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존댓말 씀은 이제 우리는 아무런 사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당신에게 어떤 미움이나 복수심 같은 유치한 감정 때문이 아닌 이제야 스스로 당신과 아무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할 수 있게 되어 존댓말을 써봅니다.
몇 시간이 걸릴지 모르는 이 편지는 당신에게 보여 줄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어요. 또한 누군가가 또 미래의 내가 다시 들추어 본다면 부끄러워 견딜 수 없을 것 이라는 것조차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편지를 쓰는 이유는 마지막 남은 기억을 붙잡아 놓기 위해서입니다.
오늘은 2018년 11월 16일입니다. 우리가 헤어진 지 2달이 다되어 가네요. 우연히 자취방이 있던 역 근처를 지나게 되었어요. 몇 달 안 되는 시간 이였지만 당신과 즐거웠던 시간을 보낸 곳 이죠. 저는 이제 더 이상 그곳에 살지 않아요. 그곳에는 온통 당신과의 추억뿐이라 도망쳐 나온 지 한 달이 넘었습니다. 이제 그곳에서 당신과의 기억은 이미 희미해져 가고 헤어진 뒤 하염없이 방황하며 아파하던 두 달 전의 내 모습만 선명하게 기억이나 놀랐습니다. 그토록 잊고 싶어 했던 당신과의 추억인데 막상 잊어가니 너무나도 무섭네요. 당신은 잘 지내시나요? 저는 아직도 추억에 빠져 당신을 염탐하기도 하고 차마 지우지 못한 사진들을 다시 한 장 한 장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당신은 그때의 당신과 다르고 내가 그리워했던 그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요. 저와의 연애가 끝나고 얼마 뒤 새로운 사람을 만난 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게 되었어요. 하지만 당신과 저는 아무런 사이가 아니기 때문에 당신을 비난하고 싶지도 않고, 비난할 이유조차도 없네요. 흔히 부르는 ‘환승’이라는 것을 한 것이 아니라는 것 또한 너무나 잘 알고 있고 당신에게 많은 상처를 준 저이기에 다음 연애는 부디 행복하길 빌어주는 것 이외엔 할 수 있는 게 없네요.
당신이 알고 싶어 하지 않을 것 같지만 헤어진 뒤의 저의 이야기를 써보려고 합니다. 이별을 맞이한 다른 사람들처럼 헤어진 뒤 배신감과 원망, 상실감, 슬픔 등 셀 수도 없는 감정들에 휩싸여 지냈습니다. 헤어진 다음날 참을 수 없는 슬픔 때문에 점심시간 회사 주차장 한편에 조용히 울기도 하였고 일을 하다가 화장실로 달려가 울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나니 차마 다음날 출근할 용기가 나지 않아 연차를 쓰고 다급하게 가장 가까이 사는 가족, 누나 집으로 도망갔습니다. 쇼핑도 하고 머리도 자르고 나니 당신 생각이 덜 들더라고요. 아, 이정도면 살만하겠다 싶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후련했어요. 당신도 많이 힘들었겠지만 우리가 만났던 시간동안 저도 아팠습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당신에게 상처를 주어버린 내가 싫었고, 당신이 있어도 알 수 없는 외로움이 느껴져 싫었고, 결론과 양보가 없이 끝없이 반복되던 싸움도 싫었고, 당신이 퇴근하며 해줄지 안 해줄지 모르는 전화 한통을 기다리는 것에 너무나 지쳤고, 당신이 의지할 수 없는 사람이 된 내가 싫었고, 당신이 나에게 상처주었던 말들이 떠올라 아팠고, 당신을 나의 전부로 생각하고 살며 전 직장조차 나온 내가 싫었고.. 마지막으로는 이 모든 걸 되돌릴 방법이 없다는 게 가장 싫었습니다.
