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소메의 원리는 단백질 응고에 있는데, 단백질이 굳도록 도와주는 4대 요소가 온도, 소금, 산성, 교반이기 때문이지요.
온도는 수프를 끓이면서 적당하게 올라갈테고, 소금은 넣었고, 산성도는 껍질과 씨앗까지 넣은 토마토가 책임질테니 잘 섞이도록 휘젓는 일에만 신경쓰면 됩니다.
그러다가 수프가 슬슬 끓기 시작할 때 쯤이면 불을 줄이고 가만히 놔둔 채로 기다립니다.
거품이 보글보글 조금씩 올라오는 수준으로 계속 끓이고 있노라면 다진 고기와 채소, 달걀 흰자가 모여 국물 위로 둥둥 뜨며 뭉치기 시작합니다. 여기에 아까 만들어 둔 어니언 브륄레를 마치 뗏목 위의 표류자마냥 올려줍니다.
치킨스탁에 녹아있던 단백질, 갈은 쇠고기의 단백질, 달걀 흰자의 단백질 등이 육수를 떠돌아 다니며 국물을 뿌옇게 만들다가
온도가 따뜻해지고 염도와 산성도가 알맞으니 꼬여있던 분자구조가 슬슬 풀리며 서로 뭉치는데, 이것이 바로 단백질 응고 현상입니다. 끓는 육수의 대류현상으로 인해 위쪽으로 올라간 단백질이 길쭉한 채소들과 맞물리면서 응고되어 뗏목을 만드는 거지요.
이 뗏목이 잘 만들어지느냐가 곧 콩소메 수프의 완성도와 직결됩니다. 잘 만들어진 뗏목이 더 효과적으로 단백질 분자를 끌어모으거든요.
하지만 너무 높은 온도로 팔팔 끓여버리면 애써 응고시킨 단백질이 조각조각 분해되며 수프를 다시 뿌옇게 만들어 버리니 온도 조절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한 시간 남짓 끓인 수프는 국물만 떠서 커피 필터에 한 번 걸러줍니다. 조그만 부스러기나 기름 등을 걸러내는 용도지요.
국물을 다 떠내고 나면 커다란 뗏목만 덩그라니 남는데, 왠지 버리기 아까우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음식물 쓰레기통에서나 볼 법한 마구 뒤섞인 잡탕의 모습에 재활용 하고픈 마음이 사라지게 됩니다.
이렇게 걸러내고도 기름이 몇 방울 정도는 남아서 둥둥 뜨기도 하는데, 그럴 경우에는 유산지를 길게 잘라서 기름기를 묻혀내는 식으로 제거를 합니다.
잘 만들어진 콩소메는 수프 그릇 바닥의 가니쉬 재료가 다 보이지만,
진짜 잘 만들어진 콩소메는 큰 병에 채운 다음 그 밑에 신문을 깔았을 때 기사를 읽을 수 있을 정도로 투명합니다.
글자가 보이는 걸 보니 이번 콩소메는 아주 잘 만들어졌네요.
일설에는 중세 프랑스 귀족의 주방장이 깐깐한 주인에게 앙심을 품고 '어디 한 번 굶어봐라'하는 심정으로 보이는 재료를 수프 냄비에 다 쓸어넣고 도망쳤다고도 합니다. 그런데 나중에 돌아와 보니 맑은 국물이 끓고 있었고, 맛을 보니 너무나도 맛있어서 주인에게 갖다주니 까다로운 귀족마저도 만족하면서 상을 내렸다는 설화도 있습니다.
실제로 만들어보니 재료 준비에서부터 불 조절까지 신경써야 할 일 투성이라 그렇게 우연히 만들어지는 게 가능한가 의구심이 들기도 하지만요.
콩소메 수프에는 여러가지 고명을 얹어먹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깔끔하게 당근과 샐러리만 잘라서 데쳐넣었습니다.
