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연애의 역사

어느날2018.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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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사랑이었다.
그 외모가 살면서 그리던 이상형과는 일치하진 않았지만 예뻤고 나는 걔가 좋았다. 성격이 쾌활해 옆에 있으면 나는 즐거웠고 때로는 티격태격 싸우기도 하고 눈만 마주쳐도 다시 불이 타오르는 그런 때가 있었지.
그때는 너가 좋았나봐 어떻게든 나를 좀 더 봐달라고 말로선 쿨한 척, 어떨 땐 일부러 너를 울리기도 하고 SNS로 너를 관찰하는게 내 일상이었지. 내가 얼마나 상처준 지 잘 안다. 그렇게 난 차였지. 그 못해준 후회감에 얼마나 괴로웠는지 모른다.
찾아가서 무릎꿇으면, 다시 또 눈물로 내 손 잡아줄까 추운 겨울에 너를 찾아가 네 부모님께 집에가란 말 듣고 오던 난 정말 엉망이었지. 헤어지길 반복하다보니 너의 우는 모습은 난 동요가 없었고 이별뒤엔 재회가 늘 항상 따르는 건 줄 알았어. 그렇게 너와 헤어진 1년 까지도 나는 누군가에게 정을 주지 못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나는 진정한 사랑을 만났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던 것 같다. 첫 사랑과 헤어지곤 이런 저런 연애도 거쳐갔지만 잘 안되더라. 나도 모르게 그 느낌, 불타오르고 짜릿한 그 느낌을 쫓고 있더라. 실패만 하던 내가 이번엔 진짜 사랑이 온 것 같았다. 이런 저런 지나간 사랑에 의해서 철이 조금은 들었던 것 같다. 누군가를 울리는 것보다는 내가 우는게 덜 힘든 길이라는 걸 배웠던 것 같다. 어렵게 찾아온 사랑이 너무 행복하고 기뻤기에 싸우는 법을 까먹어 버리려고 온 힘을 다 써본 것 같다. 나는 잘 했고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2 년 뒤 나는 또 차였다. 언제든 배워야 할 것들 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람관계라는 것이 내가 좋아하고 잘해준다고 되는게 아니라는 그런 배움. 세상이 나를 등진 것 같이 슬펐다. 그 땐 나를 사랑해주는 사람들은 대수롭지 않게 매정해지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버림받지 않으려 하는 것이 이기적인 거라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다.

또 몇 년이 흘렀다. 늘 그렇듯이, 몇 명의 연애를 더 했겠지. 지나간 그들에게 나는 진심으로 사랑을 주었고 최선을 다했지만 내가 먼저 이별을 고했다. 조금 다른 점이 있다면, 내가 첫 사랑을 할 때의 순수함이 이제 그립지도 않아졌다는 점이다. 세월이라는 힘으로 까먹어 버렸지. 감정만 희미하게 기억될 뿐, 그 지나간 사람들은 다시 되찾고 싶은 존재는 아니었다. 포장을 한다면 추억으로 덮을 줄 알게된거지. 그렇게 나는 사랑을 그리고 이별을 배웠다.
언제든 내가 모르는 방식으로 감정적 상처를 입을 수 있다는 것도 알고있고 헤어짐은 늘 아프다는 것도, 그렇지만 남에게 아낌없이 사랑해주어야 한다는 것도. 그 모든 것들을 어느 새 이해하고 있었고 이는 사랑이란 이름으로는 더 이상 나를 지배할 수 없음을 의미했다.

그렇게, 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우린 서로를 본 순간 대화를 하지 않아도 통했다. 그녀는 나를 만나기 전 제법 연애를 해오며 성장했을 것이고 난 오히려 그런 모습이 성실해 보였다. 서로 묻지 않아도 실패의 역사를 가졌을 것이며 울고 불고 순수했던 소녀의 시절을 열심히 살아준 그녀에게 존경심이 생겨났지. 불타는 연애의 화력이 줄어들긴 했지만, 꽤 싱싱한 불이었고 티격태격 하는 맛도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서로 원하는 것을 참은 것은 아니었다. 이전과는 비교도 안될만큼 모든 것들이 자연스러웠고 익숙했으며 지루하지 않았다. 오히려 늘 재미있고 즐거웠다랄까. 중간에 그녀와 헤어지는 일도 있었지만, 마음은 늘 안정적이었다. 재회를 하면서도 또 헤어질 것이라는 불안도 없었다. 우린 그렇게, 미래를 약속했고 결혼을 했다.

언젠가, 시간이 지나서 잊고 살아왔던 연애역사를 드디어 바뀌는 내용없이 되돌아 볼 수 있게 되었다. 난 결혼을 적어도 두 사람과는 이야기 했으며, 마지막 사랑이라고 착각을 최소 세 번은 했던 것 같다. 이별로 죽고 싶을 만큼 괴로웠던 적도 다섯 번은 되겠지. 또, 다시 사랑을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은 열 번도 넘는 것도 같다.

너의 아픔을 이해한다.
그러니까 부디 아프지 말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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