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과 엄마가 지긋지긋하게 싫어요

ㅋㅋ2018.11.26
조회16,878
이제 고삼 되는 열여덟살 학생이에요 십대 카테고리가 아닌 건 알지만 이런 고민 십대 판에 써봤자 예상되는 결과가 뻔해서 어른들 많이 계시는 곳에 하소연이라도 한 번 해보려고 처음으로 글 써봐요 그리고 이 글 보시는 모든 어른분들 자식 낳기 전엔 진심으로 내가 이 애를 행복하게 키워줄 수 있는지 다섯 번은 생각한 다음에 애 만들어주세요 부탁이에요

제목 그대로예요 저희집 돈 없어요 부모님 저 8살 때 이혼하고 엄마 혼자 저 하나 동생 둘 다 키웠어요 아빠가 워낙 양아치 망나니라 양육비는 꿈도 못 꿨고요 어릴 때부터 돈 걱정 어깨에 얹고 살았어요 외할머니한테는 항상 공부 열심히 해서 돈 벌라는 소리 듣고 자랐고 엄마는 본인 월급이 백칠십만 원밖에 안 된다는 소리를 초등학생이었던 저한테 하고 그랬어요 경제적 형편이 어려운 걸 자식한테 전시하는 것도 학대라는 걸 알게 된 건 작년 즈음 해서예요

다행인 건 중산층에 속하는 외할머니가 해주신 나름 평수 작지 않은 아파트 하나 엄마 명의로 돌려져 있어서 집 걱정은 안했던 거예요 평수만 넓었지 난방비 낼 돈이 없어서 한겨울에도 패딩에 침낭 속에 들어가서 잤던 기억도 있어요 지금은 솜이불 세 겹씩 덮고 자고요 당장 배관 고장난 거 낼 돈도 없어서 이 추운 날에 아침마다 찬물로 씻고 나가요ㅋㅋ 엄마 직업은 자세하게 말해드릴 수는 없지만 자차(삼촌이 새 차 사기 전에 엄마한테 그냥 준 차)도 있고 사업장 있는 사업자로 등록이 되어있어서 저소득층 지원은 꿈도 못 꾸는 상태예요 고등학교 공납금은 제때 낸 적이 없고요 항상 한 달 뒤에 내거나 그래요 아예 안 낸 적은 없다는 거엔 엄마한테 감사하게 생각하지만 아직 철이 덜 들었는지 공납금을 밀려서 낸다는 것 자체가 저한테는 이해하기 힘들고 쪽팔린 일이네요 학교 애들은 비싼 롱패딩 한 해에 한 번씩 턱턱 사는 애들인데 저는 그런 거 살 형편이 못 되니까 그냥 나는 마이 간지를 추구한다면서 계속 마이만 입고 다니고 그래요 마이가 잘 어울려서 다행이에요ㅋㅋㅋ

웃긴 거 하나 알려드릴까요 저는 이렇게 가난한데도 학교 애들은 제가 적어도 은수저는 물고 태어난 줄 알아요 집값 비싼 시내 산다는 이유에다가 그냥 돈이 많은 것 같대요 더 자세한 이유는 물어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지만 일단 다행인 걸로 생각하고 돈 없는 걸 최대한 숨기고 있어요

풍요속의 빈곤이라는 거 정확한 뜻 사전 찾아보지 않아서 잘 모르지만 제가 지금 겪는 게 그거 같아요 앞서 말한 것처럼 할머니 중산층이고 삼촌 이모 둘 다 돈 되게 잘 벌어요 엄마는 자존심 때문에 우리 가족이 겪고 있는 빈곤은 숨기고 있는 것 같고요