2일이 지나던 날 부모님 댁으로 내려갔습니다. 당신은 나를 배려해 추석 연휴가 임박하여 이별을 말했다 했죠. 친구들과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면 위로가 될 거라고. 하지만 부모님과 동생과 같은 멍멍이들을 보아도 위로가 전혀 되지 않아 놀랐습니다. 오래된 친구들을 만나 한참동안 밖을 돌아다녀도 위로가 되지 않더라고요. 한편으론 친구들 앞에 내 모습을 보며 당신에게 제가 몸을 너무 낮추었구나, 이 좋은 직장에 잘나가는 친구들 앞에서도 내가 나를 굽히지 않고 존중받는 사람인데 당신 앞에선 왜 그리 나를 낮추었나. 라는 나쁜 생각도 들었습니다. 집에 돌아온 뒤 참고 참으려 했지만 당신의 말처럼 나는 격해진 감정을 못 참는 사람이라 당신에게 전화하고 카톡하고 괴롭혀 버렸네요. 연락하지 않는 것이 당신이 돌아올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말이죠. 그날 밤 수많은 인터넷 글, 영상들을 뒤져보며 보며 당신을 다시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에 고민을 하며 4일째 되던 날 당신에게 카톡을 보냈어요. 조언처럼 모든 걸 내려놓고 당신의 입장에서 당신이 듣고 싶은 말만 했습니다. 재회를 잘 생각해 보겠다는 당신의 말에 나는 너무나도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뿌듯했습니다. 당신에게 보낸 나의 카톡을 몇 번이나 읽어봐도 스스로 대견스러울 정도로 완벽했다고 생각 했거든요. 하지만 다음날 새벽 그날 또한 그렇듯 당신이 나오는 꿈을 꾸다 그것이 꿈이라는 것을 알고 놀라 깨버린 뒤 우리가 다시 만나도 행복할 수 없고 결국 헤어질 것 이라는 것을 문득 알아 버렸어요. 그래서 차라리 내 마음 후련해 질 때 까지 당신을 괴롭히고 단념하자 라는 이기적인 생각에 끝없이 연락했습니다. 사실 당신의 이별 통보도 너무나 이기적 이여서 당신을 존중해 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별을 통보하며 전화도 아닌 갑작스럽게 카톡으로 헤어지고 싶다, 일주일에 시간을 달라던 당신. 시간을 달라는 것이면 모르겠지만 이미 결론을 내버리고 시간을 달라니요.. 을이였던 저는 어떤 생각을 할까 생각은 해보았나요? 일주일동안 당신이 돌아올지, 아니면 헤어짐을 말할지 불안감에 떨어야 하잖아요. 그 때문에 당신에게 시간을 주기 싫다고 바로 헤어지자고 한 것 입니다. 저를 배려해 헤어짐을 고한 일주일 뒤 만날 기회를 주었지만 당신의 얼굴을 보고 단념할 자신이 없어 그 약속조차 제가 깨어버렸습니다. 누군가는 희망 고문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당신은 저를 배려하여 만든 약속이라는 걸 알기에 그 조차 마음대로 깨버린 것이 미안하지만 이제는 그 사과조차 당신에게 필요 없을 것 같네요.
추석 연휴가 끝나고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철저히 혼자더군요. 당신 하나를 바라보고 온 곳이어서 이 낯선 타지에서 친척도, 친구도 흔한 아는 사람 한명 없었습니다. 혼자 있는 것이 너무나도 무서워 노래를 들으면 몇 시간 인지도 모르는 시간을 걸으며 계속 생각하고 생각하다 해가지고 한참이 지나서야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밤이 된 방은 더욱 더 무섭더군요. 친구에게 가족에게 말하는 것도 한 두 번일 뿐 누구에게라도 말하고 싶어 이별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오픈채팅 방을 들어갔습니다. 보수적인 제가 오픈채팅이라는 것을 할 줄은 저도 몰랐네요. 그 곳에서 여러 위로와 조언도 받다보니 점차 마음이 조금씩 괜찮아 졌지만 여전히 당신을 하루에 수 백 번씩 곱씹었고 잠에 들지 못하였고 그렇게 며칠 밤을 새다 지쳐 잠들어도 30분도 못 자 깨었습니다. 당신과 나누었던 인사가 없는 텅 빈 아침을 시작하고 일을 하면서도 모든 순간 당신이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후회했어요. 마지막에 당신을 괴롭히지 말걸. 재회의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고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제가 너무 바보 같고 우스웠습니다..
