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좋을까요...

무명씨2004.02.04
조회276

 

햇수로  6년간 사귀어 오고 있는 남친과

이제 1년 정도 되어가는 저를 좋아하는 그 아이가 있습니다.

제게 남친이 있는 줄 알면서도 저를 좋아한, 지금도 좋아하고 있는 그 아이.

애써 외면하고 있는 나.

여러모로 생각해봐도 제가 그 아이에게 몹쓸짓을 하고 있는것 같아요.

그런데 맘은 머리처럼 독하질 못하네요.

 

 

사실은............ 저도 그 아이를 좋아했거든요. 아주 잠시..

예전 같지 않은 남친과 저 사이에 그 아이는 마치 투명수채화에 물감퍼지듯 그렇게 스며들어왔어요.

속을 모르는 사람들은 제가 바람을 피운거라고 단정짓더군요.

그렇지만, 저와 그 아이를 처음부터 지켜본 친구들은 그렇게 말하지 않죠.

전 그 아이가 처음부터 좋은건 아니었어요, 그 아이가 '너 나 좋아해?'라고 물어보는 것도 장난으로 여기고 '그럼~ 내가널 얼마나 좋아하는데~ 너도 나 사랑하지?' 하고 장난스럽게 대답하곤 했거든요. 그 아이가 제가 남친이 있는걸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말했던거였죠.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저에 대한 그 아이의 감정이 단순한 것만은 아니란걸 깨닫고 그때부터 전 그아이를 피하기 시작했어요. 물론 남친이 있기 때문이었지만, 오랫동안 지켜온 제 마음이 장난처럼 무너져 버릴까봐, 제 마음이 그아이에게로 가게될까봐 두려웠어요.

그 아이와 저는 여러모로 공감대가 형성되고 마음이 잘 맞았거든요.

 

 

사실, 남친을 오래 만나왔지만 아직도 속내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모르겠어요. 1년 전엔 더 했죠. 취미도 다르고 좋아하는 것도 다르고 대화하다보면 서로 안통하는게 많아 자주 티격태격하고 다투기도 많이 다퉜어요. 지금은 그냥 무덤덤해요. 이게 사랑인지, 정인지 잘 모르겠네요. 사랑이라고 생각하면 정인것 같고, 정이라고 단정지으면 사랑인것 같고..

 

 

 

그 아이는 점점 강하게 관심을 보여왔어요. 그렇다고 노골적인 '작업' 이런건 아니구요.

친구들과 다같이 만나도 그 아이는 다른 친구들과 쉴새없이 장난치고 얘기하면서도 제게 끊임없이 눈길을 보내오고, 제게 하고 싶은 말을 다른 친구에게 하며 정작 저에게는 말도 잘 걸지 않고, 집에 가며 인사할때도 다른 친구들은 보지도 않고 저에게만 끝까지 인사하고, 한번은 제가 가사가 좋은 노래를 좋아한다고 했더니, 멜로디가 좋은 노래를 좋아한다던 그 아이가 어느새 제가 좋다고 한 가사가 좋은 노래를 외우고 있더군요. 자신의 MP3에 그 노래들을 다운받아가지구요. 노래방에 가면 꼭 그 노래들을 부르구요. 휘성의 '안되나요' 같은..

 

 

 

그 아이의 홈피에도 노랫가사가 부쩍 늘었고, 친구들끼리 만든 카페에도 노랫가사나 좋은 글을 많이 올리는데 내용은 전부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대한 가슴앓이였어요.

그아이가 그러면 그럴수록 저는 애써 커플링을 보여가며 외면하기 일쑤였구요.

친구들도 그런 저를 아는지 제가 어디 나갈땐 꼭 커플링 챙겨주구요.

참 잔인했던게, 남친은 그런 속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날이 갈수록 투정만 늘고 이유없이 짜증부리고 저를 힘들게 했어요. 친구들도 다 도리질 칠만큼요.

제 마음은 서서히 그 아이에게로 향했고 그럴수록 겉으론 계속 그아이를 외면하고..

 

 

 

너무 힘들어서 결국 울어버렸어요. 더이상 이렇게는 안된다는 생각 뿐이었고 남친이고 그 아이고 모두 포기하고 싶었어요.

결국 전 남친에게 힘들다고, 이렇게 계속 힘들게 할거면 헤어짐도 생각할거라는 메일을 보냈구요. 남친은 뜬금없이 그런 멜을 받고 너무 충격이 컸었나봐요. 며칠 뒤 잘하겠다고 자신을 믿으라고 빌더군요.

이런걸 운명의 장난이라고 하나요? 그 잠깐의 공백기에 그 아이에게서 고백을 받았는데, 어리석게도 전 거기서 제 마음을 말하고 말았네요. "응, 좋아해..."라구요...

 

 

 

단지 그 한마디 뿐이었어요. 전화상에서 이루어진 짧지만 길었던 고백.

그렇지만 그 전화 이후 만나지도 않고 연락도 안했어요. 뭔가 이상하고 이러면 안되는 것 같고 그래서... 물론 손도 잡지 않았죠, 단지 '좋아한다' 서로 그 말 뿐이었어요.

단지 "좋아해" 그 한마디가 그 아이에게 이렇게 큰 상처를 남기게 될줄은 꿈에도 몰랐네요.

그 고백을 받고 한 10일쯤 뒤에 제가 "이건 아냐, 너 나 더이상 좋아하지마"라는 말로 그아이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어요. 그땐 정말이지 '좋아해' 한마디가 대못이 되어 돌아갈거라곤 상상도 못했어요.

 

 

 

그 아이, 아직도 힘들어 하네요.

그날 이후로 아무일도 없었던 듯 그렇게 돌아가려고 무척 애를 썼지만

그 아이의 홈피에서, 메신저의 닉네임에서 그아이의 마음이 아직도 그대로인게 다 보여요.

그리고.....제 마음도 아직 완전히 모질지 못해요.

남친에게서 받아보지 못한 순수한 사랑을 그 아이는 말없이 그렇게 가르쳐 줬거든요.

1년이 다 되어가는데도 변하지 않는 한 여자만 바라보는 그런 사랑을 제가 받을 자격이 있나 생각하면서도 한편으로는 행복하기두 하구요. 이런 제 자신이 참 간사한 것 같아 싫으면서도 어떤게 진짜 내가 원하는건지 잘 모르겠어요.

친구는 니 마음이 벌써 그아이 쪽으로 많이 기울어져 있다고, 너가 행복해야 부모님도 행복한 거라고 누누히 말하는데.....전 단순히 싫다는 이유만으로 가볍게 남친과의 관계를 깰 수 없거든요. 정이 들었는지 사랑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싫지는 않고...요즘은 이쁜면도 많이 보이구요...

제가 욕심이 많아서 그런건가요? 남친과 헤어지지 않을거라면 그 아이에겐 계속 모질게 대해야 하는거죠? 그런데 머리로는 되는데 왜 가슴으로는 안될까요?

그 아이에게 남친과 헤어질 수 없는 이유를 말하면 저를 떠나갈까봐 겁이 나요.

계속 좋은 친구로 곁에 두고 싶은데 떠나가면.....

아...너무 복잡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