많이 이기적인 소리로 들릴 거 알지만 저는 제가 정말 아까워요 이런 소리 어디 가서 하면 배부른 소리한다고 욕 먹을 거 잘 아니까 익명성 빌려서 속마음 한 번 제대로 털어놔 볼게요 저 나름 빡센 학군에서 남들 다 다니는 학원 안 다니면서도 성적은 항상 상위권이었어요 지금 중경외시는 안전하게 쓸 정도 성적이에요 모의고사 성적이 실제 성적은 아닌 걸 알지만 백분위 96 이상은 나와요 저 독서실 같은 건 꿈도 못 꾸고 동생들 시끄럽게 울고 떠드는 집에서 방문 하나 닫아놓고 새벽 두세 시까지 공부하고 그래요 중학생 때부터 그랬어요 영어도 좋아했는데 너무 가고 싶었던 외고는 자연스럽게 포기하고 고등학교는 지역에서 나름 알아주는 공립 고등학교 진학했고요 엄마는 고등학교 원서 쓸 때 저를 특성화고로 보내려고 했어요 취업시키려고요 제가 공부를 잘한다는 사실을 그렇게 달갑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에요 허구한 날 고학력자면 뭐하냐는 소리를 저 들으라는 듯이 하는데 들을 때마다 그냥 눈물만 나와요 고삼들 수능 끝나고 저희 바톤터치 받은 날 다른 친구들은 성적 걱정할 때 저는 원서비는 낼 수 있을지 엄마가 원서비는 내줄지 그 걱정 했어요 써놓고 보니까 정말 비참하네요ㅋㅋ

제가 아깝다는 소리는 어떤 의미에서 한 거였냐면, 제가 우리 동네 애들이 지원받는 것처럼, 아니 그 반의 반만이라도 지원받으면서 여유롭게 학교생활 했다면 더 높고 높은 성적을 받아서 더 더 높은 대학을 노려볼 수도 있었을 텐데, 내가 하고 싶은 공부 마음껏 하면서 학과도 취업 생각 안하고 막 생각할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들이 요즘 너무 묵직하게 들어서예요

외할머니는 맨날 엄마가 너네 셋 버리지 않고 키워주는 것만으로도 평생 감사히 여기면서 살라고 항상 그래요 뵈러 갈 때마다 다섯 번 씩은 듣는 것 같아요 나쁜 소리 한 번 더 할게요 저는 엄마한테 딱히 감사하다는 마음이 절절하게 들지는 않아요 혼자 애 셋 키우는 게 힘든 거 알아요 그런데 그 과정에서 희생된 제 얘기는 아예 지워지는 것 같아서 비참해요 자식을 낳았으면 적어도 성인이 될 때까지는 양육하는 게 부모로서의 의무 아닌가요? 낳은 새끼 키우는 건 당연한 거 아니에요? 저요 중학생 때까지 엄마 직장 스트레스 혼자 온전히 감당하면서 쇠몽둥이로 맞고 청소기 막대 입안에 쑤셔져서 피나고 머리채 잡혀서 집안 끌려다니고 그랬어요 동생들은 당해보지도 못했던 일이에요 초등학교 육 학년 때 엄마한테 정말 많이 크게 맞고 나서 엄마가 외출한 다음에 어떻게든 죽어보려고 엄마 스카프 벽에 걸린 못에 걸어서 목까지 걸어봤던 기억도 있어요 용기가 없어서 죽진 못했지만요 커서는 그렇게 맞아본 적은 없지만 요즘엔 경제적인 협박을 듣고 있어요 엄마 말 좀 안 들었다고 이번달 공납금 제때 안 내주더라고요 어디 한 번 쪽팔리게 학교 다녀보라는 소리랑 함께요

엄마가 그렇게 찢어지게 가난한 건 아닌 것 같아요 개인정보랑 너무 자세하게 연관되는 일이라 말은 자세히 못 하겠지만 엄마가 오로지 엄마를 위해 쓰는 돈으로 1년에 2번 600만원씩 나가고 있다는 걸 얼마 전에 알게 됐어요 엄마라는 이유로 자식한테 묶여있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고등학생 자식 공납금 낼 돈은 없다면서 본인한테 그렇게 투자하는 건 너무.... 음 그냥 서글프네요 문자 그대로 저랑 동생들만 없으면 충분히 멋지게 살아갈 사람 저희가 묶어놓은 기분도 들고

