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1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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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학기엔 종강하면 너랑 끝일 것 같아서 종강 하기 싫었는데 'ㅅ' 이번 학기는 아무 생각 없이 지내니까 또 곧 종강이야 그때는 종강하면 너도 이제 못 볼 것 같아서 최대한 어떻게든 끝을 늦춰보려고 종강하고도 집 안가고 버텼었는데, 지금은 빨리 종강하고 싶네 니가 없어서 그런가

1학기 땐 지금보다 학교 생활 더 힘들었는데, 새벽에 울면서 전화해도 몇 시간 동안 들어주던 너 때문에 버텼었어 니가 나 없으면 너 어떡할래 라는 걱정 하던게 어제 같은데 니가 없던 한학기도 벌써 끝이야 너 걱정이 무색하게도 나 한학기 나름 잘 살았어 다행이지?

너도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아 이제 너는 다른 사람이 있으니까 내가 궁금해하면 안되지만, 아직은 니가 보고싶어

한 학기가 길진 않았지만 우린 매일 봤으니까 이번 학기엔 캠퍼스 어딜 가도 니 생각이 안나는 데가 없었어 너랑 보드게임 했던 곳, 빙수 먹었던 곳, 피씨방에서 너 기다린거, 고깃집에서 엄청 많이 먹고 볶음밥까지 먹은 거, 당구 가르쳐 주던거, 아이스크림 뺏어먹은거, 너희집, 술 먹고 같이 짬뽕으로 해장하던거, 순대국집, 쌀국수집, 니가 추천해준 맥주, 너랑 처음 먹어본 과일 소주, 인형, 택시, 강의실, 기숙사 앞, 심지어 대학 첫 축제날도 너랑 있었으니까 축제 비슷한 것만 하려고 해도 생각나고 그랬어

나 기타도 버렸어 너랑 치면서 내가 빠르다고 하면 너가 아닌데 난 정박으로 치는데 하면서도 내 박자에 맞춰주던 게 생각 나서, 치려고 하면 니 생각이 나서 이제 못치겠어 니가 너 치는거 보고 반하지 말라고 했었잖아 그때 내꺼 치느라 바빠서 너 볼 겨를도 없다고 했는데 솔직히 너 보느라 코드 놓친 적도 있어

니 성격 상 여자애들이랑 친하게 지내는 것도 아니라서 내가 여자친구가 아니더라도 니 옆에 가장 가까운 여자는 나일 거라고 생각했어 이기적이였지만 말이야

종강하고 내 예상대로 너랑 연락이 끊겼어 아마 널 좋아하는 내가 좀 불편했나 좀 서운하기도 하고, 눈치 빠른 너는 다 알고 있었으니까 미안하기도 하고. 마음이 미안해지는 순간이 끝내야하는 순간이라더라 해서 혼자 정리 했어 그러면서도 문득 나오는 미련들은 어쩌지 못했기도 하고

혹시 배려심 깊은 니가 너 군대 간다고 나 밀어내는 건 아닐까 우리 그런 얘기도 많이 했었으니까 차라리 그런거였음 좋겠다 하다가도 아니다 그냥 나를 안 좋아했던 거다 하고 하루에도 몇 번을 고민했었어

그러다가 또 2학기가 시작하고 얼마 안되서 너가 이제 진짜 간다고 하더라 연락 해봐야 되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니가 먼저 연락이 왔어 그렇게 연락하다가 또 훌쩍 가버리고 그래서 원망하면서도 또 새록새록 감정은 다시 고개 들고 그랬어 너 간 동안 편지 계속 썼는데, 답장이 안오더라고 나중에 니가 가기 전에 여자친구 생겼단 걸 알았어

그땐 솔직히 내 사람도 아니었는데 진짜 원망했다 내가 일방적인 감정으로 괴롭힌건데 니 마음은 니껀데 내가 왜 원망하나 싶다가도 이럴거면 나한테 왜 그렇게 잘해줬지 싶기도 하고 그랬어

근데 다시 생각해보니까 너는 나한테 고마운 사람인데 미워하면 안되겠더라고 재수하고 우리 학교와서 동기들 사이에서 적응하는데 힘들어하는 나를 친구이자 선배라고 챙겨준 것도 너고, 과 행사할 때 술 많이 먹지 말라고 걱정해준 것도 너고, 기숙사까지 데려다준거, 같이 산책해준거, 나 곤란한 일 있을 때 감싸준거, 내 마음 편하게 해준거 다 너였는데 내가 원망하면 진짜 안되겠더라고

그리고 다시 생각해보면 너는 선배니까 나를 챙겨준걸수도 있잖아 내가 착각한 거였겠지 그렇게 생각하니까 진짜 미안해졌어 마음이 미안하다는게 진짜 비참한데, 그냥 미안했어

그래도 오늘은 니가 너무 생각이 나서 새벽이니까 그냥 끄적였다 한번도 이렇게 솔직하게 말해본 적 없는데 그럴 기회가 있었어도 내가 잡았을까 싶어 곧 종강인데 나 한학기 너무 힘들었어 우울하고 힘들고 이런 와중에도 한 학기를 잘 버텨낸 내가 자랑스러운데, 이런 걸 제일 자랑하고 싶은게 넌데 이제 그럴 수 없는 사람이니까 그냥 혼자 쓴다 보고싶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