그렇게 잠도 못자고 밥도 먹지 않고 알 수 없는 아픔이 느껴지는 가슴을 붙잡고 하루하루 살아갔습니다. 그러다보니 당신이 싫어했던 저의 뱃살도 처음 만났을 때처럼 없어져 버렸고 취향도, 취미도 헤어졌을 때는 기억도 나지 않던 원래 나로 돌아 왔더군요. 그 모습을 보자 문득 마지막 데이트 때 당신이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어요. 안경 벗은 모습이 훨씬 보기 좋다는 말. 안경점으로 달려가 난생처음 안경을 벗고 렌즈를 꼈습니다. 그리고는 하나 둘씩 나를 바꾸어 갔습니다. 살을 더 빼고 운동을 열심히 했습니다. 혼자 카페에가 공부도하고 돈 같은 건 신경 쓰지 않고 마구 옷을 사들였어요. 털이 많아 싫어했던 얼굴도 병원에 가 레이저 제모를 받았습니다. 그러고 나니 자존감 낮은 내가 봐도 봐줄만한 모습으로 바뀌었더군요. 멍청했지요. 당신이 옆에 있을 때 이럴걸. 당신이 옳았다 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제 여기서 부터는 기억이 뒤죽박죽이라 어떤 식으로 써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만큼이나 쓰고도 아직 쓰고 싶은 말이 너무나도 많네요. 저는 당신의 빈자리를 아까 말한 이별 톡방으로 메웠습니다. 나와 같이 아픈 사람들과 공감하며 조언도 해주고 위로도 해주었습니다. 그러면서 그 사람들과 친해진 사람들과 같이 모여 술도 마시고 밥도, 카페도, 서점도, 쇼핑도, 파티도 하며 지냈습니다. 전에 살던 삶과 전혀 다르죠? 술을 잘 못해 술자리를 끔찍하게 싫어했고 낯을 가려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싫어했던 저인데 말이죠. 당신은 사람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그건 정답이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그 말은 일부 맞는 것 같아요. 당신과 연애하고 있을 땐 바뀌지 않으니 말이죠. 이별이란 큰 아픔을 겪어으니 바뀌더라고요. 나는 그때와 많이 달라졌어요. 그토록 좋아하던 게임도 하지 않고 하루하루 사람을 만나는 것을 즐거워하며 운동, 미용, 옷 쇼핑 하며 살고 있습니다. 헤어진 뒤 잠시 그럴 것이라 생각했는데 나를 가꾸는 게 생각보다 재밌어 금방 그만 둘 것 같던 이 일을 지금까지 하고 있습니다.
이별 후 반성을 참 많이 했습니다. 당신이 어리다 생각했지만 하나 둘씩 알아가고 나니 어렸던 건 저였더군요. 남는 시간의 대부분을 핸드폰을 붙잡고 셀 수 도 없이 많은 사람의 연애, 이별 이야기를 들었고 그에 따른 또 다른 사람들의 위로와 조언을 봤어요. 책도 읽고 위에 말한 사람들과 인생에 대해, 연애에 대해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 사람들은 저와 너무나도 다른 사람들이였기에 다양한 관점의 말들을 들을 수 있었어요. 지난 몇 년간 저는 너무 방에만 박혀 어른으로써 배워야할 것들을 배우지 않았던 것 같아요. 왜 부모님이 그리도 사람을 많이 만나라고 하셨는지 이제야 알게 됩니다. 새로운 이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과 대화는 너무나도 길어 차마 다 이야기 하지 못할 것 같아요. 온라인에서 연을 맺은 사람들이라 당신이 안 좋게 볼 수 있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당신도 알 듯 저는 정말 보수적인 사람이잖아요. 그런 제가 선뜻 만날 수 있었던 사람들이라면 당신도 어떤 사람인지 알아줄 것이라 믿습니다. 하지만 알아줄 거라는 생각조차 이기적이네요.
