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태환 신체의 비밀

카메오2007.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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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태환 신체의 비밀

박태환 신체의 비밀   가슴 얇고 엉덩이 작아 저항 덜받는 유선형 45도 팔젓는 영법으로 흔들림 없이 쾌속 추진 박태환(18·경기고)의 몸은 수영을 위해 태어났다고 말해도 좋다. 겉으로 드러나는 체격(1m82·74㎏)은 한국의 또래 청소년에 비해선 좋지만 외국 선수보다 두드러지지는 않는다. 25일 세계선수권 자유형 400m 시상대에 함께 섰던 우사마 멜룰리(1m89·튀니지)나 그랜트 해킷(1m97·호주)과 비교하면 가냘파 보일 정도였다. 근력은 최근 두 달여 사이에 집중적인 트레이닝으로 많이 나아지고 있긴 해도 어지간한 유도·레슬링 선수의 절반 수준이라고 봐야 한다. 박태환의 강점은 ‘균형과 비례’다. 다리가 96.1㎝로 길고, 양팔을 벌렸을 때 한쪽 끝에서 다른 쪽까지 1m90이다. 경주용 보트의 선체를 떠올려 보자. 길면서 좁고, 납작하다. 박태환은 가슴 두께가 22.3㎝로 얇고, 엉덩이가 작다. 골반에 걸치듯 입는 반신 수영복이 잘 어울린다. 그의 몸은 물에 잘 뜨면서 저항을 덜 받는 유선형이라 상대적으로 작은 키와 부족한 힘을 보완한다. 결정적으로 박태환을 세계 정상으로 올려 놓은 요인은 영법이다. 팔을 젓는 방식은 기본적으로 올림픽에서 금메달만 5개를 땄던 이언 소프, 현 자유형 1500m 세계 기록(14분34초56)을 가지고 있는 그랜트 해킷(이상 호주)과 마찬가지로 ‘전사분면(front quadrant)’ 영법이다. 물 속을 가르고 있는 팔이 몸과 직각을 이루기 전에 다른 팔을 물에 넣는다. 몸의 중심축을 가장 안정시키면서 몸을 ‘긴 배’의 자세로 만들 수 있어 장거리 선수들이 주로 쓴다. 박태환의 영법은 숨을 쉴 때 턱을 약간 높이 드는 버릇을 빼곤 흠잡을 데 없다고 정평이 나있다. 그를 10년간 지도했던 노민상 대표팀 감독은 “기술만으로는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 출전하기 직전인 중3 때가 가장 환상적이었다”고 말한다. 흔히 스트로크를 최적화하는 3대 요소를 말할 때 ‘3r’을 든다. 첫 번째가 레인지(range·거리), 두 번째가 리듬(rhythm), 세 번째가 릴렉세이션(relaxation·긴장 이완)이다. 2001년 후쿠오카 세계선수권 때 ‘인간 어뢰’로 불리던 소프는 세계 신기록으로 우승했다. 당시 50m 평균 스트로크는 단 28회. 2위였던 해킷은 33회(현재 32회)였다. 소프는 한 번 팔을 휘두를 때의 추진력과 속도가 그만큼 엄청났다. 박태환도 평소 33번이던 스트로크 횟수를 32회로 줄였다. 400m의 마지막 50m는 38번으로 늘려 스퍼트하며 역전극을 썼다. 외국 언론들은 ‘저항을 줄이는 영법과 스퍼트 능력이 소프와 비슷하다’고 했다. 박태환은 소프(키 1m95· 발길이 350㎜)보다 파워는 떨어진다. 하지만 리듬감 있게 물을 타는 능력은 더 낫다. 물고기가 큰 힘을 들이지 않고 빠르게 헤엄치는 원리와 비슷하다. 피로를 회복하는 능력, 보통 성인의 두 배 가까운 폐활량(7000㏄)도 갖추고 있다. 나이에 비해 정신력 역시 강하다. 몸과 마음이 성숙해질수록 더 나은 수영 선수로 진화하고 있는 것이다. 박태환 홀로 앞으로…한국수영 갈 길 멀어 올해부터 선수별로 자료 수집·인원 늘리고 전지훈련 등 계획 한국 수영은 작년 말 카타르 도하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 동메달 11개를 땄다. 외형적으로는 역대 최고 성적이었다. 그런데 박태환(개인종목 금3·은1, 단체종목 동3)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컸다. 다른 메달 중엔 최혜라(서울체고)가 여자 접영 200m에서 딴 은메달이 가장 밝은 색이었다. 기록적인 측면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표팀은 아시아 신기록 두 개를 포함해 한국신기록 24개를 세웠지만 박태환(아시아신 겸 한국신 2개)을 빼면 순도가 떨어졌다. 예·결선에서 연거푸 한국신기록을 바꿔도 ‘아시아 3등’을 못한 종목이 6개였다. 한국 수영의 발전 속도가 아직 아시아 정상권조차 제대로 쫓아가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현재 진행 중인 세계선수권에서도 아직까진 박태환에게만 조명이 집중되고 있다. 다른 우리 대표선수들은 결선 진출은 고사하고 자신의 최고기록을 경신하기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아시안게임에 대비하느라 동계훈련 시간이 부족했던 탓. 기본 실력이 걸출한 데다 전담팀의 특별관리까지 받은 박태환의 선전은 오히려 예외로 치는 편이 맞다. 한국 수영에 실망만 할 단계는 아니다. 수영연맹은 이번에 처음으로 체육과학연구원 송홍선 박사를 현지로 파견, 선수들의 운동 부하와 젖산 수치 등 연구 자료를 모으도록 했다. 세계선수권을 마치고 귀국하면 현 13명(남자3·여자10)인 경영 대표팀을 24명으로 늘려 경쟁을 유발할 예정. 8월에 일본에서 열릴 프레올림픽을 대비해 한두 차례 외국 전지훈련도 계획하고 있다. 노민상 감독은 “박태환처럼 뛰어난 선수가 또 갑자기 나오길 기대하긴 어렵다”면서 “최혜라(접영), 정슬기(평영), 정지연(개인혼영) 같은 유망주들을 대안으로 꼽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