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을 말했는데 분노조절장애 되는 남친

ㅇㅇ2018.12.17
조회19,771
29살 여자입니다.제목에 남친이라 적었는데 이미 엄밀히 말하면 전 남친이 됐네요.
어제 있던 일인데 맘 좀 추스리고 글 씁니다.도저히 남친이 화 낸 포인트가 뭔질 모르겠어서요.
1년의 연애 끝에 결혼 이야기가 나오고, 서로의 부모님을 뵙는 수순을 밟고 있었습니다.
제가 자란 가정은 속된 말로 콩가루였습니다. 술먹고 폭력 휘두르는 아버지에, 맞고 집 나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꼭 딴 남자 집에서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반년에서 1년도 딴 살림을 살고 오는 어머니. 
3살 위 언니는 살길 찾겠다고 중학교 졸업하고 가출 비슷하게 해서 2년 전까지는 1년에 한 두번 얼굴 봤는데 매 해 알콜 중독이 심해지더니 연락도 안 닿습니다.
저는 공부머리가 뛰어나진 않았지만, 착실하게 공부 했었는데 고등학교 올라가고선 집에서 돈 벌라고 닥달을 해 대서 결국은 수능준비를 접고 알바를 전전했습니다. 대학을 못 갈 거고, 더 이상 제도권에서 공부를 해봤자 의미도 없고, 학교 다니는 시간이 그저 알바를 못하는 시간으로 보여서 자퇴를 했습니다. 그리고 18살부터 죽어라 돈 벌고, 부모한테 거짓말 치고 꿍쳐놓은 돈으로 자격증을 따서 조금이라도 좋은 직장으로 옮기며(그래봤자 중소기업이었지만요.)지냈습니다.
저 스무살 넘고는 부모가 정신이 든 건지 기운이 빠진 건지, 둘이 다시 합쳐서 평온하게 지내다가, 아는 사람이 일이 좀 험해도 일자리 있다했다며 전세금 빼서 동남아국가로 가셨습니다. 어차피 가족이 다 뿔뿔이 각자 알아서 생존해왔던지라 이제 별로 안부도 안 궁금합니다. 폭력에 대한 기억도 아직 남았구요.
어려서부터 고생을 한지라 산전수전 겪은 건 나름대로 제 재산이라 생각하지만, 주위에 그런 비슷한 사람들을 보면서 그 사람들이 자연스레 그렇게 된 건지 방어기제인지는 몰라도 억세고 자기말만 옳다 하고 말을 툭툭 뱉는 것들을 보면서 그러지 않으려면 다시 공부를 해야겠단 생각에, 5천만원을 모아 투룸 전세를 구하고 나서 쓰리잡 중에 하나를 그만 두고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여러 인문 서적도 되는 대로 읽고, 관심가는 분야의 공부도 하고요. 대학에 들어가기는 돈이 너무 많이 들고, 시간도 너무 많이 쓰는지라, 혼자 독학했습니다.
제가 흥미 있던 분야가 있었는데 맨 땅에 헤딩으로 전공서적도 구해다 읽어보고, 모르는 건 찾으면서 더디지만 몇 년간 공부해 왔습니다. 그 덕분에 지금 있는 직장에 저로선 꿈같은 조건에 들어갈 수 있게 됐구요.면접 보신 분이 관련해서 공부를 길게 하신 분이고 업무에도 연관이 있는 분야인데, 전공으로 대학 졸업한 애들보다 훨씬 이해도가 높다고 해 주셔서 이제까지의 시간들이 보상받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렇게 재작년에 나름 안정적인 직장 한 개, 전세방, 적금, 일주일에 이틀 쉴 수 있는 삶이라는, 매우 평범하다면 평범하고 저에게는 정말 어려웠던 조건을 갖추게 되었습니다.그러고 나니 이제 저도 조금이나마 즐길 수 있는 삶이 생겼다는 생각에 독서모임에 나가게 됐습니다.
