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면 고백에 실패함

2018.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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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와 편하게 대화할 수 있을만큼 충분히 친해지지도 않았는데 급하게 자기 마음을 표현하려 하는거.

남녀관계도 인간관계다. 상대의 감정과 상황을 파악하지도 않은 채, 상대가 원하지 않고 상대에게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들이밀면 부담일 뿐임.

예를 들어 가족, 이웃, 친구, 지인들한테 선물을 주려 할 때 이 선물이 이 사람한테 정말 필요할지, 취향에 맞을지,
나와 상대의 친밀함에 비해 지나치게 싸거나 비싸지는 않은지, 언제쯤 만나서 주면 가장 적당할 타이밍일지 등등을 생각하게 됨.

그런데 희한하게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저런 요소를 신중히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선물 공세로 들이댐. 문자 폭격을 날리거나. 자기 마음이 상대보다 너무 앞서간 채로, 상대의 현재 감정을 차분하게 보려 하질 않음.


내가 상대를 100만큼 좋아하고 100만큼 무언가를 준다고 해서 상대도 "지금 당장" 나한테 100, 90, 아니 50이라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야 하는건 아님. 내 감정에 상대도 꼭 보답하고 나에게 감정을 쏟아야 할 필요가 없는거지.


내가 얼마나 너한테 노력을 했는데.. 인간이라면 내 성의를 봐서라도 날 받아들여야지. 어장관리했네. 이런 말엔 결국 상대의 감정은 없고 자기의 감정만 있다. 내 감정의 속도에 상대가 따라와야 한다는 거임. 상대는 전혀 그래야 할 필요가 없는데도.


대뜸 고백하기 이전에 인간 대 인간으로서 좀 친해지고, 내가 상상하고 그려왔던 행복한 연애를 급하게 상대에게 대입해서 본인이 하고싶고 주고싶었던 말, 선물, 이벤트를 들이미는게 아닌, 정말로 상대가 필요한게 뭔지를 생각해봐야 함. 여유있는 자세가 필요하다.


우스갯소리로 잘나고 예쁜 얼굴이면 다 된다지만 깊이 있는 인간관계는 얼굴로만 되는게 아님. 시작엔 유리할 수 있어도, 관계를 건강하게 유지하게 해 주는건 사람의 됨됨이, 그러니까 존중과 배려와 인정하는 태도임. 고루하게 들리겠지만 결국엔 이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