그동안 깨닫게 된 말들을 써보려 합니다. 연애는 결국 나의 행복을 위한 것, 그 사람이 아니면 안 되는 것은 없다, 행복은 외부의 조건이 아닌 내 안에서 오는 것, 다른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가장 사랑해야 한다는 것, 상대는 이해하는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타인을 이해한다는 생각은 크나큰 자만이라는 것, 사람을 내가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이라는 것, 사람은 결국 끼리끼리⋯ 이 외에도 너무나도 많습니다. 당신을 만나기 전부터 수도 없이 들었던 말들이지만 짧은 한 문장 안에 그렇게 많은 의미가 있는지는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어요. 그 말들의 뜻을 알고 나니 저보다 나이 어렸던 당신이지만 훨씬 성숙한 사람이라는 것 또한 보이더군요. 이미 당신의 행동 말 하나 하나가 이제야 내가 알게 된 위의 말들을 알고 하는 것들 이였어요.
헤어지고 한 달이 되었을 때 여전히 당신에게 나는 어떤 존재였는가에 대한 의문이 계속 남았어요. 당신이 아니라면 이 질문을 답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최근에 돼서야 그 답을 내 스스로 낼 수 있게 되더라고요. 당신에게 내가 어떻게 비추어 졌을지 그리고 당신이 나를 어떤 생각과 눈으로 바라봤는지를 알게 되었거든요. 그래서인지 당신을 기다리는 것이 무의미한 것이며 영원히 연락하지 않고 그냥 하루하루 주어진 내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당신에 대한 배려라는 것 또한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잘 할 수 있을 것만 같아요. 많이 성장 했지만 여전히 내 스스로가 어리다는 것도 알지만 하루에 수십 명이 오가는 카톡방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짧은 시간 대화를 나누어도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느낌이 되더라고요. 하지만 이 또한 저의 오만이고 이런 생각조차 어린 생각인걸 알게 되는 날이 오겠죠.
당신과 내가 아무런 관계가 아니고 단념해서 쓰는 글이라고는 하지만.. 이 글을 쓰는 자체가 당신에게 미련이 남아서겠죠. 고맙습니다. 저의 인생이 나타나 주어서. 당신은 제가 타이밍 좋게 나타나 주어 고맙다고 했었지만 저에게는 제가 당신을 감당할 만한 타이밍에 나타나지 않았네요. 주위 사람들에게 당신이 나에게 주었던 상처들을 말하며 깎아 내렸지만 지금 오니 너무나도 미안하고.. 어렸습니다. 당신은 저보다 훨씬 큰 사람이에요. 덕분에 가장 중요한 시기에 많은 것을 배웁니다. 미안하다고 하진 않겠습니다. 당신이 말했듯 제가 미안하다는 것은 당인도 알고 있으니까요. 또 이 말은 더 이상 당신에게 의미 없고 가치도 없는 말들이니까. 그냥 하루하루 당신에게 고마워하며 살아갈게요. 저의 죄책감을 덜고자 쓴 글이라 욕해도 좋습니다.. 만나면서 항상 이야기 했던 당신이 말이 떠오르네요. 미안하다 보다는 고맙다는 말이 좋다고. 그럼 정말 마지막으로 마칩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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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렇게 존댓말 씀은 이제 우리는 아무런 사이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당신에게 어떤 미움이나 복수심 같은 유치한 감정 때문이 아닌 이제야 스스로 당신과 아무 사이가 아니라는 것을 인정할 수 있게 되어 존댓말을 써봅니다.
