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너에게 닿을 수 없지만

abc2018.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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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너에게 닿을 수도, 나의 목소리도 닿을 수 없음을 알기에 이렇게라도 너와의 시간들을 담아보려해. 이제 더는 sns도 하지 않는 너이지만 이 글이 흐르고 흘러 언젠가는 너에게 가 닿기를. 아직도 난 우연 비슷한 것을 믿고 있는지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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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대에서 전역한 뒤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선풍기 바람이 제법 차게 느껴지고 추석 연휴를 앞둔 그쯤, 그대를 처음 만났다. 그대를 만난 그 해 가을은 유독 하늘이 청명한 날이 무척 많았고 그 덕에 기분 좋을 만큼 적당히 부는 바람을 맞으며 자주 나란히 걷곤 했다. 몇 번의 만남 뒤, 같이 카페에서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를 보며 그대에게 수줍게 고백을 내놓았고 그렇게 우린 10월의 첫 날 사귀게 되었다.

하지만 가을이 지나 겨울이 되고 어느샌가 사랑이라는 탈을 쓴 어리고 모자랐던 마음들은 점점 내게로 오는 그대의 걸음을 멈추게 했고, 그 어렸던 내 마음의 화살은 줄곧 그대를 향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어쩌면 나는 그대를 곁에 보내는 순간까지 그대의 매 순간순간 앞에 누구보다 욕심이 많았던 한 사람에 지나지 않았나 보다.

그렇게 2년의 시간이 흐르고 스물다섯살이 된 지금, 그대를 처음 만났던 그때 그대의 나이가 되어, 여리고 얇은 마음들은 점점 그 빛과 향을 잃어가 내가 어떤 마음이었는지 그대는 또 얼마나 빛났는지조차 희미해져가고 있지만, 그 기억을 따뜻하게 간직하기 위해 늘 마음속에 품었고 늘 떠올리곤 했다. 하지만 그 기억은 나에게 너무도 따스했기에 나에게 그 기억들은 지나간 것이었지만 늘 소망이자, 잡힐 듯 잡히지 않았던 겨울 안에서의 봄과도 같은 것이었다.

늘 그 기억들은 그대가 말했듯 후회와 미련만이 남은 시간이었나 보다. 그 빛이 얼마나 빛났던지 아는 것은, 또 그 빛이 얼마나 뜨거운 빛이었는지 아는 것은 왜 늘 그 빛이 바래진 뒤일까.

마지막으로 욕심인 걸 알지만 한가지 내 바램은 부디 그대도, 나도 늘 따뜻하길 바란다. 그대는 봄 안에서, 나는 그대라는 봄에서.

아 참 오늘 보이는 달이 유독 밝다. 그러니 저 정원 사이로 보이는 저 환하디 환한 달처럼 찬란히 빛나고있길, 이렇게 또 그대가 환하게 살아야 할 이유가 한가지 더 늘었길 바래본다.

오늘 밤엔 정원에 몸을 눕혀 너와의 추억에 기대어 쉬어야겠다, 잠들어야겠다. 그동안의 돌고 돌았던 걸음들이 너무도 고단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