너무 구구절절 길었는데 설명을 해야 다음 이야기를 할 수 있을 거 같아 씁니다.
그렇게 남친을 만났고, 사귀게 됐습니다.남친이 먼저 다가와서 고백했고, 지적이고 분위기 있어보여서 반했다고 하더군요.
대학을 안 나온 걸 남친도 알고 있었고, 남친도 지방의 사립대졸이라 (지방 사립대를 무시하는 게 아니라, 남친 본인이 자기 학벌 별 거 없다는 식으로 말하며 이렇게 언급했습니다.)학벌이 관계의 장벽이 된 적은 없었습니다.
3일 전에 과일과 간단한 선물을 사서 남친 부모님을 뵀는데, 부모님은 그게 아니었나봅니다. 솔직히 말한다면서, 요즘 세상에 2년제, 3년제라도 대학나온 아가씨들 쌔고 쌨다고, 맘에 안 드신다고, 지켜보시겠다네요.
결혼은 못하겠구나하고 마음이 돌아섰습니다. 남친 사랑했었지만, 그보다 공포가 더 컸어요. 지옥같던 가족에게서 겨우 벗어나서 혼자 이만큼 했는데, 가족이슈가 또 내 인생에 터지면, 제정신으로 못살겠다 싶더라구요..
난 결혼 못하겠다고 어제 남친 만나서 이야기 했어요.남친이 붙잡으면서 하는 말이 "지켜보겠다고 하셨으니 잘 하면 되잖아. 마음 돌리실 거야."라더군요.
제가 대학 안 나온 것도 맞고, 집안 안 좋은 것도 맞고 가진 건 쥐뿔 없지만 저는 그런대로 성공한 인생이라 생각하고, 제가 재벌집에 시집가는 것도 아니고 결혼자금도 결혼할 때까지 비슷하게 맞춰 준비할 수 있을 만큼 남친 집도 그다지 부유하진 않습니다.제 학벌과 가족의 가난이 남친에게 짐이 될 일이 하등 없는데 그저 시부모 맘에 안 든단 이유로 제가 굽신굽신 할 바에야 혼자 늙고 말죠.
그래도 안 좋게 끝내지는 말아야지 하고, 부모님께서 학벌이 좀 괜찮은 며느리가 좋다고 하시니, 인연이 아닌 거 같다, 좋은 사람은 세상에 많고 그냥 우리가 될 인연이 아니었을 뿐이다. 부모님 맘에도 쏙 드는 여자랑 연애하고 결혼 하면 서로 좋고 행복하지 않겠냐, 여기까지 하자고 차분하게 말했습니다. 여기 적는 거 처럼 정리된 말은 아니었지만, 울거나 흥분하지 않으려고 노력하면서요.
그러자마자 남친이 뭐가 트리거가 됐는지는 모르겠지만, 흥분하고 화내기 시작했습니다.남의 부모님 욕하지 마라, 우리 부모 속물 아니다, 부모 욕한 거 사과해라 하면서요.
아무튼 그 뒤로는 저도 화가 나서 너는 나 학벌 없는 거 알지 않았냐, 부모님이 학벌 중요시하는 분이면 왜 언질도 없었고 그냥 덜렁 만나자고 했냐, 내가 거기서 상처 안 받았을 거 같냐, 따졌고,,,,  구질구질하고 질척거리는 헤어짐이 되고 말았습니다.
부모님이 동남아에 계시고 저는 혼자 한국에 남아서 전세집에 산다는 이야기를 했을 때, 남친이 생각한 건 좀 다른 그림인 거 같더군요... ㅎㅎ 싸운 뒤에 알게 됐지만요.
학벌 보시는 부모님이니 학벌 본다고 했을 뿐인데, 제가 부모님 욕한건가요?저는 아직 이 논리가 이해가 안 됩니다. 그 부분을 콕 찝어서 헤어지자 하지 말고 다른 변명을 했어야 하는 걸까요?