몇 시간이 걸릴지 모르는 이 편지는 당신에게 보여 줄 수 없다는 것은 알고 있어요. 또한 누군가가 또 미래의 내가 다시 들추어 본다면 부끄러워 견딜 수 없을 것 이라는 것조차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 편지를 쓰는 이유는 마지막 남은 기억을 붙잡아 놓기 위해서입니다.
오늘은 2018년 11월 16일입니다. 우리가 헤어진 지 2달이 다되어 가네요. 우연히 자취방이 있던 역 근처를 지나게 되었어요. 몇 달 안 되는 시간 이였지만 당신과 즐거웠던 시간을 보낸 곳 이죠. 저는 이제 더 이상 그곳에 살지 않아요. 그곳에는 온통 당신과의 추억뿐이라 도망쳐 나온 지 한 달이 넘었습니다. 이제 그곳에서 당신과의 기억은 이미 희미해져 가고 헤어진 뒤 하염없이 방황하며 아파하던 두 달 전의 내 모습만 선명하게 기억이나 놀랐습니다. 그토록 잊고 싶어 했던 당신과의 추억인데 막상 잊어가니 너무나도 무섭네요. 당신은 잘 지내시나요? 저는 아직도 추억에 빠져 당신을 염탐하기도 하고 차마 지우지 못한 사진들을 다시 한 장 한 장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의 당신은 그때의 당신과 다르고 내가 그리워했던 그 사람은 그 어디에도 없다는 것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어요. 저와의 연애가 끝나고 얼마 뒤 새로운 사람을 만난 다는 것을 최근에야 알게 되었어요. 하지만 당신과 저는 아무런 사이가 아니기 때문에 당신을 비난하고 싶지도 않고, 비난할 이유조차도 없네요. 흔히 부르는 ‘환승’이라는 것을 한 것이 아니라는 것 또한 너무나 잘 알고 있고 당신에게 많은 상처를 준 저이기에 다음 연애는 부디 행복하길 빌어주는 것 이외엔 할 수 있는 게 없네요.
당신이 알고 싶어 하지 않을 것 같지만 헤어진 뒤의 저의 이야기를 써보려고 합니다. 이별을 맞이한 다른 사람들처럼 헤어진 뒤 배신감과 원망, 상실감, 슬픔 등 셀 수도 없는 감정들에 휩싸여 지냈습니다. 헤어진 다음날 참을 수 없는 슬픔 때문에 점심시간 회사 주차장 한편에 조용히 울기도 하였고 일을 하다가 화장실로 달려가 울기도 했습니다. 그러고 나니 차마 다음날 출근할 용기가 나지 않아 연차를 쓰고 다급하게 가장 가까이 사는 가족, 누나 집으로 도망갔습니다. 쇼핑도 하고 머리도 자르고 나니 당신 생각이 덜 들더라고요. 아, 이정도면 살만하겠다 싶었습니다. 아니 오히려 후련했어요. 당신도 많이 힘들었겠지만 우리가 만났던 시간동안 저도 아팠습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당신에게 상처를 주어버린 내가 싫었고, 당신이 있어도 알 수 없는 외로움이 느껴져 싫었고, 결론과 양보가 없이 끝없이 반복되던 싸움도 싫었고, 당신이 퇴근하며 해줄지 안 해줄지 모르는 전화 한통을 기다리는 것에 너무나 지쳤고, 당신이 의지할 수 없는 사람이 된 내가 싫었고, 당신이 나에게 상처주었던 말들이 떠올라 아팠고, 당신을 나의 전부로 생각하고 살며 전 직장조차 나온 내가 싫었고.. 마지막으로는 이 모든 걸 되돌릴 방법이 없다는 게 가장 싫었습니다.
