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데이트 돼지국밥.. ㅠㅠ 섭섭한 저..유치한가요...

ㅇㅇ2018.11.20
조회170,512
돼지국밥 비하하는건 아니에요
저도 돼지국밥 좋아해요

남자친구랑 알고 지낸건 1년정도에요
그 1년중에 반정도는 서로 썸(??) 같은관계였고 되게
어렵게 고백받고 사귀게 된 케이스거든요
서로가 서로를 좋아한다는걸 알면서도
특수한 환경 때문에 (자세히 안적을게요ㅠㅠ)
머뭇거리며 반년을 보내다 남친이 저한테 고백했고
저도 어렵게 생각하고 고민해서 받아준거에요

사귀기로 한지 2주만에 첫 데이트를 하게 됐는데
2주가 참 길게 느껴지더라구요
보통은 사귀면 다음날이나 그 주 주말에 데이트를 하는게
보통이잖아요
그래서 엄청 기대를 하고 엄청 꾸미고 나갔어요
당연히 남자도 그럴줄 알았죠
원피스에 구두 신고 머리삔도 꼽고
원래도 패션에 관심이 많고 옷 잘입는단 소리를 듣긴
한데요
그래도 평소보다 신경쓴 티가 확실히 났을거라고 생각해요
보통은 바지를 많이 입거나 치마를 입어도 구두는
잘 안신고 다녔거든요
딱 보고 예쁘다 해주길래 엄청 기뻤죠
근데 남자는 평소와 똑같이 편하게 입고 나왔더라구요
그래도 좀 신경써서 뭐 입을지 고민하고 그럴줄 알았는데
남자랑 여자랑은 다른가보다 하고 이해했어요
배고프다고 특별히 좋아하는거 있냐길래 다 잘먹는다고
얘기하긴 했어요
그럼 자기 잘 아는 집 있으니 거기로 가자고 하고
데려갔는데 엄청 큰 돼지국밥집이더라구요
그 옆에 패밀리 레스토랑 같은게 있어서 전 거기로 갈줄
알았는데..
자연스레 돼지국밥집으로 들어갔어요
사람들 많더라구요
근데 엄청 꾸민 제가 들어서니까 다들 시선 집중...
일하시는 이모님께선 "예쁘게 입고 어디갔다와요?" 라며
인사치레로 말 건내시는데 되게 부끄러웠어요
다들 편하게 입고 국밥 드시고 계신데 저 혼자
여기에 끼지 못하는 눈치없는 사람 된거 같았거든요
마음이 좀 심란했어요
돼지국밥을 싫어하는건 아니지만 이런건 언제든 먹을 수 있는거잖아요
"오빠... 우리 오늘 첫데이트인데 다른데 가서 먹으면 안될까요?"
했더니
들어오기전에 말하지.. 하고는 일어서더라구요
이모님께 죄송하다고 다음에 꼭 다시 오겠다고 사과 드리고
나서는데 남자는 먼저 나가버리구요.
이모님이 "이쁜 아가씨 담에 꼭 와요~" 하고 인사 받아주시는데
순간 바보처럼 눈물이 울컥 했어요
가게 앞 나와서 "그럼 옆에 파스타집 갈래?" 하는데
남자 표정이 너무 뚱하고 별로인거에요
여자들은 이런거 캐치 잘 하잖아요
내가 나오자 그래서 기분 나빴냐 물으니 그건 아닌데
애초에 들어가기전에 말했음 좋았지 않냐 하더라구요

차 주차하자마자 돼지국밥집으로 걸어들어간게 누군데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꾹 참고
그래도 첫 데이트인데 국밥은 좀 그렇잖아요. 했더니
국밥 무시하냐고 입 되게 고급인가봐 공주님 취향? 하면서 은근 비꼬더라구요

첫 데이트에 국밥집 오고싶어하는 여자분 계신가요?
적어도 제또래, 23살 그것도 신경써서 꾸미고 나온 여자라면
절대 없을거라 생각해요

힘들게 만났지만... 그 순간 정이 확 떨어지고 집에 가고 싶은 생각밖에 안들어서 여기서 싸우는거 그만둬요 저 집에 먼저 갈게요
하고는 돌아서서 가는데 붙잡더라구요
니가 좋아하는 파스타집 가자니까? 하며 언성 높이길래
뿌리치고 너나 많이 가세요! 저도 모르게 너 라고 뱉아버렸어요
당황했는지 멍하니 있길래 도망치듯이 큰길로 나와서
택시 잡아타고 가는데 바보같이 눈물이 쏟아지더라구요

문자로
너 어린건 알았지만 이렇게 유치한 애인줄은 몰랐어
나이에 비해 성숙하고 생각이바르다고 생각했는데 실망이다
라고 왔더라구요

꼰대도 아니고 무슨.. 자기랑 나랑 고작 6살 차이나면서.
기분 나빠서 답장 안했는데.. 하루 지나니까 또 울컥하네요
제가 유치한 행동을 한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