만드는 과정도 그렇고 결과물도 그렇고 왠지 수프라기보다는 차(茶)에 가까운 느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고기 누린내도 나지 않고, 국물도 보리차 마냥 투명하니까요. 왠지 우리나라에서 찾기 힘든 이유를 알 것도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고기 수프라고 하면 뽀얗게 우러난 육수에 재료들이 잔뜩 들어가 걸쭉한 이미지를 상상하게 마련인데
콩소메는 고기와 채소를 잔뜩 넣고 수고를 들인 것에 비해 희멀겋다 못해 투명한 수프가 전부거든요.
하지만 마셔보면 정작 혀에서는 강렬한 고기맛을 맛볼 수 있습니다. 처음 콩소메를 맛보는 사람이라면 인지부조화가 일어날지도 모르겠네요.
음식은 모양과 향, 맛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건데 콩소메는 투명한 국물에 고기 냄새도 별로 나지 않으면서 맛만 고기맛이 나니까요.
딱 한 스푼만 입 속에 넣어도 닭과 쇠고기의 복잡한 고기맛이 혀 전체를 코팅하며 스며듭니다.
콩소메 수프를 먹다 보면 왠지 겉보기엔 비실비실한 사람이 알고 보니 오랜 기간 수련한 무술 고수여서 불량배들을 혼내주는 장면이 뜬금없이 떠오릅니다.
생긴 건 그저 투명한 국물이지만 이 수프를 만들면서 들인 재료와 노력은 고스란히 그 맛에 녹아있기 때문일까요.
그래서 화려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다른 걸쭉한 수프들과는 달리 콩소메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물만 넣기에는 밋밋하고, 일반 육수를 사용하기에는 기름기가 부담스러운 섬세한 고급 요리의 밑재료로도 사용되는 것이 콩소메니까요.
30대 아재가 만든 투명한 고기 수프, 콩소메
요리계의 전설, 에스코피에는 수프를 크게 두 종류로 분류했습니다. 맑은 수프(Clear soup)와 걸쭉한 수프(Thick soup).
나중에 양쪽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수프들을 스페셜티 수프로 분류하긴 했지만, 클래식 수프는 저 두 가지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인스턴트 수프가 만든 인식이 강해서인지 수프라고 하면 대다수의 경우 걸쭉하고 불투명한 수프를 연상하게 됩니다. 반면 맑은 수프는 나름대로의 깔끔하고 진한 맛이 매력적인데도 찾아보기가 힘들지요.
지난 번에 만든 치킨스탁을 활용해서 맑은 수프를 끓이기로 합니다. 우선은 쇠고기부터 그라인더로 갈아줍니다.
기름기가 적은 부위를 사용해야 하는데, 마침 허벅지살이 남았길래 다 갈아버렸습니다.
예전에도 몇 번 강조했지만 미국에서 파는 쇠고기 다짐육은 기름이 너무 많거든요.
이번에 필요한 재료는 미르포아(당근 반 개, 샐러리 반 개, 양파 한 개), 토마토 한 개, 쇠고기 다짐육 340그램, 달걀 세 개, 그리고 향신료 (파슬리 줄기 서너 개, 월계수 잎 한 장, 타임 한 줄기, 통후추 8알, 정향 한 알)입니다.
맑은 수프 중에서도 투명도로는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콩소메 수프를 만들 예정이거든요.
처음에는 콩소메 수프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콩으로 만든 수프인가?'했다가 나중에 콘소메라고도 불리는 걸 알고는 '콩이 아니라 옥수수로 만든 수프인가?'하며 그 맛을 궁금해 하기도 했지요.
실제로는 프랑스어로 '완성하다, 끝내다'라는 단어에서 파생된 이름이지만요.
달걀은 흰자만 따로 모으고, 채소는 얇고 길게 썰어줍니다. 보통 미르포아를 만들 때는 주사위 모양으로 대충대충 썰어도 되는데, 콩소메를 만들 때는 이렇게 길다란 모양으로 썰어야 합니다.