점점 글이 두서가 없다는 게 느껴져요 사실 방금 뜨거운 물로 너무 씻고 싶어서 더운 물 5분 틀었다가 부엌에 물난리 나서 해결하고 오는 길이라 멘탈이 살짝 터졌어요 공부도 손에 안 잡혀서 엉엉 울다가 글 쓰는 거예요 이해 부탁드려요

일단 지금 제 목표는 대학에 들어가는 거예요 제 분수에 등록금 몇천씩 나가는 대학 가당키나 한가 싶지만 저는 무조건 고등교육 끝마친 배운 사람이 되고 싶어요 고졸로 남는다고 해서 배운 사람 되지 못하는 게 아니라는 건 알아요 다만 지금 제 목표가 그렇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어요 무조건 전문 직업인이 돼서 가난을 탈출하고 싶어요 남을 도울 수 있을 정도로 여유있게 버는 사람이 돼서 저같은 애들 금전적으로 도와줄 수 있는 사람도 되고 싶고요 가정이나 자식은 글쎄요 혹시라도 제가 제 자식 우리 엄마처럼 키울까봐 겁이 나서 생각도 해본 적이 없어요 아무튼.... 두서도 없고 맥락도 없고 영양가도 없는 글 끝까지 읽어주신 분이 계시다면 제 넋두리 들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불행 포르노 전시하는 것처럼 쓰려는 글은 아니었는데 막상 쓰고 보니까 제가 제일 싫어하는 불행 전시를 아주 기깔나게 해놨네요ㅋㅋ 오늘만 스스로한테 관대해질래요 글로 토해내니까 조금은 기분이 풀린 것 같아요 그냥 잘해왔고 앞으로도 더 잘하면 될 거라고 응원 한 마디만 해주시면 더 감사할 것 같아요 이제 공부하러 가야겠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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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많은 관심 가지게 될 줄은 몰랐어요 새벽에 서러움 토해내듯이 쓴 거 한참 잊고 살다가 문득 들어와봤는데 깜짝 놀랐네요 댓글은 하나씩 다 읽어봤어요 응원해주신 분들은 모두 감사하고 제가 철도 덜 들고 이기적이라고 하시는 분들에게는 딱히 변명할 말이 없어요 저 이기적이고 철도 덜 든 거 맞아요 제가 생각해도 그래요 알바 생각 안해본 건 아니지만 지금 상황에서 알바까지 하면 성적이 떨어질까봐 항상 고민 선에서만 끝나고 그랬어요 우리 형제가 엄마 돈 먹고 있다는 거 잘 알아요 본문에도 언급했듯이 엄마는 우리 없으면 혼자 충분히 멋지게 잘 살 사람이에요 절절할 정도로 김사한 마음이 들지 않는 건 맞지만 나중에 제가 돈을 많이 벌게 되면 그래도 엄마 호강시켜주고는 싶어요 앞으로도 그런 생각으로 살 거고요 그거랑은 별개로 엄마는 젊은 나이를 다 자식한테 바쳤다는 댓글 보고 좀 띵한 기분이었어요 깨닫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빠 원망은 왜 안하냐고 하셨던 분들이 계서서 덧붙여요 아빠 원망은 눈을 뜰 때부터 감을 때까지 항상 해요 일상처럼 해요 능력도 없으면서 잘 사는 집 여자애 꼬셔서 애 셋 씩이나 낳아놓고 가장 노릇은 팽개친 게 내 아빠라는 건 너무 잘 알아요 양육비는 엄마가 아빠한테 달라고 재촉하는 것도 싫다고 연락도 끊고 번호도 지운 뒤로는 아예 못 받고 그래요 제 인생에서 아빠는 지워진 존재예요 그래서 본문에도 아빠에 대한 원망은 안 적었던 거고요

아무튼 꾸준히 열심히 해서 더 나은 삶 살도록 해볼게요 저 이번에 학교에서 장학금도 받았어요 응원해주신 모든 분들도 다 행복한 삶 사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