2일이 지나던 날 부모님 댁으로 내려갔습니다. 당신은 나를 배려해 추석 연휴가 임박하여 이별을 말했다 했죠. 친구들과 가족과의 시간을 보내면 위로가 될 거라고. 하지만 부모님과 동생과 같은 멍멍이들을 보아도 위로가 전혀 되지 않아 놀랐습니다. 오래된 친구들을 만나 한참동안 밖을 돌아다녀도 위로가 되지 않더라고요. 한편으론 친구들 앞에 내 모습을 보며 당신에게 제가 몸을 너무 낮추었구나, 이 좋은 직장에 잘나가는 친구들 앞에서도 내가 나를 굽히지 않고 존중받는 사람인데 당신 앞에선 왜 그리 나를 낮추었나. 라는 나쁜 생각도 들었습니다. 집에 돌아온 뒤 참고 참으려 했지만 당신의 말처럼 나는 격해진 감정을 못 참는 사람이라 당신에게 전화하고 카톡하고 괴롭혀 버렸네요. 연락하지 않는 것이 당신이 돌아올 유일한 방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말이죠. 그날 밤 수많은 인터넷 글, 영상들을 뒤져보며 보며 당신을 다시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에 고민을 하며 4일째 되던 날 당신에게 카톡을 보냈어요. 조언처럼 모든 걸 내려놓고 당신의 입장에서 당신이 듣고 싶은 말만 했습니다. 재회를 잘 생각해 보겠다는 당신의 말에 나는 너무나도 행복했습니다. 그리고 뿌듯했습니다. 당신에게 보낸 나의 카톡을 몇 번이나 읽어봐도 스스로 대견스러울 정도로 완벽했다고 생각 했거든요. 하지만 다음날 새벽 그날 또한 그렇듯 당신이 나오는 꿈을 꾸다 그것이 꿈이라는 것을 알고 놀라 깨버린 뒤 우리가 다시 만나도 행복할 수 없고 결국 헤어질 것 이라는 것을 문득 알아 버렸어요. 그래서 차라리 내 마음 후련해 질 때 까지 당신을 괴롭히고 단념하자 라는 이기적인 생각에 끝없이 연락했습니다. 사실 당신의 이별 통보도 너무나 이기적 이여서 당신을 존중해 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별을 통보하며 전화도 아닌 갑작스럽게 카톡으로 헤어지고 싶다, 일주일에 시간을 달라던 당신. 시간을 달라는 것이면 모르겠지만 이미 결론을 내버리고 시간을 달라니요.. 을이였던 저는 어떤 생각을 할까 생각은 해보았나요? 일주일동안 당신이 돌아올지, 아니면 헤어짐을 말할지 불안감에 떨어야 하잖아요. 그 때문에 당신에게 시간을 주기 싫다고 바로 헤어지자고 한 것 입니다. 저를 배려해 헤어짐을 고한 일주일 뒤 만날 기회를 주었지만 당신의 얼굴을 보고 단념할 자신이 없어 그 약속조차 제가 깨어버렸습니다. 누군가는 희망 고문이라고 말할 수 있지만 당신은 저를 배려하여 만든 약속이라는 걸 알기에 그 조차 마음대로 깨버린 것이 미안하지만 이제는 그 사과조차 당신에게 필요 없을 것 같네요.
추석 연휴가 끝나고 서울로 돌아왔습니다. 철저히 혼자더군요. 당신 하나를 바라보고 온 곳이어서 이 낯선 타지에서 친척도, 친구도 흔한 아는 사람 한명 없었습니다. 혼자 있는 것이 너무나도 무서워 노래를 들으면 몇 시간 인지도 모르는 시간을 걸으며 계속 생각하고 생각하다 해가지고 한참이 지나서야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밤이 된 방은 더욱 더 무섭더군요. 친구에게 가족에게 말하는 것도 한 두 번일 뿐 누구에게라도 말하고 싶어 이별한 사람들이 모여 있는 오픈채팅 방을 들어갔습니다. 보수적인 제가 오픈채팅이라는 것을 할 줄은 저도 몰랐네요. 그 곳에서 여러 위로와 조언도 받다보니 점차 마음이 조금씩 괜찮아 졌지만 여전히 당신을 하루에 수 백 번씩 곱씹었고 잠에 들지 못하였고 그렇게 며칠 밤을 새다 지쳐 잠들어도 30분도 못 자 깨었습니다. 당신과 나누었던 인사가 없는 텅 빈 아침을 시작하고 일을 하면서도 모든 순간 당신이 생각났습니다. 그리고 후회했어요. 마지막에 당신을 괴롭히지 말걸. 재회의 기회를 스스로 차버리고 당신을 기다리고 있는 제가 너무 바보 같고 우스웠습니다..
