그러다보니 다들 어릴 때 한 번쯤은 어리광도 피우고 떼써보기도 했을 텐데 난 그런 적이 없어
난 어릴 때부터 장난감이 갖고 싶어도 노트를 골랐고 연필을 골랐는데 내 동생은 언제나 자기가 갖고 싶은 걸 아무 눈치 없이, 고민 없이 고르고 사달라고 조르더라
그게 어린 나이에는 얼마나 속이 상하던지
아무리 속이 상해도 부모님 앞에선 울지 않았던 것 같아
별 이유는 없어 부모님 앞에서 울면 뭘 잘했다고 우냐는 식의 반응과 함께, 맞았거든
아, 그렇다고 가정 폭력이 있는 집안은 아니야
동생과의 차별은 여전해
동생은 어릴 때부터 밝고 장난기가 많았어
그 장난들 때문에 죽을 뻔한 적도 있지만 
한 번은 정말 내가 죽을 뻔해서 동생을 밀친 적이 있는데 동생의 울음소리를 들은 어머니로부터 뺨을 맞은 적도 있어
아, 동생으로 인해 화상을 입은 적도 있다
그땐 어머니께서 이모께 받은 돈으로 병원 가라고 하더라
그 어린 애가 방에서 혼자 얼마나 울었던지
혼자 소독을 하는데 정말 아프더라
그게 몸이 아픈 건지 마음이 아팠던 건지 지금 생각해보면 마음이 많이 아팠던 것 같아

난 어릴 때부터 공부만 했어
구몬 알지? 그걸 6살 때부터 5과목을 계속 돌렸어
국어, 수학, 영어, 과학, 한문까지
내가 초등학교 1학년이 됐을 때부터 진도는 내 나이보다 2년 이상을 앞서게 됐고 어느 순간부터는 앞서는 속도도 빨라졌어
난 기뻤어 단계가 올라갈 때마다 어머니께 사랑받는 느낌이었거든
그렇게 모든 과목을 3년 이상 앞서게 됐고 몇몇 과목은 중학교 1학년 땐가 교재 전 과정을 끝낸 것 같아
근데 사람이란 게 늘 잘할 수 없는지라 슬럼프가 올 때도 있었는데 그럼 난 늘 어머니, 그리고 아버지께 비난 받았어
아, 공부하는 게 너무 힘들다고 처음으로 부모님 앞에서 운 적이 있는데 그때 부모님의 표정이 아직도 생생해
경멸, 한심, 증오...
적어놓고 보니까 부모님 말대로 내가 나약한 건가 싶네
우울증이 12살 때 내게 찾아왔어
매일을 울고, 또 매일 팔을 그었어
처음 자해를 한 건 별 이유 없어
그냥 미칠 것 같은 감정에 눈에 띄었던 게 칼이었고 의식을 찾고 보니 내 손목에선 새빨간 혈이 흐르더라
웃긴 게 뭔지 알아?
피가 흐르는 걸 보니까 좀 살 것 같더라
내가 살아있긴 하구나 싶었어
그렇게 계속 팔을 그었어 
자살시도도 꽤 했는데 안 죽더라 너무나도 화가 나게 내가 안죽더라 난 내가 좀 죽었으면 하는데 아무리 해도 안죽더라
내가 그때 그 자리에서 그 아이 대신 죽었어야 했는데 왜 내가 살아서 이렇게 힘들게 살아가는 건지

내가 어머니께 가장 많이 들은 말은
'널 위해서야.'
아뇨, 어머니 이건 날 위한 게 아니에요
어머니와 아버지의 위신을 위해서겠죠
참 웃기지 않아? 
나를 죽이는 행동들이 나를 위한 행동이라니 말야
중학교 때는 왕따를 당했어
죽을 것 같더라
애들이 영악한 게 신체적 폭력은 가하지 않았어 대신 언어폭력, 사이버폭력 위주로 날 괴롭혔지
이대로 가다간 정말 죽을 것 같아서 도와달라고 말했어
죽을 것 같다고, 너무 힘들다고, 제발 나 좀 살려달라고
'네가 뭘 잘못했겠지. 친구들의 장난을 네가 너무 삐뚤어진 시선으로 바라보는 거 아냐?'
아니요, 난 모든 관계에 최선을 다했어요
나는 정말 잘못이 없어요
내게 잘못이 있다면 단지 태어나서 그곳에 입학하고 학교를 다니며 전교권 안에 들었던 죄밖에요
오죽하면 학교의 선생님들 중 절반 이상이 제가 왕따를 당한 걸 알았을까요
오죽하면 학년 부장이라는 직책을 맡으신 분들이 그 아이들이 나쁜 년들이라고 했을까요
네? 어머니 제가 아니라 어머니랑 아버지께서 잘못되신 거예요
적어도 어머니까진, 아버지까진 제게 돌을 던지시면 안됐어요

