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아이를 버린 당신에게

ss2018.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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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도곡동 펫ㅍㄹㅈ병원에

강아지를 유기한 사람에게..

전 당신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몇살이었는지

무슨 사정이 있었는지 모릅니다

당신이 그 아이를 미용맡기고 찾아가지않아서 연락했더니

그냥 입양보내라고 했다는 얘기만 들었죠

당신이 버린 그 아이..어떤 종들이 섞이면

저렇게 예쁠수 있을까싶었던 그 아이...

올해 9월에 떠났습니다....

당신이 그 예쁜 아이를 기억이나 할지 모르겠지만

그 무책임함 덕분에 지난 10년이 너무나도 행복했기에

진심으로 당신께 감사합니다

궁금하지도 않겠지만 당신이 어떤 행복을 놓친건지

꼭 알려드리고 싶어서 이 글을 씁니다

그 아이는 다시는 없을 착한 아이였습니다

강아지가 먹을걸 양보하는게 얼마나 큰일인지 아나요?

하지만 그 아이는 자기보다 작고 약한 강아지들에겐

무심한듯 자기 간식도 툭 던져주고 가는 아이였습니다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도 어린 강아지들이

부러워하면 앞에 놓아주고는 자긴 멀찌감치가서

아가들이 노는걸 바라볼줄 아는 아이였죠

앞이 안보이는 노견한테는 혹시라도 문턱에 다칠까

어쩔줄을 몰라하면서 온몸을 던져서 보호할줄 아는 아이였구요

강아지를 무서워하는 사람들에게는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그 사람들이 자기에게 익숙해질때까지 기다려주고

등을 내주면서 무서워하지말라고 다정한 눈빛으로

바라볼줄 아는 아이였구요

산책나가면 사람들이 다 예쁘다고 순하게 생겼다고

난리였구요 칭찬듣는걸 좋아해서 밖에 나가면

집에서보다 더 점잖게 행동해서 큰소리한번 안냈어요

날씨 좋을때 카페에 데리고 가면 너무 얌전히 앉아있어서

어떤 비글 키우신다는 분은 이렇게 가만히 있으니까

강아지같지가 않네요라고 하시면서 웃으실정도였구요

제 주변에서는 나도 저런 강아지 키우고 싶다면서

하나둘씩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들이 늘어났죠

그 친구들 모두 그 아이 덕분에 자기도 강아지를 키우게되서

이런 행복을 알게됐다며 고마워하고 있어요

지난 10년간 매일 아침 크고 까만 눈동자가

사랑을 가득 담고 저를 보는 모습을 보면서 잠에서 깼고

나갔다 들어오면 온몸으로 반겨줬고

눈만 마주쳐도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면서 좋아해줬죠

아 그리고 강아지를 버리는 당신같은 사람의 수준에

맞는 얘길 해주자면 털도 안빠지고 냄새도 안나고

배변도 100% 가리는 아이였어요

그 아이를 데려오고 해준거 없이 과분한 사랑만

잔뜩 받은 이기적인 저에게 사람들은 좋은일한다고

좋은 사람이라고 해주더군요

그것도 당신 덕분이겠네요 당신이 나쁜 사람이라

한것도 없이 처음으로 좋은 사람이 되었으니까요

당신이 버리고간 그 아이는 평생 그 상처를 안고 살았어요

병원에서 치료때문에 잠깐이라도 안으로 데리고 들어가면

제가 버리고 갈까봐 어쩔줄을 몰라했고

수술을 받아도 입원조차 불가능했어요

기를쓰고 탈출하려고 케이지를 물어뜯어서

입에서 피가 흐를정도로 불안해 했거든요

맨날 놀러가는 친구네 집에서조차도

제가 화장실만가도 울고불고 난리라

그때마다 누군가 꼭안아주면서 괜찮아 누나 금방올거야

이렇게 달래줘야했고 산책을 좋아하면서도

혹시나 혼자 버려질까봐 자꾸 뒤를 돌아보고 확인하는

버릇은 평생 갔어요 그때마다 당신이 얼마나 미웠는지

왜 아이에게 이런 상처를 줘서

신나야 할 시간에 불안에 떨게 하는지

꼭 당신도 그 죗값 받으라고 생각했었죠

제가 아이를 데리고 온지 얼마안되서

그 병원 망해서 문닫은건 아나요?

만약 제때 데리고 나오지 않았으면

아이가 어떻게 됐었을까요?

병원 문닫은거 봤나요? 그때도 두다리 뻗고 잠이오던가요?

당신이 아이가 너무 어릴때 중성화를 한건지

어릴때 버려서 수술을 빨리 한건진 몰라도

그것때문에 별거아닌 요로결석에도

수술이 불가능할정도로 요로가 얇아서

아이가 얼마나 고생했는지는 아나요?

그것때문에 처방식만 먹고 살아야했는데

결국 그쪽에 병이 생겨서 겨우 11살에 떠나야 했다는건요?

왜 버렸나요?

생각보다 아이가 많이 커서 더이상 귀엽지 않았나요?

제가 데려오고 아이 맘이 편해져서 당신이 버렸을때보다

훨씬 더커졌는데 그거아세요?

클수록 귀여움은 몇만배였어요

그 통통한 발이 얼마나 예뻤는데요

물론 다행히 당신은 평생 그 예쁜모습을 알수 없겠네요

닳을까봐 맘껏 쓰다듬기도 아까울만큼 예뻤거든요

그 아이가 얼마나 주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고 갔는지

당신은 절대 알 수 없을거에요

아 그리고 혹시라도 그 아이가 당신을

보고싶어하진 않았을까 생각하실 필요는 없어요

비록 당신이 준 상처는 못씻어냈지만

그건 아이가 기억력이 좋아서 버려진 기억만 남은거지

당신같은사람 절대 보고싶어하지않도록

매일매일 말해줬거든요

어제보다 오늘 더 예쁘고 더 사랑한다고

아이가 떠난 지금도 어제보다 오늘 더 사랑하고 있어요

당신에게 이 글이 닿을지 모르겠지만

만약 보게된다면 그리고 당신에게 조금이라도

양심이 남아있다면 다시는 강아지 키우지 마세요

그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고 행복해할 자격이

당신에게는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