토마토 역시 요리에 사용할 때는 칼집을 내고 데친 다음 껍질과 씨를 제거하는 것이 정석이지만, 콩소메에는 씨와 껍질까지도 모두 사용합니다.
그 이유는 콩소메를 끓이면서 뗏목(Raft)을 띄워야 하기 때문이지요.
고기와 채소, 달걀 흰자들이 잘 혼합되도록 주걱을 이용해 골고루 섞어줍니다.
무쇠팬을 꺼내서 달군 다음, 아까 양파를 손질하면서 따로 챙겨 둔 양파 꼭지 부분을 구워줍니다.
대략 절반 정도가 검게 탈 정도로 팍팍 태웁니다. 그래서 이름도 어니언 브륄레, 즉 태운 양파지요.
나중에 뗏목 위에 얹어서 양파 특유의 풍미를 더하는 데 사용됩니다.
코팅팬으로 하기엔 너무 고온의 작업이라 무쇠팬이나 스테인레스팬이 필수적으로 필요합니다.
테프론 코팅은 너무 높은 온도에서는 발암물질을 생성하거든요.
아니면 토치로 태워주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콩소메는 국물이 차가운 상태에서 부터 끓이기 시작해야 합니다. 다른 수프처럼 육수 먼저 끓여가면서 다른 재료를 섞었다가는 정체 불명의 잡탕이 소환되니 주의할 필요가 있습니다.
열심히 만든 치킨스탁(https://blog.naver.com/40075km/221368721213)을 냄비에 붓고 뗏목 재료를 섞습니다.
국물과 채소, 건더기가 잘 풀어지도록 휘휘 젓고, 허브와 소금을 넣고 다시 저어줍니다.
콩소메의 원리는 단백질 응고에 있는데, 단백질이 굳도록 도와주는 4대 요소가 온도, 소금, 산성, 교반이기 때문이지요.
온도는 수프를 끓이면서 적당하게 올라갈테고, 소금은 넣었고, 산성도는 껍질과 씨앗까지 넣은 토마토가 책임질테니 잘 섞이도록 휘젓는 일에만 신경쓰면 됩니다.
그러다가 수프가 슬슬 끓기 시작할 때 쯤이면 불을 줄이고 가만히 놔둔 채로 기다립니다.
거품이 보글보글 조금씩 올라오는 수준으로 계속 끓이고 있노라면 다진 고기와 채소, 달걀 흰자가 모여 국물 위로 둥둥 뜨며 뭉치기 시작합니다. 여기에 아까 만들어 둔 어니언 브륄레를 마치 뗏목 위의 표류자마냥 올려줍니다.
치킨스탁에 녹아있던 단백질, 갈은 쇠고기의 단백질, 달걀 흰자의 단백질 등이 육수를 떠돌아 다니며 국물을 뿌옇게 만들다가
온도가 따뜻해지고 염도와 산성도가 알맞으니 꼬여있던 분자구조가 슬슬 풀리며 서로 뭉치는데, 이것이 바로 단백질 응고 현상입니다. 끓는 육수의 대류현상으로 인해 위쪽으로 올라간 단백질이 길쭉한 채소들과 맞물리면서 응고되어 뗏목을 만드는 거지요.
이 뗏목이 잘 만들어지느냐가 곧 콩소메 수프의 완성도와 직결됩니다. 잘 만들어진 뗏목이 더 효과적으로 단백질 분자를 끌어모으거든요.
하지만 너무 높은 온도로 팔팔 끓여버리면 애써 응고시킨 단백질이 조각조각 분해되며 수프를 다시 뿌옇게 만들어 버리니 온도 조절에 주의를 기울일 필요가 있습니다.
한 시간 남짓 끓인 수프는 국물만 떠서 커피 필터에 한 번 걸러줍니다. 조그만 부스러기나 기름 등을 걸러내는 용도지요.