그렇게 잠도 못자고 밥도 먹지 않고 알 수 없는 아픔이 느껴지는 가슴을 붙잡고 하루하루 살아갔습니다. 그러다보니 당신이 싫어했던 저의 뱃살도 처음 만났을 때처럼 없어져 버렸고 취향도, 취미도 헤어졌을 때는 기억도 나지 않던 원래 나로 돌아 왔더군요. 그 모습을 보자 문득 마지막 데이트 때 당신이 했던 이야기가 떠올랐어요. 안경 벗은 모습이 훨씬 보기 좋다는 말. 안경점으로 달려가 난생처음 안경을 벗고 렌즈를 꼈습니다. 그리고는 하나 둘씩 나를 바꾸어 갔습니다. 살을 더 빼고 운동을 열심히 했습니다. 혼자 카페에가 공부도하고 돈 같은 건 신경 쓰지 않고 마구 옷을 사들였어요. 털이 많아 싫어했던 얼굴도 병원에 가 레이저 제모를 받았습니다. 그러고 나니 자존감 낮은 내가 봐도 봐줄만한 모습으로 바뀌었더군요. 멍청했지요. 당신이 옆에 있을 때 이럴걸. 당신이 옳았다 는 것을 다시 한 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제 여기서 부터는 기억이 뒤죽박죽이라 어떤 식으로 써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이만큼이나 쓰고도 아직 쓰고 싶은 말이 너무나도 많네요. 저는 당신의 빈자리를 아까 말한 이별 톡방으로 메웠습니다. 나와 같이 아픈 사람들과 공감하며 조언도 해주고 위로도 해주었습니다. 그러면서 그 사람들과 친해진 사람들과 같이 모여 술도 마시고 밥도, 카페도, 서점도, 쇼핑도, 파티도 하며 지냈습니다. 전에 살던 삶과 전혀 다르죠? 술을 잘 못해 술자리를 끔찍하게 싫어했고 낯을 가려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 싫어했던 저인데 말이죠. 당신은 사람은 절대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지만 그건 정답이 아닌 것 같습니다. 물론 그 말은 일부 맞는 것 같아요. 당신과 연애하고 있을 땐 바뀌지 않으니 말이죠. 이별이란 큰 아픔을 겪어으니 바뀌더라고요. 나는 그때와 많이 달라졌어요. 그토록 좋아하던 게임도 하지 않고 하루하루 사람을 만나는 것을 즐거워하며 운동, 미용, 옷 쇼핑 하며 살고 있습니다. 헤어진 뒤 잠시 그럴 것이라 생각했는데 나를 가꾸는 게 생각보다 재밌어 금방 그만 둘 것 같던 이 일을 지금까지 하고 있습니다.
이별 후 반성을 참 많이 했습니다. 당신이 어리다 생각했지만 하나 둘씩 알아가고 나니 어렸던 건 저였더군요. 남는 시간의 대부분을 핸드폰을 붙잡고 셀 수 도 없이 많은 사람의 연애, 이별 이야기를 들었고 그에 따른 또 다른 사람들의 위로와 조언을 봤어요. 책도 읽고 위에 말한 사람들과 인생에 대해, 연애에 대해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그 사람들은 저와 너무나도 다른 사람들이였기에 다양한 관점의 말들을 들을 수 있었어요. 지난 몇 년간 저는 너무 방에만 박혀 어른으로써 배워야할 것들을 배우지 않았던 것 같아요. 왜 부모님이 그리도 사람을 많이 만나라고 하셨는지 이제야 알게 됩니다. 새로운 이 많은 사람들과의 만남과 대화는 너무나도 길어 차마 다 이야기 하지 못할 것 같아요. 온라인에서 연을 맺은 사람들이라 당신이 안 좋게 볼 수 있다는 것을 압니다. 하지만 당신도 알 듯 저는 정말 보수적인 사람이잖아요. 그런 제가 선뜻 만날 수 있었던 사람들이라면 당신도 어떤 사람인지 알아줄 것이라 믿습니다. 하지만 알아줄 거라는 생각조차 이기적이네요.