댓글 19

ㅇㅇ오래 전

Best학벌로 후려쳐서 님을 굽히게 만들려고 했는데 본인이 차이게 되니 펄쩍 뛰는 걸로 보이네요.잘 헤어지셨어요

ㅇㅇ오래 전

Best님이 부모님한테 결혼 허락해달라고 굽신굽신거릴줄 알았는데 속물인걸 간파해내서 찔려서 화를 낸거 같네요

ㅇㅇ오래 전

Best남자 다른 그림을 그린거 아닌가요 부모님 동남아 있다니 괜한 상상으로 성공한 외국에 있는 처가집 그렸는데 지기부모가 학력 얘기했다고 헤어지자고 하니 욱 한거

ㅇㅇ오래 전

화는 나는데 님이 잘못한게 없으니 말도안되는 꼬투리로 화내는거 같은데요; 좋게 헤어지면 더 좋았을까 싶겠지만 좋은 이별이 어디있겠어요 그런집안과 안엮이게 된것만으로 그게 어딘가요 고생하셨어요

ㅇㅇ오래 전

??남자 겁나 이상함;;;왜저래 자격지심 있는 것처럼;님이 비록 환경은 안좋았을지라도 본인이 본인 인생 똑부러지게 챙기고 미래도 탄탄히 준비하는것╋내면적으로도 상처는 있었지만 스스로 자존감 깎아내리지 않고 저렇게 당당하고 평온하게 말할 수 있단거에서 너무 멋지고 야무진 사람같음. 저런 남자랑 엮여서 후려침 당하지말고 지금처럼 똑부러지게 살아가길

판알바생오래 전

결시친련들도 지들잘못된거 사실대로말하면 분노조절장애발동하자나 이딴거에글쓸자격있니?

오오오래 전

고생했네요. 거기까지 이루기가 힘들었을텐데... 좋은 인연 있을 거예요. 남친은 헤어지시는 게 맞는 거 같아요. 보통 마음에 안들더라도 처음 얼굴 본날 대놓고 이야기하는 건 무례한 게 맞아요.

ㅇㅇ오래 전

잘됐네요 그 남자 절대 만나지마세요

ㅡㅡ오래 전

친구중에 어떻게 보면 고졸인데..(대학 중퇴) 애가 똑똑해서 자식들도 잘 키우던데. 뭐든 야무지게 잘 함. 애 둘도 자기가 가르쳐서 막 상장받아오고 그럼. 살다보면 학벌 그거 아무것도 아닌데. 대학나와도 말귀 못알아듣고 무식한 애들 많음

ㅇㅇ오래 전

그렇게 18살때부터 산전수전겪은 글쓴이님 인생에 방해만 되는 남자는 전혀 필요없어요. 내면은 부모돈으로 명문대 졸업한 사람보다 훨씬 강한데요. 혼자서 멋지게 사세요✌

ㅇㅇ오래 전

적반하장도 유분수라더니, 방귀 낀놈이 성낸다 , 잘못한 사람이 도리어 화를낸다더니 딱 바로 그짝이 났었군요. 자기 부모가 경우없이 무례했던 점을 사과를 해도 뭐할 것인데 오히려 쓰니 잘못으로 덮어씌우려고 억지 쓰고 성을 뭐같이 내면서 억압하려고 들다니 성격 자체도 아주 더러운 놈이었네요. 어렸을 때 그만큼 고생을 했는데 모르고 결혼했다면 더 큰 봉변을 당할 뻔 했습니다. 결혼이 행복의 조건도 아닌데 저런 집구석에 모르고 결혼을 했더라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겠습니다. 쓰니 남은 귀한 인생 60여년 이상이 걸려있느니만치 부디 신중하십시오. 한 번 쏟아진 물은 결코 되담을 수없으니 저런 쓰레기는 다시는 상종하지 마세요. 결혼이 행복의 조건이 아니며, 쓰니 능력으로 얼마든지 혼자서 행복하게 살 수있는데 별볼 일없는 집구석에 굴욕적으로 결혼할 필요는 없는 겁니다. 현명한 판단과 단호한 끝맺음은 정말 잘하셨습니다. 힘내시고 굳세게 사시다 보면 분명히 좋은 인연이 곁에 올 겁니다.

수수오래 전

남편도 아니고 남친. 연인과의 이별은 당시에는 힘들지만 시간이 지나면 별일 아닌게 됩니다. 이제껏 삶이 고단하여 연애를 많이 못해봤을 것 같은데(제 추측), 앞으로 남자 많이 만나보시구요, 아닌것 같은 남자는 이번처럼 현명하게 걸러내시길 바랍니다. 그리하여, 다시 태어나도 이남자와 꼭 결혼하겠다는 생각이 들정도의 남자 만나서 결혼도 하고 인생 2막을 행복하게 만들어 나가시길 바랍니다.

ㅇㅇ오래 전

님 처지에 남친 만나는 거 사치 같아요 평생 혼자 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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