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로등 전쟁 - 이기적인 옆집 노인부부

수문2018.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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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한 3주째 이웃집과 가로등 전원을 켜는 문제로 이웃집 노부부와 기싸움 중입니다.

말 안통하는 노인네들에게 크게 엿을 먹이고 싶은데 조언 부탁드립니다.

 

제가 사는 동네가 서울 변두리인데 노인들이 대부분이고 근처에 대학교가 있어서 동네 초입부분에

원룸이 많습니다.  좀 멀리 구멍가게 하나 있고 일체의 편의시설이 없는 그냥 오래된 마을입니다.

시내로 나가려면 30분은 버스를 타고 가야하는데 살기에는 좀 불편해도 부모님 따라 들어와서

그냥저냥 살고 있습니다.  이사온지 한 삼 년 되었고 크게 이웃과 다툰 적도 없습니다.

 

각설하고, 동네를 가로지르는 길 중심으로 저희가 첫번째 집이고 길 건너편에 80대 노부부가

삽니다.  처음 이사와서 최근까지도 특별한 일 없이 그분들과 잘 지냈습니다.

노환으로 귀가 안들리시는 할아버지는 심심하면 저희 아버지가 마당에서 소일거리하시는 걸 구경

하며 엄마가 타주는 커피 한잔씩 얻어마시고 가곤 했습니다.  엄마는 건너편 할머니가 떡을 좋아

하신다고 떡이 생길때마다 갖다주셨고 가끔 말상대도 되어 드렸습니다.

저희 부모님도 60대 할머니 할아버지이지만 어른들께는 잘해야한다는 마인드셨습니다.

저는 직장다니느라 이웃집에 별 관심이 없었지만, 대충 노인부부가 어떤 분인지는 알고 있습니다.

이 분들의 인성을 엿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죠.

 

두 달전 쯤 노부부의 집에서 수도가 샌다며 큰 돈을 들여 바닥을 뜯고 대공사를 했는데 공사기간

동안 그분들이 마실 수돗물과 공사에 쓸 용수를 공급해주고 고맙다는 소리 한번 못들었습니다.

이에 대해서 부모님이 서운하다고 불평하시길래 제가 그 분들은 이기적이니 잘해주지 말라고

조언했었습니다.  이전에 건너편 노인분들과 일일이 설명할 수 없는 이런저런 일들을 겪었거든요.

부모님은 그래도 나이많은 어른들인데 어떻게 그러냐고 속좋은 소리만 하시고ㅠ

그러다가 이번에 크게 다툰 일이 생겼습니다.

 

한달 전부터 집앞 가로등에 내내 불이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이게 어떤 가로등이냐하면,

저희 집과 건너편 노인부부집 사이에 있는 길목에 있는데, 사람들 특히 학생들이 많이 이용하고

인근 대학교 정문으로 가는 도로와 연결되어 있으며, 산 옆이라 매우 컴컴해서 가로등이 필수

입니다.

 

우리집 앞이 어두운 건 둘째치고, 학생들이 다칠까봐 걱정이 되어서 부모님이 한전에 전화하니

가로등에는 아무 이상이 없답니다.

그래서 아버지가 가로등 스위치를 켜고 저녁을 드시다가 밤에 개를 데리고 산책을 나와보니 다시

가로등이 꺼져있더래요.  그래서 이상하다.. 생각하시고 다시 불을 켜고 들어오셨는데, 혹시나

주무시기 전에 대문 밖을 보니 또 꺼져있어서 유심히 살펴보시니 가로등 주위로 건너편 할머니가

왔다갔다 하는 걸 보셨답니다.

 

다음날 아침 식사자리, 아버지에게 얘기를 전해들은 엄마가 화가 나셔서 건너편 할머니를 찾아가

따지니 할머니 왈, 가로등 불빛때문에 밭에 심은 들깨가 잘 자라지 않는다. 그래서 계속 불을 꺼놔

야한다고 큰 소리 내시더랍니다. 

아니 그럼 그 앞을 다니는 사람들은 물론이고,  공부하고 밤늦게 들어오는 학생들은 어쩌라는

겁니까.  큰 도로도 아니고 조그만 산길인데.

근데 정말 기가 막힌 건, 가로등 불빛이 멀리 있어서 밭 작물에 절대 닿지 않는다는 겁니다 ㅠㅠ

설령 닿는다 해도 할머니 말대로 따지면 우리나라에 가로등 밑에 있는 밭 작물이란 작물들은 다

제대로 자라지 않는다는 소리인데 이게 말인지 방구인지 원..

엄마가 더욱 억울한 건, 할머니가 밭에 심은 그 들깨씨앗을 선물로 주셨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다음날, 화가 난 아버지가 가로등 스위치를 켠 채로 아예 공업용 접착제로 붙여버리셨습니다.

그리고 저녁에 할아버지가 접착제를 녹여서 가로등 스위치를 다시 끄셨구요.  밤새 할머니와

교대로 전원을 못 켜게 아예 가로등 밑을 지키셨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가 다음날 저녁에 LED전등을 켜서 사람들 다치지 말라고 집앞을 밝히니 전등위치를

멀찍이 옮겨놓았답니다.

그리고는 다음날 아침에 아들을 시켜서 가로등 스위치 바로 밑에 짐을 잔뜩 쌓아서 아예 손을 대지

못하게 하고 가로등 밑의 흙도 깎아버려서 발로 디디고 올라설 틈도 없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결국 두 노인부부의 고집에 두손두발 다 드신 부모님은 저분들을 신고할 방법을 찾고 있습니다.

어떻게 저렇게 이기적일 수가 있는걸까요?

사람이야 다치든 말든 한평도 안되는 조그만 들깨밭이 더 소중하다는 겁니까?

그래놓구선 들깨밭에 참새들이 모여든다고 핑계대고 매일새벽에 깡통을 두들겨 새를 쫒는데 정말

미치겠습니다.

쓰레기 모아다 밭에서 태우는 것도 몇 번이나 신고했는데 잠깐 벌금내고 그때 뿐이고요.

태울때마다 동네 초입에 매연이 가득차서 기침나고 괴로워요.

노인이면 무조건 공경해야 하나요?  진짜 얄미워 죽겠어요.

 

한 이틀 전에 드디어 그 애증의 들깨를 수확하셨는데, 그래놓고서 이제 가로등 전원을 안 켭니다.

부모님은 그냥 노인들이 직접 켜든지 말든지 알아서 하라고 놔두시고요.

이거 어디다 신고하면 되나요.  가로등에 일련번호랑 전화번호 붙어있던데 여기다 해봤자 크게

조치를 하지 않을 것 같아서 사람들이 많이 보는 게시판에 여쭤봅니다.

 

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