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이 해체라는 말이 나오기까지

ㅇㅇ2018.12.15
조회21,012
안녕, 방탄!
너희가 이걸 볼 확률이 거의 없다는 건 알아.
그치만 수많은 아미들 중에 하나로서 말할게.



너희가 이 바닥에서 작은 소속사에서 '방탄소년단' 이라는 그룹명으로 얼마나 많은 악플이 달렸고 비웃음, 놀림거리의 대상이 되었는지 잘 몰라. 난 너희가 데뷔하던 2013년 6월 13일, 그냥 평범한 날들처럼 학교를 다녔을 거야. 근데 그때 아마 너희 이름을 처음 들었던 것 같아. 그룹명이 방탄이 뭐냐는 생각, 나도 했어. 솔직히 웃겼지. 10대의 편견과 억압을 막는다니 뭐라느니, 진부하고 어이없잖아. 그땐 나도 10대였지만 정신없이 지낼 때라 자세히 알아보진 못했어.

그리고 2년 후엔 '잡아줘' 라는 곡이 친구들과 떡볶이를 먹고있는데 흘러나오더라. 식당에서 주문도 잘 못하는 나와 내 친구들이 직원에게 지금 이 노래가 뭐냐고 물을 정도였어. 결국 2년이 지나서야 다시 만나게 된거지.

내가 방탄이라는 이름을 잊은 2년동안 쉼없이 달려왔을 너희들을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미어져. 얼마나 숨차고 힘들었을지, 얼만큼 걱정되고 불안했을지.



그때부터였을거야, 아마도.
내가 너희들의 무대를 찾아보고 뮤직비디오도 데뷔때부터 돌려보기 시작한게. 그러다가 비하인드를 보게 되었고, 때묻지 않은 너희들의 밝은 모습들과 귀여운 행동들이 날 끌어당겼어.
그리고 마침내 난 그해 11월달, '아미' 가 되었어.




지방이라 콘서트는 못갔지만, 방에서도 열심히 누구보다 더 너희를 응원했어. 반가운 소식들이 들려올때면 누구보다 기뻐했지, 예를 들자면 음악방송 1위라든지 차트 1위라든지.



그러나 그렇게 본격적으로 시작된 줄 알았던 너희와 우리의 화양연화는 쉽게 이어나갈 수 없었어. 참 많이도 엉켜있었지, 힘들고 속상해도 서로를 바라보며 달렸어.




그러다 우리는 빌보드에 가게 되었고, 아주아주 큰 상도 받았어. 난 정말 죽어도 여한이 없을 정도로 행복했고, 이젠 꽃길만 걸을 줄 알았어. 근데 아직도 우리를 막는 가시들은 많더라. 찔려서 피가 나도 우린 서로 티내지 않고 웃으면서 함께 걸어나갔어. 그렇게 더욱 더 많은 팬들이 생겼고, 커리어가 쌓여갔어.




첫 대상.



우리는 수많은 것들을 이루어 냈고, 앞으로도 그럴거잖아. 서로를 믿고 의지하고 또 나아갈 거잖아. 너희가 그랬지, '해가 뜨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두우니까' 난 어렵고 힘들고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을 때마다 너희의 노래를 들었고, 너희들의 모습을 바라봤어. 저정도의 높이에 올라간다면 어떤 기분일까? 행복할까? 두려울까? 근데 난 정말 바보였나봐. 너희들의 밝은 모습들만 보고 너희 전부를 평가하고 값을 측정하려고 했어. 어두운 면도, 아픈 면도 있다는 걸 더 빨리 알았어야 했어. 정말 미안해.




너희들은 정말 멋지고 좋은 사람이야.




올해 초, 우린 정말 많은 일이 있었잖아.
2018년 역시 많은 것들을 이뤄냈고, 성적도 정말 좋았어. 물론 예민한 부분들도 있었지. 걱정을 했어, 솔직히. 컴백 기간이 많이 느렸잖아, 패이크 러브 때. 근데 아무렇지 않게 짠 하고 나타나선 열심히 무대를, 공연장을 채우는 너희를 보면서 괜한 걱정이었다는 걸 알게 됐어.

근데 오늘 수상소감 때, 정말 서럽게 울며 진실된 감정을 쏟아내는 너희를 보고 나도 눈물이 났어. 그러다가 석진이가 말한 '해체'. 솔직히 듣고 바로 심장이 내려앉았어. 솔직하게 말해준 게 너무 고마웠지만, 해체까지 생각했을 너희들의 마음이 얼마나 힘들고 고통스러웠을지, 어쩌다가 그렇게까지 생각을 하게 됐는지 나도 생각을 해봤어. 역시 잘 모르겠더라. 난 아직 많이 어린가봐.

너희가 마냥 10대 남자아이처럼 보이기도 한데, 가끔 오늘처럼 이런 깊고 진중하게 얘기하는 걸 보면 난 정말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기분이 들어. 방탄, BTS라는 그룹이 그런 일들도 있었구나, 나는 저들이 저렇게까지 간절하게 무언가를 노력할 때동안 뭘 한걸까 하는 생각으로 반성도 되고 후회도 되고, 그래도 뿌듯하고 기쁘기도 해.
아무튼 너희들은 나의 삶의 활력소이자 힘의 원천이자 내 존재의 이유가 되었어. 정말 고마워, 방탄.



우리들의 화양연화는 끝이 없다는 걸, 방탄과 아미는 가장 잘 알잖아. 우리가 얼만큼 애틋하고 서로를 그리워하는진 알잖아. 해체, 언젠가는 하게 되겠지. 우리 아미들도 알고는 있어. 지금은 많이 행복하잖아, 그치?

그러니까 나중에... 나중에 하자. 물론 하게 되더라도 어쩔 수 없지. 너희의 선택을 믿고 따르는 게 우리 팬들이 하는 일이잖아. 우리 헤어지더라도 행복하게, 너무 슬퍼하지도 말고... 그러자!





LOVE MYSELF, LISTEN TO YOURSELF.
잊지않을게 정말 오늘 하루도 수고했어. 고맙고 보라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