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압]과외선생 넋두리

ks쌤2018.10.28
조회458

안녕하세요 판에는 글을 처음 써보네요.
제 직업이 과외선생인데 과목은 일본어입니당ㅋㅋ 경력도 대학 다닐때부터 했어서 한 5년정도 됐네요.
보통 일본어과외를 누가하냐 하는데
학원을 다닐 시간이 없어 선생이 와줬으면 하는경우나 급하게 시험을 앞두고 단기로 뽝 정리를 해줬으면 하는 분들이 보통 많아요.
그래서 보통 제 학생들은 대학생들이나 회사원들이 많죠.

아님 중고딩들 중에 일본어를 배우려는 학생들도 많구요. 목적은 수능일본어나 취미로나 그냥 일본어가 필요해서 배우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저는 과외가 주된 일이고 교원자격증도 가지고있기 때문에 고등학교에 강사(보통 선생님들 땜빵이라 그러는 그거...)를 나가기도 합니다.(강사나갈땐 과외수업 안함... 아침출근이 너무 힘들어져서...)
일단 얘기에 앞서서 전 이 일에 자부심을 느끼고 있고 하루하루 실력이 늘어가는 학생들을 보는것으로 뿌듯함도 같이 느낍니다.

제가 하려는 얘기는 사실 어느 학생이 너무 저를 화나게 한것에 대해서 얘기하고싶어서에요.

약 3주전에 과외문의로 연락이 왔어요. 보통 과외문의하고 실제로 만나보고 결정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에요. 그래서 그날도 나갔는데 집에서도 멀지 않은 곳이라 다행이라고 생각하고 나갔어요.
고1학생이었고 어머님과 같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어머님이 먼저 저에게 '애가 조금 부족하다고 느끼실 수도 있다. 그래도 형같이 대해주며 잘이끌어달라. 공부를 잘하는거도 아니지만 머리는 좋다. 노력을 안할뿐이다. 학교에서도 가정에서도 상처가 많은 아이다. 말에 상처를 많이 받는다.'고 얘기를 했습니다.
그래서 사실 강사를 나가면서 진짜 막장학교라고 할만한 곳도 가본 저로서는 별 어렵지 않을 문제라고 생각했습니다.
전 학생들과 친해지는게 어렵지 않았고 노력에 대한 칭찬을 많이하는 스타일이라 오히려 학생들이 잘따라줬으니까요.
그리고 가정환경은 저 역시도 아버지의 음주와 가정폭력을 이유로 가출 같은 문제가 있던 장본인이었고,
학교에서도 원래 남자애들 보단 여자애들과 더 잘 어울리던 제 성격이 문제였는지 남고진학 후 6개월정도의 따돌림을 당했던 기억 등이 있었으니까요.
그리고 오히려 계속 공부를 하지 않았지만 노력이라도 하면 분명 공부는 점점 잘해지는거라고 제가 겪었고 생각해서 가능하다고 봤습니다.
고등학생때 따돌림때문에 학교가서도 잠만자고 인생포기와 다름없는 길을 걸으면서 4년제대학 갔을때 학교가 떠들썩할 정도였던 제가 선생님이 됐으니까요.
대학에서 그만큼 힘들게 노력해왔고 그 결과로 중학생부터 꿈꿨던 교사라는 직업을 하고 있으니까요.

그렇게 그 과외를 그 다음주부터 시작하게 되었고, 처음 간 날부터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습니다.
보통 일본어를 처음하면 히라가나(일본어 제일 기본 글자)부터 하는데 자기는 머리가 나빠 외우지 못한다는겁니다. 아무리 머리가 나빠도 일주일이면 다 외우는 그걸요.
그래서 이걸 외워야하는 이유부터 시작해서 어떻게 진행할건지도 다 말해줬습니다.
그때 걔 대답이 아직 기억이 나네요 "아 알겠어요. 해요. 하면 되잖아요." 였습니다.
그냥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일주일에 3, 4일정도의 텀이 있게 수업일정을 잡은 터라 그에 맞게 이틀만에도 다 따라 쓸 수 있을 그 양을 반으로 쪼개서 3일치,4일치로 나눠줬습니다.
처음에는 그거도 많다고 자기는 펜을 힘을 주고 써서 글쓰는 속도가 느려 할 수 없다는걸 일단 해보자고 할 수 있을거라며 격려까지 해가며 숙제를 시켰습니다.

다음 수업이 되고 숙제를 해와서 잘했다고 앞으로도 이정도 양인데 충분히 할 수 있지 않냐고 어렵지 않을거라고 칭찬까지 해줬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날부터 제가 말하는거에 토를 달기 시작했습니다.
무조건 못한다고 말해오는걸 겨우겨우 설득시키고 해보자고 격려해가며 공부해오라고 하면 이걸 어떻게 아냐고 투덜대서 다시 설명 해주고 다르게 또 설명해주고...