국물을 다 떠내고 나면 커다란 뗏목만 덩그라니 남는데, 왠지 버리기 아까우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음식물 쓰레기통에서나 볼 법한 마구 뒤섞인 잡탕의 모습에 재활용 하고픈 마음이 사라지게 됩니다.
이렇게 걸러내고도 기름이 몇 방울 정도는 남아서 둥둥 뜨기도 하는데, 그럴 경우에는 유산지를 길게 잘라서 기름기를 묻혀내는 식으로 제거를 합니다.
잘 만들어진 콩소메는 수프 그릇 바닥의 가니쉬 재료가 다 보이지만,
진짜 잘 만들어진 콩소메는 큰 병에 채운 다음 그 밑에 신문을 깔았을 때 기사를 읽을 수 있을 정도로 투명합니다.
글자가 보이는 걸 보니 이번 콩소메는 아주 잘 만들어졌네요.
일설에는 중세 프랑스 귀족의 주방장이 깐깐한 주인에게 앙심을 품고 '어디 한 번 굶어봐라'하는 심정으로 보이는 재료를 수프 냄비에 다 쓸어넣고 도망쳤다고도 합니다. 그런데 나중에 돌아와 보니 맑은 국물이 끓고 있었고, 맛을 보니 너무나도 맛있어서 주인에게 갖다주니 까다로운 귀족마저도 만족하면서 상을 내렸다는 설화도 있습니다.
실제로 만들어보니 재료 준비에서부터 불 조절까지 신경써야 할 일 투성이라 그렇게 우연히 만들어지는 게 가능한가 의구심이 들기도 하지만요.
콩소메 수프에는 여러가지 고명을 얹어먹기도 하는데, 이번에는 깔끔하게 당근과 샐러리만 잘라서 데쳐넣었습니다.
만드는 과정도 그렇고 결과물도 그렇고 왠지 수프라기보다는 차(茶)에 가까운 느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고기 누린내도 나지 않고, 국물도 보리차 마냥 투명하니까요. 왠지 우리나라에서 찾기 힘든 이유를 알 것도 같습니다.
일반적으로 고기 수프라고 하면 뽀얗게 우러난 육수에 재료들이 잔뜩 들어가 걸쭉한 이미지를 상상하게 마련인데
콩소메는 고기와 채소를 잔뜩 넣고 수고를 들인 것에 비해 희멀겋다 못해 투명한 수프가 전부거든요.
하지만 마셔보면 정작 혀에서는 강렬한 고기맛을 맛볼 수 있습니다. 처음 콩소메를 맛보는 사람이라면 인지부조화가 일어날지도 모르겠네요.
음식은 모양과 향, 맛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건데 콩소메는 투명한 국물에 고기 냄새도 별로 나지 않으면서 맛만 고기맛이 나니까요.
딱 한 스푼만 입 속에 넣어도 닭과 쇠고기의 복잡한 고기맛이 혀 전체를 코팅하며 스며듭니다.
콩소메 수프를 먹다 보면 왠지 겉보기엔 비실비실한 사람이 알고 보니 오랜 기간 수련한 무술 고수여서 불량배들을 혼내주는 장면이 뜬금없이 떠오릅니다.
생긴 건 그저 투명한 국물이지만 이 수프를 만들면서 들인 재료와 노력은 고스란히 그 맛에 녹아있기 때문일까요.
그래서 화려한 존재감을 자랑하는 다른 걸쭉한 수프들과는 달리 콩소메의 여정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물만 넣기에는 밋밋하고, 일반 육수를 사용하기에는 기름기가 부담스러운 섬세한 고급 요리의 밑재료로도 사용되는 것이 콩소메니까요.
물론 저는 아침식사로 데워 먹기에도 모자라서 다른 요리는 감히 엄두도 못 내고 있지만요.
요리 동영상: https://youtu.be/AvkIsgFMO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