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에서 가장 힘들고 암담했던, 곧 세상이 끝나버릴것 같았던 시절을 기억한다. 내가 목숨보다 사랑했던, 내 삶을 지탱해주던 존재가 사라져버렸던 그 날 그 순간의 나를 나는 아주 생생히 기억한다. 온 세상이 떠나가라 울고 하루에도 수십번 믿지도 않는 신께 내 잘못을 빌고 후회했다. 내 삶은 그날부로 끝이 났다. 내 세상이 한순간에 무너졌다. 시간이 어느정도 흐르고 나서는 다시는 그 무엇에도 마음을 주지 말아야지, 생각했었다. 내 자신을 그만 탓하고 나를 추스르게 됐을 때에 나는 변했다. 마음을 주는 척. 주지 않았다. 주지 않았던 만큼 바라지도 않았다. 수많은 사람들에게 마음속으로 죄를 짓고 그것을 후회하지 않았다.내 감정에 진실이란 없는 것 같았다. 그렇게 공부를 했고, 일을 했고, 내가 좋아하는것들을 보고 듣고 배웠다. 내 마음은 아무에게도 온전히 주지 않은 채, 살았다. 숨을 쉬고 밥을 먹고 소소한 즐거움들을 누리며 그렇게 살았다. 사소한것들에 울고 슬퍼하며 때론 웃었다. 나는 강했다. 어떤 순간에도 절대 무너지지 않았다. 나름, 행복했었다. 그러던 와중 내 인생에 무언가가 나타났다. 절대 사소하지 않은 그 무언가가 내 인생에 불쑥 들어와 나를 휘저었다. 무언가에 홀린듯이 어느 순간 내 마음을 다 주고 있었다. 그걸 깨달았을땐 이미 너무 늦어있었다. 내 인생에 예고도 없이 색다른 고통과 행복이, 나를 죽였다가 살리는 극한적인 감정들이 몇년만에 정말 갑자기 밀려왔다. 처음엔 정신을 못차렸고, 이내 맨정신으로 그 고통받는 순간들을 감내하기 시작했다. 그래, 사랑이었다. 사랑을 하는 것 같았다. 내 행복을 희생해가면서 그를 웃게 해주는게 좋았다. 처음으로 사람한테 마음을 주고 바랬던 것 같다. 한번 두번 세번. 그로인해 죽을만큼 힘들었던 순간들이 쌓여가면서도 멍청한 내 사랑은 끝날 줄 몰랐다. 점점 커져만 갔다. 그도 같을거라고 점점 커질거라고 생각했던 그때의 나는 참 바보같았다. 그는 내게 결국은 실망만을 안겨주었다. 그가 나에게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르고도 꽤 긴 시간이 지나갔다. 그 때 쯤이었던것 같다. 나의 감정을, 마음을 전에없이 요동치게 만들고 극과 극으로 나를 내몰던, 증가함수의 사랑이 멈췄다. 그의 말 한마디 두마디가 내 가슴을 후벼팔때, 1년하고도 세달동안 참아왔던 고통이, 원망이, 밀려왔다. 아, 정말 짧은 시간동안 나 참 많이 아팠구나. 바보같이 나에게 죄를 지었구나. 나는 그렇게 나를 멈췄다. 그렇게 배신당하고, 수치스럽고, 비참했어도 멈추지 못했던 사랑이 단 한순간에 끊겨 나갔다. 신이 나에게 기회를 준 것만 같았다. 그렇게 끝이나나 했었다. 그런데 그 무언가는 다시금 나를 흔들었다. 그렇게 끝날줄 알았는데 나를 또다시 흔들었다. 정말 아닌걸 알면서도, 상처받고 힘들 걸 알면서도, 나는 또다시 흔들렸다. 이 사랑의 끝이 무엇일지 안다. 얼마나 더럽고 추할지, 또 얼마나 아프고 힘들지. 그럼에도 또다시 믿기지 않는 그를 믿는다. 나는 또다시 사랑을 하고, 잊히지 않는 기억을 억지로 삼킨다. 나는 여전히 멍청하다. 아마도 그가 옆에 있는한 변하지 않겠지. 그래도 이제는 그보다 나를 더 생각하려 한다. 그보다 나를 더 사랑하고 신경쓰려 한다. 내가 행복해지려 한다. 내가 노력한것들의 부질없음도 인정하고 다시는 내가 힘들 노력은 하지 않으려 한다. 끝나지 않을 것만 같던 사랑도 끝날 걸 안다. 끝났었으니까. 난 이제 끝날때까지 내 행복만을 생각할 것이다. 나 이정도면 된 것 같다. 충분히 희생했고 노력했다. 분에 넘치는 내 사랑을 받던 그는 이제 없다. 이제 넘치지 않을테니까. 수고했다. 많이 고생했다 나. 그런데도 끝내지 못함을 원망한다. 그래도 사랑할게. 나니까.
가끔보고 각성하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