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남자가 본 'B형 남자친구' 궁금증 3가지

ㄹㄷㄶ2005.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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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히 인터넷을 통해 널리 퍼진 이른바 'b형 남자'에 대한 속설로 인해 적지 않은 오해와 차별을 받아온 b형 남자들에게 영화 'b형 남자친구'의 개봉 소식은 청천벽력과도 같았을 것이다. "'비'상식, '비'양심, '비'인간적.. '비'(b)자가 들어가는 말 중에 좋은 말 하나 없다"는 영화 속 대사들이 결국 연애 상대로서의 'b형 남자'에 대한 여성들의 생각을 대변하는 것임을 알고 있으니 그 심정이 오죽할까. 드디어 영화의 내용이 공개되자 '상영금지가처분' 신청을 검토하겠다는 b형 남자들부터 이동건 정도라면 b형이어도 상관 없다는 a형 여자들까지 반응이 다양했다. 스피디한 전개와 아기자기한 에피소드들이 잘 버무려진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임은 확실하지만, 여전히 궁금증은 남는다. # b형 남자들은 연애할 때 정말 그럴까? 약속 시간에 늦었다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가버리는가 하면, 맛있는 건 혼자서만 다 먹고, "꼭 순서대로 가야 되냐"며 자유로운 스킨십을 원하는 영화 속 b형 남자의 모습들이 과연 진짜일까. 우선 최석원 감독을 비롯한 'b형 남자'들의 경험담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작성했다니 상당 부분 신빙성이 있어 보이고, 역시 b형인 기자 역시 일부분 경험했거나 혹은 공감하는 부분이 있다. 그렇다고 모든 'b형 남자'들이 그러리라는 판단은 금물이다. "자신이 관심있는 것에만 주의를 기울이는 대신, 그것에 대한 집착이 강하다"는 것이 b형들의 공통점이라면, '관심있는 것'은 각자의 취향에 따라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영화 속 'b형 남자' 영빈(이동건)이 자신의 와인팩을 다 마셔버린 하미(한지혜)에게 화를 내는 장면은, 이 남자가 '먹을 것'에 민감하거나 혹은 영빈의 말대로 '자신의 물건에 누군가 손대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다. "정말 그럴까?"라고 물으면 "그럴 수 있다"고 대답을 하겠지만, 'b형 남자'를 까발리겠다고 나선 이 영화가 표면은 그렸으되 그 이면의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것은 아쉬운 대목이다. # b형 남자들은 도대체 왜 그럴까? B형남자가 본 'B형 남자친구' 궁금증 3가지
사실 이것이 'b형 남자'들이 가장 안타까워하는 부분이다. "b형 남자들은 어떻다"는 이야기만 난무할 뿐 "왜 그렇다"는 명쾌한 설명은 어디에서도 찾기 힘들다. 기껏 'b형이라서', '그들은 원래 그렇다'는 류의 주장 뿐. 영화 'b형 남자친구'에서는 이 질문에 대한 해답이 언뜻 엿보인다. 초기에 못 되게 굴던 영빈이 나중에는 언제 그랬냐는 듯 180도로 변하고, 절대 그러지 않을 것 같았던 그가 망가지고 괴로와하며 여자를 그리워한다. 결국 'b형 남자'들도 사랑의 크기 만큼 상대에 대한 태도가 달라지는 지극히 일반적인 남자의 모습과 다를 바 없다. 단지 그 태도가 너무 솔직한 탓에, 좋을 때는 한없이 즐겁게 해주다가도 기분이 나빠지면 금세 상처를 줄 뿐이다. 센스있는 b형 남자와의 데이트는 엘리베이터에서의 슈퍼맨 놀이나 강의실에서의 재미있고 통쾌한 복수처럼 즐겁고 달콤하지만, 어떤 부분들은 그저 묵묵히 감수하기엔 상처받을 일 또한 많다. b형 남자들은 주인에게 항상 충직한 개이기보다 좋을땐 애교도 부리지만 화나면 할퀴기도 하는 고양이에 가깝다. 그러니 'b형 남자가 여자들에게 못되게 군다'는 속설은 'b형 남자는 자신이 관심있는 것에만 신경을 쓴다'는 말로 대체하는 것이 옳을 듯 싶다. # 그러면 b형 남자들을 어쩌라는 건데? 이 영화를 만든 최석원 감독 역시 b형이다. 그러니 이 영화의 주제를 'b형 남자 죽이기'라고 생각하는 건 영화 '그때 그사람들'의 주제가 '박정희 죽이기'라고 주장하는 것과 다름 없는 오해다. 그렇다면 'b형 남자가 좋다'는 걸까. 그것도 아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에피소드는 a형 여자 하미(한지혜)가 불쌍해 보일 만큼 b형 남자를 못 되게 그리고 있다. b형 남자 영빈을 연기한 이동건 스스로도 "이렇게까지 해야 되나 싶었다"고 고백할 만큼 말이다. B형남자가 본 'B형 남자친구' 궁금증 3가지
이 영화에 등장하는 'b형 남자'는 요즘 시대의 젊은 남자들을 대표하는 존재다. 'b형 남자'로 대변되는 요즘 남자들은 젊고 순수하지만 상대방의 마음을 헤아리는 세심한 배려나 어떻게 둘의 관계를 잘 이끌어 갈지를 판단하는 현명함이 부족할 뿐이다. 영화를 보면 'b형 남자'인 영빈은 못 되게 굴고 '싸가지'도 없지만, 상대방을 즐겁게 할 줄 알고 매력있는 남자다. 그러니 b형 남자들이 해명해주길 바랐던 "b형 남자는 못됐다"는 속설을 "못 된 것은 맞는데, 매력있다" 정도로 수정한 셈이랄까. 그래서 결국 이 영화가 관객들이 1시간반 동안 유쾌한 로맨틱 코미디를 즐기는 것 외에 하고 싶은 말은 마지막 하미(한지혜)의 대사 한 마디를 통해 미뤄두었다. "이런 남자, 사랑해도 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