그동안 깨닫게 된 말들을 써보려 합니다. 연애는 결국 나의 행복을 위한 것, 그 사람이 아니면 안 되는 것은 없다, 행복은 외부의 조건이 아닌 내 안에서 오는 것, 다른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나 자신을 가장 사랑해야 한다는 것, 상대는 이해하는 것이 아닌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타인을 이해한다는 생각은 크나큰 자만이라는 것, 사람을 내가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이라는 것, 사람은 결국 끼리끼리⋯ 이 외에도 너무나도 많습니다. 당신을 만나기 전부터 수도 없이 들었던 말들이지만 짧은 한 문장 안에 그렇게 많은 의미가 있는지는 지금에서야 알게 되었어요. 그 말들의 뜻을 알고 나니 저보다 나이 어렸던 당신이지만 훨씬 성숙한 사람이라는 것 또한 보이더군요. 이미 당신의 행동 말 하나 하나가 이제야 내가 알게 된 위의 말들을 알고 하는 것들 이였어요.
헤어지고 한 달이 되었을 때 여전히 당신에게 나는 어떤 존재였는가에 대한 의문이 계속 남았어요. 당신이 아니라면 이 질문을 답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생각했었는데 최근에 돼서야 그 답을 내 스스로 낼 수 있게 되더라고요. 당신에게 내가 어떻게 비추어 졌을지 그리고 당신이 나를 어떤 생각과 눈으로 바라봤는지를 알게 되었거든요. 그래서인지 당신을 기다리는 것이 무의미한 것이며 영원히 연락하지 않고 그냥 하루하루 주어진 내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당신에 대한 배려라는 것 또한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잘 할 수 있을 것만 같아요. 많이 성장 했지만 여전히 내 스스로가 어리다는 것도 알지만 하루에 수십 명이 오가는 카톡방에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니 짧은 시간 대화를 나누어도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느낌이 되더라고요. 하지만 이 또한 저의 오만이고 이런 생각조차 어린 생각인걸 알게 되는 날이 오겠죠.
당신과 내가 아무런 관계가 아니고 단념해서 쓰는 글이라고는 하지만.. 이 글을 쓰는 자체가 당신에게 미련이 남아서겠죠. 고맙습니다. 저의 인생이 나타나 주어서. 당신은 제가 타이밍 좋게 나타나 주어 고맙다고 했었지만 저에게는 제가 당신을 감당할 만한 타이밍에 나타나지 않았네요. 주위 사람들에게 당신이 나에게 주었던 상처들을 말하며 깎아 내렸지만 지금 오니 너무나도 미안하고.. 어렸습니다. 당신은 저보다 훨씬 큰 사람이에요. 덕분에 가장 중요한 시기에 많은 것을 배웁니다. 미안하다고 하진 않겠습니다. 당신이 말했듯 제가 미안하다는 것은 당인도 알고 있으니까요. 또 이 말은 더 이상 당신에게 의미 없고 가치도 없는 말들이니까. 그냥 하루하루 당신에게 고마워하며 살아갈게요. 저의 죄책감을 덜고자 쓴 글이라 욕해도 좋습니다.. 만나면서 항상 이야기 했던 당신이 말이 떠오르네요. 미안하다 보다는 고맙다는 말이 좋다고. 그럼 정말 마지막으로 마칩니다.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