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 대한민국에서 간호사로 살기란

벗어나고싶다2018.11.19
조회135,765
처음으로 글을 올렸는데 생각보다 많은 댓글들이 달려 놀랐습니다.

댓글엔 징징거린다, 너네만 그렇냐, 글 올려봤자 간호사 욕먹이는 것 밖에 안 된다 등의 말들도 있었지만 조언이나 위로를 해주시는 분들도 많아 감사했습니다.

물론 간호사로서 간호사를 욕먹이고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일이 바쁘고 몸이 힘들고 지치는건 처음엔 다 배우는 과정이고 일이 서투니 어쩔 수 없다 생각하고 어느정도 감수해야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앞에서 미쳤냐, 미친거 아니냐, 제정신이냐, 너 때문에 짜증난다, 너 다른 쌤들 안 도와주면 뒤에서 욕먹는다(제 할일 다 끝내고, 다른 선생님들일 다 도와주고, 퇴근시간 2시간이 넘게 지나도록 바빠서 계속 일만 하고 있다가 잠시 30초정도 가만히 서있을때 저 말 함), 인신공격을 한다던지..

이런 정신적인 부분에서 상처받고 너무 지치고 힘이 들어 인터넷에 하소연 한 것 같네요.

사회초년생이라 그런건지 사람관계가 제일 어렵고 두려운것 같습니다.

글 읽어주시고 공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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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매번 눈팅만하다 처음으로 글을 남겨봅니다.
저는 제목 그대로 간호사입니다. 서울에 있는 모 대학병원 간호사이며 올해 입사한 신규간호사입니다.

좋은 병원을 가고싶었고, 많이 배우고 돈도 많이 벌고싶은 마음에 나름 큰 꿈을 안고 대학 졸업 후 서울로 올라왔습니다.
하지만 듣던대로 현실은 너무 다릅니다.

3교대라 원래는 8시간씩 근무가 정상이지만, 하루 12-13시간 일하는 것은 기본이고 바쁜날엔 그 훨씬 이상도 일 합니다.
가만히 앉아서 하는 일도 아니고 하루종일 뛰어다니며 땀 뻘뻘 흘리며 일을 하고 바빠서 밥을 못먹는 날도 허다합니다.
어쩌다 밥을 먹는 날에도 10분컷으로 체할 것 처럼 밥을 먹고 다시 일을 하러 급하게 올라갑니다.
일반 직장인들처럼 1시간씩 점심시간? 정말 다른 세상 이야기네요.. 20분이라도 밥 먹는 시간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태움 문화;; 윗년차 간호사들의 태움으로 인한 아산병원간호사 자살사건 기억하시나요? 한창 사회적 이슈였고 기사도 크게 나갔으나 변한건 없습니다. 여전히 태움 문화는 만연하고, 신규를 쥐잡듯이 잡고, 인격모독과 욕설도 서슴치 않으며 처음 입사해서 아무것도 모르는 신규에게 한 번 보여주곤, "이제 너혼자 알아서 다 해."라고 합니다. 그러곤 못하면 엄청 혼내고 욕을 하지요.
앞에서 대놓고 한 명을 욕하고 따돌리고 무시하는 일도 흔합니다.

인력도 너무 부족해서 간호사 한 명당 17-18명의 환자를 봅니다 평균적으로ㅠ

너무너무 바쁘고 힘든 의료현장에서 로봇처럼 일을 하고 제대로 일을 가르쳐주지도 않고 현장에 던져놓고는 모든것을 완벽하게 처리하길 바라고, 못하면 혼을 내고 욕을 하고.
제 몸은 점점 망가져가고 자존감은 바닥을 칩니다.
먼저 입사한 동기들 대부분 우울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삽니다.
출근하려 새벽에 일어났는데 피를 토해서 위내시경을 하러간 동기도 있고요.
매일매일 퇴근 후 집가는 길에, 집에 와서 우는게 일상이네요.
하루하루가 너무 우울합니다.
입사하자마자 퇴사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간호사들의 업무 환경 및 강도, 오버타임, 감정노동, 태움문화 등에 대해서 옛날부터 문제제기를 많이 했었고 사회적으로 기사도 나가고 이슈도 종종 됬던걸로 압니다만 왜 바뀌는 것은 없는걸까요...
단순히 여초집단이라 그런걸까요?
그게 아니면 나땐 이랬으니까 너도 똑같이 당해야지 라는 꼰대마인드 때문일꺼요?

매일 살인충동을 느끼며 병원으로 출근을 합니다.

미친척 신고하고 퇴사를 할까요? 그만두는 것만이 답일까요...?

너무너무 정신적으로 힘이 들어 오늘도 퇴근후에 울다 지쳐 끄적여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