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는 길고양이한테 정 주지 않을거다

2018.10.03
조회11,984
길고양이한테 밥주기 시작한지 거의 두달이 넘어간다

맨 처음 발견했을 때 다른 길고양이들과 달리 피하지않고

날 언제봤다고 내 다리에 비비고 다리 사이 왔다갔다 하고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냥 떠돌아다니는

고양이겠거니 하고 편의점에 달려가서 고양이참치 사서

주고 허겁지겁 먹는 모습에 귀여워서 한참을 바라본 그때가

첫만남이었다. 이틀 후에 항상 그 길을 지나치니 그냥 걸어

가는데 똑같은 고양이가 또 그자리에 있었다. 나를 알아본

건지 아니면 원래 애교가 많은지 저번처럼 내 다리주위를

왔다갔다하면서 내 걸음을 멈추는데 난 또 편의점에서 참

치를 사서 얼른 주었다. 그 다음날부터는 집에가는길이

기대가 되었다. 혹시나 또 나를 반겨주지않을까 하고 설렘

을 안고 그 자리에서 고양이를 크게 부르기도 하였다. 이때

부터 지금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늘 그자리에 있었다. 하루

보고 안보였으면 이렇게까지 신경 안썼을텐데 집에 가는길

마다 있으니, 심지어 나한테 달려오기까지 하니 도저히 그

냥 지나칠 수 없었다. 그때는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 않아 아

예 안보면 그만 아닐까 하고 다른 길로 돌아서 갈까도 생각

해봤지만 자꾸만 보고싶고 걱정이 됐다. 내가 없어서 굶진

않을까 하고... 그래서 그날 후로 바로 사료와 참치를 사고

매일 아침 물까지 해서 가방에 넣고 다니며 날 반기는 고양

이를 위해서 온 정성을 다했다. 이름도 지어주면서 안보이

면 이름을 크게 부르고 그러면 고양이도 어디 숨었다가 날

향해서 달려왔다. 맨 처음에는 불러야 나인지 알던데 나중

가서는 그냥 내 모습만 보고도 야옹 하고 쫓아와서 다리 사

이를 왔다갔다 하고 밥 다주고 먹는모습까지 보고 집에 가

려고 하면 계속 쫓아와서 쫓아오지 못하게 집에 달려가기

도 했다. 이렇게 경계심이 없어서 항상 날 걱정시켰는데 얼

마전부터 보이지 않아서 너무 눈물이 난다. 원래부터 동물

을 좋아하긴 했지만 나 먹을거 안먹고 내 시간 쪼개면서까

지 길고양이를 생각하게 될 줄은 몰랐다. 매일 밥과 일회용

그릇을 챙겨다니면서 만나는 길고양이마다 밥을 챙기게

만든 장본인인데 이제는 없다. 하루 중 어떤 시간대에 가도

부르면 냉큼 달려왔는데 며칠전부터는 불러도 나오지 않는

다. 밥을 놓고 가면 가끔 치우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해코지라도 한걸까 아니면 사고라도 당했나 그것도 아니면

애교많고 사람 잘 따르는 고양이가 너무 이뻐서 누가 데려

갔나... 차라리 그랬으면 좋겠다. 언젠가는 다른데로 가겠지

생각은 했지만 이렇게 빨리 이별이 찾아올 줄은 몰랐다. 맨

마지막으로 본 날에 고양이 발을 실수로 밟았는데 이제는

그런 나를 더이상 친구로 생각 안해서 가버린걸까 더 신경

쓰인다. 그때 실수로 발 밟지말걸... 아니 애초에 만나지말걸

만났어도 밥 챙겨주지 말걸...밥은 챙겨줘도 이름은 지어주

지 말걸... 내가 동물과의 이별을 더 못견디는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고작 두 달 챙겨줬는데 이렇게까지 우울하

고 슬플 줄은 꿈에도 몰랐다. 지금도 없는거 알면서 매일

찾아가서 불러보다가 몇 분을 그자리에서 기다리다가 집에

간다. 아직 집에 밥이랑 간식이 많이 남았는데 다시 나타나

주면 좋겠다. 안나타나면 갈수록 무뎌지겠지만 그래도 지금

은 너무 힘들어... 다시는 동물들한테 정 안준다고 다짐했는

데 또 이렇게 됐다. 이제는 길고양이들 봐도 그냥 지나치는

연습을 해야겠다. 그냥 예뻐만 해야겠다. 내가 한 번 밥주면

걔네도 나를 기다릴거 같아서 이제는 정 주지 않을거야...

정말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