그렇게 겨우 다음주가 되었고 세번째수업까지 왔습니다.
숙제는 안해온 부분도 있었지만 해온 노력이 보여 잘해왔다. 그런데 다음번엔 얘도 다 적어 오라고 했더니 팔아프고 손아프다고 하더군요.
그래도 꾹 참고 "이젠 글자를 외워와야 우리가 제대로된 수업을 할 수 있다. 한번에 다음시간까지 다 외우란 소리 절대 안하겠다. 하루에 다섯 글자만 외우자. 니가 그 정도는 할 수 있을 거다. 내가 공부했던거처럼 하루에 세네시간씩 일본어에 투자를 하라는게 아니다. 단, 니가 못외우면 그만큼 더 하는거다 그냥. 외웠다 싶을때 그만하고 할거해라."고 하고 세번째시간까지도 좋게 말했습니다.
(일본어를 배운 분들은 아실건데 하루에 한 행(行)의 글자 5개 정도를 외우라고 했던겁니다)

문제는 며칠전 네번째 수업에 갔는데 4일동안 두줄 외워왔더군요.
정확히는 그나마도 못외웠습니다.
그래도 조금씩 단에에 있는 외웠다는 글자를 읽으려고 하길래 칭찬 해주며 차근차근하다가 '이걸 어떻게 다 읽냐. 너무 힘들다'고 하길래 여기서 제가 핀트가 나간게 화근이었습니다.
"그거 한줄 외우는데 시간 얼마나 걸렸냐."고 물으니 "10~15분이요."라는 대답.
그래서 "근데 왜 못읽냐. 외웠다는건 니가 띄엄띄엄이라도 정확히 읽어야하는데 그걸 안했다는건 니가 결국 그만큼 안외웠다는거 아니냐."라고 따졌습니다. 물은거 아니라 따진게 맞습니다.
그랬더니 또 핑계를 대며 말을 하길래 다 듣고는 "결국 하기싫으면서 일본어는 왜하냐. 물론 니가 도전을 한다는건 좋다고 생각하지만, 그럼 그만큼의 노력하는 모습은 있어야되는거 아니냐."라고 말하는데 중간에 말을 자르더니 "내가 안하고 싶은게 아니라 머리가 안좋아서 못한다고요."
이 대답듣고 더 열받았습니다. 누군 머리좋아서 선생하는줄 아나... 그래서 저도
"내가 그래서 하루에 5개 외우라고 한거다. 근데 그거도 안외워온건 니가 안한거지 니 머리를 탓할게 아니지 않냐. 나도 머리나쁘다. 내 친구들은 2, 3일 만에 다 외웠다던 히라가나를 나는 일주일만에 외웠었다. 그나마도 못외워서 더듬더듬 읽는데 걸린 시간이 일주일이었다. 그러면서 하루에 틈만 나면 히라가나표(오십음도) 적으면서 외웠다. 근데 왜 니가 못외운다고만 정해놓고 아무거도 안한거면서 그거에 핑계를 대냐."
진짜 열받아서 쭉 제가 겪었던 일들까지 다 말했습니다.
그런데 얘 반응이 "네~네~ 할게요~"
귀찮다는듯이 말하는 모습에 더 열이 받아서
"니가 지금 하는게 나를 무시하는 모습이란 생각이 들지 않냐. 그런데 니가 노력도 안해오면 니가 말에 상처를 받더라도 내가 좋은 말만해가면서 너한테 수업을 해줄 수가 없다. 니가 계속 이런식으로 뭔가를 하나씩 빼먹거나 해올걸 안해오면 수업을 할 수가 없다. 거기에 뭔갈 열심히 하려는 모습도 안보여주지 않냐. 난 공부잘하는 학생보다 하려는 학생을 가르치고 싶지 아닌 사람은 그만둬도 내가 그만둔다. 그러니 제발 잘해왔으면 좋겠다."
이렇게 말했더니 대답이 없더군요.
수업 시간은 다 되었고 다시 하루에 글자 5개 외우라는 숙제를 내주고는 집으로 왔습니다.

그대로 다음날 어머님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당연히 그만둔다는 연락이었습니다.
환불까지 해달라고 하셔서 해드렸습니다.
어머님 말씀이 "애가 그렇다는걸 알고도 시작한거고, 아쉽다. 좋은 인연이 될수 있었는데. 우리애는 그릇이 작은 걸 나도 안다. 그런데 그걸 너무 무리하게 바란거 아닐까라고 생각한다. 애가 자기 나름대로는 한다고 한거 같다."라고 하더군요.

그런데 제가 열받는건 대체 이게 제가 마냥 잘못한겁니까?
선생이 학생에게 맞춰서 수업을 해줄 순 있지만 그건 최소한의 것을 지켜줄때입니다. 왜 제가 저런 소리를 들어야하는지도 의문입니다. 하루에 글자 5개씩 외우라는게 어렵습니까? 부족하다고해서 그만큼으로 줄인건데도 그걸 안해온건 잘못이 없는겁니까?

그냥 모바일로 두서없이 쭉 썼는데 긴 글 봐주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진짜 너무 열이 받아서 어디에 풀데가 마땅하지 않더라구요.
하려고 한다는 애가 보이는 태도가 너무 열이 받습니다.
그게 제 문제일 수도 있지만 저는 이해가 되진 않습니다. 이해가 될 수 있게 설명을 해주시거나
반대로 제 의견에 공감이 되신다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