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오력이 허무하다면?

ㅇㅇ2018.10.28
조회529

노력이 허무한땐 어찌들 극복하시나요?

부모님은 초졸로 14살 무렵부터 공장다니고 밑천마련후 장사로 45년을 사셔서 사실 부모로서 서투신 분들이었어요
큰딸인 저를 엄하게만 키웠지 보듬어준적이 없으셔서 저는 컴플렉스 덩어리로 자랐습니다
자라면서 6살차이 남동생과 7살차이 여동생을 바쁘신 부모님 대신 노오력키웠기에 동생들도 저를 부모대하듯 해요( 이때 생긴 신데렐라 컴플렉스가 지금도 심합니다)

저는 학생때 수학을 사랑하는 아이었어요
하지만 아버지는 상고를 가길 원했죠
그래서 19살 고졸로 일본 무역회사 경리로 입사했었어요
월급60만원이었지만 용돈없이 살던 학생시절이 진절머리나서 동생들은 용돈 매달줬구요 50 만원으로 적금들고 생활도 했었어요 그치만 새벽6시에 일본어학원가고 밤에 야근하면 9시라서 돈 쓸일이 없어서 괜찮았어요
일본어가 유창해지자 사장님은 무역업도 시키셨고 월급도 올려주셨어요
24살 야간대학을 가고싶다고 말씀드렸고 허락만 해주셔서 다니다가 야근을 빼주시지 않아 2년만에 포기했어요
26살 월급200이던 때 사랑하던 사람 집안이 망해서 해외로 도피할때... 함께하자는 말을 거부했죠 가난이 뭔지 뼈져리게 알았기에 용기가 안났어요. 모든게 허무해져서 회사를 사표냈죠.회사에선 누가 고졸에게 200주냐며 난리를 쳤지만 몸도 마음도 지쳤었어요
후임자들이 업무양에 기겁하고 그만두어서 퇴사후에도 퇴직금때문에라도 인수인계하러 가야했는데 제 자리에 전문대졸 3명이 있더군요 웃음만 나왔어요. 퇴직금도 계산해보니 800이나 뜯겼어요
지금이라면 소송했겠지만 그땐 반쯤 정신이 나간상태라 6개월간 집에서 잠만 잤어요...

마음추스리고 프로그램 자격증따고 @@대기업에서 계약직으로 프로그래머와 회계팀의 중간다리 역활을 하는 업무를 하며 2년다녔는데 2년연장시기에 30살 넘긴 고졸언니들이 단체로 짤리는걸 보고 연장하지않고 다른 길을 찾기로 했어요 우스운것은 제가 참여한 개발부분 실적은 다른 윗분이 승진으로 챙기셨고 저는 비서로 분류되어있더군요

고졸이라도 실력으로 인정받을 직업이 필요했어요
월급을 반이나 줄여 회계사 사무실에 들어가서 3년간 밤에는 학원과 동영상강의를 매일 들으며 실력을 쌓았구요. 기초를 다진 이후에도 매년 6개월은 퇴근후 3시간씩 세법공부하다보니 35살예 연봉3300으로 퇴사했어요
어머니가 수술을 2번 받으셔서 6개월간 병간호와 아버지 장사를 도와야할 상황이라 퇴사를 후회하진 않아요

어머니가 좋아지셨지만 돌봄이 필요하니...야근 많은 회계사 사무실은 피해야해서 일반회사에 경리 연봉3300 으로 입사했어요
사장님은 예전 경리들이 자료를 모아 회계사 사무실에 전달만하는 사무보조 직원에 가까운 경리다보니 국세청 조사시 억울한 일이 많았답니다. 횡령도 있어서 직원을 못믿기도 하셨구요;;(사무보조를 무시하는건 아니구요 업무범위가 다른데 사장님의 기대치가 세무대리인 급이신듯 해요)

회계사 사무실을 빼도 저혼자 모든 업무가 가능해서 연간 최소2500정도 절감했어요
(업무가 어려운 직종이고 회사도 여러개 운영하셔서 기장료 조정료가 합치면 비싸요)

그치만 회계사 사무실에 비하면 업무가 요즘말로 꿀이었습니다. 8시간 충실히 일하면 칼퇴니까요.
신나서 야근 직원들 간식도 챙겨주고 머그컵들도 매일 제가 씻어주었어요(예전 회사에서도 저에게 일 배우는 어린 후배들 줄줄이 있었지만 조금더 일찍 출근해서 제가 했어요.신데렐라 컴플렉스죠)
문제는 다른 직원들은 제가 예전 경리들과 업무 포지션이 다른걸 몰라요. 설명을 해도 이해를 못하고 경리라는 그룹으로 묶어서 볼뿐이죠

주로 직장생활 10년차 제나이 또래의 대리 과장급이 못되게 굴어요.
그래서 다른 부서인데 심부름을 시키려고 하거나 본인 업무를 저에게 시키려 들거나 본인 아랫사람 취급이죠.
물론 선을 넘으면 불쾌함을 대놓고 말은 못해도 티는 내요. 티를 내도 무시하고 일을 미루려고 들면 그 직원의 팀장에게 일의 경계를 말하기도 하구요
혼자뿐인 경리팀이지만 저도 제 부서의 장이니까요.

심지어 암으로 퇴사하는 동갑인 직원이 퇴직금이 본인 생각보다 적다고 시비도 걸더군요.제가 조곤조곤 설명해줬는데도 소리를 버럭지르며 치료비가 부족하다고 난리치는 통에 정신이 3일간 멍하니 나갔네요.

사장님은 회계자리가 프로페셔널 해지니 좋아하십니다만...그건 위로가 안돼요;;

전 아무래도 이 회사에서 호구로 보이나 봅니다
정말 요령없이 열심히 살았는데...
19살 그저 사회능력 없는 고졸 여자아이를 보던 그 차가운 시선을 이 회사에서 다시 느낍니다
제가 상고 고졸출신인거 다들 알아요...근데 또래 과장들과 급여가 비슷하니 배알이 꼬인건가 자격지심이 올라오네요...
이제라도 대학을 가면 자존감이 생길까요?

사치스럽게 연예, 결혼, 아이란 평범한 삶은 꿈도 안꾸는데 저는 삶이 왜이리 무겁고 허무할까요?

다들 이런건 어떻게 극복하시나요?
제가 예민한걸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다른 분들이 회사에서 극복하신 힘의 원동력을 듣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