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신 여자분들 고생하셨습니다.

ㅇㅇ2018.09.25
조회623
안녕하세요. 전 20대 후반 여자이며, 이혼녀입니다.

20대후반 6살차이 남자와 결혼해서, 1년도 안돼 작년 합의이혼 했었습니다.

올해,
이혼 후, 첫 명절이라 집에 내려갔다오니
뼈저리게 다시 느낍니다..
아..우리나라 대부분에선 내가 결혼해봐야 손해인 것을,
빨리 이혼한걸 잘했다 라고 생각드네요.

우선, 제 이혼 사유는
결혼전에 몰랐던 그 남자의 성격과 집안입니다.

제 소개를 먼저 하자면,
지방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수도권 분들보단
조금더 풍족하고 안정적이게 살아왔고,
무난히 인서울 대학가고, 학자금 걱정없이 졸업하고,
월급쟁이지만, 대기업 연구원으로
무난하게 인생을 사는 사람이였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세상물정모르고, 평균보단 걱정없이 살아온
철부지 였던것 같네요..

취직 후, 부모님과 같은 취미를 위해
시작했던 운동에서 전남편을 만났고,
6살 많은 그사람 나이때문에,
저희 부모님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했었습니다.

하지만 결혼 후,
시댁에서 사줄꺼란 아파트는
제 명의 대출이였고,
요즘엔 다 맞벌이란 시부모의 말은
제 월급이 생활비가 되었고,
결혼 후 맞은 첫 명절은
시누이의 스케쥴에 맞춰 움직였었죠 ..

결정적으로, 전남편의 언어폭력과 집착으로
이혼하게 되었습니다.

이혼한 후,
그 사람이랑 헤어진걸 후회하기보단
내 삶에 이혼녀란 딱지가 마음속 상처를 줘서
난 실패자란 생각에 사로잡혀 있었습니다.

다른 사람 앞에선, 절대 기죽은티 안내고
모든 주위 사람들, 친척 가족까지도
제 이혼을 응원하고 지지해 주었었지만,
뭐랄까..
아직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젊은? 이혼녀가 된다는건
제 내면의 숨어있던 고지식한 성격때문에, 위축되더라구요..


일단, 제 얘기는 여기까지구요,

이혼 후, 첫 명절을 친가에 갔습니다.

저희 집은 몇년 전 부터
할머니와 함께 살고 있어요.

저희 부모님 두분다 맞벌이십니다.
아빠는 공무원이시고, 엄마는 카페를 하십니다.
명절 특수상 엄마는 명절때
새벽 4시까지 영업하세요..
(카페가 촌이다 보니, 명절에 사람이 정말 많아요)

그런데, 추석전날 아침6시부터
할머니가 기독교라 제사도 없는데,
새벽 장사하고 주무시는 엄마께 깨워서
국 끓여라, 전부쳐라 잔소리를 하시는
할머니가 보이더군요.

본인 딸들 오면
뭐라도 음식 들려서 보내야 하니
저희 엄마한테 음식하라 역정내는
할머니를 보고 너무 놀랐습니다.

물론, 아빠께서
집사람 새벽까지 장사하고 들어와서
탕국 준비 해놓고 이제 겨우 잠든거니
깨우지 말라고 하셔도
들은체만체...

시집간 막내딸이 고구마전을 좋아하는데
그걸 누가 하냐 궁시렁 거리시곤,
제가 우리 부모님 드시라 사온 홍삼을
첫째딸이 좋아한다며,
챙기시는 모습을 보고 경악했습니다.

이 전에는 나 사느라 몰랐고,
결혼하고 이혼하느라 몰랐는데,
이번에 보니, 정말 우리나라에서 결혼은 아니고,
제가 이혼하길 정말 잘했다 생각 들더라구요.

오늘 어침에 장 서자 마자,
시장가서 튀김이랑 전을 다 사다가
할머니 앞에 던지며,
제사도 안지내는 집에서 무슨 전을 굽고
탕국에 나물을 무치냐
그키 좋아하는 하나님 보기 부끄럽지 않냐고

우리 엄마 괴롭히는 사람 다 싫다
내 몸에 만약 할머니 유전자가 있으면
다 뽑아서 버리고 싶다 라고 하곤
오늘 아침에 올라왔네요..
(저도 지금은 다니지 않지만, 모태신앙이라
기독교에 대해 악감정은 없으니, 이걸로 태클걸진 말아주세요.)

잠시 잊고 있었는데,
내가 아직 이혼하지 않았더라면,
내 20년, 30년 미래가 이와 같았을 꺼고
아직도 일도하시고, 며느리인 엄마생각하니
너무 눈물나고 속상하고..
전 이혼하길 정말 잘했으며,
다신 결혼하지 않겠다란 생각을 가지게 되더라구요.

부모님께선,
안그래도 제가 결혼에 대해 너무 부정적이라
걱정이시라 하시지만,
할머니는 옛날 사람이라 그렇고
요즘은 안그런 시댁 많다 하시지만,

제가 잠시 겪은 결혼 생활에서도,
아직까지 저희 엄마가 겪는 생활에서도,

우리나라에서 여자가 결혼하면,
특히 명절엔 행복하지 않다라는걸
뼈저리게 느낍니다...

제가 언젠가 다시 결혼하겠다 할지 모르겠지만,
제가 꼬인건지, 유별난건지
당분간 절대 결혼생각은 안들것 같아요.

정말, 우리나라 결혼하신 여자 분들,
며느리들.. 대단하고 고생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