쓰다 보니까 말이 길어지네 미안

왕따는 2년 간 지속됐어
자퇴하고 싶다 차라리 퇴학이라도 시켜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매일같이 했던 것 같아
반에 들어가기 전부터 몸이 바들바들 떨리고 애들이 나에 대해 하는 말들이 내 귓가에 박히는 것 같았어
'여우 같은 년, 더러운 년, __ 같은 년, 남자한테 꼬리치고 다니는 년, 선생님 앞에서만 생글생글 웃긴, 더러워, 꺼져, 죽어버려, 싸가지 없어, 재수없어'
어느 순간부턴 내가 정말 그렇게 느껴지더라
그래서 내가 내게 그런 말을 뱉었던 것 같아
반에서는 늘 엎드려 있었어
쉬는 시간을 알리는 종이 치면 도망가듯이 반에서 나와 보건실에 갔어
미친 듯이 떨리는 몸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그랬던 것 같아
그래도 늘 웃으며 다녔어
선생님들의 걱정을 사기 싫었거든
선생님들의 눈에 난 항상 완벽하고 어른스러운, 걱정하지 않아도 알아서 잘 하는 그런 아이였으니까
그렇게 웃으며 다닐수록 난 죽어가고 있단 걸 난 왜 몰랐을까
어떻게 악착같이 버티니까 졸업은 하더라
근데 나 더 이상은 못할 것 같아
팔은 만신창이가 된지 오래고, 아직까지도 따가운 말들이 귓가에 박혀
그렇다고 위에 말한 것 같은 사람은 아냐 맹새코 그런 적 없으니까

내겐 꿈이 있었어
내 꿈은 최연소 여성 외과과장이었어
그런데 내 모든 삶이 한 순간 상실된 순간이 찾아왔고 그때부턴 정말 미친년처럼 살고 있는 것 같아
원래부터도 삶의 이유 없이 죽지 못해 살아가는 인생을 살아가던 사람에게 삶의 이유와 목적이 생겼는데, 그걸 한 순간에 잃었어
모든 게 죄스럽더라 그냥 모든 게 내 탓 같았고 내가 죽었으면 했어 
삶의 의지는 더욱 상실되었고 그날부터 괜찮은 척하면서 멀쩡한 사람인 척하면서 약을 모았어
약을 먹었어
안죽더라
너무 비참하게도, 다시는 찾아오지 않았으면 하던 아침이 다시 찾아오더라
그 상황에서 드는 생각?
신이 있다면 제발 나를 죽여줬으면...나를 너무 과대평가하지 말라고 그렇게 외치고 싶었어
말했지, 모든 걸 잃었다고?
그 이후론 술만 마시면서 겨우 잠에 들고 밖에서도 술만 먹고 돌아다니고 학교도 잘 나가지 않고 있어 
병원에선 입원을 권하는데 그럼 내가 정말 미친년이라고 인정하는 것 같아서 싫어
그냥 사고가 났으면 좋겠는데 사고는 늘 날 피해가고 이게 사는 건지 죽은 건지
방에 혼자 있으면 가슴이 답답해서 미쳐버릴 것 같아
그래서 소리를 질러
팔에 또다시 상처를 내고
머리를 쥐어뜯고 
거울을 깨버려
무슨 소리가 계속 들려와

죽어버려
죽어버려
죽어버려

나 정말 부모님 말대로 미친 걸까
우울증에 공황장애, 불안장애 그 외에도 무슨 병이 이리도 많은지
내가 날 이렇게 만든 걸까
이것조차 내 탓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